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1
71화
김밥을 다 만든 강진은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었다.
“장 사장님, 저 태광무역 이상섭입니다. 잘 지내시죠. 다른 건이 아니라 다음 주 목요일에 뵙기로 한 거요. 죄송한데 하루만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네.”
사무실에 들어선 강진은 바쁘게 통화를 하고 있는 이상섭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일정을 하루씩 미뤄야 하는 상황이라, 수요일인데도 아직 전화를 돌릴 일이 많은 것이다.
“김밥 배달 왔습니다.”
작게 팀원들에게 인사를 한 강진이 팀원들에게 은박지에 싸인 김밥을 하나둘씩 내려놓았다.
“고마워요.”
“여기 이천 원.”
팀원들이 인사와 함께 김밥 값을 주자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임호진에게 김밥을 가져다주자 그가 웃으며 김밥을 받았다.
“고마워요.”
“과장님하고 저도 이제 많이 편해진 것 같은데…… 아직 말을 놓을 때는 아닌 겁니까?”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강진 씨하고 많이 편해지기는 했죠.”
“그럼 이제 말 놓으시는 겁니까?”
“사실 나는 말을 놓는 것보다 높이는 것이 더 편해서요. 그래서 나는 강진 씨에게 말을 높이는 것이 더 편합니다. 그리고 습관이기도 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말을 높이는 것이 임호진에게는 습관인 것이다.
“높이는 것이 더 편하시면야…… 김밥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은박지를 뜯던 임호진이 물었다.
“인턴들은 만났어요?”
“지금 제 가게에서 한창 열정적으로 이야기들 하고 있을 겁니다.”
“호오! 매상 올리려는 겁니까?”
자신의 생각을 읽는 임호진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왕 밖에서 먹을 거면 제 가게에서 먹으라는 거죠. 맛도 있고 저도 있고.”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해 씨는요?”
“지금 제 가게에서 슈퍼스타가 돼 있을 겁니다.”
“슈퍼스타?”
“동해 씨가 표를 주겠다는 사람한테 제 표도 주겠다고 했거든요.”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동해 씨, 정직원 될 생각이 없다는 것 사실입니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해…… 아니 최동해 씨한테는 다이어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진 씨가 설득한 모양이군요.”
“인턴 끝나면 강원도에 있는 기숙 학원에서 일 년 동안 살을 뺄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군요. 게다가 기숙 학원이면 공부도 할 수 있을 테고. 살도 빼면서 취업 준비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어깨를 풀며 말했다.
“그래서 강진 씨 생각에, 인기 인턴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어떤 것이 말입니까?”
“이번에 인기 인턴이 나올 것 같습니까?”
임호진의 물음에 직원들이 그를 보았다. 김밥을 먹으며 간단하게 휴식을 하고 있다가 인기 인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인턴들에게는 전쟁이지만 그들에게는 재미있는 흥밋거리이니 말이다.
“어려울 겁니다.”
강진의 답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그럼 인기 인턴이 안 나오는 겁니까?”
“나오기는 할 겁니다.”
“호오! 뭔가 생각이 있나 보군요.”
“요즘같이 청년 실업이 심한 세상에서 실업자 한 명 줄어드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뽑게 만들어야죠.”
“자신이 아니더라도 말입니까?”
“가게가 아니었다면 저 역시 그들과 같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춘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취업되는 쪽으로 돕고 싶습니다.”
“무슨 생각입니까? 인턴들 뜻 모으기 쉽지 않을 텐데?”
임호진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인기 인턴이 나올 확률은 1 아니면 0입니다. 그리고 0이 될 확률이 무척 큰 게임이죠. 그렇다면 저는 0이 아닌 1이 되게 만들 겁니다.”
“0이 아닌 1이라…… 가능해요?”
“운에 맡기면 가능합니다.”
“운?”
의아해하는 임호진을 보며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가위바위보!”
외치면서 강진이 주먹을 만들자 임호진이 자기도 모르게 보를 내밀었다.
“설마 가위바위보로 정하겠다는 겁니까?”
“이걸로 하면 일단 0은 안 됩니다.”
“하지만 인생이 달린 일을 누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겠습니까?”
“아무도 안 되는 것보다는 운 좋은 한 명이라도 되는 것이 낫다 생각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아쉬운 건 제가 아니라 인턴들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안을 할 뿐이죠. 그리고 이 방법대로면 어떻게든 한 명은 나오게 됩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한발 물러나며 손을 내밀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김밥 고마워요.”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팀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김밥 맛있게 드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김밥 맛있어요.”
“잘 먹을게.”
팀원들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이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왔다.
강진이 나가는 것을 보던 임호진이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가위바위보라…… 어떻게 생각해?”
“강진이 말대로 인턴들에게는 0보다는 1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상섭의 말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소한 가위바위보로 승자를 결정하면 0은 안 나오겠네.”
“그런데 정직원 되는 티켓을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겠어?”
임호진의 말에 최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딱히 다른 방법도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긴 그것도 일리 있네.”
“그건 그렇다 치고…… 어쩜 강진 씨는 김밥도 이렇게 맛있게 싸지?”
최미나의 말에 이상섭이 웃으며 김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게요. 깍두기를 썰어 넣은 것 같은데…… 식감도 좋고 맛도 있고. 좋네요.”
이상섭의 말에 임호진이 김밥을 보았다.
‘맛있겠는데.’
생각과 함께 임호진이 김밥을 입에 넣고는 씹었다.
우적!
김밥을 씹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확실히…… 강진 씨는 회사원보다는 음식점 사장님이 어울려.’
그리고 임호진은 어서 강진의 인턴 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강진이 팀원이라 점심에 그 식당을 못 가지만, 인턴이 끝나면 강진의 식당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
회사를 나온 강진은 한끼식당으로 향했다. 가게 안은 화기애애했다.
인턴들은 웃으며 술을 마셨고, 최동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동해 씨 좀 변한 것 같아.”
“그러게. 좀 밝아진 느낌이랄까?”
강진의 생각대로 최동해는 인턴의 중심에 있었다. 최동해를 잡으면 두 표를 얻으니 가장 좋은 선택인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그 안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식탁을 보았다.
“요리 더 필요하신 분?”
“계란찜 됩니까?”
“되죠.”
“새우젓 넣고도 돼요?”
“그렇게 해 드리죠.”
웃으며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계란과 파, 새우젓을 꺼냈다.
그리고 계란찜을 만들며 힐끗 홀을 보았다. 사람들의 환대에도 최동해는 그리 얼굴이 좋지 않았다.
조건 없는 환대라면 기분이 좋겠지만, 이건 누가 봐도 표를 바라는 환대이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내가 오히려 불편하게 한 건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라고 해 놨는데, 최동해로서는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최동해에게 말을 걸었다.
“동해야, 형 좀 도와줄래?”
“네.”
강진의 부름에 최동해가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왔다.
“뭐 도와드릴까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홀을 힐끗 보고는 그를 옆으로 오게 했다.
“너 불편한 것 같아서 불렀어.”
“아…….”
“그래서 누구한테 표 주고 싶어?”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힐끗 홀을 보았다. 홀에 있던 인턴들은 같은 팀을 이룬 사람들과 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진과 최동해처럼, 같은 부서에 배치된 인턴들끼리 팀을 이룬 것이다.
“딱히 없네요.”
그러다가 최동해가 강진을 보았다.
“형 줄까요?”
“나는 됐고, 네 생각에 가장 필요하다 생각되는 사람에게 줘.”
“다 필요해 보이는데…….”
“그래, 따지고 보면 그게 문제지. 14명이 원하는데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이라는 거.”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숟가락으로 끓고 있는 계란찜을 밑에서부터 긁어내기 시작했다.
드륵! 드륵!
쉬지 않고 계란찜 세 개를 동시에 긁던 강진은 계란찜이 80퍼센트 정도 익었다 생각이 되자 불을 줄이고는, 뚝배기 세 개를 가져다가 위에 뒤집어 올렸다.
뚝배기가 두 개씩 주둥이를 맞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잠시 수를 세던 강진이 계란찜 위에 올렸던 뚝배기들을 들어 옮겼다.
그러자 뚝배기 위로 황금색의 봉우리가 솟구쳐 있는 계란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감탄을 하는 최동해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죽이지?”
“빨리 떠먹고 싶네요.”
최동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계란찜을 홀로 서빙을 했다.
“계란찜 나왔습니다.”
“와…… 완전 폭탄 계란찜이네요.”
“그러게, 어떻게 하면 계란이 이렇게 솟구쳐요?”
“맛있겠다.”
사람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계란찜을 테이블마다 하나씩 올리고는 말했다.
인턴들이 계란찜을 떠서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는 좀 되셨습니까?”
이야기가 몇 번 오고가기는 했지만 쉽게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서로 간만 보며 분위기만 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모습에 강진이 식탁을 보았다. 그 사이 많지는 않지만 소주와 맥주들을 꽤 먹은 듯 빈병이 보였다.
‘술을 더 먹어야 화끈하게 시작이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비어 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저도 한 잔 주세요.”
“드세요.”
황규식이 술을 따라주자 강진이 웃으며 그 잔을 받아 마시고는 오철진을 보았다.
“철진 씨, 오늘 처음 뵙네요. 이강진이라고 합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소주를 들자 오철진이 잔을 내밀었다.
“오철진입니다.”
강진이 술을 따라주며 오철진의 곁에 있는 황은미를 보았다.
“오철진 씨는 옆에 분 지지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철진이 힐끗 황은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이면 같은 부서 사람이 정직원이 되면 좋겠죠.”
“그렇군요.”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며 말했다.
“철진 씨 생각에는 인기 인턴, 나올 거라 생각해요?”
강진의 물음에 오철진이 인턴들을 보았다. 오철진의 시선에 인턴들이 하던 말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오철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는 안 나올 겁니다.”
오철진의 말에 인턴들의 얼굴이 모두 굳어졌다. 인기 인턴이 되려고 지금 이렇게 모였는데, 오철진이 찬물을 뿌리니 말이다.
“그럼 여기 왜 왔습니까?”
황규식의 날카로운 말에 오철진이 답했다.
“은미 씨가 도와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럼 좀 도와 보시지 그래요?”
황규식이 조금 비아냥거리며 하는 말에 오철진이 그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인기 인턴, 십 년 내 나온 사람이 딱 한 명입니다.”
“미국 지사에 있는 장대성 대리님이죠. 그건 나도 알아요.”
말을 하는 황규식의 얼굴에는 조금 아쉬움이 떠올랐다. 장대성이 한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 인기 인턴이 되는 비결이라도 물었을 텐데 말이다.
“맞습니다. 십 년 동안 단 한 명입니다. 그럼 저번 차 인턴들은 우리보다 못해서 인기 인턴이 안 나왔을까요? 아니면 그분들은 이런 자리를 안 가졌을까요?”
오철진의 물음에 황규식과 인턴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런 인턴들을 보던 오철진이 입을 열었다.
“십 년 내 한 명 나온 것이 인기 인턴입니다. 그리고 인기 인턴으로 뽑혀 정직원이 된 것도 한 명입니다. 여러분들은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착각요?”
“인기 인턴은 이런 술자리와 대화로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슨 싸움이라도 해야 하는 겁니까?”
황규식이 장난하냐는 듯 하는 말에 오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인기 인턴은 대화가 아니라…… 싸워서 이긴 자가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