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54
756화
소방관 귀신이 더 있냐는 강진의 물음에 윤태진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꽤 있죠.”
“그렇군요.”
강진이 한숨을 쉬는 것에 윤태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엄청 많지는 않습니다. 저도 실제로 본 건 한 백 명 정도뿐이니까요.”
“백 명? 엄청 많은 수 아닌가요?”
“많기는 한데…… 저희 관할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전국으로 따지면 그리 많은 건 아닌 듯합니다.”
“전국요?”
“소방관들이 하는 대회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뽑힌 정예 소방관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대회입니다.”
“그런 대회가 있군요.”
“저희 소방관들도 사기 진작을 위한 이벤트는 있어야 하니까요.”
웃으며 윤태진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거기에서 백 분 정도 만났는데…… 그중에는 저처럼 못난 후배가 걱정이 돼서 남으신 분들도 있고 선배의 곁에 있는 분들도 있고 그렇더군요.”
“그럼 다 수호령이세요?”
“아닙니다. 수호령은 한 열 분 정도고, 다른 분들은 그냥 일반 귀신들입니다. 귀신이기는 해도 그들도 소방관이니 소방 대회를 하는 날에는 전국에서 버스 타고들 오시더군요. 그래서 그날은 전국 소방관 귀신들이 많이들 모여서 같이 구경하고 응원도 하고 하십니다.”
“그럼 이 근처에는 윤태진 씨 빼고는 없는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윤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일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막 죽어 나가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저희 몸 생각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일을 하니까요. 저희 관할지에서 삼 년 이내로 죽은 건 저뿐이니…… 이 근처에서 소방관 귀신은 저뿐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윤태진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런 말 조금 이상하지만 이 근처에 다른 소방관 귀신이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다행이죠. 저희 관할에서 저 하나뿐이니…… 그런데 제가 안 죽었어야 더 다행이었을 텐데…….”
윤태진이 작게 고개를 젓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몸을 먼저 생각하셔야 했습니다.”
소방관은 남을 구하는 직업이지만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먼저여야 했다.
“선배들에게 처음 듣는 것도 안전이고, 후배들을 처음 만났을 때 강조한 것도 안전인데…….”
윤태진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그때는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나 봅니다.”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목숨까지 잃으면서 지키려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때 제가 지키고자 했던 것을 지켰으면 좋겠네요.”
윤태진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김치찌개를 덜어서는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식사 좀 하세요. 그리고 지키셨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윤태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윤태진을 보며 웃은 강진은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차종석을 보았다.
“왜 벽에 붙어 있어?”
“사람 옆에 있으면 안 좋다고 해서.”
차종석이 윤태진의 눈치를 보는 것에, 강진이 윤태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윤태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종석이가 산에서 살아서 그런지 귀신들에 대해 잘 모르더군요. 그래서 귀신으로 있으면서 알아야 할 것을 좀 알려 줬습니다. 일단 사람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부터요.”
살짝 주눅이 들어 보이는 차종석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좀 혼내신 것 같은데요?”
“가끔 말을 안 들을 때가 있더군요.”
윤태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다시 차종석을 보았다.
‘귀신으로서는 종석이가 더 셀 텐데.’
윤태진이 언제 죽었는지 모르지만, 정의섭을 후배라고 하는 것을 보면 차종석보다는 늦게 죽었을 것이다.
차종석은 죽은 지 이십 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그럼 귀신으로서는 차종석이 더 오래됐으니 힘도 더 강했다.
그런데도 차종석이 윤태진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귀신 세상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가?’
자신이 윤태진보다 더 강한데도 그를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차종석과 윤태진이 자리에 앉자 밥과 반찬들을 그들 사이에 놓았다.
“식사하세요.”
“고맙습니다.”
윤태진은 음식을 앞에 두고는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기독교세요?”
강진의 물음에 윤태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 부모님이 기독교기는 한데 저는 딱히 믿지는 않습니다.”
“그럼 기도는?”
“습관이란 것이 무섭기는 하죠.”
윤태진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맛이 좋네요.”
“귀신한테는 제 손이 조미료거든요.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윤태진과 차종석이 음식을 먹을 때, 식당에 직원들이 더 들어왔다. 그중에는 차종석의 동생인 차은미도 있었다.
“어서들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차은미가 그를 알아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음식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사이, 식판을 들고 주방에 가서는 국을 뜨려다가 김치찌개를 발견한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김치찌개 사장님이 끓이신 건가요?”
“바로 해서 먹어야 맛있을 것 같아서 여기에서 했습니다. 드셔 보세요.”
“냄새가 너무 좋아요.”
“맛도 있습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반찬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기 제가 가져온 반찬들 있으니 그거 드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웃으며 대답한 직원들은 주방에서 밥과 김치찌개를 식판에 담고 홀에 있는 반찬도 덜어 자리에 앉았다.
그런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차은미를 보았다. 차은미는 식판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고 있었다.
“은미야, 김치찌개가 되게 맛있어. 고기도 많아!”
차종석은 웃으며 소리를 치고는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피식 웃으며 차종석의 옆에 앉았다.
***
음식 봉사를 마치고 빈 그릇들을 챙긴 강진은 소방서를 나왔다. 강진이 소방서를 나가는 것을 배웅하던 김강은이 소방차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밥 맛있게 먹어 놓고 인사도 안 하는 거예요?”
김강은의 말에 대원들이 강진을 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와 주세요!”
대원들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에 강진이 그들을 보다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한 장씩 돌렸다.
“저희 가게가 무척 맛집입니다. 언제든 들러 주세요.”
“시간 날 때 한번 가보겠습니다.”
“꼭 들러 주세요. 아! 그리고 저 여기는 어쩌다 한 번씩 봉사하지만, 보육원에는 자주 봉사하러 갑니다.”
강진의 말에 정의섭이 그를 보았다.
“그래요?”
“그럼요.”
강진은 자신의 푸드 트럭을 가리켰다.
“저 푸드 트럭 끌고 보육원에 가서 음식 봉사를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오셔서 밥 먹고, 술 먹어 주면 그게 다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의 먹거리로 가는 겁니다. 그러니 와서 많이 드셔 주세요.”
강진의 말에 정의섭이 웃으며 명함을 가리켰다.
“가서 밥 먹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하는 셈이군요.”
“그렇죠. 그리고 저희 가게 인터넷에 꽤 많이 알려진 맛집입니다.”
“그럼 좀 가격대가 비싼 것 아닙니까? 위치도 강남 논현인데?”
한 소방관이 명함에 있는 주소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식사는 오천 원에서 육천 원 정도고 좀 특별한 메뉴도 만 원 이하로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위이잉! 위이잉!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이때까지 웃고 있던 소방관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방차 옆에 있던 대원들은 급히 방화복을 입기 시작했고, 계단에서도 직원들이 뛰어나왔다.
뒤이어 안내 방송으로 어디에 무슨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김강은이 급히 강진을 잡고는 옆으로 물러났다.
소방관들 동선에 방해되지 않게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다.
“불이 난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강은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원들을 보았다.
소방차 옆에 있던 대원들은 순식간에 환복을 마치고 차에 오르고 있었고, 계단을 내려온 직원들 역시 대충 옷을 입고는 차에 뛰어오르고 있었다.
애애앵! 애애앵!
바람과 같이 모두가 탑승하자,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서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소방차들의 모습에 강진은 얼떨떨했다.
“엄청 빠르네요.”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뭔가 빠르게 진행이 되더니 어느새 소방차들이 출동하고 차고가 텅 비어 버린 것이다.
“작은 불이 큰불 되는 건 순식간이거든요. 그래서 불이 조금이라도 작을 때 도착해야 해요. 그리고 연기에 질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저희가 늦으면 늦은 만큼 불은 커지고 구할 수 있는 사람도 희생될 수 있으니까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이 커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기에 소방관들은 이렇게 허겁지겁 뛰어나간 것이다.
“불이 작았으면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김강은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직원들이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그녀에게도 명함을 내밀었다.
“직원들하고 한번 같이 오세요. 정말 맛있으면서도 배부르게 먹었는데 가격이 이거라고? 할 음식들로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꼭 한번 갈게요.”
명함을 보며 김강은이 미소를 짓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문득 말했다.
“정의섭 씨하고 차은미 씨한테도 꼭 들러 주라고 하세요.”
“의섭 씨하고 은미요?”
“제 식당에 꼭 두 분을 모시고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김강은이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은미 좋은 애예요.”
뭔가 좀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한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래요. 제가 꼭 가라고 할게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푸드 트럭에 올라탔다.
“아! 저희 가게 일요일은 영업 안 하니 그건 참고해 주세요.”
“알겠어요.”
김강은이 손을 흔들고는 몸을 돌리자 강진이 옆에 탄 최동해를 보았다.
“좋은 이야기 좀 많이 들었어?”
“소방관 많이 말리시더라고요.”
“그래?”
“하지만…… 보람된 일을 하고 싶으면 하라고도 하셨어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시동을 켜며 힐끗 텅 빈 차고를 보았다.
소방서의 차고가 비어 있다는 것은 소방관들이 누군가를 구하러 갔다는 의미였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삶이라…….”
잠시 차고를 보던 강진이 최동해를 보았다.
“형은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잘할 거라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지지한다.”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어려운 길 선택해서 나가려는 네가 고맙지. 꼭 좋은 소방관이 돼.”
강진은 최동해를 보며 웃어 주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멋진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고 싶어요.”
최동해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몰다가 말했다.
“그래도 너무 위험하게 나서지는 말고 적당히 안전한 곳에서 해. 너 다치면 부모님이 가장 마음 아파하실 테니까.”
“그것도 소방관 선배님들이 말을 많이 하셨어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위험한 곳에 사람이 있더라도 절대 혼자 들어가지 말고 같이 들어가라고요. 소방관은 하나가 아니라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요.”
“그런 말을 하셨어?”
“나중에 소방관이 된다면 자기 몸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훌륭한 소방관이라고도 하셨어요.”
“그래. 다치지 마.”
말을 하며 강진은 한끼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소방관들이 사람들을 구하러 출동을 했다면, 자신은 배고프고 외로운 귀신들을 위로해 줘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