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7
77화
이어진 2회차 탁구 시합은 아쉽게도 수출 대행 2팀이 패했다. 상대 팀에서 나온 인턴이 선수급으로 공을 친 것이다.
“와! 저 인턴 어디 선수 생활했나?”
임호진이 놀람과 감탄이 어린 눈으로 상대 팀 인턴을 보았다. 그에 강진도 상대 팀 인턴을 보았다.
상대 팀 인턴은 황규식이었다.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황규식이 웃으며 탁구채를 흔들었다.
그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핸드폰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진아, 너 어디냐?]“강당에서 탁구 시합했는데요. 형은요?”
[나는 지금 운동장 앞에 있는 천막인데 교수님이 너 좀 오라셔.]“왜요?”
[몰라, 너네 사장하고 이야기하다가 나보고 너 좀 데리고 오라고 하시더라.]“그럼 사장님하고 같이 있어요?”
[응.]사장과 교수님이 같이 있다는 말에 잠시 있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진이 이상섭에게 말했다.
“저 교수님이 잠시 보자고 하셔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교수님이 부른다고 해도, 지금 서울을 가겠다고?”
임상옥이 이곳에 온 줄 모르는 이상섭이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께서 체육행사에 초대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교수님이 여기 와 계십니다.”
강진의 말에 임호진이 땀을 닦다가 말했다.
“임상옥 교수님 말하는 겁니까?”
“저희 교수님 아세요?”
“본 적은 없고, 소문만 들었습니다.”
“어떤 소문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가보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임호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강당을 나온 강진은 운동장에 있는 천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단상 뒤에 위치한 천막에는 임원들과 사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축구 시합을 구경하고 있었다.
“올해도 해외사업부 쪽이 우승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건 해 봐야 아는 것이죠. 국내 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임원들을 보며 강진이 최광현에게 손을 들었다.
그것을 본 최광현이 일어나 다가왔다.
“너희 경기는?”
“농구는 이겼고, 탁구는 두 번째에서 졌네요.”
“그래? 상대 쎄디?”
최광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임상옥 교수 쪽을 보았다.
“교수님한테 인사부터 드리죠.”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그를 데리고 임상옥 교수에게 데리고 갔다.
강진이 다가오자 임상옥이 오태광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학교 학생입니다.”
임상옥의 말에 오태광 역시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이 친구가 교수님이 추천을 한 그 인턴이군요.”
“회사에 피해나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부서에서 칭찬이 많아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웃으며 오태광이 옆에 있는 의자를 하나 들어서는 앞에 놓았다.
“앉으세요.”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앉으니 임상옥과 오태광, 그리고 자신이 삼각형으로 마주한 자세가 되었다.
“어때요?”
“뭘 말씀하시는지?”
“나를 딱 보니까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까?”
오태광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다.
“저는 심리학을 배운 학생이지 점쟁이가 아닙니다.”
“하하하! 하긴 얼굴을 보자마자 저를 파악하라고 했으니, 제가 무례했습니다.”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오태광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여유는 있네.’
강진이 오태광을 볼 때, 임상옥이 말했다.
“네가 인기 인턴 뽑기를 박살냈다고 하더구나.”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임상옥이 말했다.
“인기 인턴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지?”
“인턴 중에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는 걸로 압니다.”
“인기가 있다고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지?”
임상옥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모두가 적인 상황에서 표를 가장 많이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을 입증했다 생각합니다.”
“무역회사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을 하나?”
“적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만 봐도 무역회사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강진의 답이 마음에 드는 듯 임상옥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인턴끼리 서로 적이라 표현하는 건 너무 살벌하지 않나?”
“청년 취업이 요즘은 많이 살벌합니다. 그리고 인턴은 그 취업 전선 최전방에 있는 사람입니다. 거기에서는 이등병이나 마찬가지죠.”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한숨을 쉬었다.
“특히 우리 심리학과가 좀 그렇지.”
청년 취업이라고 하니 임상옥은 제자들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심리학과는 갈 수 있는 길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한숨을 쉬던 임상옥이 최광현을 보았다.
“넌 뭐 하러 돈 안 되는 우리 과를 온 거냐?”
“그럼 교수님은 왜 돈 안 되는 심리학과로 교수를 하고 계십니까?”
“나는 적성이 맞았다.”
“저는 성적 따라 왔습니다.”
“썩을 놈.”
사제간의 대화에 오태광이 웃었다.
“사제지간이 정답고 좋습니다.”
“그런가요?”
“그럼요. 저 때만 해도 교수님하고 이런 농담 나누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농담이라…… 그게 문제군요.”
“네?”
의아해하는 오태광을 보며 임상옥이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인 것이 문제인 것이다.
“아닙니다.”
그러고는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그래, 네 말대로 인기 인턴은 여기 오 사장님께서 정말 고민에 고민을 해서 만든 제도다. 그런데 올해 인기 인턴이 동전 던지기로 결정이 났다며.”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청년들에게 취업은 목숨을 건 일입니다. 동전 던지기라도 해도 한 명이라도 취업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그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뽑힌 사람이 내가 원한 사원상은 아니지 않나? 아! 내가 말을 놔도 될까?”
“편하게 하세요.”
“그럼 편하게 말을 놓도록 하지.”
미소를 지으며 오태광이 말을 이었다.
“인기 인턴은 내가 원하는 사원을 뽑기 위한 히든 미션이었네.”
오태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답했다.
“사장님께서 원하신 직원은 아닐지 모르지만, 운이 좋은 직원도 좋지 않으십니까?”
운이라는 말에 오태광이 피식 웃었다.
“늘 운이 좋다면야 그 어떤 직원보다도 필요하기는 하지. 하지만…… 운이라는 것이 늘 좋을 수는 없지.”
오태광의 말에 강진도 따라 웃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운이 따랐네요.”
이미 결정된 일을 어떻게 하겠냐는 의미였다.
강진의 말에 오태광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업하는 사람은 쉽게 약속을 해서는 안 되지만,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해. 그것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신용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니까.”
그러고는 오태광이 강진을 보았다.
“그래서 올해까지는 인기 인턴 제도를 유지할 생각이네.”
“올해까지요?”
“동전 던져서 나온 친구를 또 뽑을 생각은 없거든.”
“아…….”
“물론 이번에 동전 던지기로 인기 인턴이 되기로 한 그 친구까지는 정직원으로 채용을 할 생각이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 들을 생각은 없어, 어쨌건 내가 만든 거니까.”
잠시 말을 멈춘 오태광이 강진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방법을 얻기를 바라네.”
“새로운 방법요?”
“인기 인턴으로 정직원이 된 사람은 딱 둘이네. 게다가 그 둘 모두 일을 아주 잘해.”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기 인턴이 될 정도라면 능력이야 이미 검증됐다 봐야지.’
실력뿐만 아니라 위기 대처 능력까지 말이다.
“교수님을 오늘 이 자리로 모신 것은 그에 대한 상의를 하기 위해서네.”
“그럼 저는 왜…….”
“짧지만 회사 경험을 한 자네 의견도 들어보자고, 교수님이 부르자 하더군.”
“아…….”
‘짧아도 너무 짧은데…….’
이제 겨우 한 달 인턴 생활을 한 것으로 무역 회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물었다.
“평범하게 뽑으시는 것도…….”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웃으며 말했다.
“내 아버님은 이북 사람이셨어. 북에 계실 때 크게 장사를 하시던 분이었지. 그분께서 나에게 늘 이야기하던 것이 바로 사람 장사를 하라는 것이었어.”
“사람 장사요?”
“인신매매라던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농 섞인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한테 투자하라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강진의 답에 오태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셨어. 어떠한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더라도 사람을 잘 데리고 있으면 다 잘 될 것이나, 사람을 잘못 쓰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해도 성공은커녕 패가망신하기 좋다 하셨지.”
“좋은 말씀이네요.”
“그래서 난 인기 인턴을 대신할 새로운 게임이 필요해. 앞으로 우리 태광을 계속 이끌어 나갈 인재를 뽑아야 하니까 말이야.”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가 있고…… 인재 욕심이 많다인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은 상사다.
특히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으니, 사람을 잘 대해 줄 수 있었다.
사람 귀한 것을 알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예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태광무역은 사원 복지가 좋으니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게임을 만드시려는 것이군요.”
“이십 년 정도 써먹었으면 이제 바꿀 때도 됐지.”
고개를 끄덕인 오태광이 임상옥을 보았다.
“좋은 게임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오태광의 말에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네가 만들어 볼래?”
“제가요?”
강진의 반문에 오태광도 의아한 듯 임상옥을 보았다.
“학생에게 맡기는 것입니까?”
“일을 저지른 놈이 수습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강진이가 어떻게 보면 저보다 사회생활을 더 많이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의아한 듯 오태광이 강진을 보자, 임상옥이 말했다.
“네가 한 아르바이트 좀 말해 볼래?”
“아르바이트요?”
“그래, 몇 개나 했지?”
“정확하게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스무 개는 넘는 것 같습니다.”
“아르바이트만 스물?”
“사정이 좀 있어서요.”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해 보겠나?”
오태광의 말에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생각나는 것 없나?”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게 참……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인데…….”
“쉽다?”
의아한 듯 보는 오태광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뛰어난 인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상황 판단과 임기응변이 필요한 게임은 하나 생각이 납니다.”
“지금 바로?”
“예전에 제가 만화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만화방?”
“네, 거기서 어떤 만화책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거기까지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그 내용을 조금 바꾸면 될 것 같습니다.”
“만화에서 본 게임을 바꾼다라…….”
뭔가 미심쩍어하는 듯한 오태광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만화책에는 세상이 있습니다.”
“하! 그래 어디 설명해 보게.”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최광현을 보았다.
“형, 카드 가지고 오셨죠?”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최광현이 임상옥의 눈치를 보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임상옥이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주었다.
카드를 받아 든 강진이 그것을 꺼내며 말했다.
“카드 하실 줄 아십니까?”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설마…… 카드 게임으로 인턴을 뽑으라는 건가?”
“카드 게임으로 인턴을 뽑는 거면 노름꾼이 우승하겠네요. 하지만 사장님께선 좋은 직원을 뽑고 싶으신 거지, 타짜를 뽑으려는 것은 아니죠.”
“당연하지.”
“그럼 카드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 판단과 임기응변이 뛰어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카드를 섞으며 말했다.
“카드 게임은 카드 게임이지만,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