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87
789화
김소희가 기분 좋은 얼굴로 자신의 기사를 읽고 있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아가씨 드라마 나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내 삶이 드라마가 된다, 라…….”
잠시 말이 없던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내 역할을 할 배우는 누구로 생각을 했다 하던가?”
“민성 형은 박신예를 생각하고 있더군요. 아가씨와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다고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김소희가 전에 자신의 배역으로 박신예가 좋겠다고 한 말을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아가씨가 원해서요.’라는 말보다는 남이 어울린다 생각해서 정했다는 게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으니 이렇게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강진의 생각대로 김소희의 입가는 올라갔다.
“호오! 박신예라…….”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미소를 짓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내가 박신예와 비슷한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전에 박신예가 좋다고 했던 말을 기억 못 하시나 보네.’
속으로 웃은 강진이 말을 했다.
“형이 보기에 느낌이 비슷하니 박신예를 아가씨 배역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것도 일리가 있군. 박신예라…… 조금 마음에 안 차기는 하지만 박신예라면 내 배역을 조금은 소화할 수 있겠지.”
잠시 박신예를 떠올리던 김소희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박신예가 사극도 찍었을 것이야.”
“네?”
“사진 좀 찾아보게나. 한복을 입은 모습이 보고 싶군.”
무슨 말인지 알아챈 강진은 박신예를 검색해 사극을 찍었을 때의 사진들을 찾았다.
“여기 있네요.”
김소희가 사진을 이리저리 넘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것이 좋군. 내 배역 의상은 이런 식으로 하면 좋겠네.”
김소희는 박신예가 입은 화사한 색의 한복을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강진은 김소희가 선택한 사진을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을 하며 말을 했다.
“그 한복도 옛날 스타일이 있고 현대식으로 만든 것도 있던데 아가씨는 어떤 것이 좋으세요?”
“그것이야…….”
김소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말로 해서는 어찌 알겠나. 나중에 사진으로 가져오게. 내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겠네.”
그러고는 김소희가 핸드폰 사진을 넘기며 박신예의 사극 사진을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귀신 손님들이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오늘도 평화롭군.’
자주 오는 귀신들은 마음 맞는 친구 귀신들과 이야기를 하며 술과 음식을 먹었고, 처음 오는 귀신들은 조금은 주눅이 든 표정으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처음 오는 귀신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신들이 대부분이라, 다른 귀신이 무섭거나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술 좀 마시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친해져서 어울리게 될 것이다. 사람이나 귀신이나 친해지는 데는 술만 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강진이 귀신들을 보던 중 가게 문이 열리더니 강두치가 들어왔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던 강두치는 김소희를 보고는 웃으며 손을 들었다.
“누님!”
김소희에게 반갑게 손 인사를 한 강두치는 웃으며 걸음을 옮기려다가 뒤를 따라 들어오는 귀신을 보았다.
“여기는 처음이죠?”
강두치의 말에 뒤따라 들어오던 남자가 의아한 듯 가게를 둘러보았다.
“밥 먹고 가자는 곳이 여기……인가요?”
“서울에서 여기가 귀신 맛집입니다. 응? 그런데 여기 와 보셨어요?”
“여기…… 몇 번 와 봤습니다.”
“어? 그래요?”
“근데…… 어떻게 사자님이 여기를?”
“사자라니요. 강 대리라고 편하게 부르세요. 요즘 사자라는 말 안 씁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 단골이거든요.”
말을 한 강두치가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이 고객님 원래 여기 다니던 분이시라네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들어온 귀신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낯이 익었다.
‘점심때 자주 오시던 손님이시네.’
인사까지 나누던 사이는 아니지만, 점심때 자주 오던 인근 직장 손님 중 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이렇게 뵙게 돼서……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명복을 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저는…… 지금 이 상황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장님이 어떻게 여기에?”
손님의 말에 강진이 한쪽에 있는 빈자리로 그를 안내했다.
“일단 여기 앉으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이미 앉아 있던 귀신들에게 말을 했다.
“상 당한 지 얼마 안 되신 분인 것 같습니다. 합석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여기 앉으세요.”
귀신들이 빈자리에 있던 그릇들을 옆으로 치우며 앉으라고 하자, 손님이 고개를 숙이고는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그것을 보던 강두치가 김소희 앞에 앉으며 말했다.
“그분 좀 부탁해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식사하시고 가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가기 전에 이승에서 마지막 식사 좀 하시라고 모셔 왔습니다. 저도 음식 좀 주세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가 주방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음식들을 가지고 나왔다.
강두치 앞에 음식을 세팅해 준 배용수가 새로 오신 손님의 앞에도 음식을 세팅하는 사이, 강진은 소주를 하나 가지고 와서는 손님에게 따라주었다.
쪼르륵!
“안 보이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렇게 뵙게 되네요.”
강진의 말에 손님이 머리를 긁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사장님은 어떻게 여기에? 그리고 저를 어떻게 보세요? 저는…… 죽었는데.”
의아해하는 손님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두치 씨가 뭐라고 하면서 여기로 모셔 오셨어요?”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승에서 맛있는 밥 한 그릇 먹고 가자고 해서 왔습니다.”
“그렇군요.”
손님은 가게 안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저처럼 죽은 사람들인가요?”
“맞습니다. 다만 여기 있는 분들은 승천을 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귀신들입니다.”
“귀…… 귀신?”
놀란 눈으로 귀신들을 보는 손님의 모습에 합석을 한 귀신들이 웃었다.
“그렇게 놀라면 우리 상처받는데?”
“아! 가슴이 아파.”
귀신들이 과장된 몸짓으로 가슴께를 붙잡자 손님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죽은 지 얼마 안 돼서요.”
손님의 말에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농담입니다. 처음 죽어 봐서 잘 모르고 당황스러울 텐데…… 거 보니 JS VIP인 듯한테 저승에 가도 별일 없을 겁니다.”
귀신의 말에 손님이 의아한 듯 물었다.
“JS VIP요?”
“저 JS 금융 대리님이 여기에 데려온 것 보면 VIP라는 거겠죠?”
말을 하며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맞지 않느냐는 의미였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님을 보았다.
“강두치 씨가 데리고 여기에 올 정도면 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
“좋은 일? 딱히…… 그런 것은 없는데.”
손님이 머리를 긁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보통 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신 분들은 자기가 좋은 일을 많이 한 줄 모르시더군요.”
“그런가요?”
“그렇더군요.”
손님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던 강진이 강두치를 보았다.
“아직 JS에 대해 설명을 안 하신 건가요?”
“밥 좀 먹고 천천히 하려고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손님이 슬며시 말을 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어떻게…….”
어떻게 이곳에 있냐는 듯 자신을 보는 손님에게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저희 식당은 저녁까진 사람 손님에게 장사를 하고, 밤에는 이렇게 귀신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저승식당입니다.”
“아…… 그렇군요.”
“뭔가 쉽게 이해를 하시네요?”
보통은 어떻게 그런 일이 있냐는 둥의 말을 할 텐데 너무 쉽게 고개를 끄덕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손님이 웃으며 말을 했다.
“살았을 때야 이런 소리를 누가 하면 미친 사람처럼 보겠지만, 이렇게 죽어서…….”
손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되니 뭐가 됐든 다 믿어지는군요. 저승식당이 아니라 천국식당이 있다고 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손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그런데 손님 이름도 모르네요.”
“아! 저는 최환입니다.”
“저는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말에 최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이름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제 이름 아시는데 제가 최환 씨 이름을 몰랐네요.”
“사장님이야 한 분이지만 손님은 여럿인데 어떻게 이름을 다 알겠어요. 제 얼굴을 기억하고 계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최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가리켰다.
“일단 음식 좀 드세요.”
“고맙습니다.”
최환은 음식을 보다가 소주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뿐 음식을 먹지 않자 음식이 마음에 안 드나 싶어 강진이 말을 했다.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금방 해서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환이 쓰게 웃으며 말을 했다.
“지금 상황이 이래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체할 뿐이죠.”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처지이니……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다고 해도 먹고 싶은 생각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최환은 죽음을 기다릴 나이도 아니었다. 그러니 더 음식에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음식을 두고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쪼르륵!
강진이 소주를 한 잔 따라주자 최환이 그것을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소주는 좋군요.”
“많이 드십시오.”
최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를 마저 마시자, 강진이 몸을 돌렸다.
강두치가 있는 곳에 다가간 강진이 그 옆에 앉으며 물었다.
“최환 씨 VIP예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닭발을 하나 입에 넣고 씹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뼈를 뱉었다.
“이 정도면 발골 장인 아닙니까?”
웃으며 자신이 뱉은 뼈를 보던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VIP가 아닌 사람을 제가 여기에 데리고 오겠습니까? 당연히 VIP입니다.”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말하던 강두치가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소희 아가씨 기사가 있던데 그 황민성 씨가 한 겁니까?”
“아시는군요.”
“안다기보다는…….”
강두치가 웃으며 김소희를 보았다.
“누님이 알려 주더군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그 시선에 김소희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했다.
“내 소식이니 알고 싶을 듯해 말을 해 준 것뿐이네.”
“물론 그렇죠. 누님에게 생긴 일이면 저는 늘 궁금하고 궁금하죠.”
강두치가 웃으며 말을 하자 김소희가 맞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그런데 뭘 그렇게 보세요?”
“사극에 나온 한복들을 보고 있네. 아무래도 내 배역이 입을 옷이니 내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건 그렇죠.”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을 저장해 놨으니 나중에 보고 황민성에게 전하게.”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은 강두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슬며시 최환을 보고는 말을 했다.
“최환 씨에 대해서 물어도 되나요?”
“우리 VIP에 대해 뭐가 그리 궁금하십니까?”
“저희 가게 손님이셨던 분이니 궁금하네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그리고 어떤 좋은 일들을 하셔서 VIP가 되셨는지도요.”
얼마나 좋은 사람이기에 VIP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요즘 나쁜 선생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