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31
833화
“돼요.”
이혜미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형님 동영상 찍고 싶다.”
“혹시…… 결혼식 날 틀어 주려고요?”
“형님이 살아 계실 때 찍었던 것처럼 영상을 찍으면 어떨까 싶은데. 지나 씨 결혼하면 해 주려고 했던 것처럼 해서.”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 식당에서 귀신이 사람처럼 있기는 하지만 사람은 아니에요.”
“그럼 안 된다는 거네?”
“아뇨. 되기는 해요.”
“돼?”
“형 말대로 귀신인 것을 감추고 살아 있을 때 찍은 걸로 하면 영상 촬영도 되고, 작은형수가 볼 수도 있어요.”
“정말?”
강상식이 웃으며 보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일단 그건 제가 문지혁 씨하고 상의를 해 볼게요.”
“상의할 게 뭐 있어? 형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그래도요. 그리고 귀신이 인간계에 개입하는 건 여러 제약이 있어요.”
“제약?”
“설명을 해 드리고 싶지만…… 저승 일에 대해서 형이 많이 알아서 좋을 것은 없어서요.”
“그래?”
“그럼요. 귀신들이 우리 가게에서 사람들한테 전화한다고 생각해 봐요.”
“그것도 그러네.”
고개를 끄덕이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은 잠시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강진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옆 가게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건 제가 지혁 씨하고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집은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강진이 말을 돌리자 강상식이 무슨 의민지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삼 일 후에 이사 들어올 거야.”
“삼 일? 그렇게 빨리요?”
“응.”
“거기 살던 사람들 이사할 집도 구해야 할 텐데?”
“구해 줬어. 그리고 이사 비용도 내가 지불해 줬고.”
“돈 많이 쓰셨네요.”
“적당한 아파트가 하나 비어 있어서 이사 비용 정도만 내가 지불했어.”
“아파트요?”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네 눈에는 그냥 내가 돈 좀 있는 사람으로 보이나 본데…… 내가 이래 보여도 오성화학 대표야. 즉 재벌이라는 말이야. 그런 내가 아파트 몇 개 없겠어?”
“오! 돈 자랑.”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돈 자랑, 술 자랑이 제일 바보짓이라는데…… 어디 할 데가 있어야지. 그래서 한 번 해 봤다.”
“왜 자랑할 데가 없어요?”
“내 주위에 나보다 돈 없는 사람이 몇 있어야지.”
“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하긴, 강상식은 오성그룹의 직계이니……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재벌일 터였다.
“그럼 자랑 좀 해 보세요. 어디 우리 형 돈 얼마나 많은지 궁금하네.”
배용수가 우리 형이라고 부르자 강진이 웃었다.
“돈 많으면 우리 형이야?”
“그럼. 돈 많으면 형이고 예쁘면 누나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강상식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말했다.
“그런데 인테리어 안 하고 바로 들어오게요?”
“인테리어 큰 건 안 하고 도배하고 조명, 싱크대 쪽만 좀 고쳐서 들어올 거야.”
“그것도 좀 시간 걸리지 않나?”
“형이 말했잖아. 재벌이라고. 돈으로 바르면 하루면 충분하지.”
돈으로 안 되는 것이 뭐가 있겠냐는 듯 웃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돈이 참 편한 거군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농으로 한 말인데 네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니 민망하다. 어쨌든 삼 일 후면 이웃사촌이네.”
“그러니 그전에 마음에 드는 싸고 좋은 침대를 어서 찾아야겠네요. 같은 지붕에서 사는 첫날 바닥에서 잘 수는 없잖아요.”
“맞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이혜미가 말했다.
“그런데…….”
이혜미가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멈추자 강상식이 그녀를 보았다.
“왜요?”
“그…… 음…….”
“왜요?”
“법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법? 혼인 신고요?”
강상식이 웃으며 하는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 말고요.”
머뭇거리는 이혜미의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든 다 저와 지나를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실 말 있으면 하세요.”
강상식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혹시라도 두 분이 사고를 당하면…… 그 재산이 타인에게 가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상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이혜미가 왜 말하기를 주저했는지 이제야 안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 젊은 문지혁도 갑자기 그런 일을 당했다.
젊고 건강한데 무슨 그런 생각을 하느냐 할 수 있겠지만, 강상식과 문지나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강상식은 가족이 있지만 남보다 못하고, 그건 문지나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라도 문지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 그녀의 유산도 그 아빠한테 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건 강상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네요. 제가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강상식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럴 일은 없지만, 형수 말이 맞아요. 여기 있는 손님들 모두 자신이 죽을 줄은 아무도 몰랐던 분들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혜미에게 소주병을 내밀었다. 그에 이혜미가 잔을 들자, 강상식이 두 손으로 술을 따랐다.
“정말 좋은 이야기 해 주셨어요.”
병을 내려놓으며 강상식이 말했다.
“아실지 모르…….”
말을 하던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사정 당연히 아시겠죠?”
“네.”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제가 잘못되면 제 호적상 아버지나 형제들이 제 재산을 어떻게든 가져가려고 법적 절차를 밟을 겁니다.”
“법적으로 해도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재산 상속받는 거 아니에요?”
“법적 다툼에 들어가겠지. 그리고 질질 끌고 언론 조작하면 지나 씨 엄청 힘들 거야.”
“민성 형이 형수 지켜줄 거예요.”
‘민성 형’이란 말에 강상식이 잠시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맞네. 내가 없어도 민성 형도 있고 너도 있고…… 우리 지나 씨 지켜 주겠다.”
“아이고! 그렇다고 벌써 죽고 난 후를 생각하지는 마시고요.”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생각할래. 생각하니 든든해. 나한테 가족이 있는 거잖아.”
그러고는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됐는데 지금은 기분이 좋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야…… 다행이고요.”
“일단 내일 변호사와 이야기를 해 봐야겠어. 혹시라도 나나 우리 지나 씨 둘 다 잘못됐을 경우 혼자 남은 우리 애들 장래도 생각해야 하니까.”
말을 하던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그런 일이 생기면…….”
그럴 일 없을 거라는 말을 하려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귀신들 모두 그럴 일 없어야 하지만 그럴 일이 생긴 이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자주 보다 보니 그럴 일에 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너하고 민성 형이 애들 후견인을 해 줘.”
“후견인은 무슨…….”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 자식들하고 형제로 키울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좋다.”
“좋아요?”
“나한테도 가족이 있어. 이거 든든하네.”
미소를 지으며 소주를 마시는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소주를 다시 따라 주었다. 그에 술을 받은 강상식이 강진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려다가 문득 잔을 보았다.
“술 안 마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의 어깨를 툭 쳤다.
“용수가 저 요즘 술 많이 먹는다고 좀 줄이라고 해서요.”
“요즘 술 많이 먹어?”
“저야 술장사 하다 보니 손님들하고 한 잔씩 자주 하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술을 내려놓았다.
“젊다고 막 술 마시고 그러면 안 돼.”
“그래서 조금 줄이고 있어요.”
“그리고 술은 폭주보다 자주 먹는 것이 더 안 좋아.”
“그래요?”
“의사가 그래. 차라리 술을 마실 거면 하루 폭주를 하고 간을 쉬게 해 주라고.”
그러고는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내가 간에 좋은 약 좀 있는데 좀 줄까?”
“약 드세요?”
“어디 안 좋아서 먹는 건 아니고, 건강하려고 먹는 거지. 생각난 김에 내일 내가 몇 개 가져다줄게.”
“저 약 안 먹어도 되는데?”
“약 안 먹어도 되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내가 먹는 건 정말 괜찮아.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가 느껴지거든. 먹으면 개운해.”
“주면 먹어야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끼식당 직원들과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
일요일 아침, 강진의 가게에서 강상식과 문지나가 밥을 먹고 있었다. 오늘 강진과 함께 가구 센터를 가기로 해서 아침도 같이 먹을 겸 일찍 온 것이다.
“선지 해장국 맛있네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남은 거 따뜻하게 한 건데 괜찮으세요?”
“국이야 한 번 끓여서 며칠 먹는 거죠.”
“그런데 형수 퇴사로 회사에서 일 많이 주는 것 같던데 괜찮아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웃었다.
“일 정리만 하고 사람 구해지면 그만둘 거라 괜찮아요.”
“인수인계 시간은 줘요?”
“사람 뽑히면 반나절 인수인계해 주고 바로 그만두는 거죠.”
“반나절로 그게 돼요?”
“안 돼요. 그래서 모르는 거나 문제 생기면 저한테 전화 올 거예요.”
“퇴사를 했는데도 전화가 와요?”
“일이 있으면 와요. 저도 전임자한테 며칠은 몇 번 전화해서 물어봤거든요.”
“안 받으면요?”
“제가 몇 곳 회사 다녀 봤는데 대부분은 다 전화 받아요. 그 사람들도 자기가 전화 안 받으면 후임자가 갑갑해할 걸 알거든요. 회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우리 경리 직원들끼리 돕고 사는 거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침을 다 먹은 강진이 그릇들을 정리해서 주방으로 옮기자 강상식이 따라 들어왔다.
“오늘 갈 때 다 같이 가는 거지?”
“용수는 따라갈 거예요.”
“혜미 씨, 선영 씨, 정숙 씨는?”
강상식이 주위를 둘러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혜미 씨는 옆에 계시고 선영 씨하고 정숙 씨는 집에 가셨어요.”
강진이 옆을 보자 강상식도 옆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강상식 옆에는 배용수와 이혜미가 서 있었다.
강상식은 이혜미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강진에게 물었다.
“집에를 가?”
귀신이 집에 갔다는 말에 의아해하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그분들도 집이 있는데 당연히 집에 가야죠.”
“여기서 사는 거 아니었어?”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여기서 지내고 일요일은 저희 가게 쉬는 날이니 집에 가세요. 형수는 오늘 침대 같이 보러 간다고 안 가셨고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물었다.
“그 최호철이라는 분이 너하고 친하면 나도 형님으로 모셔야 하는데…… 그럼 나도 혜미 씨 형수라고 불러야 하나?”
강상식도 어제 술 마시면서 최호철과 이혜미의 관계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귀신끼리 결혼을 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었고 말이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뭘 그렇게 제 지인들과 엮이시려고 하세요.”
“왜, 친해지면 좋지.”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다. 자신의 의사를 묻는 강진의 모습에 이혜미가 웃었다.
“호철 씨도 친한 부자 동생 있으면 좋죠.”
“하! 그것도 그러네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
“일단 호철 형 만나면 인사하고 그때 이야기해요. 호철 형이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그러게…… 지금 잠복 중이시라고?”
“지금 충청도에서 잠복 중이세요.”
최호철은 충청도 미제 사건을 해결하려고 내려가 있었다.
“귀신이 사건 해결이라…… 대단하시다. 귀신 형사이시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철 형은 정말 대단해요. 죽어서도 사람들을 위해서 형사를 하고 계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