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86
788화
소주를 마시며 저승 이야기를 듣던 홍진주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승에 대해 그리 잘 아세요? 마치 가 보신 것 같아요.”
“제가 안 가 봤으면 이런 소시지를 어떻게 사 오겠어요.”
“어머. 가 보셨어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는 홍진주를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귀신 손님들 음식 사려고 자주 갑니다.”
“대단하세요. 사람이 저승을 왔다 갔다 하고.”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
강진은 싱크대 한쪽을 열어서는 구석진 곳에서 라면을 꺼냈다.
“매운 라면 좋아하세요?”
“한국 사람 중에 매운 라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싱긋 웃는 홍진주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매운 것 안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역시 한국인은 매운 라면이죠.”
강진은 냄비에 물을 받은 뒤 가스레인지에 그것을 올리고는 불을 켰다. 뒤이어 라면을 빠르게 끓인 강진이 냉장고에서 JS 볶음김치를 꺼내 놓았다.
“이 라면도 JS 라면이라 직접 드실 수 있어요. 드셔 보세요.”
“이 김치도 JS 김치인가요?”
“맞아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신기한 듯이 라면과 김치를 보다가 한 젓가락 떠서는 입에 넣었다.
면발이 진짜로 자신의 입에 들어와 씹히자 홍진주는 미소 지었다.
후루루룩!
면발을 빨아들인 홍진주가 김치를 하나 집어먹고는 웃었다.
“정말 맛있어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저승이라고 해도 별것 없더라고요.”
“네?”
“사람이 죽으면 승천을 하거나 귀신이 됩니다. 그리고 귀신도 한이 풀리면 승천을 해서 저승에 가죠. 즉 저승은 사람이었던 사람들이 죽어서 가는 곳이니…… 무섭다기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장소일 뿐이에요.”
강진은 어깨를 작게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살았을 때 사람들 괴롭히고 죄 많이 지은 사람은 저승이 조금 많이 고달프겠지만요. 진주 씨 생전에 사람 막 때리고 사기 치고 그러지는 않으셨죠?”
“그렇게 보여요?”
“그렇게 안 보이니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겁내실 필요 없어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그를 보다가 작게 웃었다.
“고마워요.”
강진이 이 말을 한 이유는 저승을 무서워하지 말고 어서 승천을 하라는 의미였고, 홍진주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이다.
미소를 지은 홍진주는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라면이 또 소주 안주로도 좋죠.”
“맞아요. 아주 좋아요.”
그렇게 소주와 함께 맛있게 라면을 먹은 홍진주가 크게 숨을 토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홍진주가 홀을 보았다. 그러다 홀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을 보았다.
말 그대로 가족이었다. 남편이 있고, 아들이 있고 여동생이 있었다.
“제가 아쉬운 것이 하나 있어요.”
“아쉬운 거요?”
“인섭이에게 동생이 없는 거요. 이 힘든 세상 나중에 남편이 없고, 진해도 없으면 인섭이 혼자잖아요. 동생이 있으면 힘든 세상이라도 같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죠.”
말을 하며 강진이 정학봉 가족을 보았다.
“애가 안 생기나요?”
“안 생기더라고요.”
“그…….”
강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물어볼 것이 있는데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홍진주가 웃으며 말을 했다.
“제가 본 건 아니지만…… 두 사람 잠자리는 자주 가지는 모양이에요.”
귀신이라고 해도 자신의 동생과 남편이었던 사람이 같이 잠자리를 하는 건 보기 힘들었던 터라 홍진주는 안방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홍진주는 정인섭의 수호령이라, 두 사람을 늘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분위기라는 것이 있으니 두 사람이 잠자리를 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
“그런데 애가 안 생기네요.”
“애가 안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죠.”
황민성과 김이슬도 몸이 건강하지만 하늘에서 점지해 주지 않아 애가 생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들에게 동생이 없어 아쉬워하는 홍진주를 보던 강진은 그녀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이것밖에는 위로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쪼르르륵!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자, 홍진주가 웃으며 잔을 잡아 입가에 가져갔다. 그리고 한 모금을 마신 홍진주가 웃으며 말했다.
“잘 먹었어요.”
“좀 더 드시죠.”
강진이 소주병을 들자, 홍진주가 고개를 저었다.
“가족하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홍진주가 고개를 숙이고는 홀로 나가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동생이 남편하고 결혼해서 자기 애를 키운다니…… 드라마에서나 볼 일이네.’
정말 드라마틱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강진은 홀로 나간 홍진주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앉았던 곳에 자리를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가족들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이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여직원들이 들어와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잘 먹고 갑니다.”
얼큰하게 취해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정학봉에게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기분 좋게 드신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하하하! 정말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웃으며 정학봉이 지갑을 꺼냈다.
“얼마입니까?”
정학봉의 말에 강진이 테이블을 보았다.
“오만 원 주시면 될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웃었다.
“할인해 주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막걸리 다섯 병 드셔서 이만 원, 거기에 김치찌개하고 안주 세 개 해서 삼만 원입니다. 아! 계란찜은 서비스고요. 정가로 받은 겁니다.”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웃으며 홍진해를 보았다.
“내 말이 맞지? 여기 싸고 맛있어.”
“그러게요.”
홍진해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다음에 저희 부모님도 한번 모시고 오고 싶네요.”
“언제든지 환영이죠.”
말을 하며 강진이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저희 가게는 정해진 음식 메뉴가 없습니다. 혹시 특별하게 먹고 싶은 음식이나 식재가 있다면 미리 연락을 주세요. 그럼 최대한 드시고 싶은 음식을 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강진의 말에 홍진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인섭의 손을 잡았다.
“인섭아.”
그에 정인섭이 홍진해의 손을 맞잡고 가게를 나섰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정학봉이 강진을 보며 말했다.
“아! 오늘 소금 넣고 돼지고기 볶은 거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 먹으려고 간단하게 만든 건데 입에 맞으셨어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돈 없을 때 고기 먹고 싶으면 돼지 막고기 사다가 소금 쳐서 구운 걸 아내하고 같이 먹었는데 그거 생각나고 좋더군요.”
“그때는 정말 살기 힘드셨나 보네요.”
“그렇다기보다는…… 아내가 돈을 아끼려고 했거든요.”
정학봉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디 부위라고 말하기 어려운 막고기지만 소금 쳐서 먹으니 그런대로 맛있었습니다.”
“고기는 언제나 옳죠.”
“하하하! 맞습니다. 뒷다리 한 근만 사도 싸고 맛있게 먹으니까요.”
껄껄 웃은 정학봉은 손을 들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은 일하시나 보네요?”
“하하하! 하루 쉬었으니 또 일해야죠. 내일 뵙겠습니다.”
기분 좋게 나가는 정학봉을 보던 강진은 아직 가게를 나서지 않은 홍진주를 보았다.
그녀 또한 감사 인사를 하고 가려고 아직 가게를 나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돼지고기 아저씨하고 드시던 음식이었나 보네요.”
“그때 그렇게 먹으면 참 맛있었는데…….”
홍진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김치하고 먹어도 참 맛있어요.”
“알겠습니다. 다음에 그렇게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그래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웃으며 고개를 숙인 홍진주가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문을 열고는 밖을 내다보았다. 어느새 정학봉 가족들이 탄 택시가 출발하고 있었다.
“잘 먹고 가요.”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드는 정학봉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 입맛을 다셨다. 홍진주가 택시 뒤를 따라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는 것을 본 것이다.
‘차에도 못 타고…….’
배용수나 최호철이라면 차 뒤를 따라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는 것을 재밌어하겠지만, 홍진주가 저렇게 가니 안쓰러웠다.
“참…… 드라마 같은 이야기네요.”
이혜미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이 더 드라마 같네요. 이런 일은 들어 본 적도 없는데.”
강진은 멀어져 가는 홍진주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행복한 가족 드라마네요.”
“맞아요. 사람도 귀신도 다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말대로 홍진주도 정학봉도, 홍진해도 다 행복해 보였으니 말이다.
“요즘 막장 드라마에 소리만 지르는 드라마 많은데…… 이런 드라마도 좋네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요즘 호철 형이 늦게 들어오는 것 같아요.”
“요즘 나쁜 놈 하나 잡는다고 늦게 들어오네요.”
“어제 저승식당 시간에는 안 오셨던데?”
“먹는 것보다 나쁜 놈 잡는 것이 더 좋대요.”
“신혼에 이러면 안 되는데…….”
“괜찮아요. 나쁜 놈 잡아서 저희 같은 귀신들 없게 하려는 거니까요.”
웃으며 이혜미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녀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정학봉 가족이 먹은 자리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부엌에서는 설거지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주방에 들어간 강진이 말을 했다.
“아가씨 드실 음식 좀 해야겠다.”
“기사 보여 드리게?”
“엄청 좋아하실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김소희는 자기 기사를 보면 좋아할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그러지 않은 척할 테지만 말이다.
김소희의 반응을 떠올리며 작게 웃은 강진은 처녀귀신들이 좋아하는 매운 음식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내가 이런 말을 들으려고 나라를 위해 싸운 것이 아닐세.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네.”
자신의 기사를 본 김소희가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강진이 그녀의 얼굴을 슬며시 보았다.
‘역시…… 좋아하시네.’
투덜거리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민성 형이 이야기를 했는데 책이 나온다고 합니다.”
“책? 설마…… 내 책인가?”
김소희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호오!”
김소희는 작게 탄성을 뱉고는 손을 내밀었다.
“주게.”
“아…… 지금은 없습니다.”
“없다고?”
실망스러운 듯한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말을 했다.
“지금 작가가 쓰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작업 중이라…….”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했다.
“책 표지는 내 그림으로 하고 싶군.”
“아가씨가 그림을 그리시려고요?”
“안 되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될 일이 있나요. 제가 민성 형에게 말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원고가 완성되기 전에 내가 먼저 봤으면 좋겠군.”
“먼저요?”
“내 삶을 쓴 글인데…… 내가 먼저 보는 것이 맞지 않겠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맞네요. 원고 중간중간 받아 볼 수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의병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알아준다니 이제라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게다가 자신과 달리 정말 기억되어야 할 자신의 아버지도 사람들이 기억을 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김소희를 보는 강진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김소희가 좋아하니 강진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