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40
742화
이강혜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강진은 가게 앞에서 반가운 귀신들을 볼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집에 갔던 이혜미와 강선영이 최호철과 함께 서 있었다.
“왜 이리 일찍 오셨어요.”
강진이 웃으며 반갑게 다가가자, 이혜미와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휴가 충분히 즐겼으니 또 열심히 일을 해야죠.”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정숙을 보았다.
“그리고 내일 정숙이 집에 가야 하는데 일찍 와야죠.”
두 여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가게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강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뒤이어 직원들이 들어왔다. 가게로 들어온 이혜미는 내부를 둘러보다가 웃었다.
“왜요? 오니까 좋아요?”
강진의 물음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음이 편하네요.”
“집보다 더 마음이 편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집에 있으면…… 엄마 아빠도 보고 동생도 봐서 좋지만…… 마음이 아프잖아요. 그냥 눈물만 날 것 같고.”
이혜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가게 오니 그냥 기분이 좋네요. 저한테는 여기가 이미 집인 모양이에요.”
“직장에 나오면서 기분이 좋다니…… 흐흐흐! 제가 아주 좋은 직장 상사인 모양입니다.”
“당연하죠. 강진 씨 같은 사장님이 어디 있나요.”
이혜미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장님 최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가게를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다 있으니 우리 가게 같네.’
며칠 동안 두 직원이 없어서 조금 가게 안의 분위기가 허전한 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이니…….
‘좋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이혜미와 강선영이 가게를 둘러보며 눈에 보이는 지저분한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임정숙이 웃으며 그녀들과 함께 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미 깨끗한 홀인데도 말이다.
그런 귀신들을 가림막 뒤에서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우리 식당 같네.”
“맞아. 이렇게 북적거려야 우리 식당이지.”
배용수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청소하는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식재들을 꺼냈다.
“벌써 점심 준비하게?”
“아니. 집 나갔던 가족들이 왔는데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줘야 하지 않겠어?”
이혜미와 강선영에게 밥을 해 주겠다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로 나갔다.
사람에게 줄 음식이라면 자신이 옆에서 도와도 되겠지만, 귀신들이 먹을 음식이라면 강진이 하는 게 가장 맛있으니 말이다.
배용수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호철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처가댁 생활은 괜찮으셨어요?”
이혜미가 집에 있는 동안 최호철도 그녀의 집에서 같이 있다 온 것이다.
강진이 작게 농을 하자, 최호철이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들이 아주 좋으신 분들이더라.”
“잘 됐네요.”
“아! 그리고 처남이 이번에 경찰에 합격을 했더라.”
“그래요? 그럼 형 후배가 되네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살아 있었으면 여러 좋은 선배들 소개해 주고 할 텐데…… 아쉽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홀을 슬쩍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동생이 경찰 진로 잡은 건 혜미 씨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영향이 없지 않겠지.”
그저 취업을 하려고 경찰이 됐을 수도 있지만, 누나가 겪은 일이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누나와 같은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고 경찰이 됐을 수도 있고, 나쁜 놈들 잡으려고 경찰이 됐을 수도 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최호철이 홀을 보고는 말했다.
“나 고백했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고백하셨어요?”
“응.”
최호철이 살짝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아주 잘 됐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셨어요?”
“부부가 되기로 했어.”
“부부? 사귀기로 한 것이 아니라 바로 부부요?”
아무리 귀신이라고 하지만, 뭐가 이렇게 초고속인가 싶어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최호철이 미소를 지었다.
“강진이 네가 한 말도 있고…….”
잠시 말을 멈춘 최호철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승천이라는 것이 기다려도 안 올 때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오기도 하잖아.”
“그렇죠.”
누구는 10년을 기다려도 승천을 못 하지만, 누구는 평소처럼 아침 햇살을 보다가 갑자기 승천하기도 했다.
“혜미 씨가 그러더라고. 나나 당신이나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이 생활…… 서로만 좋다면 연애하지 말고 부부로 살자고.”
“그래서 바로 부부가 되기로 하셨군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혜미 씨한테 미안해.”
“뭐가요?”
“여자한테 결혼은 어릴 때부터 꾼 꿈 중 하나일 텐데…… 그 꿈을 이렇게 성의 없이 이루게 해버린 것 같아서.”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요. 정말 아쉬운 건…….”
강진은 최호철을 보았다.
“형하고 혜미 씨가 살아서 만나지 못했다는 거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그래서 너무 아쉬워. 살아서 만났다면…… 천천히 다가가고, 고백도 조금 더 생각을 하고 연애 기간을 즐기다가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했을 텐데.”
이혜미에 대해 미안함이 담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다른 분들은 아세요?”
“아직 몰라.”
“왜요?”
“네가 결혼식 치러 준다고 했잖아.”
“아……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는 말을 안 한 거예요?”
“결혼식에 대해서도 혜미 씨는 몰라.”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 줄 거야?”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을 미룰 수 있나요. 내일 당장 하죠.”
“내일?”
“부산에서 제일 좋은 펜션 하나 빌려서 그 안에서 저승식당 오픈하는 거예요.”
“펜션에서?”
“집 안에서 출장 저승식당 오픈하고…… 일 층에 있는 방에 형하고 혜미 씨 신방 차리면 되죠.”
“신…… 신방?”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결혼을 했으면 당연히 신방을 차려야죠.”
“그건…… 그렇지. 맞지. 아주 당연한 거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 저승식당은 저희 식구들하고 소희 아가씨 정도만 데리고 가려고요.”
“그러자. 전에 놀러 갈 때 보니 다른 귀신들 많이 모이니 다들 놀지도 못하고 일만 하더라.”
“다른 귀신들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요. 저희 직원 결혼식 날까지 일을 시킬 수는 없죠.”
“그래. 고맙다.”
최호철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강진이 재차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혜미 씨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내일 놀라게 해 드리게요.”
“알았어. 절대 말 안 할게.”
웃으며 최호철이 주방을 나서자,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
직원들은 강진이 만든 음식을 먹으며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은 최호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호철은 내일 결혼을 한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지 계속 실실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실실 웃고 있다가는 혜미 씨…… 아니, 형수가 이상하게 볼 텐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핸드폰을 들고는 일어났다.
“어디 가게?”
“푸드 트럭 좀 보고 오려고.”
“왜?”
“내일 부산 장거리 가야 하니 자동차 좀 봐야지.”
“그럼 같이 가자.”
배용수가 일어나자, 최호철도 따라 일어났다.
“뭘 형까지 일어나요?”
“너 자동차 볼 줄 알아?”
“아뇨.”
“그럼 네가 가서 볼 것이 뭐가 있냐?”
“형은 좀 볼 줄 알아요?”
“정비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똥차 타고 다니다 보니 여기저기 주워듣고 본 건 있지.”
최호철이 앞장서서 뒷문으로 나가자, 강진이 배용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나저나 세차도 한번 해야겠다.”
저번에 시골길을 달려서 그런지 차에 먼지가 꽤 묻어 있었다. 차 하부도 더럽고 말이다.
최호철이 차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음식 장사하는 푸드 트럭인데 세차는 자주 해야겠네요.”
청결이 중요한 푸드 트럭인 만큼 외관도 깨끗하게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차를 보며 중얼거린 강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누구?”
“민성 형한테 전화하려고 나온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를 본다고 해도 말할 수 있는 건 어디 더럽네 정도일 뿐이었다. 요리사인 배용수가 차에 대해 뭘 알겠는가.
최호철은 차 밑에 기어들어가서는 밑을 살피고 바퀴가 가라앉았는지 등등을 살폈다. 자격증 없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건 이 정도인 것이었다.
두 귀신이 차를 살펴보는 동안, 강진은 황민성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
“형 출근하셨어요?”
[그렇지.]“근데 왜 아침 드시러 안 오세요?”
김이슬 입덧 때문에 한동안 아침을 먹고 가던 황민성이 오늘은 오지 않은 것이다.
“기다렸다기보다는 오던 형이 안 와서 무슨 일인가 싶었죠.”
[미안 미안. 이슬 씨가 입덧 안 하고 밥을 차려준 거에 좋아하느라 잊고 있었다.]“형수가 밥을 차렸다는데 당연히 먹어야죠. 그런데 입덧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네요. 직접 밥을 다 차리시고?”
[네가 준 옥난을 주방하고 우리 방에 두고 지냈더니 확실히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잘 됐네요. 그럼 앞으로는 형수님이 차려주시는 아침 먹고 오세요. 아내가 차려주는 밥이 가장 맛있고 몸에도 좋죠.”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맙다.]“그리고 저 부탁할 것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부탁? 뭔데?]“부산 경치 좋은 바닷가 근처 펜션 좀 빌릴 수 있을까 해서요.”
[그거라면 어렵지 않지. 그런데 부산에서 저승식당 하려고? 아니면 직원들하고 휴가?]“저희 직원 이혜미 씨 알죠?”
[그럼 알지.]“호철 형도 알죠?”
[호철 씨도 알지. 그런데 왜? 두 분하고 관련 있는 일이야?]“두 분 내일 부산에서 결혼식 하려고 해요.”
[결혼식?]귀신끼리 무슨 결혼식인가 싶어 의아해하는 황민성에게 강진이 사정을 설명했다.
[아! 그런 일이 있었어?]“네. 그래서 저희 식구들끼리 가서 작지만 좋은 곳에서 결혼식을 하려고요.”
[나도 가서 축하해야겠다.]“에이! 형은 형수님 곁에 있어야죠. 저승식당 오픈 시간이면 밤 11시인데다 부산이에요. 형은 형수님 옆에 계세요.”
[그건…… 또 그러네. 그럼 펜션만 있으면 되는 거야? 다른 건 안 필요해?]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했다.
“그…… 신부가 드레스는 입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것도 좀 부탁드릴게요.”
[그럼. 신부는 드레스를 입어야지. 근데…… 여자들은 자기들 취향이 있어서 내가 드레스를 고르면 마음에 안 들어 할 것 같은데. 내가 사람을 보낼 테니 혜미 씨에게 드레스를 고르라고 해 볼래?]“혜미 씨가요?”
[책자를 보고 고르든, 아니면 드레스 샵에서 유행하는 것으로 몇 벌 보낼 테니 거기서 고르든 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 혜미 씨가 선택한 걸 네가 말해 주면 되잖아.]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드레스 책자를 좀 보내주시겠어요?”
[책자 보고 고르게? 직접 옷 보고 고르는 것이 낫지 않겠어?]“비밀로 해서 내일 알려 주려고요.”
[흠…… 그래. 알았어. 그럼 형이 사람 보낼게.]“고맙습니다.”
[고맙기는. 거기서 내가 먹은 밥이 몇 그릇인데……. 그럼 형이 알아보고 전화할게.]강진은 감사 인사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제 황민성이 보낸 사람이 드레스 책자를 가지고 오면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척하면서 이혜미가 고르는 것을 확인하면 될 것이다.
물론…… 최대한 이혜미가 눈치 못 채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