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75
676화
직원을 본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봉투 하나 더 주려고 오신 건가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직원 또한 웃으며 말했다.
“필요하다면 하나 더 드릴 수도 있지요.”
직원은 이강혜가 앉아 있던 탁자를 보고는 말했다.
“잠시 이건 그대로 둬 주시겠습니까?”
“이걸요?”
“이걸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누가 남이 먹던 음식을 보고 싶어 해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직원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시계를 보았다.
“열 시 전에는 끝내 주셨으면 좋겠네요.”
“오래 계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직원이 문 옆에 자리를 하자, 강진이 물었다.
“혹시 다른 직원분들은 앞에 계시나요?”
“네.”
“그…… 밥은 먹고 다니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사장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저요?”
“지금 저희 밥 걱정해 주시는 것 아닙니까?”
“식당 사장이니까요.”
강진의 답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밥은 먹었습니다. 저희도 먹고살려고 일을 하는 거니까요.”
“다행이네요.”
강진은 직원을 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앱을 클릭했다.
인터넷 뉴스를 보던 강진이 웃었다.
“하긴, 양심이 있으면 법정에 나오기 어렵겠지. 카메라들도 엄청 있을 텐데.”
법원 앞에 몰려 있을 취재진들과 시민들의 시선이 있으니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직원이 그를 힐끗 보았다.
“고 문지혁 씨 뉴스 보시는 모양이군요.”
“아세요?”
“저도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다 화가 날 일이죠.”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평범한 일만 생기는 사회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평범한 부모님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참 힘들기는 하죠.”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문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혹시 아까 말을 한 윗분이 오시는 건가요?”
강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문을 보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택문 회장님이십니다.”
어차피 올 것이니 더는 숨기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직원은 선뜻 말해주었다.
“오택문? L그룹 회장님요?”
“그렇습니다.”
“그분이 왜?”
“저희는 알지 못합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혹시 무서우신 분인가요?”
강진의 말에 직원은 잠시 말이 없다가 웃었다.
“L그룹을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때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상하기도 하신 분입니다.”
말을 하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아버님요?”
“아버님이 때로는 엄해도 자상하신 것처럼요.”
“아버님이라…… 정말 좋은 분이신가 보네요.”
“좋은 분이십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분이기는 한 모양이네.’
직원이 아버님과 회장님을 비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강진은 뉴스 기사를 마저 보다가 슬쩍 오택문 회장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러다 강진이 막 오택문의 검색 결과를 누르려 할 때 문이 열렸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강진은 백발의 노신사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직원이 정중하게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고, 강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노신사, L그룹의 오택문 회장이 한쪽에 차려져 있는 음식들을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이 근처에서 죽치고 계셨나?’
이강혜가 나가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들어왔으니 말이다.
지나가다가 들렀다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빨랐다. 오택문을 보던 강진이 힐끗 그와 함께 들어온 할머니 귀신을 보았다.
‘아내분이신가?’
오택문과 달리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할머니는 곱게 나이 드신 분이셨다.
하늘색의 한복을 입은 할머니는 자신을 보는 강진의 시선에 의아한 듯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에게 배용수가 슬며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어? 가게에 귀신이 있네?”
할머니가 의아한 듯 중얼거리는 것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여기 한끼식당의 주방장 배용수입니다.”
“귀신이 주방장?”
“저희 식당은 아침에는 사람 장사, 저녁에는 귀신 장사를 하는 저승식당입니다.”
“저승식당? 여기가…… 그 저승식당이군요.”
그녀는 의아함과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가게를 둘러보다가 자신을 보는 듯한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저분이 나를 보는 것 같은데?”
“강진이는 저승식당 사장이라서 귀신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
할머니에게 설명을 해 준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승식당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 보군요.”
“오가다가 만난 귀신들에게 저승식당이라는 곳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이와 같이 다녀서 직접 와 본 적은 없답니다.”
“그러시군요. 아! 그럼 오신 김에 음식 좀 드시겠어요?”
“저승식당 음식요?”
“강진이는 손님 상대해야 해서 직접 새로 해 줄 수는 없지만, 강진이가 만들어 놓은 음식이 있으니 그거라도 좀 드셔 보세요.”
“남은 음식?”
“남은 음식이지만, 이때까지 먹어 본 그 어떤 음식보다 맛이 좋을 겁니다. 귀신에게는 저승식당 사장의 손맛이 최고니까요.”
웃으며 배용수가 식당 주방을 손으로 가리키자, 할머니 귀신이 오택문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배용수가 할머니 귀신을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네가 여기 사장인가?”
배용수와 할머니 귀신을 힐끗 보고 있던 강진은 오택문의 목소리에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한끼식당 이강진입니다.”
“나 오택문일세.”
“네.”
오택문은 강진을 보다가 말했다.
“며느리가 음식을 이렇게 먹고 갔나?”
“네.”
“치운 건 없고?”
“돼지 껍데기와 닭발볶음은 싸가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입맛을 다셨다.
“며느리가 그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지.”
“회장님은 안 좋아하십니까?”
“…….”
답을 하지 않은 오택문이 소주잔을 보다가 잔이 두 개인 것을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자네와 같이 마신 것인가?”
“혼자 드시기 불편하실 것 같아서 같이 한잔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눈을 찡그렸다.
“아픈 애 데려와서는…….”
술을 마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한 걸음 나서자, 직원이 슬쩍 손을 들어 앞을 막았다.
“그냥 두게.”
오택문의 말에 직원이 손을 내리자, 걸음을 옮긴 강진은 소주병을 들어서는 잔에 따랐다.
쪼르륵! 쪼르륵!
이강혜의 잔과 자신의 잔을 채운 강진이 잔 하나를 오택문 앞에 놓았다.
“드셔 보시죠.”
“무슨 의미인가?”
“드셔 보시면 아십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다가 잔을 입에 대고는 그대로 털어 넣었다. 그렇게 내용물을 마신 오택문이 눈을 찡그렸다.
“이건?”
“물입니다.”
“물?”
“이강혜 사장님은 술을 드시지 않았습니다. 그저 잔에 물을 따라서 기분만 냈을 뿐입니다.”
강진은 의자가 나와 있는 자리에 놓인 밥그릇을 보았다.
“남편하고 데이트하던 때의 기분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밥그릇을 보았다. 식은 밥을 보던 오택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며느리가 먹었다는 닭발하고 돼지 껍데기를 좀 내오게.”
오택문은 의자를 하나 끌어 옆에 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밥도 한 그릇 주게나.”
“알겠습니다. 그런데 닭발하고 돼지 껍데기 많이 매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네. 며느리가 먹었던 대로 가져다주게.”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음식을 보다가 말했다.
“음식 새로 해 드릴까요?”
“남도 아니고 며느리가 먹던 음식인데 괜찮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온 강진은 한쪽에서 할머니가 자신이 만든 밑반찬에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식 입에 맞으세요?”
할머니 귀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아주 좋네요. 예전에 저희 집에서 일하던 충주댁도 손맛이 아주 좋았는데 젊은 사장님 손맛은 더 좋네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냉장고에서 돼지 껍데기와 닭발을 꺼냈다.
그러고는 양념을 만들 때, 할머니가 물었다.
“그건 왜?”
“어르신이 드시겠다고 하셔서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어르신이라는 말 우리 남편에게 하는 건가요?”
“네.”
“남편이 들으면 놀라겠네요.”
“왜요?”
“젊었을 때는 실장님이라고 불리다가 나이 먹어서는 회장님이라는 말로만 불렸거든요. 그래서 어르신이라는 말은 처음 들을 거예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재료를 준비하며 그녀를 보았다.
“그 이강혜 사장님도 어르신을 회장님이라고 부르시던데요.”
“저희 집안은 다 남편을 회장님이라고 부르죠. 저도 여보라는 말보다는 회장님이라는 말이 더 편하네요.”
“왜요? 가족한테는 아버님이나 여보가 더 어울리지 않나요?”
“후! 그러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왜 남편을 회장님이라고 불렀는지 모르겠네요.”
말을 하던 할머니는 닭발과 돼지 껍데기를 보고는 웃었다.
“이런 음식 먹어 본 적도 없을 텐데…….”
“어르신 이거 안 드셔 봤나요?”
“예전에 혁이가 한 번 사 온 적은 있었죠.”
“오혁 씨가요?”
“먹어 봤는데 맛있다고 사 왔더라고요. 소주 하고 같이 한 번 먹어보자고.”
할머니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회장님이 이런 것을 먹어 봤어야죠.”
“그래서 안 드셨군요.”
“그래도 아들이 먹자고 하니 소주 한 잔은 같이 하셨어요. 물론 안주는 다른 것을 드셨지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오혁 씨가 아버님에게 잘했나 보네요.”
회장님이라 부르는 아버지에게 닭발과 돼지 껍데기에 소주 한잔하자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일반 가정의 아들이라 해도 아버지와 같이 술자리를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막내라 그런지 다른 애들하고는 다르게 회장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어요.”
“그랬군요.”
“다른 애들은 회장님한테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데…… 그 녀석은 욕심이 없다고 할까요?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사고도 치고.”
“사고요?”
“어렸을 때 치는 사고 같은 거요. 그래도 나중에는 강혜 만나고 잘 했는데.”
쓰게 웃는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을 했다.
“그런데…… 음…….”
강진이 뭔가 물을 듯하다가 말을 멈추자, 할머니가 그를 보았다.
“왜요?”
“혹시 어르신이 이강혜 사장님 감시하시는 건가요?”
“감시요?”
“그…… 직원분이 저를 아시는 것 같던데?”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미안한 듯 그를 보았다.
“미안해요.”
“그럼 감시하신 것이 맞는 건가요?”
“감시한다기보다는 보호하는 거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보호요?”
“며느리가 누구를 만나는지 살피면서 나쁜 사람 안 만나게 보호하는 거죠.”
“사장님은 아세요?”
“조금은 알 거예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프라이팬에 양념이 된 돼지 껍데기와 닭발을 올렸다.
촤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