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96
798화
창백한 얼굴로 댓글들을 보던 이운찬이 급히 말했다.
“아! 여기 보니 다른 선생님 이름도 적혀 있네요. 저희 홍 선생님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학교 선생님의 이름을 발견한 이운찬이 그것을 가리키자, 차장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제 딸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여기 나오는 선생님이 아니면 좋겠는데…… 너무 걱정이 돼 확인해 보니 영상에 나오는 학생들과 동창이라는 사람들 댓글이 꽤 많습니다. 물론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잠시 말을 멈춘 차장진이 이운찬을 보았다.
“제가 이런 말을 굳이 교장 선생님께 드리는 건…….”
차장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학교를 보았다.
“제 딸이 혹시라도 그 선생이 하는 행동을 보고 가난한 집이나 편부, 편모 가정의 친구들에게 안 좋은 생각을 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안 좋은 생각요?”
이운찬의 물음에 차장진이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저런 애들은 무시해도 되고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이 그런 아이들에게 그렇게 행동하면, 옆에서 그걸 본 아이들도 ‘아, 저런 애들은 저렇게 괴롭혀도 되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지.”
잠시 말을 멈춘 차장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생각이 드니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이운찬이 굳어진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차장진이 한숨을 쉬며 학교를 보았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우리 딸…… 그런 생각을 가질까 봐요.”
차장진의 말에 이운찬이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의 그는 강상식을 만나기 전과 다른 사람이었다.
전에는 교장 ‘선생님’이라기보다는 학교를 관리하는 ‘관리자’ 입장의 교장이었다. 그러던 중 강상식이 보여 준 참 스승 영상을 보고 자신이 선생님이었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고, 초심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차장진의 말이 어떤 말인지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홍 선생에게 직접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아이들만이 문제가 아니구나. 그것을 옆에서 봤던 아이들의 가슴에도 상처가 되어 버렸어.’
당한 아이들은 당한 아이들대로 상처가 됐겠지만, 그것을 가까이서 본 아이들은 못 사는 애들은 괴롭혀도 된다는 나쁜 생각을 가지게 될 수 있었다.
차장진이 걱정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혹시라도 자기 딸이 그런 생각을 가질까 말이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남을 괴롭히며 즐기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선생이 자기 딸의 학교에 있다는 게 너무나 걱정되니 말이다.
차장진의 말에 잠시 있던 이운찬이 고개를 숙였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이운찬의 사과에 차장진은 고개를 숙이고는 공사를 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 다들! 자기 아이들이 놀 기구들이라 생각을 하고 잘들 합시다.”
차장진이 공사 감독을 하러 간 사이, 이운찬은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교장실로 향하던 그는 임상우 교감에게 말했다.
“홍 선생 제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홍 선생 전에 다니던 학교에 연락해서 혹시 아는 거 있나 물어보세요. 우리 학교에서도 몇 번 그런 일 있었으면 전에 학교에서도 그런 일 있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운찬이 교장실에 들어가자 임상우가 한숨을 쉬고는 교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교무실에 들어온 그는 주위를 보다가 과학 선생님에게 말을 걸었다.
“홍유정 선생님 반에 가서 잠시 반 좀 맡아 주세요.”
“지금요?”
“네. 그리고 홍 선생님 교장실로 올라가라고 좀 하세요.”
임상우의 말에 과학 선생님이 그를 보다가 슬며시 말을 했다.
“혹시 유트브 영상 때문인가요?”
과학 선생님의 말에 임상우가 그를 보았다.
“아세요?”
“저도 어제 영상 보다가…….”
과학 선생님의 말에 임상우가 눈을 찡그렸다.
“봤으면 말을 좀 해 주지. 혼자만 알고 있었습니까?”
잔뜩 인상을 쓴 임상우의 모습에 과학 선생님이 슬며시 말을 했다.
“그게…… 말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학부모한테 듣는 것보다는 낫지요.”
“학부모요?”
“학부모가 그럽디다. 그 영상 속 사람이 홍 선생 맞냐고.”
신경질적인 임상우의 말에 과학 선생님은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몸을 돌렸다. 더 말을 해 봐야 교감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을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과학 선생님이 나가고 잠시 후 홍유정이 교무실로 들어왔다.
“교장실로 가세요.”
차가운 임상우의 목소리에 홍유정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은…….”
말을 하던 임상우가 홍유정을 보았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힘들면 그냥 평범한 선생이라도 되면 안 됩니까?”
“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묻는 홍유정을 보며 임상우가 손을 저었다.
“올라가 봐요.”
임상우의 말에 홍유정은 책을 자기 자리에 놓고는 3층 교장실로 올라갔다.
교장실에서 이운찬은 TV를 핸드폰으로 연결해서는 그 유트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톡톡톡!
유트브에 달린 댓글들을 하나씩 읽던 이운찬은 노크 소리가 들리자 말했다.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홍유정이 들어오자 이운찬이 그녀를 보다가 TV를 가리켰다.
“이것 좀 보세요.”
이운찬의 말에 홍유정이 의아한 얼굴로 TV를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성화학 사장님이 만든 영상이네요.”
“뭐 떠오르는 것 없습니까?”
“그야 기분 나쁘죠. 저런 사람이 선생이라는 것이요.”
“그것 말고는 없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홍유정을 보던 이운찬이 한숨을 쉬었다.
“선생님은 친구에게 전화 안 왔습니까?”
“안 왔는데요.”
왜 이런 것을 묻는지 여전히 의아해하는 홍유정을 보며 이운찬이 영상을 가리켰다.
“이 학생 팔성 초등학교 나왔다네요.”
“팔성 초등학교요?”
“아십니까?”
“제가 전에 근무하던 학교입니다.”
“저 학생이 지금 스물한 살이고, 초등학교 삼 학년 때 담임이 그랬다고 하니…… 11년 전이네요. 그때 어디 계셨습니까?”
“11년 전이면…….”
말을 하던 홍유정은 급히 영상을 보았다. 그러던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때…… 제가 삼 학년 담임이었는데…….”
뭔가 생각이 미쳤는지 홍유정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 홍유정을 보며 이운찬이 말했다.
“선생님 제자입니다.”
“그게…….”
당황한 듯한 홍유정을 보며 이운찬이 고개를 저었다.
“자기 제자 얼굴도 기억 못 합니까?”
“저는…… 그게…… 너무 오래전이라…… 그리고 학생들도 많고.”
“그걸 말이라고…….”
언짢은 얼굴로 홍유정을 보던 이운찬은 핸드폰을 몇 번 터치했다.
그러자 TV 화면에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 나타났다. 그 댓글들을 보던 홍유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저…… 저기 나온 학생들이…… 제 제자들이라고요?”
“제자요?”
“네? 네.”
홍유정의 답에 이운찬이 한숨을 쉬며 화면을 보았다.
“제자라고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군요. 저기 댓글에 선생님 제자였다는 사람들은…… 선생님의 이름에 선생님이라는 글을 안 적고 있습니다. 보통은 이름 뒤에 선생님이라고 적는데 말입니다. 보통은…….”
“…….”
“저기 있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스승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저…… 잊고 싶은 기억일 뿐입니다.”
그러고는 이운찬이 홍유정을 보았다.
“저기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일, 지금 제 학교에서도 일어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운찬은 그녀를 지그시 보았다. 그 시선에 홍유정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홍유정을 보던 이운찬이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보세요.”
핸드폰을 멍하니 보는 홍유정을 보던 이운찬은 그녀의 손에 핸드폰을 쥐여 주었다.
“홍 선생 제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스승으로서……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줘야죠.”
이운찬의 말에 홍유정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받았다.
“저, 저는…….”
“제대로 들어 주세요. 홍 선생이 제자들이라고 말을 한 이 학생들이…… 홍 선생에게 어떠한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잠시 홍유정을 보던 이운찬이 턱짓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저기 공사하는 사장님이 저희 학교 학부모입니다. 아십니까?”
“차장진 사장님요?”
“자기 제자 얼굴은 기억 못 하는데 학부모님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이운찬의 말에 홍유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홍유정을 보던 이운찬이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차장진 씨가 그러더군요.”
잠시 말을 멈췄던 이운찬이 말을 이었다.
“홍 선생이 못 사는 애들한테 하는 행동…… 자기 딸이 그걸 보고 배울까 등골에 식은땀이 난다고요.”
“배운다고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편부, 편모 가정 아이들은 괴롭혀도 된다는 생각 말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이 그렇게 했으니까요.”
그러고는 이운찬이 몸을 돌려 교장실을 나섰다.
덜컥!
문이 닫히는 소리에도 홍유정은 멍하니 서 있었다.
“내 행동을 다른 애들이 배운다고?”
작게 중얼거린 홍유정은 TV를 보았다. 그러다가 핸드폰으로 천천히 댓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댓글들을 하나씩 보는 홍유정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럴 생각이……. 그냥 공부 못하던 애가 시험을 잘 봐서 그냥…… 검사를 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이건…… 애가 다른 애들을 괴롭혀서…… 조금 강하게 훈육한 건데…….”
“이건…… 애가 준비물을 늘 안 챙겨서…….”
댓글들에 변명을 하던 홍유정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쁜 선생님이었구나.”
“흑흑흑!”
교장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이운찬은 입맛을 다셨다. 그러던 그는 자신이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선생님이었을 당시, 교장 선생님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선생(先生)은 먼저 선에 날 생을 씁니다. 가르치는 직업이라고만 하면 교육자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선생이라는 글을 쓰는 이유는 아마도 먼저 인생을 산 사람으로서 인생에 대해서 가르치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선생도 아이들에게 공부만 잘 가르치는 선생 말고 인생에 대해서도 좋은 이야기 자주 해 주세요. 하하하! 물론 요즘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가 잔소리겠지만…… 그래도 백 마디 해서 한 마디 알아들으면 아이 한 명 인생이 바뀌게 될 겁니다.
“먼저 선에 날 생이라…….”
작게 중얼거린 이운찬이 한숨을 쉬었다.
***
강진은 강상식과 함께 태운 보육원에 가고 있었다. 저번에 가고 2주 만에 가는 것이었으니 오랜만에 가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주에는 한마음 보육원에 가야겠어.”
“하긴, 저번 달에 가고 안 간 지 꽤 됐다.”
“몸이 두 개면 자주 가고 싶은데…… 어렵네.”
“네가 노는 것이 아니잖아. 네가 다니는 보육원이 한둘이냐.”
“한둘이 아니라 세 개지.”
“그러니까.”
배용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태운 보육원으로 가던 강진은 앞서가던 강상식의 차가 방향을 트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저 길이 아닌데?”
“그러게? 어디 가는 거야?”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강상식의 차가 가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초등학교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초등학교? 오늘 일요일이라 학교에 사람들 없을 텐데?”
“그러게?”
의아한 얼굴로 강상식의 차를 볼 때, 전화가 왔다. 그에 배용수가 비닐장갑을 끼고는 통화 버튼을 누른 뒤 스피커 모드로 바꿨다.
[강진아.]“형, 왜 학교로 가시는 거예요?”
[공사 잘 됐는지 온 김에 보고 가려고.]“공사를 벌써 했어요?”
[하기로 한 거 일찍 했지. 그래서 보고 가려고.]“알았어요.”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은 강상식의 차를 따라갔다.
“학교에 놀이기구 설치했대?”
“그렇다네.”
“되게 빨리 설치했네?”
“애들 놀아야 하니 빨리 하셨나 봐.”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에 도착한 강진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강진과 강상식, 그리고 문지나가 운동장을 보았다.
“깔끔하게 잘 해 놨네요.”
확실히 놀이기구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게다가 색도 애들 좋아하게 화려한 색으로 되어 있고 말이다. 시골 초등학교가 아니라 신축 아파트 내에 있는 잘 만들어진 놀이터처럼 보일 정도였다.
“돈이 좋은 거다. 봐. 돈을 쓰니 이렇게 잘 해 주잖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돈이 좋은 거죠. 그리고 돈을 잘 쓰는 것도 좋은 거고.”
그러고는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형 돈 참 잘 쓰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웃은 강상식은 문지나의 손을 잡고는 기구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