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말 싸우라고요?”
“싸움이라 말을 했지만, 승부입니다.”
“승부?”
“승부를 해서 승자에게 표를 몰아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인턴 중에 한 명은 인기 인턴으로 뽑혀 정직원이 될 수 있습니다.”
오철진의 말에 인턴들의 눈이 반짝였다.
‘확실히…… 승부를 해서 결과가 나온다면 한 명은 인기 인턴이 될 수 있다.’
‘맞아. 이런 대화로는 절대 표를 얻을 수 없어.’
‘하긴…… 아무리 대화를 해도 이건 취업이 달린 일인데 누가 표를 주겠어?’
‘나한테 유리한 승부가 뭐지? 뭘 해야 내가 이길 수 있지?’
인턴들이 속으로 생각을 할 때, 강진은 흥미로운 눈으로 오철진을 보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네.’
오철진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발 물러선 자의 여유인가?’
자신은 이 난장판에 포함이 되지 않으니 한 발 물러서서 생각을 한다. 그러니 여유가 있고, 여유가 있으니까 좋은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강진은 말없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이 될지 궁금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인턴 중, 오철진과 같은 부서고 그의 지지를 받는 황은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떤 종목을 하려고 하세요?”
황은미의 물음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직접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자도 있는데 힘으로 하는 종목을 선택하지는 않겠죠?’, 그리고 ‘남녀평등한 종목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죠?’라는 뜻이었다.
황은미의 말에 다른 여자 인턴 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여자들의 모습에 오철진이 말했다.
“지금 선택해야 할 것은 첫째, 여기 있는 모든 인턴에게 공평한 승부 방법입니다.”
오철진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평하다면야 그들로서도 반대를 할 이유가 없었다.
“둘째, 지금 이 자리에는 다섯 명의 인턴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연락을 해서 참가를 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입니다.”
“없으면 땡이지, 굳이 연락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인기 인턴 표는 지금 있는 인원으로도 충분히 모을 수 있습니다.”
황규식이 단호하고 빠르게 대답하자 다른 인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확률은 12분의 1이다. 하지만 다섯이 더 오면 17분의 1이다. 확률이 더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아홉 표만 먹으면 인기 인턴이 되는 것이니 다른 다섯 인턴의 표는 필요하지 않다.
즉 여기 있는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했다. 거기에 강진과 최동해, 오철진은 기권이니…… 아홉 명이서 승부하면 된다.
그럼…….
‘확률은 9 대 1이다.’
‘확률은 11퍼센트…….’
사람들이 속으로 확률을 생각할 때, 오철진이 입을 열었다.
“저희끼리 하면 나중에 여기에 참가하지 못한 다섯 명의 인턴에게 항의나 문제 제기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라고 하세요.”
“항의를 하든 말든 우리는 상관없습니다.”
인턴들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턱을 쓰다듬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스윽!
강진이 오철진을 보았다. 그러자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오철진이 그를 보았다.
“하실 말이 있습니까?”
오철진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혹시 아시는지 해서요.”
“뭐죠?”
“여기 12명은 지금 하나의 의견에 뜻을 모았습니다. 승부를 통해 인기 인턴을 뽑자.”
강진이 인턴들을 보자 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승부가 끝이 난 후 확실한 건 승자는 한 명이고, 탈락한 사람은 열하나…… 아니 저와 동해, 그리고 철진 씨를 뺀 여덟 명이라는 겁니다.”
탈락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기고 싶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승부지만, 승패는 갈라지게 되어 있다.
누구라도 패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여덟이라는 탈락자가 오늘 이 자리에 오지 않은 다섯 명의 인턴과 접촉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승부를 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가…….”
“약속을 어기는 일입니다!”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인턴들은 모두 말도 안 된다는 듯 말을 했다.
그런 인턴들의 표정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안도감과 불안감…….’
인턴들의 얼굴에서는 두 가지 감정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혹시 자신이 승부에서 져서 탈락자가 되더라도, 다른 인턴들과 함께 남은 인턴들을 모아 다시 승부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드는 안도감이었다.
그리고 불안감은 그 반대로…… 자신이 승자가 됐을 때 이 사람들이 정말로 다른 인턴을 끌어 들여서 판을 뒤집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탈락이 된다면…… 기회가 아직 있다는 말이다.’
‘기회가 더 있다?’
‘내가 승자가 됐는데 이 사람들이 배신하면 어떻게 하지?’
‘나 같아도 배신을 할 것 같은데…….’
인턴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슬쩍 소주를 들어서는 오철진에게 내밀었다.
그에 오철진이 잔을 들어 술을 받고는 강진에게도 따라주었다.
“강진 씨는 이 모임이 파투가 나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강진의 말이 아니었다면 여기 일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을 것이다.
승부를 낼 종목만 정하면 끝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강진의 말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럴 리가요. 저는 가능성이 있는 일을 미리 말을 해서 그런 일이 안 생기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분들 얼굴을 보니 제가 한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인턴들이 급히 얼굴 표정을 풀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모든 인턴들은 모두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에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강진 씨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다들 절박하신 분들입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탈락자가 되면 어떻게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자신이 탈락을 했다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황규식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일단 다섯 사람도 부르는 것부터 시작하시죠. 그리고…… 그들에게도 기회는 줘야죠.”
“그럼 확률이…….”
“지금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우리끼리 결정을 한 것을 알면, 그들 다섯에게는 그것이 여기 탈락자들을 회유해도 된다는 명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기회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 깃든 불안이 더욱 짙어졌다.
이번 불안함의 원인은 일단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선택은 여러분들이 하세요. 저와 오철진 씨는 어디까지나 한 걸음 물러난 방관자입니다.”
스윽!
그러고는 강진이 소주를 마시자 인턴들이 서로를 보았다. 말은 없지만 눈빛으로 여러 의견을 교환한 인턴들이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꺼냈다.
“제가 황석 씨한테 전화해 보죠. 아마 황석 씨하고 다른 인턴들이 모여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잠시 후 황규식이 말했다.
“황석 씨하고 다른 인턴들도 근처에서 술을 먹고 있다니, 곧 올 겁니다.”
황규식의 말에 강진이 자리를 보았다.
“탁자를 또 붙이면 반대로 갈 때, 탁자를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그럼 두 개씩 붙이죠.”
오철진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탁자 네 개를 사각형으로 붙였다.
그리고 술자리를 다시 준비를 한 강진은 오철진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방관자끼리 한잔하시죠.”
강진의 말에 오철진이 그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담배 한 대 피우시죠.”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가게 밖으로 나온 오철진이 입맛을 다셨다.
“곧 있으면 10월인데 아직도 후덥지근하네요.”
“아직은 여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것에 비하면 가게는 시원하고 좋습니다. 게다가 상권도 좋고 음식 맛도 좋으니 곧 맛집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철진이 그를 보았다.
“담배 안 하세요?”
“철진 씨는요?”
“저는 담배 안 합니다.”
“저도 안 합니다.”
강진의 답에 오철진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둘 다 담배를 안 하는데 담배를 피우자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다가 오철진이 가게를 보고는 말했다.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잡음이 많을 겁니다.”
“그거야 당연한 것이고…… 종목은 뭘 하면 좋을까요?”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철진 씨도 여기 오기 전에 지금 상황을 어느 정도는 예측한 것 같은데, 맞습니까?”
“조금 생각은 했습니다.”
“그럼 철진 씨는 뭘 생각하세요?”
“가장 좋은 건 운에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녀 차이도 나지 않고 실력에도 상관없는…… 동전 던지기 정도면 어떨까요?”
“동전 던지기라…… 말 그대로 운이군요.”
“강진 씨는요?”
“저는 가위바위보를 생각했습니다.”
“가위바위보라…….”
가위바위보를 잘하는 것도 실력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위바위보 역시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괜찮군요. 그럼 동전이나 가위바위보 둘 중 하나씩 고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철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황은미 씨를 왜 지지하시는 겁니까?”
“같은 부서니까요.”
“오직 그 이유 때문입니까?”
강진의 물음에 오철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강진 씨는 회사에 남을 사람도 아니고, 쉽게 남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라 생각을 합니다.”
“그런 쪽입니다.”
강진의 답에 오철진이 가게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
“태광무역은 좋은 회사입니다. 특히 직원의 복지가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태광무역의 직원 인사고과에서는 실무적인 것도 있지만, 인성도 많이 봅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위에 못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회사에 대해 많이 생각하셨나 보네요?”
“제가 가장 들어오고 싶었던, 말하자면 1지망인 회사니까요.”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황은미 씨를 돕는 모습을 보여 팀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려는 거군요.”
정직원에 가장 가깝다는 오철진이 황은미를 돕는다면, 같은 부서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는 듯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철진이 말했다.
“제가 너무 얍삽한 것 같습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황은미 씨는 도움을 받으니 좋은 일이네요. 철진 씨가 원하는 것이 있다 해도 황은미 씨에게는 도움이 되니까요. 다만…… 황은미 씨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하시는 것이 좋겠네요.”
“물론 그럴 생각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오철진이 손을 들었다.
“여기입니다!”
오철진의 말에 강진이 그가 보는 곳을 보니 남자 넷에 여자 한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17명의 인턴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는 오철진이 이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승부를 보자는 거군요.”
황석이 다섯 인턴을 대표해 말을 하자 오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간단하고 좋기는 한데…… 설득이 아니라 강요라는 것이 걸리는군요.”
“강요요?”
“설득이 됐다면 표를 남에게 줘도 승복을 하겠지만, 이건 승부를 볼 것이니 그냥 참가하라는 강요 아닙니까?”
자신들이 없는 곳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황석의 말에 오철진이 그를 보았다.
“그럼…… 여기 17명의 인턴 중 9명의 표를 설득해서 가져갈 자신이 있으십니까? 황석 씨는?”
오철진의 말에 황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자신이 없었다. 자신과 같이 온 네 명의 인턴에게도 표를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한 표도 못 받았는데…… 다른 12명에게 받는다?
‘제길…….’
설득이든 강요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기 인턴을 뽑는데 가장 빠르고 확실한 건 승부라는 것 말이다.
“그럼…… 종목은 뭐로 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