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79
781화
강진이 안쓰러운 눈으로 아이를 보자, 정운희가 웃으며 말을 했다.
“오늘 음식은 뭐 하실 건가요?”
강진이 침울해하자 음식으로 화제를 돌린 것이다.
“음식 메뉴야 늘 같죠. 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통닭하고 야채튀김, 그리고 순대하고 떡볶이입니다.”
“늘 그렇지만 애들이 좋아하겠네요.”
정운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푸드 트럭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그럼 저는 음식을 만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강진의 말은 진심이었다. 자신이나 강상식은 가끔씩 이렇게 와서 봉사를 하지만, 정운희는 평생을 바쳐 봉사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강진은 고맙고 감사했다. 그녀 같은 사람들 덕분에 자신 같은 아이들이 잘 자라서 사회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말이다.
“그럼 서로 고맙고 감사하면 되겠네요.”
“그러면 되겠네요.”
웃으며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갈 때, 황미소가 뛰어왔다.
“오빠!”
달려오는 황미소의 모습에 강진이 손을 흔들다가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황미소는 등에 가방을 메고 있었다.
“미소야, 왜 가방을 메고 있어?”
“나 학교 가.”
“그게 좋아서 가방을 메고 있는 거야?”
“응.”
황미소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빠 학교 갈 때 나도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학교 같이 가면 돼.”
“오빠하고 같이 학교 가고, 미소 좋겠네.”
“응.”
황미소가 환하게 웃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의 뒤에 있는 황희승을 보았다.
그는 들뜬 황미소가 귀여운 듯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얼굴엔 작게 수심이 어려 있었다.
그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오빠가 맛있는 통닭 튀겨 줄게.”
“응!”
환하게 웃는 황미소를 보며 강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푸드 트럭에 올라가 음식을 만들 준비를 했다.
“용수야.”
“응?”
옆에 있던 배용수가 보자, 강진이 작게 말을 했다.
“미소 아버님 좀 여기 오시라고 해.”
사람들 눈이 있어 자신이 부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황희승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황희승이 자신을 보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잠시만 올라오세요. 강진이가 할 말이 있나 봐요.”
배용수의 말에 황희승이 푸드 트럭 위로 올라왔다. 그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버릇없이 윗사람 오라 가라 한다 할까 싶네요.”
“그럴 리가요. 사람들 눈이 있으니 저에게 말을 못 거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그런데 아까 미소 보는 시선에 수심이 있던데 무슨 걱정 있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전에 태수 담임에 대해 이야기했잖습니까.”
“아…… 아?”
잠시 생각하던 강진은 전에 황희승이 황태수 담임을 욕했던 것이 떠올랐다. 보육원에 사는 애라고 구박을 했다면서 말이다.
강진이 황희승을 보았다.
“설마 그 선생님이 미소 담임이 된 건가요?”
“하아! 그렇습니다.”
황희승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준비물이라도 하나 안 가져온 날에는 입에 담지도 못할 잔인한 말을 하며 구박을 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 밑에서 우리 미소가 어떻게 견딜지…….”
“잔인한 말요?”
“엄마 아빠가 안 챙겨주니 이런 것도 놓고 온다고…… 그게 어디 보육원에 사는 애한테 할 말입니까?”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걸…… 태수 앞에서 해요?”
“태수뿐 아니라 반 애들 앞에서 다 들을 수 있게 말을 했습니다. 어떻게…… 아이를 가르친다는 사람이 부모 없는 애한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습니까.”
“그러게요. 괜히…… 직업 이름 뒤에 님 자가 붙는 것이 아닌데.”
여러 직업이 있지만, 그중에 님 자가 들어가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존경받고 돈 많이 번다는 검사나 변호사도 그냥 검사, 변호사라고 부르지 님 자를 붙이지는 않는다.
그만큼 님 자는 아무 직업에나 붙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담임이라는 사람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았다.
최소한 선생님이라면 학생을 보호하고 좋은 길로 이끌어야지, 평생 마음에 상처가 될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쁜 선생님이네요.”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겁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은 황희승이 입맛을 다셨다.
“저 어렸을 때 담임 선생님은 도시락 못 싸오는 애들 먹으라고 자기 돈으로 빵을 늘 사 오셨는데.”
“좋은 선생님이네요.”
“좋은 선생님이시죠.”
고개를 저은 황희승은 아들과 딸이 가방을 메고 강상식이 준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을 보았다.
황태수는 황미소 앞에 쭈그려 앉아 신발 끈을 묶어주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무릎에 황미소의 발을 올려놓고 말이다.
‘여자친구한테도 저렇게 안 해 줄 텐데.’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렇게 착한 애들인데…… 마음에 상처나 주고. 나중에 얼마나 큰 죗값을 받으려는지.”
황희승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큰 죄를 짓는 거죠.”
어린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면 그 밑에서 배우는 아이들의 가치관도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심하면 못 가진 애들은 구박을 받아도 되고, 괴롭혀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 선생님…… 아니, 그 선생을 통해 이미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준비물을 못 챙겨 왔으면 친구와 나눠 쓰라고 말해 주는 게 더 나을 텐데. 무슨…… 부모가 안 챙겨 준다는 그런 말을 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은 강진이 황희승을 보았다.
“신경이 많이 쓰이시겠어요.”
“말을 해서 뭐하겠습니까. 내가 살아 있었으면 아이들이 이런 대우를 받을 일도 없는데……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잔뜩 화가 나서 중얼거리는 황희승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렇게 화가 나고 황당한데 아버지인 황희승은 얼마나 속이 터질까 싶었다.
게다가 그 선생이 구박을 하는 이유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 때문이니 더욱 마음이 아플 것이다. 자신이 죽어서 아이들이 보육원에 오게 됐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문득 황희승을 보았다.
“학교에 보육원 아이들 많이 다니나요?”
“여기 보육원하고 가까우니 초등학생들은 다 거기를 다닙니다.”
“그럼 그 선생님을 겪은 여기 아이들이 많겠네요.”
“휴! 그런 모양입니다.”
황희승은 황미소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소집일 날 담임이 그 사람인 것을 알고 나서 보육원 아이들이 미소를 더 열심히 가르치는데…… 다 그 여자를 아는 학생들인 거죠.”
“공부 못한다고 혼날까 봐 그런가 보네요.”
“제가 옆에서 보니 보육원 아이들도 싫어하지만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싫어하더군요.”
그러고는 황희승이 눈을 찡그렸다.
“너는 집에서 아빠 엄마가 공부하라고 안 하니? 너 이렇게 멍청한 거 너희 엄마 아빠도 알아? 막 이런다니까요.”
“정말 그렇게 말을 해요?”
“그렇다니까요.”
황희승은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태수는 공부라도 잘하니 그런 욕은 안 먹었는데…… 하아! 사람이 참 독해요.”
그동안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던 황희승은 강진에게 속으로 쌓아뒀던 울분을 털어놓았다.
그런 황희승을 보던 강진은 통닭에 반죽을 묻히며 한숨을 쉬었다.
“큰 문제네요.”
“정말 큰 문제입니다. 게다가 우리 미소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그 선생을 만날 아이들도 얼마나 상처를 받겠습니까.”
“맞아요. 앞으로도 그런 선생 밑에서 배울 아이들은 계속 마음에 상처가 생길 겁니다.”
한숨을 쉬며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정운희가 웃으며 다가왔다.
“튀김 냄새가 솔솔 나네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맛있는 냄새를 뿜으며 끓어오르는 기름을 보았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기에 기름에서는 통닭이 맛있게 튀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곧 맛있게 될 것 같습니다.”
정운희가 기름을 보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을 했다.
“애들 학교는 잘 다니나요?”
“잘 다니죠.”
“학교 선생님들이 잘 해 주나요?”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웃으며 말을 했다.
“대부분 잘 해 주세요.”
“대부분이면…… 아닌 분도 있다는 거네요?”
강진의 물음에 정운희가 쓰게 웃으며 말을 했다.
“세상에 어디 좋은 사람만 있겠어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그런 법이죠.”
“그래도 학교 선생님이면 어느 정도 인성은 있어야죠.”
“선생님도 사람이니까요.”
초연한 듯 중얼거린 정운희가 말을 이었다.
“여기 오래 있다 보니 사람에 대해 기대를 많이 안 하게 돼요.”
“기대요?”
“아이를 두고 가는 사람 중에는 나중에 꼭 아이 데리러 오겠다고 우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정말 찾아오는 분은 몇 되지 않아요.”
“아…….”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하자 정운희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게 기대를 많이 안 하게 되더군요.”
목소리에 쓸쓸함이 담겨 있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원장님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으셨나 보구나.’
인자하고 좋게만 생각한 사람에게도 마음에 상처가 있는 것이다.
강진이 안쓰러운 눈으로 정운희를 볼 때,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아이들 두고 가는 사람들도 다양하지만 학교 선생님들도 다양하게 봤어요.”
“그러시겠죠.”
“선생님 중에는 보육원에 와서 봉사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반면에…… 보육원 아이라고 무시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죠.”
“지금도 있습니까?”
이미 아는 이야기지만 정운희에게 들어야 아는 척을 할 수 있기에 강진이 물었다.
정운희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한 분 계시는 모양이더군요. 그 선생님 때문에 몇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싫어했어요.”
“나쁜 선생님이네요.”
“그러게요.”
고개를 젓는 정운희를 보며 강진이 말을 했다.
“학교에 항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들 맡긴 입장에서 그게 어디 쉽나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우는 애가 젖 한 번 더 먹는 법이에요.”
“그건 그렇죠.”
정운희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 것을 보던 강진은 기름에서 튀겨진 통닭을 꺼내기 시작했다.
‘요즘은 참기만 하면 더 괴롭히는 세상입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기름이 빠지도록 통닭을 체에 올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 선생을 어떻게 해야 하나…….’
황미소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황미소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걱정이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어린 만큼 마음의 상처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촤아악! 촤아악!
반죽을 입은 닭을 기름에 넣던 강진은 입맛을 다시다가 힐끗 강상식을 보았다.
강상식은 어느새 축구복을 입고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이런 쪽은…… 상식 형이 전문이기는 한데. 오랜만에 봉인 한번 풀라고 해야 하나?’
잠시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생각을 하라는 것이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악의 싹은 밟아 줘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