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9
69화
‘설마…… 인기 인턴 뽑기가…….’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인기 인턴 뽑기를 만든 사람이 누구입니까?”
“독단으로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 바로 사장님이지.”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웃었다.
“뭔가 눈치챈 건가?”
“눈치채라고 힌트 주신 것 아닙니까?”
“확실히 눈치 빠르네.”
“그럼 제 생각이 맞은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이상섭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은 모르나요?”
“회사에서 늘 하는 건데 모를 수 있나. 직원들은 다 알지.”
“그럼 왜?”
말하지 말라는 건가요? 라는 물음이 담긴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말했다.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말을 하지 않는 일종의 비밀 같은 거지.”
“그럼 인턴만 모르는 겁니까?”
“너처럼 눈치 빠른 애들은 한둘은 알겠고.”
이상섭이 힐끗 최동해를 보았다. 최동해는 앞에서 나누는 대화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듯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해처럼 눈치 없는 애들은 무슨 말인지 모를 테고.”
웃으며 이상섭이 의자를 밀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동해한테는 무슨 소리인지 말하지 마라.”
“최동해 씨도 정직원 안 할 건데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최동해를 보았다.
“너 이번에 잘 되면 정직원 될 수도 있는데 안 할 거야?”
부서에서야 최동해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인기 인턴이 되면 부서 평가와는 상관없이 정직원이 될 수 있었다.
이상섭의 말에 최동해가 멈칫하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던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턴 기간 동안 열심히 일 배우고…… 인턴 끝나면 제 인생을 위해 산속에 들어가 열심히 운동하고 살부터 뺄 겁니다.”
“오! 결심 대단하네.”
“아직 저는 젊으니까요.”
최동해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이어트 열심히 하고 입사 시험 봐. 따지고 보면 인턴보다 신입사원을 더 뽑으니까.”
“감사합니다.”
최동해의 답에 이상섭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최동해가 강진에게 살며시 말했다.
“아까 무슨 이야기 하시던 거예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 들어 봤지?”
“그야 들어봤죠.”
“살 빼면 무역 회사에 들어갈 거지?”
“그렇죠.”
“회사 일로 만난 사람이 너한테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을 줄 때…… 기억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고는 강진이 책상에 놓인 서류를 보기 시작하자 최동해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를 보았다.
“무슨 말이세요?”
“말 그대로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너에게 공짜로 뭔가를 주는 사람은 가족뿐이라는 걸 기억해. 그럼 감옥 갈 일은 없을 거야.”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최동해를 힐끗 본 강진이 서류를 보았다. 하지만 강진의 머릿속에는 인기 인턴 뽑기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인기 있는 인턴을 뽑으면서, 인성을 같이 시험한다.’
강진 생각에는 그랬다. 아니, 이상섭의 반응을 보면 강진 자신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사장이라는 분이 참 대단하면서도 재밌는 분이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대?’
아마도 인턴들이 표를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을 보고 인성을 파악하려는 시험일 것이다.
내가 뭘 사 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내가 뭘 해 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등등과 같은 행동과 이야기 말이다.
그 소문들도 인사고과에 반영이 될 것이다. 아마도 너무 많이 얻어먹어도 마이너스, 너무 많이 사줘도 마이너스일 것이다.
거기에 적이라 할 수 있는 인턴들을 휘어감아 자신에게 표를 주게 하는 인재를 찾을 수도 있다.
인턴들에게 과반수의 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리더십이 있거나, 적을 모두 잡아먹을 수 있는 상어와 같은 사람일 것이다.
둘 다 회사에서 바라는 뛰어난 인재라 할 수 있으니 인재도 찾고, 인성도 시험하는 일석이조의 결과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회사 생활이 참 재밌네. 실습 나온 것 같아.’
책에서만 보던 심리학이 회사에서는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래서 강진은 인기 인턴 뽑기에서 한발 물러나서 인턴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편을 짜는지 볼 생각이었다.
***
퇴근 시간이 되갈 때 강진의 핸드폰에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내 표가 주인이 없기는 한 모양이네.’
정직원이 될 생각이 없는 인턴의 표이니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다 생각을 해서 먼저 선점들 하려는 것이다.
핸드폰에 오는 문자들을 읽던 강진이 최동해를 힐끗 보았다. 최동해도 가끔씩 핸드폰을 보는 것을 보니 자신과 비슷한 문자들이 오는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인턴들이 모이자고 해?”
“네? 네.”
“어떻게 할 거야?”
“안 가려고요.”
“왜?”
“가면 많이 먹을 텐데, 살 빼야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잘 생각했어.”
“형도 문자 오는 것 같던데?”
“나는 만나 보려고.”
“맛있는 것 드시겠네요?”
“맛있는 걸 먹기보다는 맛있는 것을 만들어야지.”
“네?”
무슨 말이냐는 듯 보는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내 식당으로 모이게 하려고. 오랜만에 매상 좀 올리는 거지.”
그러고는 강진이 문자를 보낸 사람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문자를 보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매상도 올리고, 심리학적 호기심도 채우고…… 최고네.’
웃으며 강진이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섯 시가 되자 몸을 일으켰다.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그를 보았다.
“연락들 와?”
“많이 왔습니다.”
“그럼 즐겨.”
그러고는 이상섭이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도 연락 왔지?”
“네.”
“너도 이만 퇴근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는데요.”
최동해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체육 행사 끝나면 외근도 나가게 될 겁니다. 포항이나 부산처럼 먼 곳도 갈 일이 많을 테니 지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요.”
임호진의 말에 최동해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최동해가 서류들을 정리하고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오늘도 야근이세요?”
“금요일 하루 편히 쉬려면 계속 야근해야지.”
“음…… 제가 이따가 김밥이라도 좀 싸가지고 올까요?”
“정말?”
반색을 하는 이상섭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한 줄당 천 원만 받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천 원 받을 거면…… 그냥 공짜로 주는 것이 낫지 않나?”
“공짜로 물건 받으면 나중에 그게 다 빚이 되십니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말, 지금 써먹는 건가?”
이상섭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강진이 하려던 말은 JS 금융에 대한 것이었다.
돈을 낼 능력이 됨에도 공짜로 물건을 받으면 JS 금융의 예금이 차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셈이죠. 그리고 맛있는 김밥이 천 원이면 그렇게 많이 이상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게다가 배달도 해 주는데…… 그럼 난 두 줄!”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다른 직원들을 보았다.
“다른 분들은요?”
그리 먼 곳에서 한 이야기도 아니고 작은 목소리도 아니라 사무실 사람들은 이미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우리도 해 주는 거예요?”
김혜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한 줄이나 열 줄이나…… 재료만 준비하면 뚝딱이죠.”
“그럼 저는 한 줄요.”
“나는 두 줄.”
사람들이 주문을 하는 것을 받아 적은 강진이 최동해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연락했어?”
“아뇨.”
“보고 싶다는 애들한테 우리 식당으로 오라고 해. 매상이나 올리게.”
“그럴까요?”
“그래.”
말을 하며 강진은 엘리베이터를 타며 냉장고에 있을 식재료를 떠올렸다.
‘김밥 재료가…… 김밥용 단무지가 없네.’
냉장고에 있는 재료 중에는 김밥용 단무지가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레시피는 할머니 김밥으로 하고, 중간에 레시피를 깍두기 볶음밥으로 해서 깍두기만 단무지 대신 조져서 넣자.’
연습장 레시피에는 많은 동서양 요리들이 있지만, 가끔은 없는 것도 있다.
그래서 비슷한 요리에서 중간 중간에 다른 레시피를 활용해서 재료를 다듬거나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도 나름 괜찮았고 말이다.
머릿속으로 김밥 레시피를 떠올리며 회사를 나오던 강진은 황규식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기다리신 겁니까?”
“지금쯤 나오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웃으며 다가오던 황규식이 최동해를 보고는 반갑게 손을 들었다.
“동해 씨!”
웃으며 아는 척을 하는 황규식의 모습에 최동해도 가볍게 손을 들어보였다.
“오랜만이네요.”
“같은 회사에 있어도 부서가 다르니 얼굴 보기가 이렇게 어렵네요. 아! 강진 씨 가게 가서 밥 먹을 건데 같이 하시죠.”
황규식이 잘 됐다는 듯 하는 말에 최동해가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일단 갑시다. 아! 규식 씨 내 식당 와 본 적 없죠?”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개인 취향대로 만들어 주신다고요?”
“제대로 들으셨네요. 가시죠.”
강진이 앞장서서 황규식과 최동해를 데리고 가게로 향했다.
한끼식당에 도착한 황규식이 의아한 얼굴로 가게를 둘러보았다.
“가게가…… 여기였네요.”
“이상한가요?”
“그게 아니라…… 출퇴근하느라 하루에 두 번은 여기 왔다 갔다 하는데 가게를 본 기억이 없어서요?”
“제 가게가 이상하게 눈에 잘 안 뜨이고 그럽니다. 이상하게요.”
말을 하던 강진은 핸드폰에 문자가 오는 것에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 내용에 강진이 주방에 앉아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확실히…… 영업시간에는 귀신들을 내보내야겠어.’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동해야, 밖에 인턴들 있을 거야. 데리고 들어와.”
“네.”
최동해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에 황규식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동해 씨하고 말을 놓고 지내십니까?”
“같은 부서에서 매일 얼굴 보는데, 계속 존대하고 지내는 것도 그렇고 해서 형 동생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회사인데…….”
“회사 안에서는 존대하고 사적인 자리에서만 편히 지냅니다.”
강진의 말에 황규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동해 씨하고 많이 친해지신 것 같습니다.”
“책상 건너 매일 마주 보는데…… 원수가 아니면 친해져야죠.”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혹시 다른 인턴들도 옵니까?”
“제 표를 원하는 건 황규식 씨 한 명만이 아니랍니다.”
웃으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다가 말했다.
“그리고 황규식 씨한테도 이곳이 기회의 자리가 될 거예요. 무슨 의미인지 알죠?”
강진의 말에 황규식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강진의 말대로 황규식에게도 이곳은 기회의 장소가 될 수 있었다.
9표를 얻으려면 어떻게든 다른 사람의 표를 잡아먹어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