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92
794화
강진은 황미소의 교실을 슥 둘러보고는 말을 했다.
“상식 형한테 가자.”
“응.”
황미소가 가방을 다시 등에 메려 하자, 강진이 대신 그것을 들어 한쪽 어깨에 메고는 황미소의 손을 잡고 교실을 나섰다.
“저기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교실을 나서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사십 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녀를 보던 강진은 자신의 손을 쥔 황미소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일부러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긴장으로 굳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두려움, 긴장, 경계.’
황미소의 손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마치 무서운 개를 만났을 때 온몸이 굳는 것 같은 느낌이 황미소의 손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가볍게 황미소의 손을 쓰다듬어 주고는 선생님을 보았다. 그 시선에 선생님이 의아한 듯 그와 황미소를 보고는 말했다.
“얘, 너는 왜 집에 안 가고 아직 학교에 있어.”
“오빠…… 하고 같이 가려고요.”
“너 또 급식 먹었어?”
“오빠 거…… 나눠 먹었어요.”
황미소의 말에 눈을 찡그리던 그녀는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미소 오빠입니다.”
“오빠? 보육원에서 오셨어요?”
대놓고 보육원이라 말을 하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서울에서 왔습니다.”
“서울? 보육원 분 아니세요?”
“맞습니다.”
태운 보육원 사람은 아니지만, 강진도 보육원 출신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선생님이 다시 황미소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는 교실 함부로 들어가면 안 돼.”
그러고는 몸을 돌리는 선생님을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자기 교실에 학생이 들어가는 것이 왜 함부로입니까?”
강진의 말에 선생님이 그를 보았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들어가는 건 안 되죠.”
“왜요?”
“물건이라도 없어지면 어떻게 해요.”
“물건이 없어질까 봐 미소 보고 지금 들어가지 말라는 겁니까?”
살짝 올라가는 강진의 목소리에 선생님이 눈을 찡그렸다.
“누가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혹시라도 물건이 없어지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들어가지 말라는 거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혼자 들어가면 물건이 없어질 거라는 의심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은 신경질적으로 황미소를 보았다.
“혼자 교실에 있지 마.”
그러고는 선생님이 몸을 돌리자, 강진이 눈을 찡그린 채 그녀를 보았다.
“오빠, 나 괜찮아.”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선생님이 나쁘다.”
“…….”
강진의 말에 황미소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씁쓸한 눈으로 교실을 볼 뿐이었다.
“나는…… 남의 물건 안 가져가는데.”
“미소는 남의 물건 안 가져가는데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네.”
웃으며 강진은 황미소를 안아들었다.
‘그래도 고맙네. 조금 마음이 안 좋았는데…….’
강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황미소가 이런 대접 받았는데 기분이 좋은 것이 미안했지만 말이다.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공론화하는 것을 좀 더 고민했을 텐데, 보육원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도둑으로 취급하는 선생의 행동에 고민이 사라진 것이다.
‘나도 아직 사람 되려면 멀었네.’
속으로 웃은 강진은 황미소를 안아든 채 2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올라갔던 강상식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운데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교실들이 있어서 좌우로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강상식은 한 교실 앞에서 교실 안을 보며 이운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형.”
강진의 부름에 강상식이 그를 보고는 말했다.
“미소 교실은 잘 봤어?”
“잘 봤습니다. 아! 그리고 담임 선생님도 만났어요.”
“그래? 어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한 대로라고 할까요.”
“그래…… 생각한 대로구나.”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운찬을 보았다.
“교실은 볼 만큼 봤고…… 이제 선생님들을 좀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들요?”
“학교에 필요한 건 역시 선생님들이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선생님들에게 물어보고 필요한 물건을 기부하겠습니다.”
“그런 것은 저와 이야기하시면 되는데…….”
이운찬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교장 선생님이나 저나 어디의 장쯤 되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모르는 법입니다. 그러니 일선에서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선생님들에게 바로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야…….”
“아! 그리고 혹시 주위에 취업할 청년 없습니까?”
“취업요?”
“요즘 좋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강상식의 말에 이운찬의 얼굴이 밝아졌다. 강상식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 않았다. 자신의 편의를 봐 주면 오성화학에 사람을 취업시켜 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좋은 자리는 아니겠지만, 공장이라도 오성화학 같은 대기업 공장이면 중소기업에서 정장 입고 일하는 것보다 더 대우가 좋았다.
그리고 마침 조카 중 한 명이 백수로 있기도 했다.
다만…… 왜 강상식이 자신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부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하지만 자신에게 손해 볼 일이 없으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 교감 선생님.”
이운찬의 말에 임상우가 먼저 1층으로 내려갔다. 선생님들에게 주의를 시키려 내려가는 것이다. 그 모습에 강상식이 말을 했다.
“교장 선생님도 먼저 내려가세요. 저 동생하고 잠시 이야기하고 내려가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내려오시면 바로 교무실 보이실 겁니다.”
이운찬이 내려가자,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생각대로?”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황미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미소 화장실 안 가고 싶어?”
“안 가고 싶은데?”
“그래도 소변 안 마려워?”
“음…… 싸고 올까?”
“그러면 좋지. 오빠 상식이 아저씨하고 이야기 좀 할 테니까. 화장실 다녀와.”
“알았어.”
황미소가 웃으며 화장실로 가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미소를 도둑 취급하더라고요.”
“도둑?”
강진이 이야기를 해 주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물건 없어질 수 있으니 들어가지 마라…… 선생이 뭐 이래?”
“그러게요. 그나저나 왜 교장 선생님한테 취업 자리 이야기한 거예요?”
“다른 거 있나. 앞으로 보육원 애들 잘 해 주라는 거지.”
강상식이 보육원을 후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교장도 조금은 애들을 잘 봐 주려 할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취업 청탁을 한 것이다. 취업을 시켜 달라는 청탁이 아니라 취업을 시켜 줄 테니 애들 잘 봐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돼요?”
“공장에 자리 하나 만드는 건데 그 정도는 괜찮아.”
이야기를 나눌 때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링!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교실에서 서둘러 나왔다. 그런 학생들을 피해 벽에 붙어 있던 강진에게 황태수가 다가왔다.
“형!”
강상식이 서 있던 교실이 황태수의 반이었던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하더라. 형 온 줄도 모르고 집중해서 공부하던데.”
강상식의 말에 황태수가 웃으며 말했다.
“수학 시간이라서요.”
“그래. 수학은 열심히 들어야지. 수학은 한 번 놓치면 따라잡기가 힘들어.”
웃으며 강상식이 황태수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미소하고 점심 나눠 먹었다고 하던데…… 배 안 고파?”
“들으셨어요?”
“그래서 배 안 고파?”
“괜찮아요.”
황태수가 웃으며 말을 할 때, 화장실에 갔던 황미소가 뛰어왔다.
“오빠!”
황미소가 뛰어오는 것에 황태수가 급히 말했다.
“복도에서 뛰면 안 돼.”
“알았어. 아! 이거 오빠 먹어.”
황미소는 주머니에서 아까 강유미에게 받은 초콜릿을 꺼내 내밀었다.
“너는?”
“나는 먹었어.”
환하게 웃는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강유미가 준 초콜릿 봉지엔 뜯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렇게 착한 애를…….’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황태수가 웃으며 초콜릿을 뜯어서는 황미소에게 내밀었다.
“오빠는 단 거 싫어해. 미소 먹어.”
“오빠 단 거 싫어?”
“그럼. 오빠는 단 거 싫더라.”
황태수의 말에 황미소가 웃으며 초콜릿을 받아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주위 애들이 청소 도구들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청소 시간이야?”
“네.”
“그럼 가서 청소해. 아! 청소 끝나고 집에 가지 말고 앞에서 기다려. 같이 가자.”
“네.”
황태수가 고개를 숙이고는 가자, 강진이 황희승을 보았다. 황희승은 강진을 기대감에 찬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과 강상식이 온 이유를 황미소 담임 혼내 주러 온 것이라 생각하곤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황희승이 환하게 웃었다.
강진은 다시 황미소를 안아 들었다.
“이제 내려가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교무실 앞에 서 있던 이운찬과 임상우는 두 사람이 오는 것에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지요.”
“아닙니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이운찬이 사양하지 않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강상식과 강진이 안으로 들어갔다. 강진의 손을 잡고 같이 교무실에 들어온 황미소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편 강진은 선생님들이 한쪽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강상식이 온다고 하니 선생님들을 세워 놓은 모양이었다. 그중엔 아까 본 강유미와 황미소의 담임인 홍유정도 있었다.
홍유정과 강유미는 강상식과 함께 강진이 들어오자 살짝 놀란 모양이었다.
특히 홍유정은 무척 놀란 모양이었다. 아까 대화를 나눈 사람이 강상식과 같이 들어오니 놀란 모양이었다.
“자, 다들 인사드려요. 이번에 저희 학교에 후원을 해 주기로 하신 오성화학의 강상식 대표님과 동생…….”
말을 하던 이운찬이 강진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동생이라고만 들었지 이름을 듣지 못한 것이다.
“이강진입니다.”
“이강진 씨입니다.”
‘성이 다르네? 외가 쪽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운찬이 소개를 하자 강상식이 선생님들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웃으며 말했다.
“오성화학의 강상식입니다. 이렇게 태운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후원을 하겠다고 찾아왔는데 친절하게 맞이해 주신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에게도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강상식이 재차 고개를 숙이자 두 사람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 오성화학은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저도 보육원에 기부를 하고 봉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보육원 기부라는 말에 홍유정과 강유미가 황미소를 보았다.
‘왜 같이 왔나 했더니…….’
홍유정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제가 태운 보육원에서 미소와 많이 친해져서 선물을 뭐 해 줄까 하다가 입학 선물로 학교에 후원을 하려 하는 것이니 앞으로 우리 미소 잘 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러셨군요.”
이운찬은 환하게 웃으며 황미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미소가 학교의 복덩이구나. 우리 미소 담임 선생님이…….”
그는 말꼬리를 흐리며 홍유정과 강유미를 보았다. 1학년 담임인 두 사람 중 누가 황미소 담임이냐는 물음이었다.
“제가 미소 담임입니다.”
홍유정이 슬며시 손을 들자, 이운찬의 눈가가 살짝 흔들렸다.
그는 학생들은 일일이 다 알지 못하지만,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아는 홍유정은 편부, 편모 가정이나 못 사는 가정 아이들에게 잘 하는 선생이 아니었다.
‘이런…… 강유미 선생이 담임이었어야 했는데.’
이운찬이 알기로 몇몇 학부모가 이 문제로 학교에 찾아왔던 적도 있었다.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든 이운찬은 슬며시 강상식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