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6
76화
강진은 양손에 음식을 잔뜩 들고서는 강당의 관람석에 올라가고 있었다.
고등학생 귀신들도 좀 먹이려고 말이다.
강진이 음식을 들고 오는 것을 본 귀신들이 수군거렸다.
“왕따인가?”
“와! 무슨 음식을 저렇게 많이 가지고 와?”
“생긴 건 안 그런데 엄청 많이 먹나 보네.”
귀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강진이 음식을 의자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너희 먹으라고 가져온 거야.”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그러게?”
귀신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관람석 위에는 귀신들과 강진뿐이었다.
“와서 먹어.”
다시 강진이 하는 말에 귀신들이 눈을 찡그렸다.
“미친놈인가 봐!”
“소름…… 나 미친 사람 처음 봐.”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불쌍하다.”
귀신들이 하는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손을 들어 그들을 가리켰다.
“너희 와서 먹으라고.”
강진이 자신들을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귀신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지금…… 우리를 보는 거야?”
귀신이 되고 난 후 산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들에게 말을 건 것이다.
놀란 얼굴로 자신을 보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무섭다.”
사실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귀신들은 여전히 무섭다.
게다가 이 귀신들은 처음 보는 귀신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사실 지금 좀 뒷골이 서늘했다.
“이리 와.”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서로를 보다가 급히 다가왔다.
“우리가 보여요?”
“보이니까 말을 걸었지. 제삿밥은 먹어 봤지?”
강진이 음식들 위에 젓가락을 올려놓았다. 그 모습에도 귀신들은 놀란 얼굴로 강진을 바라보았다.
“형 한 시에 시합하러 가야 되는데…… 계속 보기만 할 거야?”
“어떻게 우리가 보여요?”
“형은 귀신들한테 밥해 주는 사람이거든.”
“귀신한테 밥 주는 사람? 그런 사람도 있어요?”
한 여자 귀신이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들을 위한 식당 이야기, 못 들어 봤어?”
“못 들어 봤는데요.”
“못 들어 봤어?”
“네.”
귀신들의 답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들을 보다가 물었다.
“귀신들이 귀신들한테 밥 주는 식당 있다는 이야기 안 해?”
“저희는 저희 말고는 귀신들을 본 적이 없는데요.”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이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것처럼, 귀신들도 어지간하면 같이 지낸다.
“다른 귀신은 본 적이 없어?”
“네.”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본 적이 없죠.”
남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왜?”
“본 적이 없으니까요.”
다시 남자 귀신이 하는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음식을 가리켰다.
“먹어.”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서로를 보다가 젓가락을 들었다.
스윽! 스윽!
젓가락을 들자 희뿌연 젓가락들이 그들의 손에 잡혔다. 그러고는 강진이 가져온 음식들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귀신들의 손에 잡힌 음식들은 모두 희뿌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 음식들은 아니다. 음식에도 영혼이 있다면, 귀신들은 음식의 영혼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맛있어?”
“그냥 먹는 거예요.”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끼식당에 오는 귀신들이 현신을 해서 먹는 음식에 환장을 하는 이유는…… 현신을 해서 먹는 음식은 진짜 음식이라 그렇다.
강진은 제삿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그 맛을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귀신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썩 맛이 있지는 않다고 했었다.
그냥 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차려주는 것이라 가서 맛있게 먹거나, 영혼이 기억하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는다고 했었다.
그래서 귀신들에게 한끼식당이 중요한 것이었다. 사람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곳은 서울에는 한끼식당 하나뿐이니 말이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지박령이 된 건가?’
전에 풍물시장에서 본 할아버지 귀신처럼, 물건이나 땅에 묶인 귀신들이 있다.
6년 전 사고로 죽었는데 아직도 이곳에 있는 것을 보면 고등학생 귀신들도 이곳에 묶인 모양이었다.
왜 계속 여기에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강진은 묻지 않았다.
귀신들은 자신들의 사정에 대해 묻는 것을 싫어하니 말이다. 그래서 묻지 않고 그저 귀신들이 먹는 것을 볼 뿐이었다.
“근데 형은 어떻게 귀신들을 상대로 밥을 만들어 주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계속 말을 거는 남자 귀신의 모습에 여자 귀신 한 명이 작게 말했다.
“영수야…… 그냥 밥만 먹자.”
“응? 응.”
여자 귀신의 말에 조금 주눅이 든 듯한 영수라는 귀신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래, 일단 밥이나 먹어.”
“네.”
영수가 젓가락으로 접시에 있는 고기를 집어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다 먹은 거야?”
귀신들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빤히 강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귀신이기는 해도 고등학생이에요. 고등학생의 식욕을 우습게보지 말라고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저녁에 운동장에서 바비큐 한다고 하니까, 그때 내 옆에 있어. 고기 잔뜩 먹게 해 줄 테니까.”
의외로 귀신들은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길거리에 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함부로 먹을 수 없다.
귀신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사람이 신들에게 공양한 음식이거나, 주인이 없는 음식들뿐이다.
즉 땅에 버려졌거나, 무료 급식, 장례식장…… 그리고 제삿밥 정도가 귀신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니 운동장에서 하는 바비큐 음식들은 귀신들이 먹을 수 없었다.
주인이 정해진 음식이니 말이다. 하지만 강진이 준다면 먹을 수 있다.
먹을 자격을 받는 것이니 말이다.
“그건…… 고맙네요.”
여자 귀신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이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었다.
귀신들이 먹은 거라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손도 대지 않은 음식들이었다.
‘제삿밥으로 한 음식이니 버려도 죄는 안 받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접시에 담긴 음식을 처리하러 강당을 나섰다.
점심을 먹고 팀원들은 농구장에 모여 있었다.
“코트는 반씩 나눠서 합니다. 룰은 일반 농구와 같습니다. 그리고 라인 안에서 공을 스틸하면 한 번은 라인 밖으로 나갔다가 공격을 해야 합니다. 전반 5분, 후반 5분. 쉬는 시간 2분입니다.”
진행 요원의 설명을 들으며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양손을 크게 위로 들어 올리며 몸을 풀은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그런데 선배님은 농구도 뛰세요?”
“내가 운동을 좋아하거든. 씨름 빼고는 다 뛴다.”
웃으며 공을 튕기는 이상섭을 보던 강진이 강성수를 보았다. 강성수도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강성수는 몸이 단단한 편이었다.
그런 강성수를 보며 몸을 마저 풀은 강진에게 이상섭이 공을 던졌다.
타앗!
공을 받은 강진이 공을 몇 번 튕기고는 골대를 향해 가볍게 슛을 쏘았다.
휘이익!
부드럽게 날아간 공이 골대 안에 빨려 들어가자 이상섭이 웃으며 말했다.
“공 좀 쏘네.”
“고등학교 때 좀 많이 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는 공을 주워서는 강성수에게 던졌다.
타앗!
공을 받은 강성수도 가볍게 드리블을 하며 스핀 무브를 하더니 그대로 점프슛을 쏘았다.
스륵!
부드럽게 골대 안으로 빨려가는 공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강 대리님도 잘하시네요.”
“작년에 강 대리님하고 내 활약에 우리 팀이 우승을 했지.”
기분 좋게 웃으며 이상섭이 상대 팀을 보았다. 상대 팀은 그다지 이길 생각이 없는지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 요원의 말에 상대 팀도 코트로 들어오자 강진과 팀원들도 코트로 나갔다.
“형 파이팅!”
형이라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리니 고등학생 귀신들이 코트 옆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슬쩍 손을 들어주었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시작과 함께 공을 낚아챈 강성수가 강진에게 공을 돌렸다.
파앗!
공을 잡는 것과 동시에 강진이 앞을 막는 상대를 힐끗 보고는 그대로 점프슛을 쏘았다.
휘익!
상대가 손을 들기는 했지만 그뿐…… 강진의 손에서 쏘아진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 선배 말대로 쉽게 이기겠는데.’
상대가 수비하는 것만 봐도 감이 왔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는 상대라면 질 이유가 없었다.
철렁!
그물이 출렁이는 것과 동시에 강진의 골밑 슛이 들어가며 게임은 끝이 났다.
결과는 25 대 17로 수출 대행 2팀의 승리였다.
원래라면 더 큰 점수 차로도 이길 수 있었다. 반코트만 사용하는 게임이라 흐름도 빠르니 말이다.
하지만 국가 대표 시합도 아니고 사내 체육 행사일 뿐이었다. 승패가 있기는 하지만, 너무 크게 박살을 내는 것도 사내 친목 도모에 좋지 않아 적당한 수준으로 상대를 하고 이긴 것이다.
물론 운동 경기란 것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만, 진 상대도 수출 대행 2팀이 봐주면서 했다고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다.
그저 빨리 끝내고 시원한 맥주나 한 잔 하고 싶을 뿐이었다.
“이제 우리 뭐 지면 돼?”
“씨름만 끝나면 저희는 더 이상 경기 없습니다.”
“그래? 그럼 씨름 빨리 가서 지고 술이나 먹자고.”
“알겠습니다.”
상대 팀 선수들이 웃으며 하는 이야기에 강진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꼭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 행사라는 건…… 즐기는 거니까.’
그리고 지기는 했지만 상대방 역시 체육 행사를 즐기는 것은 수출 대행 2팀과 같았다.
다만 그들은 일찍 지고 술이나 먹으며 구경이나 하자는 것이지만 말이다.
서로 즐기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형, 농구 잘하네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슬쩍 그를 보고는 주위 팀원들의 눈치를 보았다.
팀원들의 눈에는 귀신들이 보이지 않으니, 그와 대화를 나누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나 살던 곳에서는 공밖에는 놀 것이 없었거든.”
“어디서 살았는데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들을 보았다. 두 명은 김소희보다 언니처럼 보였다.
게다가 둘 다 예쁘장하게 생긴 것이 컸으면 미인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물론 철철 흘리고 있는 피만 아니라면 말이다.
‘죽지 않았으면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었겠네.’
“내 또래 아이들이 사는 곳.”
간단하게 답을 한 강진에게 영수가 말을 걸었다.
“저 부탁이 있는데요.”
“부탁? 뭐?”
“저희 집에 연락 좀 해 주세요.”
집에 연락을 해 달라는 영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한쪽 강당 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
“잠시 쉬려고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땀을 닦았다. 귀신들과 함께 강당 벽으로 간 강진이 벽에 등을 기대고는 말했다.
“너희들이 죽은 건 알지?”
“모습이 이런데…… 당연히 알죠.”
영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귀신이 돼서 이승을 떠돌고 있다고 하면 가족들이 기뻐할까?”
“그건…….”
말을 하지 못하는 영수를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승천할 방법 찾아서 빨리 승천하는 것이 가장 좋아.”
“승천요?”
“저승 가는 것 말이야.”
강진의 말에 여자애가 눈을 찡그렸다.
“우리라고 여기에 이렇게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아세요? 저희도…… 이렇게 있기 싫다고요.”
신경질적으로 말을 한 여자 귀신이 걸음을 옮겨 가자, 옆에 있던 다른 여자 귀신도 그 뒤를 따라갔다.
‘귀신이어도 질풍노도의 시기는 어디 안 가는 건가?’
강진이 여자 귀신을 볼 때, 영수가 그를 보았다.
“애는 착해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가 실수한 거야.”
“네?”
“나도 귀신들을 좀 상대했다 생각을 했지만…… 아직도 멀었다.”
“무슨 말이세요?”
영수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내 실수야.’
귀신들은 모두 승천하기를 원한다. 다만 그 방법을 모를 뿐…… 자신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장 답답한 것은 귀신들 그 자신인 것이다.
그런 귀신들에게 어서 승천이나 하라는 식으로 말을 했으니…….
“나는 아직도 멀었다.”
“뭐가요?”
영수의 물음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손님들 대하는 마인드.”
강진의 식당에서 가장 큰 손님은 귀신인데…… 아직 강진은 귀신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너무 성급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