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82
784화
기분이 좋은 것 같은 강상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그렇게 줬으면 다음 권이 궁금했겠네요?”
[그러니 보고 싶으면 다시 선생님에게 가야겠지. 그리고 그 선생이 자신이 봤던 소설 중에서 정말 재밌는 것들만 줬으니 더 보고 싶어서 찾아갔대.]“학생이 책을 받으러 오니 책을 봤는지 아닌지도 확인을 할 수 있었겠네요.”
[그렇지. 책을 봤으니 다음 권 받으러 올 테고 말이야. 그렇게 책을 보다가 어느 날 선생님이 이렇게 재밌는 소설 너도 써보고 싶지 않느냐고 했었대. 그랬더니 학생이 웃은 거지. 저 같은 애가 무슨 소설을 쓰냐면서. 그래서 선생님이 뭐라고 했게?]“글쎄요? 너도 할 수 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비슷한데…… 거기에 도가 빠졌어.]“넌 할 수 있어?”
[그렇지. 너도에서 도 하나 뺐을 뿐인데 느낌이 많이 다르지.]“그건 그러네요.”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그 애가 본 무협 소설, 바로 그 선생님이 쓴 거였어.]“아! 선생님도 작가였군요.”
[조사하면서 안 건데, 이런 소설 쪽은 진입 장벽이 낮은 모양이야. 학생들도 인터넷에 연재해서 인기 좋으면 책으로도 나오고 하나 보더라고. 어쨌든 선생님이 그랬대. 글이라는 건 어렵지 않다. 그저 네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네가 상상하는 대로 써 보는 것이 글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많은 사람이 안 보면 또 어떠니. 네가 쓴 이야기가 이렇게 남는데 말이야.]잠시 말을 멈췄던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그 이야기 듣고 자신이 쓰고 싶은 소재가 생각나서 글을 썼다고 하더라.]“그럼 조폭은 그만두고요?”
[그만뒀으니 훈훈한 사제지간 이야기로 끝나는 거지. 그 학생 지금은 잘나가는 무협 소설 작가 됐어.]“잘 됐네요.”
[고등학생이 조폭 생활을 하면 이미 학교에서는 내놓은 놈이고, 학교에서 격리시키려고 하는 애일 텐데…… 그런 애를 잡고 작가로 만든 선생님도 있는데……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말을 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네요.”
[좋은 선생님이지. 최소한 감옥 갈 인생 구제한 거니까. 아니, 그뿐이 아니지…… 감옥 가려면 나쁜 짓을 해야 하니 그 학생한테 피해를 볼 사람들도 구제를 한 거네.]“오! 그렇게 생각하니 형 말이 맞네요.”
[아주 맞는 말이지. 나쁜 놈 한 명이 한 백 명 괴롭힐 텐데…… 사기라도 쳐 봐라. 사기당한 가족 인생이 얼마나 처참하겠어. 사기뿐만 아니라 폭행도 마찬가지고.]“한 사람을 구해서 수십 명을 도운 거네요.”
[그래서 선생이라는 직업이 중요하고 존경을 받는 거겠지. 학생의 인생을 변화시키니까.]이번에 좋은 선생님 사연을 모으면서 강상식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보는 눈이 변한 모양이었다.
그냥 월급 받고 애들 가르치는 직업에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스승님’으로 말이다.
잠시 말이 없던 강상식이 말을 했다.
[이번 주에 미소한테 갈 거지?]“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그 선생 때문에 미소 많이 기분 안 좋을 테니까요.”
[나는 이번 주는 못 가니까 다음에 같이 가자.]“그렇게 하세요.”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잠시 핸드폰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나쁜 사람.”
선생을 생각하니 짜증이 난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저녁 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당근을 손질하던 배용수가 강진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보고는 말을 했다.
“표정 안 좋네?”
“미소하고 통화했는데 선생이 짜증나네.”
강진이 황미소와 나눈 대화를 이야기하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음식 만들 때 그런 이야기 하지 말자. 기분 나쁠 때 음식을 하면 맛도 쓴 법이야.”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가서 이빨 닦고 와라.”
“이빨?”
“혀 깨끗이 닦고 오라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에 가서 이빨을 닦고 들어왔다. 그는 배용수가 씻고 있는 당근을 보며 말을 했다.
“그런데 당근 손질된 것도 많은데 왜 우리는 늘 흙당근만 사는 거야?”
씻어져서 나오는 당근도 가져오면 손질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씻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흙 털어내고 씻겨 나온 당근들은 나오는 순간부터 신선도가 떨어지는 거야.”
“씻어 나온 것도 신선하던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지금 씻어 놓은 당근이 없어서 비교를 못 하는데, 나중에 당근 주스하고 당근 케이크 만들어 줄 테니 두 개 먹고 비교해 봐. 맛의 차이가 확 날 거야.”
“그렇게 차이가 나?”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당근을 씻으며 말을 했다.
“제주도에 유명한 당근 케이크 집이 있는데, 당근 밭에서 캐 온 당근으로 케이크를 만들거든. 그래서 맛이 아주 좋아.”
그러고는 배용수가 다시 강진을 보았다.
“우리 맛집 탐방도 좀 다니고 해야 하는데. 요리사는 음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한 음식을 많이 먹어 보는 것도 중요해.”
“그건 그런데…… 시간이 좀 그러네.”
지방에 있는 맛집 가는 건 일요일이나 해야 할 텐데…… 강진은 일요일마다 음식 봉사를 하러 다니니 말이다.
그래서 일요일이라고 해도 강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다음에 한번 시간 내서 내가 아는 곳으로 몇 곳 다녀 보자.”
“요리 선생님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시간 한번 정해 봐야지.”
강진은 당근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했다.
“밭에서 바로 캔 걸로 만들면 맛있기는 하겠다.”
“맞아. 사과도 나무에서 바로 따서 먹으면 진짜 맛있다.”
“그래?”
“우리 운암정에서 운영하는 사과 농장이 있는데 거기서 사과 따서 바로 먹으면…… 완전 꿀이야, 꿀.”
웃으며 입맛을 다신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밭에서 바로 캔 것만은 못 해도 흙 묻어 있는 걸로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아…… .”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을 했다.
“숙성시켜서 먹는 식재가 아닌 이상, 식재는 뭐든 신선해야 가장 맛있는 법이야.”
“그 말이 맞지. 좋은 식재가 음식의 반이니까.”
“반은 무슨…… 시작과 끝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에게는 반이야.”
배용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너처럼 실력 있는 요리사가 음식을 하면, 같은 식재라도 더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이 나올 테니까. 그러니 너에게는 오 대 오인 거지.”
그러고는 강진이 당근을 씻으며 말했다.
“나 같이 배우는 사람이나 식재 덕을 많이 보는 거고.”
“내 실력을 인정하는구먼.”
“그럼. 우리 마누라 음식 솜씨는 내가…….”
마누라라는 말에 배용수가 물 묻은 손을 강진을 향해 세게 털었다.
파앗!
“아 차가!”
강진이 급히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내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입은 그만 놀리고 손은 빨리 움직여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당근을 씻기 시작했다.
“근데 오늘 뭐하려고 당근을 이렇게 많이 씻어?”
사실 당근은 음식에 많이 쓰는 식재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배용수는 흙 묻은 당근을 두 상자나 주문해서 손질을 하고 있었다.
강진의 질문에 배용수가 웃으며 답했다.
“전에 형수가 입이 궁금해서 자주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잖아.”
“그랬지. 야채도 먹고 과일도 먹고 하려고.”
“그래서 당근라페 좀 만들려고.”
“당근라페?”
“채 썬 당근으로 만드는 초 샐러드라고 생각을 하면 돼. 그냥 반찬으로 먹어도 되고, 식빵 구워서 거기에 넣고 먹어도 맛있어.”
“그래?”
“그리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서 만들어 두고 먹으면 좋지. 거기에 몸에도 좋고.”
“하긴, 당근이 몸에 좋기는 하지. 눈에 좋잖아.”
“눈에만 좋겠어? 비타민 C도 있어서 피로 회복에도 좋고, 노화 방지에도 좋고 피부 재생에도 좋고. 어쨌든 두루두루 좋지. 그리고 태아에도 좋아.”
“오! 몸에 좋은 거네.”
“좋지. 근데 임산부는 많이 먹으면 안 좋아.”
“태아한테 좋다며?”
“비타민 A가 태아 세포랑 눈, 심장 발달에 도움도 되고 이래저래 좋기는 한데…… 너무 많이 먹으면 태아한테는 안 좋아. 특히 초기에는 피해야지.”
“그래서 먹어도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임신 초기도 아니고 지금은 먹어도 돼. 대신 한 통 크게 먹으면 안 되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당근을 보다가 말을 했다.
“위험한 거 아니야? 큰일 나.”
“내가 무슨 독약을 만들겠냐. 그리고 당근을 엄청 많이 먹는 것 아니면 괜찮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을 위하는 건 배용수도 마찬가지인데 태아한테 안 좋은 것을 먹이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안 먹어도 되는데…… 뭘 이렇게 많이 했어?”
“이왕 하는 거 많이 해서 단골손님들 선물하면 좋잖아.”
“선물?”
“이거 하루 정도는 지나야 먹거든. 내일 마트에 가서 유리병…… 잼 같은 것 담는 병을 좀 사. 작은 쇼핑백에 담아서 우리 가게 단골들한테 한 병씩 선물하자.”
“오…… 너 그런 생각도 했어?”
“우리 가게도 이제 햇수로는 삼 년이잖아. 봄 되니 상큼하게 이런 것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서.”
배용수가 웃으며 당근을 문대며 말했다.
“그리고 이거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 이름이 폼 나잖아.”
“당근라페라…… 하긴, 서양 음식 같고 이름 좀 있어 보이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씻어 놓은 당근을 싱크대에 올리며 말했다.
“일단 세척해라.”
말을 하며 배용수가 검수림 식칼을 잡고는 당근 표면을 긁어낸 뒤 썰기 시작했다.
타타탓! 타타탓!
단단한 당근을 얇게 써는 것에 강진이 검수림 식칼을 보았다.
‘확실히 검수림 식칼이 날카로워. 당근도 두부처럼 썰어 버리네.’
식칼을 보던 강진은 당근을 마저 씻었다. 그러다 당근을 다 씻은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당근을 썰었다.
가느다랗게 채 썬 당근을 통에 넣은 배용수가 소금을 적당히 넣고는 버물리며 설명을 했다.
“김치 담그는 것처럼 소금 좀 넣고 십 분 후에 식초하고 올리브유, 화이트 와인, 레몬즙 하고 후추, 그리고 홀그레인 머스터드 넣고 하루 숙성해서 먹으면 돼.”
배용수의 설명에 강진이 물었다.
“다른 야채는 안 들어가?”
“안 들어가.”
“그럼 소스 맛으로 먹는 건가?”
“그건 아니고 음…… 뭐라고 할까. 좀 상큼하면서 아삭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빵에 넣어서 샌드위치로 먹어도 맛있다. 아니면 치킨 무 대신해 먹어도 좋고.”
십 분쯤 기다리던 배용수는 당근을 꺼내 다른 그릇에 넣고는 물을 짰다.
주르륵!
물을 쫘악 짠 배용수가 그 안에 소스를 넣고는 버무렸다. 그러고는 통 뚜껑을 닫고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이렇게 했다가 두세 번 정도 뒤섞어 주면 끝이야.”
“간단하네.”
“간단하고 맛있어. 아! 그리고 소금 양은 조금 적게 넣어야 해. 잘못하면 짜.”
“그럼 얼마나 넣어야 하는데.”
“그거야 적당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당히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네.”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린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근데…… 몇 그램 몇 그램 하기엔 음식 만들기 너무 어렵지. 많이 해 보면 적당히를 알게 될 거야.”
배용수가 강진을 보며 말했다.
“엄마가 음식 만들 때 무게 재면서 만들지 않잖아.”
“그건 또 그러네.”
강진의 답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무장갑을 물에 씻으며 말했다.
“자, 이제 저녁 장사 준비하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저녁 장사에 낼 반찬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