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95
696화
강진의 이야기를 들은 이강혜가 놀란 눈을 한 채 물었다.
“그럼 네가 귀신에게 밥을 주는 요리사라는 말이야?”
“맞아요.”
“대단하다.”
“대단하기는요. 그냥 사람 손님도 받고 귀신 손님도 받는 거예요.”
“그래도 대단하지. 귀신한테 밥을 준다니…….”
말을 하던 이강혜가 문득 그를 보았다.
“전에 VR 모델 고등학생들 혹시?”
“맞아요. 그 아이들도 저희 가게 손님들이었어요.”
“그런데 왜…… 그 부모님들에게 아이들 보게 해 주지 않았어? 그분들도 자식들을 보면…….”
이강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죽은 자식을 본 부모는 기쁠까, 아니면 슬플까.’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혁은 죽은 것처럼 숨만 쉬고 있기는 하지만, 죽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죽었으니…… 그런 자식을 보는 부모들의 마음이 어떨지 감이 오지 않지 않았다.
애초에 귀신이 된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귀신을 본다는 게 좋기만 한 일은 아니라서요.”
“그렇겠지?”
“그리고…… 애들 보면 그리움만 더 커질 것 같기도 하고, 자식이 귀신 된 것 보면 얼마나 더 가슴이 아프시겠어요.”
“그 말이 맞네. 하지만 나는 강진이가 오빠 보게 해 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해.”
웃는 이강혜를 보던 강진이 오혁을 보았다. 오혁도 고맙다는 듯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런 오혁을 잠시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저 매형하고 잠시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요.”
“나 들으면 안 되는 말이야?”
“조금요. 이쪽 계통 일이라서 누나는 들어서 좋을 것이 없어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잠깐만 나가 있어.”
오혁이 한 말을 지금의 이강혜는 듣지 못했다. 커피를 마신 효과는 아침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강진이 오혁이 한 말을 전해 주자 이강혜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진은 이강혜에게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주방에 들어가 맥주잔에 시원한 오미자차를 따라서 가지고 나왔다.
“실장님하고 잠시 드시고 계세요.”
“알았어.”
이강혜가 잔을 들고 나가자 강진이 문을 열어주고는 다시 닫았다. 그러고는 오혁에게 다가간 강진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혁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어제 느낀 건데…… 너 내 생각을 알고 있니?”
“네.”
“그렇구나.”
오혁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그래서 강혜에게 저승 음식을 준 거니? 나를 설득하라고?”
오혁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그리고 설득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럼?”
“누나가 형을 보고 웃어 주면 형은 살고 싶어 할 테니까요. 아니에요?”
강진의 물음에 오혁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맞아. 어제 강혜가 나한테 미소를 지어 주니…… 정말 죽고 싶지 않더라. 저승사자가 쫓아오면 발로 뻥 차버려서라도 살고 싶었어.”
오혁은 이강혜를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오늘 강혜하고 같이 온 이유는…… 너한테 고맙다는 말과 다음에 깨어나서 다시 보자는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거야.”
“작별 인사요?”
“형 오늘부터는 몸에 붙어 있을 거야. 그리고 최대한 살려고 노력할 거야. 어떻게든 이 빌어먹을 몸 다시 깨어나도록 집중하고 또 집중할 거야.”
오혁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살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제가 아는 분이 그러는데 환자한테는 살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대요.”
“살 거야. 반드시 꼭 살아서 우리 강혜 닮은 딸도 낳고 나 닮은 아들도 낳고 애들 목마 태우고 소풍도 갈 거야.”
단호한 오혁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소풍 갈 때 도시락은 제가 싸 드릴게요.”
“하하하! 그래! 꼭 네가 도시락을 싸 줘라.”
“그럼 다음에 볼 때 다시 인사를 해야겠네요.”
“우리 사이에 인사는 무슨.”
“아니, 인사를 해야죠. 처음 보게 될 텐데.”
“처음?”
무슨 소리냐는 듯 보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영혼이었을 때의 기억은 깨어나면 없어져요.”
“그래?”
“영혼일 때 뵈었던 분이 있는데 깨어나서는 저를 못 알아보더라고요.”
“아…….”
강진의 말에 오혁이 아쉽다는 듯 그를 보았다.
“너를 오랫동안 본 건 아니지만, 이 좋은 기억이 사라진다는 게 아쉽네.”
“그 아쉬움 정도는 날려 버릴 좋은 기억을 다시 만들면 되죠.”
“그것도 그러네.”
작게 웃은 오혁이 강진을 보았다.
“형이 나중에 깨어나면 너 좋은 선물 하나 해 줄게.”
“선물이라…… 좋죠. 저는 참고로 작지만 비싼 거나, 크지만 비싼 것들을 좋아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형이 깨어나면 크고 굴러 가면서 비싼 걸로 선물해 준다.”
“설마 차요?”
“기대해. 그럼 형 간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누나하고 같이 안 가시고요?”
“하루라도 빨리 몸 회복하려면 몸에 들어가 있어야지. 강혜한테는 먼저 간다고 이야기해 줘.”
스르륵!
문을 뚫고 가 버리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가서 열심히 몸 회복하겠다는 생각만 하세요. 그럼 몸이 형 용서해 줄지도 모르죠.”
그동안 영혼을 밀어냈던 몸이 쉽게 오혁을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빌고 용서를 구하면 언젠간 받아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건…… 잘못 저지른 남편이 아내에게 용서 구하는 것 같네.”
집에서 쫓겨난 남편이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집에 돌아가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이강혜에게 오혁이 갔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에 살짝 놀라던 이강혜는, 몸을 빨리 회복시키려고 그러는 것이란 강진의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행동력이 있기는 해.”
“형 옆에서 이야기 자주 해 주세요. 누나 목소리만큼 형한테 가장 좋은 치료제는 없을 겁니다.”
“목소리라…… 알았어. 내가 자주 이야기하고 많이 안아주고 할게.”
이강혜는 강진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도원규와 함께 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살짝 웃었다.
“형, 꼭 잠에서 깨어나세요.”
***
일요일 아침, 강진은 식당 직원들과 함께 행복 보육원으로 가고 있었다.
이번엔 강상식과 황민성 둘 다 일이 있어서 빠졌다. 두 사람 다 미안해했지만 강진은 웃으며 말했다.
-놀러 가는 것이 아무리 좋아도 일을 다 해야 놀러 갈 수 있는 겁니다. 일에 지장이 될 정도로 놀면 되겠어요? 일 잘 보시고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시간 될 때 같이 가요.
자신의 일을 미루면서까지 봉사하러 가는 것은 과한 것이니 말이다.
한편으론 그 두 사람이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그만큼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었다.
이러한 탓에 오늘은 강진과 한끼식당 식구들만 보육원에 들어서고 있었다.
부릉!
보육원 안에 차를 몰고 들어가자 곧 아이들이 다가왔다.
“와! 푸드 트럭 왔다.”
“아저씨!”
아이들이 모여드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얘들아 안녕.”
“네!”
“오늘은 뭐해 줄 거예요?”
“오늘은 순대하고 어묵꼬치, 그리고 떡볶이야.”
“오늘은 통닭 없어요?”
한 아이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너희들이 통닭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당연히 통닭도 있지.”
“와!”
아이들이 웃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던 강진은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이들 몇이 다가왔다.
“저희가 도울게요.”
“그래? 그럼 여기에 물 좀 담아다 줄래?”
“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
“괜찮아.”
강진이 물통을 주자, 아이들이 그것을 들고는 수돗가에서 물을 받아왔다.
물을 필요한 곳에 부은 강진이 푸드 트럭에 모여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놀다가 이따가 부르면 와.”
“네.”
아이들이 웃으며 자리를 벗어나자 강진이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다른 곳을 보고 있는 헛개와 웃으며 이쪽을 보는 감초 어른이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강진의 인사에 감초 어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오면 좋겠는데…… 바쁜가?”
감초 어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봉사 다니는 곳이 세 곳이라서요. 여기에만 매주 오기가 힘드네요.”
“아…… 그렇구먼. 좋은 일 하네.”
감초 어른의 말에 강진이 헛개를 보았다.
“헛개 씨도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발로 땅을 툭툭 치는 시늉을 하는 헛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여기 올라오세요.”
“나?”
“헛개 씨 주려고 제가 초콜릿을 가져왔습니다.”
“초콜릿?”
그게 뭐냐는 듯 보는 헛개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안 드셔 보셨을 것 같아서 가져왔는데, 역시 그러셨군요.”
“그럼 여기서 먹으면 되지, 뭘 거기까지 올라오라고 해?”
헛개는 퉁명하게 말을 하면서도 슬며시 푸드 트럭 위로 두둥실 올라왔다. 그런 헛개를 보던 강진이 주위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
“죄송한데 몸을 좀 낮춰 주시겠어요?”
“낮춰? 여기서 더?”
좁은 푸드 트럭 안이라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여기에서 몸을 더 낮추려면 엎드리거나 눕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제가 초콜릿을 가져왔는데…… 이거 드시는 거 사람들이 보면 안 돼서요.”
“귀신이 음식을 먹는데 그걸 어떻게 사람이 보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헛개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아이스박스 안에 들어 있는 초콜릿을 꺼냈다.
“이건 귀신들이 먹는 거라서 귀신이 만지고 직접 먹을 수 있거든요.”
강진은 슬쩍 초콜릿을 뜯어서는 내밀었다.
“아 해 보세요.”
헛개가 초콜릿을 보고는 입을 벌리자 강진이 그것을 입에 넣어주었다.
초콜릿을 입에 넣은 헛개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이건…….”
“맛있죠.”
“너무 달고…… 달아.”
헛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콜릿 중 카카오가 많이 첨가가 되어 있는 것은 단맛보다 쓴맛이 강하지만, 카카오가 조금 들어 있는 것은 보통 초콜릿 맛이었다.
“맛있죠?”
“너무 맛있어.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말 그대로 입에서 녹는 맛이야.”
“그야 초콜릿이니까요.”
강진은 초콜릿을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스윽!
자신의 손에 초콜릿이 들리는 것에 헛개가 놀란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직접 초콜릿을 만질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초콜릿 조금 내려 주실래요? 애들이 볼 수 있어서요.”
강진의 말에 헛개가 급히 초콜릿을 밑으로 내렸다가 감초를 보았다.
“아…….”
잠시 입맛을 다신 헛개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도 이거 드셔 보셨소?”
헛개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감초가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 먹는 건 봤지만 먹어 본 적은 없구나.”
“아이들이 먹는다고? 이 맛있는 걸?”
“자주는 안 먹지만 가끔씩 사서 먹더구나.”
“이거 엄청 비싼 것 아니오?”
“그리 안 비싼 것 같던데?”
“이렇게 맛있는 것이 안 비싸다고?”
“비싸면 여기 아이들이 어떻게 먹겠니?”
감초의 말에 헛개가 초콜릿을 물끄러미 보았다.
“내 새끼들도……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 맛있는 것을 먹었을 텐데…….”
헛개의 말에 감초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지금은 어딘가에서 맛있게 먹고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소. 나처럼 무능하고 천한 아비 만나지 말고…….”
한숨을 쉬는 헛개의 모습에 감초가 입맛을 다셨다. 헛개의 말은 자신에게도 통하는 말이었다. 헛개도 천한 노비 부모를 만나 이렇게 된 것이니 말이다.
감초가 미안함과 안쓰러운 눈으로 헛개를 볼 때, 그가 말했다.
“아버지도 이리 올라 오슈.”
“나?”
“아버지도 안 먹어 봤다면서.”
헛개는 초콜릿을 반으로 부러뜨리고는 옆을 보았다.
“이리 오슈.”
헛개의 말에 감초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자세 낮추라고 합니다. 애들이 우리 먹는 것 본대요.”
“알았다. 그렇게 먹으마.”
감초가 자세를 낮추자, 헛개가 초콜릿을 아래로 내밀었다. 그에 감초가 고개를 숙인 뒤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초콜릿을 먹은 감초는 미소를 지으며 헛개를 보았다.
“맛이 아주 좋구나.”
두 귀신이 초콜릿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은 웃으며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