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28
729화
용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강진과 한끼식당 식구들이 서 있었다.
“여기예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집에 사람이 있을까요?”
“엄마는 집에 있을 거예요.”
이혜미가 웃으며 아파트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아파트로 향하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그러세요?”
강진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냈다. 그러고는 아파트 계단 옆에 있는 화단에 들어갔다.
화단이라고 해도 꽃은 안 심어져 있고 그냥 맨 흙이 있을 뿐이었지만, 어쨌든 그곳에 들어간 강진이 밑을 두리번거리다가 향수를 들었다.
“향수 여기에다 둘게요.”
강진은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 향수를 깊숙이 넣었다.
“강진 씨.”
향수를 구석에 두는 이유를 눈치챈 이혜미가 그를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이 향수 다 쓸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부모님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집에 다녀오라고 두는 거예요.”
강진은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을 보았다.
“세 분 아직 결정 안 하셨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이 서로를 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끼식당에 있을지, 집으로 갈지 아직 결정을 못 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그래서 제가 생각을 했는데…… 여러분들은 지금 직장인이잖아요.”
“직장인요?”
이혜미가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러분들 월급 주는 사장인데…… 모르셨어요?”
“아!”
“월급을 주는 사람이 있고, 여러분들은 월급을 받으니 당연히 직장인이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었다. 그런 이혜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해요.”
“제안요?”
“직장인이 매일 집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가끔 집에 있고 싶을 때는 휴가를 가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강진이 곰곰 생각을 해서 낸 결론은 이것이었다. 차라리 직장인처럼 출퇴근을 하고, 휴가를 가라는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여직원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러다 이혜미가 강진에게 물었다.
“그건 직원이라서 그런가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가족이라서요.”
“가족?”
“저는 혜미 씨가 작은누나 같고, 선영 씨는 큰누나 같아요. 그리고…….”
강진이 임정숙을 보았다.
“이런 말 미안한데…… 정숙 씨는 제 동생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들과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요.”
강진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그 옆에 있던 배용수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강진과 배용수가 같이 사과를 하는 것에 이혜미가 임정숙과 강선영을 보았다.
그 시선에 두 귀신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이혜미 또한 웃으며 강진과 배용수에게 말했다.
“죄송하기는요. 저희를 이렇게 가족처럼 생각해 주니 저희가 더 감사하고 고맙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과 배용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면 굶어 죽는데 쉽게 그만둘 수 있나요.”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리고 이렇게 직원 대우 잘 해주는 직장이 또 어디 있겠어요. 말로만 가족 같은 직장이라고 하는 곳과 달리, 여기는 정말 가족 같이 대해 주잖아요. 게다가 밥도 맛있고요.”
강선영의 말에 임정숙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웃을 때, 강선영이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저희 월급이 너무 적은 것 아니에요? 시급 천 원도 안 주는 직장이 어디에 있어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도 올려 주고 싶은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요.”
“농담이에요.”
그러고는 강선영이 손뼉을 쳤다.
짝!
귀신이라 손뼉을 친다고 해도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를 모으는 것엔 성공한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사실 저희도 집에는 가고 싶지만, 한끼식당을 떠나는 것도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렇죠?”
강진이 반색을 하자, 강선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하고 용수 씨가 우리를 가족처럼 여기는 만큼 저희도 두 분을 가족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라고 떠나고 싶겠어요?”
강선영은 여자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가게 쉬는 일요일에는 각자 집에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오는 거야. 그리고 정숙이는 집이 지방이니 토요일에 하루 더 쉬어.”
“나도 토요일 저승식당까지 일하고 새벽에 가면 돼요.”
“그럼 그렇게 해.”
강선영은 다시 강진을 보았다.
“휴가는 어떻게 줄 거예요?”
직장 생활을 해 본 강선영이라 이런 쪽으로는 세심하게 정하려는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여러분들이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날짜 정해서 쉬면 됩니다. 오래 쉬어도 되고요.”
강진의 말에 강선영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에이! 그렇게 쉬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죠.”
“네?”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일주일이 모두 일요일이면 사람들이 일요일을 기다리겠어요?”
“그건…… 그러네요.”
“정말 쉬고 싶을 때 쉬어야 기분이 좋은 거예요. 이렇게 휴가를 아무 때나 쓰면 그게 무슨 의미예요.”
“그것도 그렇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강진은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강선영이 정말 이런 것을 정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고민이 사라져 기분이 좋아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저희가 쉬고 싶을 때 하루 돌아가면서 쉴게요. 그리고 분기마다 한 번 더 쉬고, 일 년에 한 번 더 쉬는 식으로요.”
“그 정도로 되겠어요?”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싶어 강진이 묻자,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돼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다른 여직원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여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강진의 말에 강선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그리고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요?”
“한끼식당을 떠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런 방법을 생각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와 다른 여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집에 계속 있을 수 없는데 괜찮아요?”
“사장님 말대로 우리 직장인이잖아요.”
싱긋 웃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부모님 옆에 계시면 승천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부모님 옆에 머물다 보면 뭔가 계기가 있어서 승천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한끼식당에 출근을 하게 되면 그런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으니 강진은 그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강선영은 생각이 다른 듯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 말대로 가족 옆에 있으면 승천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잠시 말을 멈춘 강선영은 여자 직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부모님과 가족 옆에 있다 해도 승천할 수 없을지도 몰라. 승천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건…… 그렇죠.”
그녀는 혹시라도 승천을 못 할 경우를 대비해 동생들에게 설명을 한 것이다. 자신들이 승천을 못 한다 해도 그것은 강진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강진이 승천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말이다.
여자 직원들을 보며 말을 한 강선영이 강진을 보았다.
“그렇다면 저희는 저희가 있고 싶은 곳에서 지내면서 기다릴래요. 그럼 언젠가는 한도 풀리고 승천도 하겠죠.”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승천만 기다리기에는 귀신의 삶은 너무 쓸쓸하고 외롭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승천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귀신들과 함께 화단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탄 강진은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최호철을 보며 말했다.
“처갓집 갈 것 생각하니 긴장돼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강진이 가볍게 농을 하자, 최호철이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눈을 찡그렸다. 아직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이다.
최호철의 긴장하는 모습에 가볍게 웃은 강진은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내렸다. 뒤이어 이혜미는 자신의 집을 감회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전에 최호철과 함께 와서 보기는 했지만, 그때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봐야 했었다. 자신의 기운에 집에 있는 가족들의 몸이 상할까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향수로 귀기를 지웠기에 가족을 만나고 그들을 안아 줄 수 있었다.
기대감 어린 눈으로 집을 보는 이혜미를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짓고는 말을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강진이 벨을 누르려고 하자 최호철이 급히 말했다.
“그런데 뭐라고 말을 하려고?”
“사실대로요.”
“사실대로? 무슨 소리야?”
‘사실대로’라는 말에 최호철이 당황해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혜미 씨와 아주 가족처럼 친하게 지낸 사람입니다, 라고요.”
물론 ‘지낸’이 아니라 ‘지내고’ 있는 사람이 맞지만, 현재진행형으로 말을 할 수는 없으니 바꾼 것이다.
띵동!
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인터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세요?]“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이혜미…… 누나와 친하게 지내던 이강진이라고 합니다.”
강진은 이혜미 ‘씨’라고 하려다가 누나라고 말을 바꿨다. 이혜미가 살아 있었다면 강진에게는 몇 살 위 누나가 되니 말이다.
갑자기 딸의 이름이 나와서인지 인터폰에서는 잠시 답이 없었다.
[우리…… 혜미를 알아요?]“잘 알고 있습니다. 누나 그렇게 되고 인사를 드리러 와야 했는데…… 제가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잠…… 잠시만요.]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삐리릭!
자동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인상이 좋은 아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머니는 백발에 화장기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육십 대라고 들었는데.’
요즘 육십 대면 아주머니라고 불러도 썩 이상하지 않았다. 머리 염색하고 화장하면 오십 대로도 보이니 말이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아주머니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희 혜미를 어…… 어떻게 아세요?”
“예전에 친하게 지냈습니다. 아! 그리고 이거.”
강진이 쇼핑백을 내밀자 아주머니가 의아한 듯 그것을 보았다.
“이건 뭐예요?”
“예전에 누나하고 이야기했을 때 부모님이 이 음식들 좋아한다고 했었거든요.”
“혜미가요?”
“누나가 말을 했던 것 생각나서 만들었는데…… 맛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강진의 말에 쇼핑백을 보던 아주머니가 급히 말했다.
“내 정신 좀 봐. 어서 들어오세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어서 들어오세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최호철과 귀신들을 보았다. 집주인인 아주머니가 들어오라고 허락을 했으니 그들도 안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다른 귀신들이 하나둘 집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이혜미는 못 박힌 듯 서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 정말 곱던 우리 엄마. 왜 이렇게 있어. 화장도 안 하고……. 머리는 그게 또 뭐야. 염색 좀 하지 그랬어.”
이혜미는 꾸민 기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어머니의 모습에 속이 상하는지 가슴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이혜미를 보던 강진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