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74
776화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옮길 때 강진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띠링!
문자 알람에 강진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작은아버지에게서 온 문자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세상에…… 동생 사진이 어떻게 한 장도 없어.’
핸드폰을 쥔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입술을 깨물고는 문자를 적었다.
문자를 보낸 강진은 한숨을 쉬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문자 한 통이 다시 왔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간단하게 온 문자였지만 강진은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이렇게 만나자는 말도 없이 사진만 보내 주는 것이 속이 편했다. 만나서 웃으며 옛날이야기 나눌 사이가 아니니 말이다.
강진은 문자로 주소를 적고는 짤막한 말을 덧붙였다.
문자를 보낸 강진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자, 배용수가 말을 했다.
“사진 찾았대?”
“응.”
“그래도 다행이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슬며시 물었다.
“근데…… 나 하나만 물어도 돼?”
“뭐?”
“너희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친척들하고 사이 안 좋았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특별히 사이가 좋거나 나쁜 건 모르겠어. 그냥 보통 친척들처럼 명절날에 큰아버지 집에 모여서 밥 먹고 헤어지고 그 정도였어. 그리고 친척 동생들이나 형들하고도 잘 지냈고.”
“그런데…… 어떻게 보육원을 보낼 생각들을 한 거야? 보통은 안 그러지 않냐? 게다가 어린애도 아니고 고등학교 2학년이면 곧 자기 앞가림할 나이인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사람 한 명 데려다 키우는 것이 어디 쉽겠어. 그리고 대학도 보내야 하잖아.”
“너 성격이면 네가 벌어서 대학 갔겠지.”
“그건 지금의 나니까 그런 거지. 그때의 나라면 용돈 받아서 생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겠지. 아마 그때 친척 머릿속에는 대학과 생활비도 걸렸겠지.”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됐다. 생각하니 머리만 아프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어차피…… 사진 받으면 앞으로 볼 일도, 연락할 일도 없는 사이야.”
차라리 큰아버지의 반응이 마음이 편했다. 작은아버지는 조금 양심에 가책을 받는 것 같기는 했지만, 이제 와 양심에 가책을 받을 거면…….
‘2년만 키워주지. 그럼 알아서 했을 텐데.’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는 차로 향했다.
***
한창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가게에서 강진은 점심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들을 내주고 그릇들을 정리하던 강진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지금 만석이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하려던 강진에게 헬멧을 쓴 남자가 다가왔다.
“퀵입니다. 이강진 씨 맞나요?”
“네.”
강진의 말에 남자가 상자 하나와 핸드폰을 내밀었다.
“여기 서명 좀 해 주시겠어요?”
상자를 받은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상자? 뭐지?’
퀵이 왔기에 큰아버지가 보낸 사진이라 생각을 했는데, 제법 크기가 있는 상자가 오니 당황스러웠다.
“저기, 서명 좀…….”
남자가 다시 핸드폰을 내밀자, 강진이 그 안에 자신의 이름을 적으며 말을 했다.
“식사하셨어요?”
“이따 해야죠.”
“그럼 여기서 하고 가세요. 제가 사겠습니다.”
“선생님이요?”
남자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식사 때인데 마침 여기가 식당이잖아요. 한 끼 하고 가세요.”
“그래도…… 돈을 내야.”
“한 끼 정도는 괜찮습니다. 드시고 가세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입맛을 다시며 가게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와서 먹겠습니다. 퀵이 남아서요.”
“알겠습니다. 다음에 오세요.”
남자가 웃으며 몸을 돌려 나가자, 강진이 상자를 보다가 그것을 카운터에 놓고는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연 강진은 상자 안에 담긴 앨범을 보았다. 상자가 묵직하다 했더니 세 개의 앨범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앨범을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거네.”
앨범을 보는 순간 강진은 알았다. 이건 자신의 집에 있던 가족 앨범이었다.
앨범을 손으로 쓰다듬을 때, 손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
손님의 목소리에 강진이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알…… 크흠!”
목소리가 잠긴 것에 강진이 급히 목을 가다듬을 때, 손님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아닙니다.”
“그런데…….”
손님이 급히 티슈를 뽑아 내밀자 어리둥절해하던 강진은 문득 눈가가 촉촉한 것을 느꼈다. 그에 손으로 눈가를 닦은 강진은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손님이 오히려 자신이 미안한 듯 고개를 젓자, 강진이 고개를 돌려서는 눈가를 닦았다. 그렇게 눈물을 닦은 강진이 손님을 보았다.
“반찬 리필 바로 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손님이 급히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 가게에 오셨는데 맛있게 드셔야죠. 잠시만요.”
강진은 부족한 반찬들을 확인하고는 리필을 해 주었다. 그러고는 카운터 위에 있는 앨범을 보았다.
‘큰아버지가…… 앨범을 챙겨두고 있었구나.’
사진 몇 장 받으면 다행일 거라 생각을 했는데, 앨범을 받았으니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은 손님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갑니다.”
***
점심 장사를 마친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앨범을 보고 있었다.
스륵!
앨범을 넘긴 강진은 아빠와 엄마의 결혼식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조금은 촌스러운 정장을 입고 있는 아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엄마의 사진을 가만히 보던 강진이 앨범을 넘겼다.
스륵!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부모님의 사진이 있었다. 몇 장 더 넘기니 강진이 태어났을 때 사진도 있었고 초등학교를 갈 때의 사진도 있었다.
앨범은 강진 가족의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앨범을 넘기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말을 했다.
“어머니 미인이시네.”
“그러게. 우리 엄마 되게 미인이네.”
세 권의 앨범을 천천히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타앗!
앨범을 덮은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양심은 있네. 추억은 안 버리고 남겨 뒀으니 말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앨범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앨범을 쓰다듬으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사진을 찍고 그것을 현상해서 엄마와 앨범에 꽂을 때의 기억 말이다.
지금이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컴퓨터나 태블릿에 넣어 두지만, 옛날에는 이렇게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고 그것을 앨범에 꽂아 두었으니 말이다.
앨범을 손으로 쓰다듬으니 그때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사진은 좋은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 전에 만난 사진사가 떠오른 강진이 앨범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찍어서 볼 수 있는 핸드폰 사진도 좋지만…… 확실히 이런 사진도 느낌이 다르네.’
핸드폰 사진은 쉽게 찍고 쉽게 지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한 번 찍으면 그대로 필름에 남고 현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조금 더 신중하게 찍게 되고, 그만큼 더 소중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다.
강진이 앨범을 손으로 쓰다듬고 있을 때,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문자를 확인한 강진은 핸드폰을 탁자로 툭 하고 던졌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이불도 아니고 단단한 탁자에 핸드폰을 던지는 것은 말이다.
핸드폰을 보던 강진은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그럽시다. 우리 사이에 답장은 무슨…….”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 강진은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쥐었다. 그러고 잠시 핸드폰을 보던 강진은 작은아버지에게 온 문자를 보았다.
큰아버지에게서 온 문자는 지난번 받은 것과 방금 온 것이 다였지만, 작은아버지에게는 몇 개의 문자가 더 왔었다. 미안하다는 내용과 한번 보고 이야기를 하자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강진은 딱히 답을 하지 않았다.
‘이제 와 이야기는 무슨…….’
할 거라면 최소한 자신이 보육원에서 나올 때 연락을 했어야 했다. 아니면 자기가 대학 생활을 하던 그 시기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정을 주기에는 말이다.
핸드폰을 손바닥에 툭툭 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더니…….”
“무슨 소리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며 말을 했다.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상황이라면…… 한번 친척들을 만나 보라고 할 거야. 아니, 아예 우리 가게로 초대를 해서 식사 자리를 주선할 수도 있어.”
“왜?”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건 미움받는 대상보다 미워하는 사람이 더 가슴 아픈 법이니까.”
“그건 그렇지. 생각날 때마다 화가 날 테니 그것도 스트레스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겠지. 친척들에게도 그때 데려오지 못할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일단 이야기를 나눠 보라고 말이야. 이야기하고 난 후에 미워하든 용서하든 하라고 말을 했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맞는 말이다. 강진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것이 옳은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근데 그렇게 못 하겠어.”
강진은 배용수를 보았다.
“내가 보육원에 보내져서가 아니라…… 내가 보육원에 간 것을 알면 아빠와 엄마가 너무 슬퍼할 테니까.”
친척들이 자신을 보육원에 보냈다는 것을 알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 슬퍼할 것이다.
그래서 강진은 친척들과 다시 인연을 맺고 싶지 않았다. 두 분을 슬프게 한 친척들이니…….
강진이 침울해하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그래도 큰아버지가 고맙네. 말은 좀…… 정이 없지만 그래도 앨범 보관도 하고 계셨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보았다.
확실히 그저 미안하다며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작은아버지보다는 앨범을 잘 보관하고 있었던 큰아버지가 더 고마웠다.
강진은 핸드폰을 지그시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 장사 준비하자.”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사진 보고 있지 그래?”
“이미 봤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앨범을 손으로 툭툭 쳤다.
“그럼 가서 액자나 좀 사 가지고 와.”
“액자?”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 액자에 넣어서 카운터에 잘 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앨범을 잠시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지금은 일을 좀 할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더는 권하지 않고는 일어나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부모님은 뭐 좋아하셨어?”
“우리 부모님?”
“오늘 저녁에는 두 분 좋아하는 음식을 좀 해 보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우리 아빠 입이 너무 저렴해서 엄마가 투덜거리던 거 생각이 난다.”
“저렴?”
“아빠는 엄마가 해 준 음식 다 맛있다고 했거든. 어느 날은 계란말이가 좀 짜게 됐는데 엄마가 ‘좀 짜지?’ 하니까, 아빠가 ‘반찬으로 먹으니 맛있는데?’라고 했었어. 또 어느 날은 국이 싱거웠는데, 아빠가 ‘밥 말아서 김치 올려 먹으면 맛있어.’ 이러는 거야.”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셨나 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런 것도 있는데…… 아빠는 그냥 입이 막입이었어. 그냥 입에 넣을 수 있으면 다 맛있어 했거든.”
“그런 입이면…… 행복하시겠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빠도 그런 말을 했어. 사람들은 정말 맛있는 걸 먹어야 맛있다 느끼는데 자기는 조금만 맛있어도 그냥 다 맛있대. 그래서 어디 가서도 밥 맛있게 잘 먹으니 음식으로 불편한 것이 없대. 그냥…… 다 존맛탱이래.”
“존맛탱?”
아버지가 쓰기에는 너무 젊은 말이 아닌가 싶어 보자, 강진이 웃었다.
“우리 아빠 그때는 젊었어.”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은 잠시 허공을 보았다.
“우리 아버지는 그냥 물에 밥 말아서 김치만 줘도 맛있어 했어.”
말을 하던 강진이 입술을 깨물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살아 계셨으면 내 마누라가 정말 맛있는 음식 해 줬을 텐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했다.
“그래. 살아 계셨으면 정말 내가 한상 거하게 차려 드렸을 텐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손으로 눈가를 살짝 눌렀다가 일어났다.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 해야겠다.”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배용수가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