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51
753화
강진과 배용수가 고경하가 떠난 자리를 보고 있을 때, 임정숙이 밑으로 내려왔다.
“신혼방 구경하러 오시래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입가를 닦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문 중 열려 있는 문 안을 본 강진이 웃었다.
방 가운데에는 따스해 보이면서도 화사한 이불이 깔려 있었고, 창문에도 화사한 커튼이 쳐져 있었다.
거기에 방을 꾸미려고 사 온 아이템들이 여기저기 보기 좋게 놓여 있는 것이 정말 신혼방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쁘게 잘 꾸몄네요.”
“그렇죠?”
방을 구경하던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이 방에서 신혼 생활 행복하게 즐기세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그럼 쉬세요.”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
“자! 그럼 점심 장사 준비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늘 산 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무가 좋기는 하네.”
자른 무를 하나 집어 입에 넣고 씹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아.”하며 입을 벌렸다. 그에 배용수가 그의 입에 무를 넣어 주었다.
아삭! 아삭!
아삭하게 씹히는 무에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느껴졌다.
“무가 좋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를 마저 썰기 시작했다.
***
점심 장사를 마무리하고 차를 마시며 쉬고 있을 때, 가게 문이 흔들렸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일어나자 귀신들은 보고 있던 핸드폰과 태블릿을 챙겨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귀신들이 모두 들어간 것을 확인한 강진이 문을 열었다. 그렇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게 된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동해?”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최동해였다.
“헤! 형은 바로 알아보시네요?”
강진은 휘둥그레 뜬 눈으로 그를 훑어보았다.
최동해는 많이 살이 빠져 있었다. 물론 아직도 조금 덩치가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원래 모습을 생각하면 알아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너…… 완전 살 많이 뺐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78킬로예요.”
“78? 그럼 몇 킬로를 뺀 거야?”
“50킬로요.”
“와…….”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감탄하며 말했다.
“성인 여자 한 명 정도 빠진 거네.”
“조금 과장하면 그런 셈이죠.”
“그런데…… 이렇게 한 번에 많이 빼도 되는 거야?”
살 빼라고 강원도 고시원을 추천해 주기는 했지만…… 이렇게 한 번에 살을 많이 뺄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다.
“많이 빼면 좋죠.”
“그래도 몸에 문제 생길 수도 있잖아. 병원 한 번 가보지그래?”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었다.
“엄마도 그런 말 하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은 가 봤어?”
“아직요. 어제 서울 왔거든요. 내일 가 봐야죠. 아니면 형이 진맥 한번 해 주시던가요.”
최동해가 손목을 내밀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물론 허연욱이 진맥을 잘하니 그가 보면 대충 몸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허연욱이 없으니…….
“나는 돌팔이라 내 몸이나 볼 줄 알아.”
그러고는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그래서, 어제 내려온 거야?”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80킬로 밑으로 내려온 건 한 달 정도 됐는데 그 이후로는 잘 안 빠지더라고요.”
“원래 다이어트라는 것이 초반에는 금방 빠지다가 나중에는 잘 안된다고 하더라.”
“맞아요.”
말을 하던 최동해가 웃었다.
“진짜 초반에는 주욱 주욱 빠지더라고요. 형 말대로 똥이 빠져서 그런가 봐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는 상당히 건강해 보였다. 전에는 얼굴에 기름 같은 것이 흘렀는데, 지금은 피부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게다가 산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지 살짝 구릿빛이 도는 것이 더더욱 건강해 보였다.
“너 살 뺀다고 그동안 집에도 안 갔으니, 부모님도 너 어제 처음 봤겠다?”
“맞아요. 제가 살 뺄 때까지 오지도 못하게 했거든요. 그래서 어제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 만났죠.”
“부모님 많이 좋아하시지?”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었다.
“어제 엄마 기절하실 뻔했죠.”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셨어?”
강진이 웃으며 묻자, 최동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집에 와서 씻고 소파에 앉아 영화 보고 있는데…… 후!”
가볍게 웃은 최동해가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나를 못 알아보더라고요.”
“못 알아보셨어?”
“제 몸에서 여자 하나 나왔으니 못 알아보실 만도 하죠. 그래서 그런지 엄마도 절 못 알아보고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후! 하긴, 모르는 남자가 TV를 보고 있으니 많이 놀라셨겠다.”
“그리고 제가 놀라게 해 드리려고 전화도 안 하고 갔거든요.”
싱긋 웃은 최동해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제가 ‘저 동해예요! 동해!’라고 몇 번이나 소리치고 나서야 간신히 믿으셨죠.”
말을 하던 최동해가 미소를 지었다.
“놀라게 해 주려는 계획은 대성공이기는 했죠.”
“많이 좋아하시지?”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시더라고요.”
“우셨어?”
“너무 좋아서 펑펑 우셨어요.”
최동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저 전교에서 일 등 했을 때보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오! 전교 일 등도 했었어?”
“저 나름 수재였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함께 인턴으로 들어왔던 동기들 모두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동기가 그렇다는 건 최동해도 스펙이 아주 좋을 것이다.
“그럼 아예 내려온 거야?”
“산에서 더 빼는 건 무리인 것 같아서 이제는 집에서 하려고요.”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려고? 여기에 있으면 여러 유혹이 많을 텐데?”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주위를 살피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형, 보고 놀라거나 하면 안 돼요. 나 상처받으니까.”
“뭔데?”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입맛을 다시고는 입고 있던 상의를 위로 올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강진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허리 쪽 피부가 축 늘어져 있었다. 마치 녹아버린 촛농처럼 피부가 흘러내리는 것이다.
강진이 놀란 눈을 하자, 최동해가 자신의 늘어진 피부를 잡았다.
“갑자기 살을 많이 빼서 그런지 피부가 이래요.”
살을 위아래로 흔들어 보이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만져 봐도 돼?”
“만져 보세요.”
강진은 최동해의 늘어진 살을 조심스레 만져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부끄러워하지 마. 이게 너한테는 상장 같은 것 아니겠어?”
“상장요?”
“이 늘어진 살은 그만큼 네가 열심히 했다는 증거잖아.”
강진은 그의 늘어진 피부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형은…… 너처럼 이렇게 할 자신이 없다. 정말 대단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자신의 늘어진 살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형 말 들으니……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럽네요.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어요.”
최동해는 자신의 살을 손으로 흔들어 보고는 옷을 내렸다.
“이건 수술을 해야 한대요.”
“수술?”
“이렇게 늘어지면 운동한다고 해도 팽팽해지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저처럼 고도 비만이었던 분들 이야기 들었는데, 살은 어떻게든 뺀다 해도 한 번 늘어난 피부는 복구하기 어렵대요. 풍선도 한 번 늘어났다가 줄어들면 바람 다시 넣지 않는 이상은 팽팽해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수술하려고?”
“헬스장 다니면서 근육 좀 키워 보고 여전히 이러면 수술하려고요.”
“그런데 근육?”
“근육이 있어야 살이 잘 안 찐대요. 그리고 기초 대사량도 늘어나고.”
“오.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거네?”
“다이어트도 무식하게 안 먹고 뛰는 거로만 하면 안 되죠. 과학적, 효율적으로 접근해야죠.”
말을 하던 최동해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마셨다.
“근데 뭐 마시는 거야?”
“양파 달인 물요. 이게 또 다이어트에 좋거든요.”
“그걸 들고 다니면서 마셔?”
“저 밖에 나갈 때는 물도 제가 챙겨 가지고 다녀요.”
“귀찮지 않아?”
“귀찮아도…….”
최동해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배경화면을 강진에게 보여주었다. 배경화면에는 그가 다이어트하기 전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때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낫죠.”
“훌륭하네.”
최동해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빼는 건 어려워도 찌는 건 순식간이라고 하는데, 너 하는 것 보니 잘 버틸 것 같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한숨을 쉬었다.
“살 빠진 나를 보면서 힘을 내기는 하는데……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왜?”
“맛있는 것이 너무 많잖아요. 밖에만 나오면…… 완전 유혹의 소나타예요. 집에서도 반찬들 보면…… 미칠 것 같고.”
고개를 저은 최동해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제부터 저는 밥도 따로 먹어요. 하아!”
최동해가 한숨을 쉬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힘들지?”
“힘들어 죽겠어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게 앞으로 계속해야 할 일이라는 거죠.”
“금연하고 같은 거지.”
“금연요?”
“금연도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거라고 하잖아.”
강진은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배경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 사진 속의 삶과 지금 네가 앞으로 만들어 갈 삶…… 둘 중에 뭐가 더 행복한지 생각해서 참을지 안 참을지 결정해.”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핸드폰 속 자신의 뚱뚱한 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울면서 나를 안아 주는 삶이 일단은 행복하네요.”
그러고는 최동해가 자신의 핸드폰을 잡아 내려놓았다.
“우리 엄마가 펑펑 우시더라고요.”
“효도했네.”
“엄마가 그렇게 나 살 빼는 걸 원할 줄은 몰랐어요.”
미소를 지은 최동해가 웃었다.
“내가 잘 살아보려고 살을 뺀 건데…… 효도를 해 버렸네요.”
“효도가 별거냐. 네가 잘 살면 그게 효도지.”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웃으며 말했다.
“저 이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어요.”
“이 근처 너희 집하고 멀잖아.”
“멀기는 해도 못 올 정도는 아니죠.”
“근데 왜 여기야?”
강진의 물음에 최동해가 그를 보았다.
“형이 옆에 있으면 뭔가 저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내가?”
“이상하게 형을 보면 제가 자극을 받거든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좋은 자극이었으면 좋겠네.”
“좋은 자극이에요.”
말을 하며 몸을 일으킨 최동해가 “아.” 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저 소방관 공부할 거예요.”
“소방관? 무역 쪽 안 하고?”
“저번에 형 따라서 소방서 갔을 때…… 뭔가 좋더라고요.”
“그랬어?”
“사람들을 도우면서 열심히 사는 분들을 보니……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도 남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럼 헬스장 갈 때 형 가게 들렀다가 가. 형이 도시락 싸 줄 테니까.”
“다이어트 도시락은 일반 도시락하고 달라요.”
“그걸 내가 모를까. 단백질 위주로 잘 싸 줄게.”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최동해를 보았다.
“소방서 한 번 더 갈래?”
“소방서요?”
“네 꿈이 소방관이면 소방서 분들한테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 들어보는 게 좋잖아. 그리고 오랜만에 소방서에 음식 봉사도 하고.”
“저야 좋죠.”
“그럼 그렇게 하자.”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강진은 전에 소방서에서 봤던 차은미와 그녀에게 데려다준 차종석을 떠올렸다.
‘종석이는 잘 있으려나?’
곰돌이 푸를 좋아하던 차종석을 떠올리던 강진이 피식 웃으며 최동해를 보았다.
‘지금은 동해 봐도 따라붙지는 않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