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67
868화
북적거리는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나가자 강진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에게 말했다.
“다음 분들 들어오세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 네 명이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을 들여보내고 가게 안으로 돌아가려던 강진은 줄 끝 쪽에 서 있는 이상섭을 보았다.
“형 언제 왔어요?”
“방금 왔어.”
“점심에 일 있어서 못 온다고 하던데?”
“외국에서 전화 올 것 있어서. 생각보다 전화가 일찍 와서 먹으러 왔어.”
“알았어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이상섭이 그를 잡았다.
“야.”
“네?”
“저기.”
강진은 이상섭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곳엔 한 아가씨가 조금 덩치가 있는 노란 개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목줄이 특이했다. 목줄이 마치 카트 손잡이처럼 되어 있었다.
‘안내견이구나.’
안내견 옆에는 아저씨 귀신이 서 있었다. 강진이 그를 볼 때, 이상섭이 작게 말했다.
“저 아가씨 너희 가게 들어가고 싶은 모양이더라.”
“저희 가게요?”
“아까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한끼식당이 여기냐고.”
“그럼 왜 줄을 안 서고 저기에 있어요?”
“개하고 같이 있으니 그런가 봐. 나한테 손님 많으냐고 물어보더니 저쪽으로 갔어.”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아가씨를 보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 손님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래. 들어가 봐.”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는 방금 들어갔던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음식 뭐로 드릴까요.”
“오늘 메뉴가 김치찌개하고 고등어 정식이죠?”
“둘 다 맛있습니다.”
“김치찌개 둘이랑 고등어 정식 두 개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김치찌개는 하나로? 아니면 따로따로?”
“하나로 주세요. 나눠 먹을 거예요.”
“그럼 양은 좀 많이 드려도 되겠네요.”
“그럼 감사하죠.”
웃으며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배용수에게 말을 했다.
“김치찌개 삼 인분 큰 냄비에 끓여 주고, 고등어 정식 이 인분.”
일부러 밖에 들리게끔 강진이 목소리를 좀 크게 내자 배용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꾼이 다 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말했다.
“별거 아니지만 들으면 손님들 기분 좋잖아. 그리고 이 인분이나 삼 인분이나 물 조금 더하고 재료 더 넣으면 되는 거니까.”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홀로 나왔다.
손님들 반찬을 살펴보던 그는 문득 가게 문을 보았다. 그렇게 잠시 있다가 손님들을 보며 말했다.
“식사하시는데 죄송하지만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줄 서 계신 동안 보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밖에 시각이 불편하신 손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아…… 그럼 저희가 좀 빨리 먹어야겠네요.”
거의 식사를 마무리한 손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고요. 음…… 그분이 시각이 불편한 분을 돕는 강아지와 함께 있습니다.”
“강아지요?”
“일반 애완견들은 식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지만, 시각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그 강아지가 가족이고 동반자입니다. 그래서 이따가 손님이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오시면 저는 자리로 안내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그분 들어왔을 때 항의를 할까 봐 말을 한 거였군요.”
“혹시라도 그분이 민망한 일이 생길까 싶어서요. 미리 양해를 구하려 합니다.”
“일단 저는 괜찮고…… 너희도 괜찮지?”
손님이 같이 온 이들을 보자 그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그리고 식당이나 대중 시설에 안내견 데리고 들어가도 되는 거 법으로도 보호받고 있잖아.”
“일반 애완견도 아니고 안내견이면 저희도 괜찮습니다.”
“우리도 괜찮아요.”
“그럼 우리 빨리 먹자. 밖에서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안내견이 들어오는 것에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서둘러 먹고 자리를 비워 주려는 손님들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음식 먹는 곳에 무슨 동물이냐는 말을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손님들이 이해를 해 준 것이다.
‘그래. 우리 손님들은 좋은 분들이니까.’
걱정이 무색할 정도의 반응에 강진이 미소를 지을 때, 한 손님이 물었다.
“그런데 시각이 불편하신 분이라고 표현을 하시네요?”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니지만, 저는 그 단어를 말하는 것이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리고 불편하신 것도 맞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손님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여기 있는 손님들은 모두 괜찮아하시니 제가 기분이 좋네요.”
“그러게요. 누가 반대를 해서 싫다고 하면 기분 상했을 것 같아요.”
“한끼식당 오는 손님들 멋지네.”
“손님도 무척 멋지십니다.”
강진이 웃으며 엄지를 척하니 들어 보이자, 그 손님이 웃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싫어하시는 분이 있으셨다면 그것도 이해를 해 줘야 합니다.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린 트라우마가 있을 수도 있고, 동물을 안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 그래서 제가 미리 말씀을 드려서 양해를 부탁드린 겁니다. 그리고 양해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같이 사는 거니까요.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그분이 좀 참아야지. 밖에 계신 분은 계속 불편하게 사시는 분인데. 잠깐 불편한 사람이 많이 불편한 사람 좀 배려하는 게 맞지 않나 싶네요.”
이야기를 나눌 때, 한쪽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다 먹었습니다.”
“천천히 드셔도 되는데.”
“천천히 잘 먹었습니다.”
웃으며 답한 손님들은 아크릴 통에 알아서 돈을 넣었다. 점심 장사는 대부분 단골 장사라 손님들도 알아서 돈을 내고 가는 것이다.
손님들이 나가자, 강진이 그릇들을 정리해서는 주방으로 옮겼다.
“음식 다 됐어.”
배용수가 김치찌개와 고등어 정식을 쟁반에 놓자, 강진이 그것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손님들 탁자에 음식을 놓은 강진이 말했다.
“그럼 손님들 들어오게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손님들이 웃으며 말을 하자, 강진 또한 웃으며 가게 문을 향해 걸었다.
‘우리 손님들은 참 착해. 너무 고마워.’
음식점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는 건, 일반적으로 불편한 일이었다.
물론 법으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들어올 수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싫어하니 말이다.
그리고 식당 사장이나 업장 주인들 입장에서는 한 명의 손님보다 다수의 손님을 위할 수밖에 없어, 안내견을 데리고 들어오는 시각 장애인의 입장을 막는 경우도 있었다.
그에 비해 한끼식당 손님들은 웃으며 양해를 해 주니 감사하고 고마웠다.
기분 좋은 얼굴로 문을 연 강진이 이상섭을 보았다.
“형 들어가세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개와 함께 있는 아가씨를 보았다.
“괜찮아요. 들어가세요.”
이상섭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아가씨에게 다가갔다.
“손님.”
그녀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희 한끼식당에 오신 거죠?”
“네.”
“들어가시죠.”
“저…… 순이하고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요.”
아가씨가 안내견 목줄을 잡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 이름이 순이군요. 이름처럼 무척 순하게 생겼네요.”
웃으며 순이를 만지려던 강진은 순간 멈칫하고는 손을 거뒀다.
“애가 너무 귀여워서 쓰다듬으려 했는데.”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미소를 지었다.
“쓰다듬어도 돼요. 우리 애 착해요.”
“딱 봐도 착해 보이네요. 그런데 제가 음식 하는 사람이라 아이 만지고 음식에 손을 댈 수 없어서요. 자! 들어가시죠.”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머뭇거렸다.
“들어오세요.”
“그게…… 손님들 없나요? 점심시간에 손님 많다고 해서 최대한 없을 시간대로 왔는데.”
“손님 없을 시간대로 오시기에는 조금 일찍 오셨네요. 저희 가게에 아직 손님들 많으세요.”
“그럼 손님들 가시고 들어갈게요.”
“괜찮습니다.”
“손님들 싫어할 텐데.”
“제가 미리 손님들에게 말을 했어요.”
“그러셨어요?”
“그리고 저희 가게 손님들 그렇게 야박하신 분들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말을 하며 강진은 팔꿈치를 그녀의 손이 닿는 곳에 슬며시 내밀었다.
툭!
팔꿈치가 손에 닿는 것에 아가씨가 손을 더듬거리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시각 장애인이 주위에 있으세요?”
아가씨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육원에 봉사 활동을 하러 다니는데, 거기 마을에 한 분 계세요.”
“그럼 실례할게요.”
아가씨가 팔꿈치를 손으로 살짝 잡자, 강진이 그녀를 가게로 인도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선 강진은 따라 들어온 아저씨 귀신을 보았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띤 채 강진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저씨 귀신이 강진의 눈을 보았다.
“시선이 꼭 나를 보는 것 같네.”
아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아저씨 귀신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뒤를 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 아무도 없자 의아한 듯 다시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작게 웃어 주고는 그녀를 데리고 자리로 향했다.
“뭐야? 이상한 사람이네…….”
강진은 빈자리에 아가씨를 안내하고는 의자를 당겨 주었다.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조심히 앉는 사이 강진이 물통과 컵을 가져와서는 손에 닿는 곳에 놓았다.
“여기 컵과 물입니다. 컵에 물을 따랐으니 드시면 되고요. 제가…… 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싶어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할 때,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
“시각 장애인이라는 말 괜찮으니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그럼 죄송하지만…… 제가 시각이 불편하신 분을 손님으로 맞은 건 처음이라서요. 어떻게 서빙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필요하신 거나 불편하신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요. 먼저 오신 분 주문 받고 다시 오겠습니다.”
“네.”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손님 중 일부가 아가씨를 보는 게 보였다. 그에 강진이 작게 헛기침을 하자, 손님들이 급히 고개를 돌려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손님들을 보던 강진이 이상섭에게 다가갔다.
“뭐로 해 드릴까요?”
“김치찌개 줘.”
“알겠습니다.”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 배용수에게 말했다.
“김치찌개 일 인분. 그리고 고등어 반 조각 구워 줘.”
“알았다.”
배용수의 답을 들은 강진이 아가씨에게 다가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정면을 보며 말했다.
“저…… 오늘 김치찌개하고 고등어 정식이죠?”
“저희 단톡방 가입하셨어요?”
“아…… 네.”
“그러시구나. 저희 단톡방에 레시피들도 올리는데 해 보셨어요?”
“간단한 거 몇 가지만요.”
“알겠습니다. 그럼 주문은?”
“저 두 개 다 주세요.”
“두 개 다 먹기에는 양이 많은데.”
“그냥 두 개 다 주세요.”
두 개를 다 먹고 싶다는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가게 정말 오고 싶어 하셨나 보구나.’
단톡방에 가입을 해서 메뉴나 후기 같은 걸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럴 때마다 한끼식당에 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모르는 곳에 가기 힘이 드니, 찾아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온 만큼 무리해서라도 한끼식당 메뉴들을 다 먹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