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15
817화
의아한 얼굴로 강진을 보던 강상식이 말했다.
“왜?”
“귀신은…… 죽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냥 평범하게 자다가 죽으면 좋겠지만, 사고로 죽거나 하면 그 모습이 많이 무서워요.”
“무서워?”
“교통사고 환자나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눈앞에 서 있다 생각을 하시면 돼요. 저도 처음에는 정말 많이 무서웠거든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주방을 보았다.
“그럼 식구들…… 안 좋아?”
“용수는…… 요리사예요.”
“그야 그렇겠지.”
“그런데 이 녀석이 먹지 말아야 할 식재를 먹었나 봐요. 그래서 그런지 얼굴에 피 흘리고 있는데 좀 무서울 거예요.”
“뭘 어떻게 먹었길래?”
“귀신들은 자기가 죽은 것을 잘 기억 못 해요. 특히 사고나 갑작스럽게 죽은 분들은요. 그래서 용수도 자기가 뭘 먹고 죽었는지 몰라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 쪽을 보다가 물었다.
“그럼…… 여자분들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빠르게 문자를 적어 보여 주었다.
흠칫!
핸드폰 화면을 본 강상식이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원래 이런 이야기 쉽게 꺼내서는 안 되지만, 혹시라도 강상식이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라는 질문을 할까 봐 강상식에게 미리 말을 해 준 것이다.
강진이 쓴 글을 본 강상식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인사드리고 싶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괜찮겠냐는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섭기는 할 텐데…… 음…… 내가 볼 수 있는 거 아실 텐데 다음에 보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 내가 잘 할게. 뭐, 내가 아부 하나는 또 잘하잖아.”
경직된 분위기를 풀려는 듯 강상식이 웃으며 말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을 보았다.
“저기 상식 형이 인사하고 싶대요.”
“저희 보면 무서울 텐데요.”
이혜미의 목소리에 강상식이 주방을 보았다.
“목소리가 들리네?”
“사탕 드셨으니까요. 그래서 귀신들 목소리도 들리고 볼 수도 있는 거예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멍하니 주방을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용…… 용수야.”
“네.”
주방에서 배용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상식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형이 좀 무서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얼굴 보고 싶다. 나와 봐.”
“근데…… 좀이 아니라 많이 무서울 수 있어요. 괜찮겠어요?”
“형 군대 다녀온 사람이야. 나와 봐.”
강상식은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양손을 쥐었다. 혹시라도 놀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강상식의 말에 주방에서 배용수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스윽!
배용수가 나오는 것에 강상식의 몸이 살짝 경직되었다. 그런 강상식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좀 그렇죠?”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뚫어지게 보다가 말했다.
“안 아파?”
“이렇게 보여도 아프지는 않아요.”
말을 하며 배용수는 얼굴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았다.
“전혀 안 아파요.”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주방을 보았다.
“저기 친해지면 여동생 하기로 하신 분들도 나와 보시죠.”
강상식의 말에 주방에 있던 여자 귀신들이 밖으로 하나둘씩 나왔다. 귀신들이 한 명씩 나올 때마다 강상식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강상식이 말없이 자신들을 보는 것에 이혜미가 웃었다.
“조금 무섭죠?”
이혜미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와 다른 직원들을 보고는 말했다.
“여러분들도…… 안 아프세요?”
강상식의 말에 이혜미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주르륵!
그 손길을 따라 머리카락에 묻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저도 안 아파요.”
“그래요?”
“보기에만 이래요.”
이혜미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강상식이 자리를 가리켰다.
“우리 같이 해요.”
“괜찮으시겠어요? 저희 보면 음식 맛없을 텐데?”
이혜미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희 안 무서우세요?”
이혜미의 물음에 강상식이 그녀와 다른 여자 귀신들, 그리고 배용수를 보고는 말했다.
“솔직히 무섭습니다만…….”
한 템포 쉰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강진이는 제가 여러분들을 무서워하면, 여러분들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무섭기는 합니다.”
“그러실 거예요. 저희도 처음에는 서로 볼 때마다 무서웠거든요.”
이혜미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무서움보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더 듭니다. 그래서 무섭다기보다는 슬프네요.”
강상식의 말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민성 형하고 비슷한 말씀을 하시네요.”
“민성 형도 이런 말을 했어?”
“무섭냐고 물으니 안쓰럽다고 하더군요.”
배용수는 의자를 끌어다가 식탁 옆에 붙였다.
“그럼 같이 자리하죠. 그동안 우리도 형하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 많았어요.”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여러분들도 여기 앉으세요.”
귀신들이 하나둘씩 착석을 하자, 강진은 웃으며 주방에 들어가 잔들을 가지고 나왔다. 그 잔들을 하나씩 귀신들 앞에 놓은 강진은 소주를 따라 주었다.
“상식 형이 우리들과 처음으로 얼굴 마주한 날을 기념하며 한 잔씩들 하시죠.”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잔을 들었다.
스으윽! 스윽!
귀신들의 손에 들리는 불투명한 잔의 모습에 강상식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잔과, 바닥에 놓인 잔들을 보았다.
“제사하고 난 음식이 빨리 상하거나 맛이 떨어진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들어 본 것 같아.”
“귀신들이 이렇게 음식을 먹어서 그래요. 그래서 귀신이 먹은 음식은 금방 상하고 맛이 조금 떨어지는 거죠.”
“그렇구나.”
귀신들이 든 잔을 보던 강상식이 웃었다.
“오늘 정말 신기한 거 많이 본다.”
강상식도 잔을 들고는 말했다.
“건배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오늘 이렇게 보고 싶던 용수도 보고 친해지고 싶은 아름다운 여성분들도 보게 돼 기분이 좋습니다.”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말에 여직원들이 웃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정말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소주를 단숨에 마시자, 귀신들도 웃으며 소주를 마셨다.
“크윽! 기분 좋네요. 상식 형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이것도 충분해.”
“에이! 그동안 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하셨는데 오늘 저 봤으니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세요.”
배용수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전에 형수한테 해 준 거 있지? 상추에 김밥하고 고기 넣고 먹던 거. 그거 좀 해 주라. 이따 지나 씨 오면 맛 좀 보여주게.”
“알겠습니다.”
배용수가 웃으며 주방에 들어가자 강진이 소주를 다시 따라주었다.
***
한끼식당 식구들은 음식과 술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 형 여기 와서 돈 봉투 내밀었을 때, ‘와! 드라마에서만 보던 갑질 부자가 현실에 진짜 있구나.’ 했다니까요.”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머리를 긁었다.
“부끄럽다. 왜 그런 안 좋은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
“충격이었으니까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물었다.
“그럼 드라마에서 나오는 돈 봉투 내미는 어머니들도 진짜로 있어요?”
“에이! 그건 너무 오버한 거죠. 옛날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안 해요.”
“그래요?”
“그리고 재벌가 사람들은 드라마처럼 여자 안 만나요.”
“그래요?”
“그럼요. 다 끼리끼리 만나요. 그러니 시작부터 말이 안 되는 거죠.”
강상식의 말에 배용수가 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어쨌든 형이 봉사활동 다니고 사람들 도와주고. 정말 좋은 사람이 돼 기분이 좋습니다. 승천하신 어머니도 지금 형 보면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너도 우리 엄마하고 친했어?”
“그럼요. 어머니가 형 칭찬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는 불쌍한 사람 보면 지갑에 있는 돈 다 주고 집에 오고 그랬다고.”
“내가 그랬나?”
다들 웃으며 소주를 마실 때 가게 문이 흔들렸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몸을 일으키자, 귀신들이 서둘러 장갑을 벗었다.
“응? 왜 그래?”
“지나 씨 귀신에 대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죠.”
“왜? 같이 알면 좋잖아.”
의아해하는 강상식을 보고 강진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 그대로 알아서 좋을 것이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형수한테도 이야기하지 마세요. 민성 형 형수도 귀신에 대해서 몰라요.”
그러고는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앞에는 문지나가 조금은 피곤한 얼굴로 서 있었다.
“오셨어요?”
가게에 들어오면 문지나가 물었다.
“그런데 왜 문을 잠가 놨어요?”
“오늘은 형하고 편하게 마시려고요.”
“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온 문지나는 강상식을 보고는 놀란 듯 말했다.
“술병 좀 봐…… 낮부터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귀신 넷에 사람 둘이 먹다 보니 소주병이 여럿 꺼내져 있었던 것이다.
잔소리를 하는 문지나를 웃으며 바라보던 강상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본 것이다.
문지나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문지혁을 말이다.
“문지혁…….”
강상식이 자기도 모르게 문지혁의 이름을 말하자, 강진이 툭 하고 그를 잡았다.
“그래서 문지혁 씨 드라마 출연 건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응? 아!”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안 강상식이 문지나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고민이 어렸다.
자신은 엄마가 옆에 있었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옆에 엄마가 있다는 걸 말해 주지 않은 강진에게 서운하고 조금은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도 문지나에게 옆에 오빠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강진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귀신이 되어 옆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말이다.
그리고 강진이 귀신에 대해 말을 하지 말라고 했던 것도 마음에 걸렸다.
강상식이 문지혁을 볼 때, 문지나가 의아한 듯 말했다.
“우리 오빠? 무슨 말이에요?”
“그게…….”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말꼬리를 흘리며 문지혁을 가만히 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문지혁이 의아한 듯 주위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상식이가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지나에게 말을 했다.
“이번에 민성 형이 드라마 제작하시거든요.”
“민성 씨가요?”
“거기에 문지혁 씨를 CG로 출현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 나왔어요.”
“아! 우리 오빠가 드라마에요? 그게 가능해요?”
“미국 히어로 영화 보면 CG로 캐릭터 만들잖아요. 전에 나온 보라돌이도 다 CG로 만들었는데도 실제 사람처럼 이상하지 않잖아요.”
“그건 그런데…… 그거 돈 많이 들지 않아요?”
“돈이야 민성 형하고 상식 형이 알아서 해야죠. 그리고 말만 나왔을 뿐이에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자리로 가다가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는 강상식을 보았다.
“상식 씨?”
“응? 응.”
어색하게 대답한 강상식은 힐끔힐끔 문지혁을 보았다.
“정말…… 내가 보이는 겁니까?”
“네.”
자기도 모르게 답을 하는 강상식의 모습에 문지혁이 놀라 강진을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문지나를 보았다.
“이야기하고 계세요. 형수님 드실 것 좀 가져올게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있는 그릇들을 보았다.
“여기 있는 걸로 먹으면 되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하고 있었어요?”
배용수와 여자 직원들이 먹던 그릇과 잔을 보며 문지나가 의아해하자, 강상식이 문지혁을 슬쩍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용수하고 여기 일하시는 분들하고 오늘 인사했거든.”
“어머? 용수 씨 드디어 만난 거예요?”
문지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문지혁을 보았다.
‘그리고 형님도 만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