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주방 안에 들어오는 김봉남을 본 요리사들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숙수님!”
요리사 둘의 인사에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참은 뭐지?”
“비빔국수랑 어묵국입니다.”
“맛있겠구나.”
그러고는 김봉남이 강진을 보았다.
“손님들 식사가 끝이 나면 우리도 참을 먹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일을 했으니 먹어야죠.”
“맞네.”
말을 하며 김봉남이 한쪽에 있는 냉장고에서 식재료들을 몇 가지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강진을 보았다.
“김밥 만들 줄 아나?”
“김밥요?”
“만들 줄 아나?”
“네.”
“만들어 보게.”
김봉남이 식재료를 가리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싱크대에서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기본은 됐군.’
청결은 음식 만드는 사람의 기본이다. 음식 만들기 전에 바로 손부터 씻는 것을 보니 마음에 드는 것이다.
손을 씻은 강진이 식재료 앞에 섰다.
“시험이야.”
강진이 식재료를 보고 있을 때, 배용수가 슬며시 말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김봉남을 보았다.
“옆에 계시니 조금 긴장이 되네요.”
“편하게 하게. 그냥 김밥이 먹고 싶을 뿐이니…….”
“그럼 밥도 제가 합니까?”
“김밥의 기본은 밥이 아니겠나?”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용수를 슬쩍 보았다.
그러고는 작게 입모양으로 ‘시험?’ 이라고 말을 하자 배용수가 말했다.
“김밥이 쉬운 음식이기는 하지만 한식의 기본이 다 담겨 있는 음식이야. 밥을 해야 하고, 재료를 손질해야 하니 칼질도 해야 하고, 계란 지단을 만들어야 하니 불 조절도 해야 하고. 거기에 간도 맞아야 하고. 우리 요리사 면접 볼 때 보는 실기 시험 중 하나가 바로 김밥이야.”
“왜 나한테?”
강진이 입모양으로 묻자, 배용수가 김봉남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마음에 드시면 네 가게에 가서 식사를 해 주실 거야.”
“식사?”
“숙수님은 아무한테나 사진을 찍어주시거나 식사를 해 주시지 않아. 맛이 없는 집에서는 절대 식사도 하지 않고 사진도 안 찍어주셔. 사람들이 자기 얼굴 보고 와서 밥을 먹을 텐데 맛이 없으면 미안하시니까. 그래서 네 음식이 어떤지 먹어 보려는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럴 필요는 없는데…….’
강진은 사실 자신의…… 아니 김복래 여사님의 레시피에 자신이 있었다.
사람들 식사 시간 때 귀신들만 오지 않게 하면 장사를 잘할 자신이 있었다.
선지해장국을 팔았을 때처럼, 음식이 맛있으면 손님들은 알아서 오니 말이다.
쉽게 말해서 음식만 맛있으면 손님들이 오는 것이다. 하지만 김봉남이 만들라고 하니 만들기는 할 생각이었다.
“쌀은 저기에 있네.”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쌀은 옹기 항아리에 담겨 있었다.
쌀이 윤기가 흐르는 것을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쌀 좋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최고급 철원 쌀이야.”
“철원?”
“요즘은 다 쌀이 좋기는 하지만, 철원은 결실기에 일조량이 많고 기온차가 커서 밥맛이 좋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 있는 김봉남을 보았다.
“몇 인분이나 만들까요?”
“이왕 만드는 것이니 좀 많이 만들면 좋지 않겠나? 한 이십 줄만 만들어 보게.”
이십 줄이라는 말에 강진이 쌀을 퍼서는 그릇에 담았다. 그러고는 쌀을 씻기 시작했다.
촤악! 촤악!
물을 틀고 빠르게 쌀을 씻은 강진이 바로 물을 버렸다.
“물을 바로 버리는군.”
“처음 씻는 물은 바로 버리는 것이 좋다고 배웠습니다.”
“왜 그런지 아나?”
“쌀에 묻은 불순물이 쌀에 흡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요리 연습장에 쓰여 있던 내용을 그대로 말을 하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말대로 바짝 마른 쌀은 물이 닿으면 바로 물을 빨아들인다.
그래서 첫물은 바로 버리는 것이다. 탁한 물을 쌀이 빨아들이니 말이다.
김봉남은 더 말을 하지 않고 강진이 쌀을 씻는 것을 보았다.
‘잘하는군.’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쌀을 씻는 것만 봐도 강진이 얼마나 음식을 잘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쌀을 씻는 방법은 김복래 여사의 레시피에 있는 것이라 강진의 실력과는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촤악! 촤아악!
쌀을 씻는 강진의 손은 리드미컬했다. 너무 강하게 해서 쌀이 부서지거나 손상이 가지 않게 하면서 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쌀을 적당히 씻은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밥을 지을 밥솥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전기밥솥이 아니라 가스불로 밥을 짓네.”
그러고는 김봉남이 압력밥솥을 가져다주자 강진이 밥을 올리기 시작했다.
“저기, 다시마가 필요한데요.”
강진의 말에 옆에서 국수를 준비하던 요리사가 움직이려 하자 김봉남이 고개를 저었다.
“자네들은 자네들 할 일을 하게나.”
그러고는 김봉남이 다시마를 가져다주었다.
김봉남이 가져다 준 다시마를 받은 강진이 표면을 물로 잘 씻어내고는 쌀 위에 올려놓았다.
그 모습에 김봉남이 흥미로운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감칠맛을 돋우려는 거군.’
다시마를 올린 이유를 짐작한 김봉남이 물었다.
“음식은 어디서 배운 건가?”
“저한테 식당을 물려주신 할머니께 배웠습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불 위에 압력밥솥을 올렸다.
그러고는 강진이 김밥 재료들을 보았다. 기본적인 김밥 재료였다.
계란, 햄, 맛살, 우엉, 단무지, 김 말이다.
재료들을 본 강진이 칼을 들려 할 때, 배용수가 빠르게 말했다.
“재료들을 조금씩 잘라서 맛을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그를 보았다.
“왜?”
작게 입모양으로 묻자 배용수가 강진의 뒤에 있는 김봉남을 보고는 말했다.
“같은 식재라도 그날그날 맛이 다를 수 있어. 그리고 음식 만들기 전에 식재 상태를 확인하는 건 요리사의 기본이야.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자.”
배용수는 김봉남 앞에서 강진이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를 원했다.
강진을 제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배용수 자신이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물론 김봉남은 그걸 모르겠지만, 어쨌든 김봉남에게 강진이 좋은 모습을 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에 강진이 칼로 식재들을 조금씩 잘라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김봉남이 미소를 지었다.
식재료를 먼저 맛을 보는 강진의 행동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본 배용수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뒤에서 자신을 보는 귀신과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강진이 재료를 다듬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강진의 손에서 김밥이 썰리는 것을 보며, 김봉남은 꽁다리를 먹고 있었다.
우걱! 우걱!
김밥은 꽁다리라고, 확실히 맛이 있었다.
‘밥은 달면서 감칠맛이 있고 계란은 고소하군. 거기에 단무지는 밥의 단맛과 잘 어울려. 게다가 모양도 예쁘게 잘 만들었군.’
강진이 만든 김밥을 먹으며 그 맛을 평가하던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륵! 스륵!
강진이 김밥을 모두 다 썰어 쟁반에 올리자 김봉남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참이나 먹세나.”
그러고는 김봉남이 주방을 나서자 강진이 김밥을 들고는 그 뒤를 따랐다.
김봉남을 따라 간 강진은 직원들이 참을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강진이 김밥을 만드는 사이 신입 요리사들이 어묵국과 비빔국수를 만들어 먼저 먹고 있었다.
직원 전용 식당인 듯, 운암정 내부처럼 고풍스럽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모습이었다.
“이 친구가 김밥을 좀 만들었으니 김밥도 좀 먹게.”
김봉남의 말에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강진이 가져온 김밥을 조금씩 그릇에 담아 갔다.
그런 직원들을 보며 김봉남이 한쪽에 있는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자네도 이리 와 앉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자리에 앉자 젊은 요리사가 비빔국수와 어묵국을 가지고 왔다.
“먹어보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강진이 김밥을 만드는 사이 젊은 요리사들이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그래서 맛있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먹게 된 것이다. 빨간 양념에 비벼진 국수는 맛있게 보였다.
게다가 고명으로 계란 지단이 올라가 있어서 보기도 좋고 말이다.
비빔국수를 보던 강진이 크게 한 젓가락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입에 넣고 씹자 강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맛있다.’
매우면서도 달콤한 맛에 기분이 좋았다. 비빔국수집을 차린다고 해도 바로 맛집이 될 정도로 맛이 좋았다.
강진이 맛있게 비빔국수를 먹는 것을 보던 김봉남이 말했다.
“맛이 어때?”
“정말 맛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의 귀에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밥 어때?”
“맛있네요.”
“그럼 용수 친구도 견습으로 일하는 겁니까?”
“김밥이 이 정도면 견습 레벨은 되는 것 같은데.”
직원들의 대화 내용에 강진이 힐끗 그들을 보았다.
‘내가 면접을 본 거라 생각을 하는 건가?’
운암정에서 신입 요리사를 뽑을 때 김밥으로 시험을 본다고 했으니 그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에 강진이 김봉남을 보았다. 김봉남은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를 신경 쓰지 않고 국수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국수를 다 먹은 김봉남이 강진을 보았다.
“다 먹었으면 몸 상태 확인하러 가 보세.”
“저도 같이요?”
“그래야 꿈에서 용수를 보면 직접 말을 해 줄 것 아닌가.”
그러고는 김봉남이 고개를 돌렸다.
“지배인.”
김봉남의 부름에 한쪽에서 김밥을 먹고 있던 중년인이 일어나 다가왔다.
“네.”
“나 어디 좀 다녀올 테니, 일 있으면 전화하게나.”
“알겠습니다.”
지배인의 답에 김봉남이 강진을 보았다.
“다 먹었으면 이제 가세.”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배용수 친구입니다.”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그를 보았다.
“용수한테 많이 이야기 들었습니다. 좋은 분들이고 가족 같은 분들이라고요.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몇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배용수 이야기가 나오자 그가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 배용수도 한숨을 쉬었다.
“다들 정만 많아가지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툭 치고는 김봉남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강진을 데리고 김봉남은 주차장으로 향하며 말했다.
“혹시 차 가지고 왔나?”
“버스 타고 왔습니다.”
“그럼 타게.”
말과 함께 김봉남이 승용차에 타자, 강진이 그 옆자리에 타려다가 허연욱과 배용수를 보았다.
같이 가야 하는데…… 이 둘을 태우려면 뒷문을 열어야 한다.
귀신이라고 아무 곳이나 막 들어갈 수는 없다. 상점이라던가 문이 열려 있는 곳은 들어갈 수 있지만, 닫혀 있는 집과 이런 개인 공간에는 들어갈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뒷좌석에 탈 수도 없잖아?’
윗사람이 운전하는 차에서 뒷좌석에 타고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뒷좌석 문을 열어 귀신들이 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앞좌석 문을 열고 타기도 그렇고…….
그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제가 가서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허 선생님 잘 챙겨.”
배용수에게 주의를 주자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오랜만에 운암정이나 돌아보고 있을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더는 말하지 않고 문을 열고는 김봉남의 옆좌석에 탔다.
“운암정이 꽤 좋지?”
귀신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을 알지 못하는 김봉남이다 보니, 강진이 옆을 보며 서 있던 것을 운암정을 둘러본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이 아니라 공원 같습니다.”
“공원이라…….”
“따지고 보면 공원이라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니네요. 이곳은 한식 공원이니까요.”
“한식 공원이라, 그것도 좋군.”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봉남이 차에 시동을 걸고는 출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