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24
725화
이혜미와 여직원들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도 집에 있을 수 있으면 집에서 부모님하고 같이 있고 싶잖아요.”
강진의 말에 주방에 있던 배용수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벽에 어깨를 기댄 채 여직원들을 보았다.
배용수의 얼굴에는 조금 씁쓸함이 어려 있었다. 강진의 말대로 된다면…… 직원들과도 이별을 하게 되니 말이다.
물론 완전한 이별은 아니었다.
보고 싶을 때 강진이 불러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동네에 출장 저승식당을 열어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집에 간다면 지금처럼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사는 것은 아니었다.
아쉬워하는 배용수를 슬쩍 본 강진이 여직원들을 보았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은 부모님 보러 가는 것만 생각하시고 집에 남을지, 아니면 지금처럼 이곳에 지낼지는 나중에 생각하셔도 됩니다.”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따지고 보면 타지에 돈 벌러 왔다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 보고 싶을 때마다 가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게를 보았다. 그러다가 같은 여자 직원들과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배용수를 보았다.
“저희끼리 상의를 해 볼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상의를 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가족을 보고 싶은 일에는 자기 욕심을 좀 차려도 괜찮습니다.”
여자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릇들을 정리하려고 하자, 강진이 그녀들을 말리고는 자기가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진이 그릇들을 모아 주방에 옮기자, 배용수가 홀을 보며 말했다.
“세 분 다 집에 가신다고 하면…… 여기도 많이 쓸쓸해지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을 틀어서는 그릇을 닦으며 말했다.
“그냥…… 우리가 쓸쓸해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배용수의 머릿속엔 예전…… 물론 예전이라고 해도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홀에 모여서 웃던 직원들이 떠올랐다.
승천을 한 선주와 최훈, 그리고 차달자와 그 식구들…….
‘그때는 참 북적북적했는데.’
사람 손님이 없어도 한끼식당 식구들로 식당이 북적거리던 때였다.
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 직원들을 보던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우리가 쓸쓸해지는 것이 맞지.’
죽어서 귀신이 되기는 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하는 가족이 있다면…… 자신들이 쓸쓸해지는 것이 맞았다.
강진이 한 말을 떠올리며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떼어낸 배용수가 냉장고에서 JS 과자들과 음료수를 꺼내서는 쟁반에 담았다.
그런 배용수를 힐끗 본 강진이 말했다.
“냉동실에 딸기 초콜릿 있어. 혜미 씨 좋아하더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동실에서 초콜릿을 꺼내 담았다.
JS 과자들이 담긴 쟁반을 든 배용수가 그것을 여자 직원들이 있는 곳에 내려놓았다.
“이야기는 먹으면서 해야죠.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아……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이혜미가 주방을 보며 말했다.
“설거지 그냥 두시라고 하세요. 이따가 저희가 할게요.”
“됐어요. 매일 놀기만 하는 놈 가끔 설거지도 해야죠.”
“사장님 손님들 받느라 피곤할 텐데…….”
“식당 사장이 손님들 대접한다고 피곤해하면 되나요.”
배용수가 잠시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생각하세요.”
“편하게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갈까 말까 할 때는 가고,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말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배용수는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고고고!”
그는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찌르는 시늉을 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해 보는 겁니다.”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이 어떠한 결정을 하든 늘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한끼식당 요리사입니다. 언제든지 맛있는 것 먹고 싶으면 오세요.”
그러고는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여러분들 혼자서 버스 타 보신 적 있나 모르겠어요.”
“버스요?”
사실 여자 직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살았을 때야 이용을 해 봤지만, 귀신이 된 후에는 나쁜 놈에게 끌려다녔고 그 후에는 강진과 함께 다녔으니 말이다.
“귀신도 어디 갈 때는 대중교통 이용해야 하니까요. 이거 제가 나중에 한번 여러분들 데리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 줘야 하겠네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미소를 지었다. 마음 편하게 결정을 하라는 배용수의 말에서 자신들을 향한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배용수는 이야기를 마저 나누라는 듯 과자를 가리키고는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설거지 그릇들을 헹구던 강진이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고고고! 좋은 말이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살았을 때야 이것저것 제약이 있으니 하고 싶다고 다 하다가는 은팔찌 차겠지만…… 귀신이 이것저것 잴 것이 있냐.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보고,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는 거지.”
“그러다가 JS 금융 가서 줄 선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천장 쪽을 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것 하다가 걸리는 거면…… 가서 줄 서야지. 세상에 대가 없는 것이 어디 있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릇들을 탁탁 털어 놓고는 손을 행주로 닦았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우리 여보야는 뭐가 하고 싶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고는 주먹을 들어 보였다.
“내가 예전에 중국에서 깡패 셋하고 싸웠다는 이야기 했었나?”
“그런 일이 있었어?”
무서우라고 한 이야기인데 강진이 호기심을 드러내며 듣고 싶다는 듯 보자, 배용수가 한숨을 쉬고는 주먹을 내려놓았다.
“됐다. 너하고 무슨 말을 하냐.”
“아니, 듣고 싶은데? 중국 깡패하고는 왜 싸운 거야?”
“듣고 싶어?”
“응.”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슬며시 말을 꺼냈다.
“숙수님 모시고 중국에 갔는데 호텔에…….”
배용수가 하는 이야기를 강진은 웃으며 들었다.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들으며 강진은 심란한 마음을 잊고 싶었다.
‘승천시키는 것도…… 마음 소모가 심하네.’
***
저승식당 영업시간, 강진은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술잔을 받던 최호철이 주위를 슥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 있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분위기 이상한 것이 느껴져요?”
“평소하고 너 분위기가 좀 가라앉은 것 같아서.”
“저 말고 이혜미 씨가 궁금한 것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한 최호철이 말했다.
“그것도 그렇고…… 너나 용수나 다른 분들이나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네?”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
최호철이 작게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말했다.
“전에는 향수가 없어서 부모님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니…… 부모님 곁에 있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좋겠죠.”
“그건…… 그렇지.”
최호철은 이혜미 쪽을 보았다.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은 한쪽에서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아직도 이야기 중이세요.”
“무슨 이야기? 엄마하고 아빠 볼 수 있고 다가갈 수 있으면 당연히 가야 하는 것 아니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러 가는 건 확정이에요. 내일이라도 저녁 장사는 잠시 쉬고 다녀올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고민을 하시는 건…… 부모님 곁에 있을 건지 아니면 여기에서 가끔 보러 갈 건지 그거 이야기 중이세요.”
“그게 고민할 것이 되나?”
당연히 부모님 곁에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처럼…… 저희도 이제는 가족이 됐으니까요.”
강진은 여자 직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에게 여기가 집인 것처럼 저분들에게도 이제 여기가 집이니 고민이 되는 거죠.”
“집이라…….”
최호철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직원들뿐만이 아니라…… 저승식당을 오가는 귀신들에게도 이곳은 집이었다.
그리고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귀신과 강진은 그들에게도 가족이었다.
자신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기에서 머물며 일을 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던 직원들이니 더더욱 가족처럼 느껴질 것이었다.
그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다.
이제야 강진과 배용수, 그리고 여자 직원들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이 이해가 된 최호철이었다.
“너는 괜찮냐?”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었다.
“사실 괜찮지는 않죠.”
강진이 힐끗 여자 직원들을 보았다.
“혜미 씨는 저를 잘 챙겨 줘요. 살았을 때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작은누나 같아요.”
“작은누나?”
“큰누나는 자상하지만 조금 엄할 것 같은데, 작은누나는 자상하면서도 챙겨 주는 이미지잖아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영 씨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잘못을 지적해 줘요. 이를테면 큰누나 스타일이죠.”
“정숙 씨는?”
최호철이 여자 귀신 중 한 명을 보았다. 하얀 얼굴에 머리가 긴 여자는 두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정숙이라는 이름에 강진이 웃으며 임정숙을 보았다.
“정숙 씨는 조용하면서 할 일을 하는 그런 분이죠. 내성적이면서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분이에요.”
“착한 여동생이라는 거네?”
“그렇죠.”
“큰누나에 작은누나, 거기에 여동생까지…….”
최호철이 강진을 보다가 씁쓸하게 말했다.
“강진이 마음이 좋지 않겠구나.”
누이들을 떠나보내게 됐으니 말이다.
“반은 씁쓸하고…… 반은 기뻐요. 사람이든 귀신이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니까요.”
밖에서 친구를 만나 놀든, 외식을 하든…… 마무리는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놀다 올게, 갔다 올게’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말이다.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를 따르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형.”
“응?”
“혜미 씨 어떻게 생각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최호철이 그를 보았다.
“뭐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물었다.
“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예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
“무슨 그런 걸 물어.”
“혜미 씨는 형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멈칫했다가 슬며시 말했다.
“그렇게…… 보이냐?”
“네.”
최호철은 잠시 있다가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욕심인 것 같잖아.”
“욕심요?”
“내 나이가 몇인데. 혜미 씨는 이십 대 초반이고, 나는 삼십 대 중반인데…….”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거야 형하고 혜미 씨 생전 나이고…… 혜미 씨 죽은 시간 생각하면 형하고 나이 차이 세 살? 네 살인가?”
“네 살.”
‘나이 생각을 해 보기는 해 봤네.’
속으로 웃은 강진이 말을 이었다.
“네 살 차이면 궁합도 안 본다는데 딱 좋네요.”
“그래도…….”
최호철이 자신의 얼굴 앞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뒤 위아래로 흔들었다.
“액면가가 다르잖아.”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하긴, 액면가로 따지면 십 원짜리하고 만 원짜리 정도 차이가 나기는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