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43
745화
자신을 보며 웃는 정복립을 보던 강진이 말을 했다.
“저 산에 가서 물건 좀 챙겨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정복립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그의 뒤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소윤이 정복남을 보았다.
“나는 사장님하고 같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마.”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아마 오늘이 너와 마지막이겠구나.”
소윤의 말에 정복남이 미소를 지었다.
“대장님이 집에 가시는 건데…… 축하드립니다.”
정복남의 말에 소윤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자, 강진이 배용수를 힐끗 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에 배용수가 소윤과 북한군을 자동차 위로 올라가게 하고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계곡에 도착한 강진은 자신이 묻어 놓은 상자를 꺼내고는 소윤을 보았다.
“예전 주소지 위치는 확인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명도 많이 변했을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주소가 정확한 건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동네 이름하고 주소가 많이 변해서요. 살던 동네만 확인을 했습니다.”
“동네만 확인했으면 찾는 거야 어렵지 않을 겁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작게 웃었다.
“소윤 씨가 살던 시대와 지금은 많이 달라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변하기는 했겠지요.”
강진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소윤은 집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동네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건물도 높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부산은…….
‘동네 이름만으로 찾기 쉬운 곳은 아니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평일에 동네 동사무소에 가서 옛 지명과 주소를 말하며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강진은 그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 동네에 있는 귀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 동네에 오래 살다가 죽은 귀신이면 옛 지명을 기억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아울러 소윤을 아는 귀신을 만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강진은 동네에서 집 찾는 건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집에 들어가실 때 해 주세요. 도착하고 나서도 주소 확인하고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강진의 말에 소윤이 미소를 지으며 산을 보았다.
“산 세월보다 더 오래 지낸 이 산과도 이별이군요.”
소윤의 말에 강진이 산을 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 두 분은?”
남한군 둘을 말하는 것이었다.
“남한 군인들이 와서 유해를 수습해 갔습니다.”
“잘 됐네요.”
강진의 말에 소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향에 가서 승천을 하면 좋을 텐데…….”
“집에 돌아가지 못한 한이 풀리면 승천을 하실 겁니다.”
“그래야지요.”
말을 하던 소윤이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 마음이 약해서 모르는 귀신들을 만나면 불편해할 텐데…… 잘 지낼지.”
이곳을 떠난 귀신들을 걱정하는 소윤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그분들도 귀신으로는 많이 고참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걱정이 되는군요.”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내려가시죠. 부산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들 차에 타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타려고 할 때, 정복남이 강진을 보았다.
“그게 유품입니까?”
“네.”
“저도 좀 봐도 될까요?”
정복남의 말에 강진이 소윤을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윤의 허락에 강진이 상자를 열어서는 안에 든 것을 보여주었다.
편지와 녹이 쓸어 있는 단검을 보던 정복남이 말했다.
“복립이한테 이 편지를 보여줘도 되겠습니까?”
정복남의 말에 소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복립이한테?”
“복립이가 열심히 살아서 나름 재물을 많이 모았습니다.”
“아…… 그래? 혼자서 훌륭하게 잘 컸군.”
“대장님 가족이 힘들게 살면 복립이가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가족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윤이 입맛을 다셨다.
“아마도…… 내 아내는 이미 없겠지?”
“그래도 아드님은 있을 겁니다.”
“아들이라…….”
아들을 떠올리던 소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립이에게 신세를 질 수 있다면 지고 싶군.”
“복립이는 웃으며 도와줄 겁니다. 아니면…… 대장님 아들과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친한 친구가 아니라 형이겠지.”
“어쨌든 상관이 없겠지요. 이 나이 먹고 나이 몇 살 정도야…… 같이 늙어가는 처지 아니겠습니까.”
정복남이 웃으며 하는 말에 소윤이 잠시 편지를 보다가 지붕에 올라갔다.
자신의 아들이 살아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할지…….
독립운동한다고 가정을 내버려 두고 외지로만 떠돈 나쁜 아빠인데…… 유해도 아니고 유품만 집에 가는 것이니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소윤이 어두운 얼굴로 차 지붕에 올라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독립운동한 분들은 집안이 망한다던데…… 걱정이네.’
친일한 집안은 지금도 떵떵거리며 잘 살지만, 독립운동을 한 집안은…… 정말 힘들게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소윤은 독립운동을 하긴 했지만, 북한에서 군 생활까지 했다.
그의 군 생활을 기록한 자료가 지금도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만일 남아 있다면 그 후손들은 정말 힘들게 살았을 것이다.
옛날만 해도 월북을 한 가족이 있으면 공무원이나 이런저런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에 걱정이 된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차를 몰아 산 밑으로 내려왔다.
산 밑에 내려온 강진은 청년들이 삽과 장비들을 챙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산에 올라가시게요?”
“일요일에는 쉬어도 되는데 저 친구들이 올라가겠다는군요.”
정복립은 웃으며 청년들을 보았다.
“아르바이트하러 오기는 했지만, 저 친구들도 유해를 찾는 것에 성의가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운 선배 장병들을 찾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고 할까요.”
“좋은 청년들이네요.”
“아무래도 유해를 찾는 부대에서 근무하던 이들이니…… 그에 대한 가치관도 있겠지요.”
미소를 짓는 정복립을 보던 강진이 그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제가 산에서 찾은 겁니다. 아마도 북한 군인들의 유품인 것 같습니다.”
“유품?”
정복립은 잠시간 상자를 보다가 그것을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조심히 안에 든 것을 꺼내려 할 때, 뒤에 있던 청년 중 한 명이 하얀 장갑을 내밀었다.
“장갑 끼고 만지세요.”
장갑을 건네받은 정복립은 그것을 손에 끼고는 편지를 조심히 펼쳤다.
그렇게 잠시 편지를 읽던 정복립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대장님의 유품이군.”
“나를 기억하는 거니?”
소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강진은 정복립에게 물었다.
“아시는 분 물건이신가요?”
“제가 형과 함께 살던 부대 대장님이십니다. 이렇게 대장님 유품을 보게 되는군요.”
편지를 읽던 정복립이 강진을 보았다.
“이걸 어떻게 찾았습니까?”
“전에 산에 오르다가 발견했습니다. 북한군 군복을 입은 유해더군요.”
“혹시 그 유해는?”
“북한군 유해라서 다시 잘 묻어 두었습니다.”
“아…… 남한군 유해만 군대에 전한 모양이군요.”
“북한군 유해는 수습 안 할 것 같아서요.”
“혹시 그 위치 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복립은 편지를 조심스레 접어 상자에 넣고는 말했다.
“그리고 이건 제가 보관해도 되겠습니까?”
“그건…… 안 되는데요.”
당연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자 정복립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편지를 보며 말을 했다.
“저는 사람은 죽으면 가족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야…….”
말을 하다 멈칫한 정복립은 상자 안에 넣은 편지를 보았다. 그런 정복립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거기 보면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옛날 주소이기는 한데 동네는 남아 있더군요. 그래서 이 유품을 전해 줄 생각입니다.”
“아…….”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럼 저에게 주십시오.”
강진이 보자 정복립이 편지가 담긴 상자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대장님은 저에게는 아버님 같은 분입니다. 그러니 제가 유해와 함께 이 편지를 가족분들께 전하겠습니다.”
“어르신이요?”
“생판 모르는 사장님도 집에 보내 주려고 노력하시는데…… 제가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정복남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죠. 복립이라면 아는 사람도 많으니 혹시 이사를 갔다 하더라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정복남의 말에 강진이 소윤을 보았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그 시선에 소윤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립이에게 맡기십시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자를 조심히 정복립에게 건네주었다.
상자를 받아 컨테이너 안에 조심히 내려둔 정복립은 산을 보았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이 다시 차에 오르자, 정복립과 청년들도 차를 타고는 그 뒤를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올라간 강진은 정복립과 청년들이 소윤의 무덤을 파는 것을 지켜보았다. 강진과 달리 청년들은 작은 모종 같은 것으로 조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얼마나 깊게 묻으셨습니까?”
청년의 물음에 강진이 땅을 보며 말했다.
“그리 깊지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청년들이 모종삽을 내려놓곤 조심히 손으로 흙을 치웠다. 그러다 유해가 모습을 드러내자 청년들이 정복립을 보았다.
가까이 다가와 유해를 살피던 정복립은 손을 내밀어 군복의 계급장을 보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장님…… 여기에 계셨습니까?”
정복립의 말에 청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세를 바로 하더니 경례를 했다.
척! 척!
군기 있게 경례를 한 청년들이 좌우로 물러나자, 정복립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대장님이 저 어렸을 때 주신 미제 초콜릿…… 아직도 그 맛이 입에 남아 있습니다.”
정복립의 말에 소윤이 웃었다.
“내가 준 것이 아니라 네가 내 사무실에서 몰래 가져가서 먹은 건데…… 그걸 내가 준 걸로 기억하는 거니?”
소윤의 중얼거림에 정복남이 웃었다.
“복립이가 어렸을 때 동무들 물건 많이 가져갔었죠.”
“그래서 너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었지.”
두 귀신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방법대로 유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
유해를 수습해 산 밑으로 내려온 정복립은 강진을 배웅하고 있었다.
“사장님 덕에 대장님과 형님 유해를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복립의 감사 인사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럼 다음에는 말 편하게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자네가 그게 좋다면 그렇게 하지.”
정복립은 가족만큼 친밀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 말을 놓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해야 미움받지 않는다고 어릴 때 형에게 배웠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사회생활을 하며, 욕을 하고 거칠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말을 조심히 하고 존대를 하는 사람이 더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늘 존댓말을 쓰고 어리다고 해도 말을 놓지 않았다.
“말을 놓으시니 좋네요.”
웃으며 말한 강진이 종이를 내밀었다.
“이건 제가 찾은 부산 동네 이름입니다.”
“동네 이름?”
“음…… 너무 옛날 주소라 동네 이름만 찾았습니다.”
“그럼 지금 주소는 어떻게 찾을 생각이었나?”
“그 동네에 있는 노인정 같은 곳 가서 알아볼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원래 계획은 동네 귀신들에게 물어보고 다닐 생각이었다.
“주소 찾는 것이 쉽지 않겠군.”
“혹시 찾기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저도 돕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곳이라면 찾기 어렵겠지만, 부산이라면 내 지인들이 많으니 그리 어렵지 않을 거네.”
“그러세요?”
“부산에서 피난 생활 하면서 사귄 친구들이 많으니 걱정할 것 없네.”
정복립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얀 천에 감싸인 유해를 보았다.
“가족들을 찾게 되면 저에게도 알려 주세요.”
“알겠네.”
정복립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소윤과 귀신들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소윤이 그를 보다가 자세를 바로 했다.
착!
소윤이 경례를 하자, 북한 군인과 정복남도 같이 강진에게 경례를 했다.
경례로 감사를 표한 소윤은 자세를 바로하고는 강진에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맙소.”
소윤의 미소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