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착착착!
강진의 손에서 카드가 현란하게 섞이기 시작했다.
“오! 잘하네.”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공사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거기 아저씨 한 명이 카드를 잘하셨어요.”
착착착!
가볍게 카드 셔플을 마친 강진이 오태광에게 일곱 장을 주고 자신도 일곱 장을 받았다.
“노름처럼 사람 심리를 파악하는데 좋은 것이 없습니다.”
“하긴 사람 심리 잘 파악만 해도 승률이 올라가니…… 하!”
말을 하던 오태광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가볍게 웃으며 임상옥을 보았다.
“심리학 배운 사람하고는 노름을 하면 안 되겠습니다.”
“심리학 배웠다고 다 노름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말을 멈춘 임상옥이 미소를 지었다.
“저하고는 하지 마십시오.”
“호오! 저도 카드라면 꽤 하는데…… 교수님 너무 자신만만하신 것 아닙니까?”
“그럼 어떻게, 오늘 밤에 한 번 하실까요?”
“하하하! 그것도 재밌겠군요. 그럼 그건 이따 한잔하면서 이야기 나누기로 하시고…….”
오태광이 강진을 보았다. 설명해 보라는 듯 말이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지금 가지고 계신 일곱 장, 마음에 드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오태광이 자신의 카드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건 자네 패에 달린 것 아니겠나?”
자신의 패가 아무리 좋아도 강진의 패가 더 좋다면 좋은 패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나쁜 패라도 강진의 패가 자신의 것보다 나쁘면 좋은 패가 되는 것이다.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설명을 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네요.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포커라는 것은 내 패도 중요하지만 상대 패도 중요하죠.”
그러고는 강진이 자신의 패를 펼치자 오태광도 패를 보여주었다.
“지금 패만으로는 제가 이겼군요.”
“그렇군.”
지금 패만을 본다면 강진이 이겼다.
“하지만…….”
강진이 자신의 패 중 한 장을 오태광의 카드에 넣었다.
“이렇게 하면 사장님께서 이기시는군요.”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카드를 보다가 물었다.
“상대방의 패를 가져오게 해서 자신의 패를 높게 만들라는 건가?”
오태광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룰은 간단합니다. 인턴들에게 일곱 장의 카드를 부여합니다.”
“보통 인턴을 16명 정도 뽑는데, 그럼 카드가 112장이 필요하니…… 카드가 부족하잖나?”
“그럼 7장이 아니라 6장으로 하고, 카드를 두 세트로 하면 됩니다.”
“두 세트라…… 그럼 카드는 안 부족하겠군.”
오태광의 말에 임상옥이 입을 열었다.
“두 벌의 카드로 하는 포커라…… 경우의 수가 아주 복잡하겠군.”
52장으로 하는 카드와 104장으로 하는 포커는 경우의 수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임상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한 벌 카드로도 복잡한 게임이 더 복잡해지는 거죠. 경우에 따라서는 포 카드가 아니라 식스 카드도 나올 수 있을 만큼요.”
같은 수를 가진 네 장의 카드를 포 카드라 한다. 하지만 두 벌의 카드로 하는 게임이니 같은 수를 가진 카드를 최대 여섯 장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럼 식스 카드인 것이다.
생각을 하는 듯한 오태광을 보며 강진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인턴들은 각각 한 사람과 한 번의 카드 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저희 인턴이 17명이니 한 사람당 16번의 카드 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같은 사람하고는 두 번 교체를 할 수 없습니다. 딱 한 번만 한 사람과 카드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태광이 흥미로운 눈으로 카드를 보며 묻자 강진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두 벌의 카드를 쓰고 남은 카드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보여 줍니다. 그래야 경우의 수를 그들도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남는 카드가 뭔지 알아야 인턴들도 그 카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인턴들은 카드를 교환할 때마다 자신의 패 중 두 개를 공개해야 합니다.”
“카드를 공개해야 상대의 카드 중 내가 가지고 싶은 카드를 알 수 있으니까?”
오태광이 바로 강진의 생각을 읽고 묻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지만, 이 게임은 필요 없는 카드를 버리고 나에게 필요한 카드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 없다고 해서 아무런 카드나 내면 상대는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카드가 뭔지 알 수 있습니다.”
“하긴, 버리는 카드로 필요한 카드를 유추할 수 잇겠군. 게다가 카드를 열여섯 번은 교체를 해야 하니…… 그리고?”
호기심이 생긴 듯 보는 오태광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거면 됩니다.”
룰은 간단했다.
1. 카드를 여섯 장씩 받는다.
2. 인턴들은 각각 한 번씩 카드를 교환할 수 있다.
3. 교환할 때 카드 두 장을 보여야 한다.
4. 교환을 모두 끝낸 후 카드를 오픈해, 가장 높은 패를 가진 인턴이 승리한다.
강진이 간단하게 설명을 끝내자 오태광이 그를 보았다.
“이거면 된다?”
“인기 인턴 뽑기에도 친절한 설명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럼 이거면 됩니다.”
“흠…….”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임상옥을 보았다. 이 정도면 괜찮냐는 의미였다.
그 시선에 임상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즉석에서 만든 것치고는 잘 만들었군요.”
“그렇습니까?”
“이 게임은 정보 수집, 심리 분석 거기에 임기응변과 창의성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 창의성은 어떻게 확인이 되는 겁니까?”
정보 수집, 심리 분석, 임기응변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창의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태광의 물음에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오태광에게 말했다.
“룰은 넷입니다.”
“그렇지.”
“룰이 넷이라는 것은 그 룰 외에는 모두 가능하다는 겁니다.”
“모두 가능하다?”
“네 가지 룰에는 어떠한 방법을 쓰면 안 된다는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룰이라는 건 지키라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이죠. 정해 놓은 룰은 지켜야 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미소를 지었다.
“정해진 룰만 지키면 어떤 짓을 해도 상관이 없다?”
“그렇습니다.”
“재밌군.”
“그리고 이 게임은 인턴들이 모두 카드를 교환해야 하니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한 번 교체하고 추리를 하고 작전을 짜야 할 시간이 필요하니, 짧으면 십 분 길면 한 시간 정도겠죠?”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 행사 때 시작하고 끝날 때 오픈하면 되겠지.”
“그러면 시간은 충분할 겁니다.”
강진의 답에 오태광이 그를 보았다.
“식당 장사 잘 되나?”
“제가 식당 하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회사 일을 사장이 모르면 되나? 그래, 장사는 잘 되나?”
“아직은 자리 잡는 단계에 있습니다.”
“자리 잡기 힘들면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어때?”
태광무역이 대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견 회사에는 속하는 좋은 회사다.
하지만…….
“식당 운영을 해야 할 사정이 있습니다.”
“사정이라……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러고는 오태광이 임상옥을 보았다.
“내년에도 좋은 사람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오태광의 말에 임상옥은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살아남는 것은 제자의 몫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회라도 만들어 주게 됐으니 말이다.
심리학과 학생이 무역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던 최광현이 살며시 말했다.
“교수님, 저희 씨름하러 가야 하는데요.”
최광현의 말에 오태광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상품이 푸짐하니 꼭 승리하고 오십시오.”
오태광의 말에 임상옥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왔으니 하나라도 받아 갈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임상옥이 학생들을 데리고 천막을 나가자 강진도 오태광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 뒤를 따라나섰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오태광이 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 것 같은가?”
처음 봤을 때 했던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다. 오태광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직원들을 아끼시는 분으로 보입니다.”
강진의 답에 오태광이 물었다.
“다른 건 없나?”
더 듣고 싶어 하는 듯한 오태광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직 인턴이라서 오너분께 쉽게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하! 내가 사장이라서 제대로 말을 못 해 준다는 건가?”
“아직 두 달 남았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기분 좋게 웃었다.
“자네 인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겠군.”
“저 인턴 끝나면, 저희 가게에 손님으로 와 주세요. 그럼 제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심리 테스트도 해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태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그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천막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임상옥에게 다가갔다.
강진을 데리고 걸으며 임상옥이 말했다.
“회사 생활 어때?”
“좋은 회사입니다.”
“후배들이 와서 일하기에도 좋은가?”
“제가 식당만 아니라면 꼭 입사하고 싶은 그런 회사입니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물었다.
“그렇게 좋아?”
“복지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회사 사람들의 마인드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회사에서 본 것들을 말을 해 주었다.
나갈 인턴들에게 미리 일을 가르치는 것부터, 수출 대행이 그냥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돕는 일이라 작은 사업 하나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까지 말이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드가 좋네.”
“그래서 저도 가게만 아니면 입사하고 싶을 정도예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봐서 알겠지만, 오 사장이 인재 욕심이 큰 사람이야. 그리고 사람 욕심이 큰 만큼 자기 사람들한테 잘해 주는 편이야.”
“욕심 많은 것도 좋은 쪽으로 쓰이네요.”
최광현의 말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욕심이 많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잠시 말을 멈췄던 임상옥이 말을 이었다.
“남보다 잘살고 싶다, 남보다 더 잘나고 싶다. 이런 감정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가면 얼마든지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
임상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농구 시간이 있어서 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저녁에 술이나 같이하자.”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몸을 돌려 강당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멈췄다.
그러고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구석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강진이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왜?”
배용수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엄청 빠르다.”
“그나저나 왜 불렀어?”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뭔가 불안해 보이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왜 그래?”
“저쪽에 처녀귀신하고 총각귀신이 있잖아.”
배용수가 강당을 가리키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처녀귀신하고 총각귀신?”
“저것들이 미쳤나? 왜 갑자기 같이 있는 거야?”
배용수는 황당함과 불안함이 깃든 눈으로 강당 쪽을 보다가 몸을 떨고는 뒤로 물러났다.
“기운 살벌하다, 좀 떨어지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와 함께 걸으며 물었다.
“저 강당에 있는 귀신이 처녀귀신하고 총각귀신이야?”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처녀귀신하고 총각귀신 본 적은 있지만 둘이 같이 있는 건 또 처음 보네.”
“그럼 총각귀신도 처녀귀신처럼 무서운 존재야?”
남자 귀신은 많이 봤어도 총각귀신은 본 적이 없어 어떤지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귀신들도 처녀귀신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 한 적이 있지만, 총각귀신에 대해서는 언급을 한 적도 없고 말이다.
“여자만 처녀로 죽으면 억울하겠어? 남자도 마찬가지로 총각으로 죽으면 억울하기 짝이 없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강당을 힐끗 보았다.
사실 여자 귀신들과 영수가 같이 있는 것에 조금 의아하게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요즘 애들이 조숙하다고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었다.
빠른 애들은 빠르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여자애들은 처녀귀신이고, 영수는 총각귀신인 것이다.
‘처녀와 총각귀신이면 불과 물의 관계일 텐데…… 같이 죽어서 같이 다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