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96
697화
감초와 헛개가 맛있게 초콜릿을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좀 더 드릴까요?”
“더 있나?”
“그럼요.”
강진이 이번에는 다른 맛이 들어간 초콜릿을 꺼냈다.
“이건 안에 딸기 들어가 있는 겁니다.”
“딸기?”
“산딸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감초의 말에 헛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굴을 숙여 초콜릿을 한 조각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우물거리다가 미소를 지었다.
“이건…… 달면서 새콤하군.”
“안에 딸기가 있으니까요.”
“아주 맛이 좋아.”
헛개는 딸기 초콜릿을 보다가 하늘을 보았다.
“형님들, 이 세상에는 싸고 맛있는 것이 무척 많소.”
기분 좋은 얼굴로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는 헛개에게 강진이 말했다.
“어떻게, 여기 지내시는 것은 마음에 드세요?”
강진의 말에 헛개가 초콜릿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산에서 혼자 있던 것보다는 좋아. TV라는 것에서 재밌는 것도 많이 하고…….”
말을 하던 헛개가 아이들을 보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다 부모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하고 그렇더군.”
“부모님은 없지만, 부모처럼 살펴 주는 원장님과 직원분들이 계시니까요.”
“여기 원장이라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들 모두 좋은 이들이더군.”
“애들한테 잘하시죠.”
헛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이 시대 정치하는 이들은 우리 시대 때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더군.”
부패한 정치인들을 말하는 헛개를 보며 강진이 쓰게 웃었다.
“뉴스 많이 보셨네요?”
“시대를 아는데 뉴스만큼 좋은 것이 없어 보였어.”
헛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도 좋은 관리가 있으면 나쁜 관리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 이 시대에도 나쁜 정치인이 있으면 좋은 정치인도 있어요.”
“그런가?”
“제가 아는 정치인 두 분은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고 많이 노력하세요.”
“나쁜 놈만 있는 것이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군.”
“세상 어디에도 나쁜 사람만 있는 곳이나, 좋은 사람만 있는 곳은 없으니까요.”
헛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콜릿을 먹자, 강진은 슬쩍 감초 어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이 좀 괜찮아지셨어요?’
강진이 작게 입모양으로 묻자, 감초 어른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쥔 초콜릿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것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사이가 좋아졌으니 이렇게 초콜릿을 준 것이 아니겠냐는 의미였다.
‘조금 서먹한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백 년 넘게 서먹하던 사이인데 바로 살갑게 대할 수는 없겠지.’
두 귀신이 옆에서 초콜릿을 먹는 동안 강진은 음식을 만들었다.
강진이 직접 만든 순대는 아니지만, 맛이 좋다는 공장 순대를 찜통에 넣고 내장 부속물들을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끓어오르는 기름에서 통닭을 건진 강진이 음식들을 보다가 말했다.
“얘들아, 와서 먹어라!”
강진의 외침에 아이들이 뛰어왔다.
아이들이 순대와 통닭들을 알아서 담아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감초 어른과 헛개도 옆에서 순대와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로 가서 음식을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헛개에게 물었다.
“음식 어떠세요?”
“따뜻하게 바로 먹으니 전에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군.”
“음식은 하자마자 바로 먹어야 맛이 있죠.”
헛개는 음식들을 보다가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허겁지겁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음식을 즐기는군.”
“즐겨요?”
“나 때는…… 음식은 빨리 배에 넣어야 했거든. 그래서 허겁지겁 입에 넣으면서 최대한 많이 먹으려 했지. 그런데 저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 그저 즐겁게 친구들과 함께 먹는군.”
헛개는 고개를 돌려 강진을 보았다.
“이 음식들도 지금은 다들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건가?”
“길거리에서 흔히 팔고 흔히 사 먹는 음식입니다.”
“이 귀한 돼지고기를 흔히 먹을 수 있다니…….”
순대 옆에 있는 잘 익은 내장들을 보며 미소를 짓는 헛개에게 강진이 말했다.
“그 시대 때는 정말 힘드셨나 보네요.”
“보릿고개라는 말이 괜히 있던 시기가 아니니까.”
입맛을 다신 헛개가 한숨을 쉬다가 강진을 보았다.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부탁요?”
헛개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며칠 전에 TV를 보는데 궁에 관광객들이 나오더라고.”
“궁?”
“왕이 사는 곳 말이야. 한양에 있는.”
“많이들 가서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하죠.”
“나도 가보고 싶군.”
헛개의 말에 감초가 그를 보았다.
“궁에 가고 싶어?”
“가 보고 싶소.”
“왜?”
“형님들이 다 거기 가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가려고 했었고.”
잠시 말을 멈춘 헛개가 말을 이었다.
“왕한테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하고 싶었소.”
“지금은 왕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있다는 건 아네. 다만…… 그래도 가고 싶어. 형님들도 동생들도 다 거기에 가고 싶어 했어.”
헛개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박령이라 여기에서 멀리 못 가지 않으십니까?”
강진의 말에 헛개가 말했다.
“그것은 소희 아가씨에게 부탁하면 될 일이네.”
“응? 소희 아가씨를 아세요?”
“조선 귀신 중에 소희 아가씨를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나?”
“아…… 아시는구나.”
“가끔 한 번씩 들러 이야기를 하시고 가시네.”
헛개의 말에 감초 어른이 말을 덧붙였다.
“아가씨께서는 전국 한 많은 귀신들을 자주 들여다보시지. 나도 참 안쓰럽게 생각을 하셔.”
감초 어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다 늙은 노인 귀신을 안쓰러워하는 김소희를 떠올려 보니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녀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감초 어른은 헛개를 보았다.
“지박을 풀어 달라 하려는 것 같은데…… 지박이 풀리면 승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알고 있니?”
“알고 있소.”
“그렇게 해서까지 볼 이유가 있겠니? 궁이라고 해도 지금은 왕이 없는 곳…… 그저 건물일 뿐인데.”
“형님들과 그렇게 가려고 했던 왕이 사는 곳은 어떤 곳인지 내 눈으로 보고 싶소.”
헛개의 말에 감초 어른이 그를 보다가 푸드 트럭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숙였다.
“소희 아가씨, 감초가 아가씨 뵙기를 청합니다. 송구합니다.”
그런 감초 어른의 옆으로 헛개가 다가가더니 같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두 귀신의 앞에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으윽!
김소희는 감초 어른과 헛개가 같이 있는 것을 지그시 보다가 말했다.
“자네의 원이 이루어졌군.”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김소희는 헛개를 보며 말했다.
“자네 아비가 그동안 자네 걱정을 많이 하였네.”
“…….”
헛개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그에 김소희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 아비의 잘못이라면…… 그저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세.”
“…….”
역시 말이 없는 헛개를 김소희가 볼 때, 강진이 슬며시 향수를 들고 왔다.
“아가씨.”
강진의 부름에 김소희가 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손목에 향수를 뿌려주자, 그녀가 그것을 목에 바르며 감초를 보았다.
“그래, 나를 보자 한 연유가 무엇인가?”
감초는 헛개를 잠시 보다가 말했다.
“저와 헛개의 지박을 풀어주실 수 있겠는지요.”
감초의 말에 헛개가 그를 보았다.
“나만 풀면 되오.”
“아들이 먼 곳 간다는데 아비가 같이 가야지.”
감초의 말에 헛개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아버지 승천 기회도 없어질 수 있소. 나만 지박을 풀겠소.”
“백 년 만에 너와 이렇게 한자리에 있게 됐는데…….”
감초가 미소를 지으며 헛개를 보았다.
“이제 헤어지면 나는 더는 못 살 것 같구나. 그러니 나는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다.”
싱긋 웃는 감초의 말에 헛개는 입을 우물거렸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헛개를 보던 김소희가 감초를 보았다.
“자네가 그것으로 되었다면 그런 것이겠지.”
말을 하며 김소희가 손을 내밀자 옆에서 두둥실 떠 있던 귀검이 스르륵 움직이며 그녀의 손에 잡혔다.
스르륵!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귀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왔다.
툭툭툭!
발도된 귀검에서 핏방울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김소희는 평소에도 무서운 모습이지만, 검까지 뽑아드니 더 무섭고 살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귀검을 뽑아 든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이 땅에 묶인 것이 풀리면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때 의식을 집중해서 이 땅에 머문다는 생각과 몸이 무겁다는 생각을 하거라. 그렇지 않다면 조선 땅 어딘가로 날아가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귀신이 준비할 시간을 잠깐 준 김소희는 검을 들고는 입을 열었다.
“해(解)!”
작은 음성과 함께 땅에 두 귀신과 연결이 된 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투명한 선 두 가닥이 감초, 헛개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던 김소희가 검을 휘둘렀다.
스르륵!
땅과 연결이 된 선이 끊어지자 두 귀신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집중하게.”
김소희의 차가운 목소리에 두 귀신은 정신을 집중하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두둥실 떠 있던 두 귀신의 몸이 땅에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예림 때와 달리 조용히 땅에 내려서는 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내공이 있으니 바로 적응을 하는구나.’
조선 시대 귀신이라 그런지 지박이 풀렸다고 바로 어딘가로 튕겨나가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은 서둘러 음식을 마저 만들었다.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지만, 경복궁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시간까지 생각을 하면 서둘러야 했다.
정리를 하던 강진은 근처에 있는 학생을 보았다.
“학생.”
강진의 부름에 순대를 입에 넣던 학생이 다가왔다.
“원장님 좀 모셔와 주겠어?”
“원장님요?”
“내가 일이 있어서 지금 가야 할 것 같아. 그래서 음식을 좀 두고 가려고.”
“알겠습니다.”
학생이 먹던 순대를 친구에게 주고는 서둘러 건물로 가자 강진이 남은 재료들을 마저 튀기고 볶기 시작했다.
음식을 모두 만든 강진은 원장에게 그것을 모두 건넸다.
“그런데 오늘은 그분 안 오시네요?”
“누구요?”
“송은실 여사님하고 지혜요.”
눈이 안 보이는 어머니와 딸을 말하자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사님 요즘 바쁘십니다.”
“일 시작하셨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요즘 바쁘십니다.”
“그런데 일요일에도 일을 하세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주말에 일 공부한다고 요즘 잘 안 오시더군요.”
원장은 음식을 보며 말했다.
“이따가 저희 애들 시켜서 먹을 것을 좀 보내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들러서 음식도 드리고 인사도 하고요.”
“집을 모르실 텐데.”
“알고 있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은 원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반찬통에 음식들을 담았다.
사실 송은실 집을 모르기는 하지만, 감초 어른이라면 알 것 같아 그렇게 말한 것이다. 감초 어른이 모른다면 동네 귀신들에게 물어봐도 될 것이고 말이다.
‘설마 동네에 귀신 하나 없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