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73
874화
강진이 집을 구경하고 있을 때, 배용수가 들어오며 말했다.
“방 깔끔하고 좋네요.”
배용수의 말을 전해 주자, 최광현이 웃었다.
“남자라면 이 정도 방은 있어야지.”
“자취에 대한 로망이 있기는 하죠.”
강진은 강제적으로 자취를 하게 됐지만, 동기 중에는 자취를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 꽤 있었다.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친구들하고 놀려고 말이다.
집을 둘러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술병이 안 보이네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집에서는 술 안 마신다.”
“왜요?”
“집에서 술 마시면 이 집은 내 집이 아니라 남자 놈들 아지트가 되어버릴걸.”
최광현이 집을 둘러보며 말했다.
“집에서 혼술 하는 거 아니면 학교에서 후배들하고 먹지 않겠냐.”
“그렇죠.”
“그러다 2차는 편하게 마시자면서 하나둘씩 오게 될 테고 그러다 보면…… 아마 나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술 취한 놈들이 라면 끓여먹으면서 나를 반겨 줄 거다. 내가 그런 꼴 많이 봤어.”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 라면 끓여 먹던 사람이 형일 것 같은데?”
“나도 친구나 선배들 자취방에서 많이 하기는 했지.”
웃으며 자기 방을 보던 최광현이 말했다.
“그때는 그게 참 재밌었는데 내 집에서 그런 꼴을 보기는 싫다.”
“내로남불이네요.”
“그렇게 말해도…… 이게 내 첫 자취방인데 내 방은 내가 지켜야지. 그래서 애들한테는 내 집 공개 안 했어. 내 나이 이제 서른인데 그런 꼴을 볼 수는 없지. 집 위치 아는 건 교수님하고 너밖에 없다.”
“애들이 안 서운해해요?”
“서운해도 어쩔 수 없지. 그리고 형도 언제까지 연구실 동생들 끌어안고 살 수 있나. 내가 하던 일은 후배한테 넘겨야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연구실을 졸업해야 할 때이긴 했다.
물론 지금도 연구실 조교라기보다는 임상옥의 조수로서 학교에 남아 있지만 말이다.
“자! 집에 대한 건 여기까지 하고, 이번엔 여자 귀신분 이야기 좀 합시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여자 귀신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야기?”
여자 귀신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여기에 계속 사실 건가 하는 이야기죠.”
“그럼 어떡해. 나 여기서 못 벗어나는데.”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해도 떨어져 계실 수는 있잖아요. 집이 그리 큰 것도 아니고 광현 형 집에 오면 아가씨가 잠시 나가 있거나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내 집을 두고 나가라고?”
“광현 형 집이기도 하죠.”
“원래는 내 집이었어!”
화가 난 듯 소리치는 여자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러니 서로 양해를 하자는 거죠. 형이 없을 때는 아가씨가 집에 계세요. 대신 형이 있을 때는 좀 거리를 두자는 거죠.”
“내가 왜.”
여자 귀신의 강경한 태도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런 캐릭터는 또 처음이네.’
귀신과 무슨 말이 통할까 싶지만, 강진이 본 귀신들은 대부분 말이 통하는 존재였다. 늘 이야기하지만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니 말이다.
‘하긴,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니 살아서 말이 안 통하던 사람은 죽어서도 말이 안 통하기는 하겠네.’
강진이 빤히 보자 여자 귀신이 눈을 부라렸다.
“뭘 봐.”
“아닙니다. 근데 여기에서 죽으신 건가요?”
“아니야. 교통사고로 죽었대.”
“그럼 여기에서 죽으신 건 아니군요.”
“맞아.”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최광현을 보았다.
“일단 부동산에서 형을 속인 건 아니네요.”
최광현이 무슨 말이냐는 듯 보자 강진이 말했다.
“집에서 사람이 죽으면 고지를 해야겠지만, 집 밖에서 사람이 죽었으면 고지할 이유는 없죠. 집에서 사람이 자살을 하거나 사고로 죽은 것만 고지하면 될 테니까요.”
“그래?”
“병으로 죽은 것까지는 이야기 안 하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집에서 병으로 죽는 일도 거의 없고.”
말을 한 강진이 다시 여자 귀신을 보았다.
“그래서 안 나가시겠다는 거군요.”
“맞아.”
“흠…….”
고민하던 강진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형 저 주방 좀 써도 돼요?”
“그래, 써. 근데 뭐 없을 텐데.”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를 열었다. 그의 말대로 딱히 뭐가 없었다.
“진미채, 고추장, 참치, 김치.”
마트에서 사 온 것 같은 김치와 진미채가 그나마 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 보였다.
“형 집에서 밥을 어떻게 드시는 거예요?”
“집에서 밥 먹을 일이 있나. 학교에서 점심, 저녁 다 먹는데. 거기 있는 건 밤에 출출할 때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사 놓은 거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참기름이나 그런 건 있어요?”
“그건 여기에 있어.”
찬장을 열자 안에 참기름과 간장이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매실 액기스가 있었다.
“매실이 있네요.”
“체하면 먹으라고 엄마가 줬어.”
강진이 재료들을 볼 때, 최광현이 그 옆에 다가왔다.
“뭐하는 거야?”
“먹을 것 좀 하려고요.”
“이 상황에? 저 귀신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최광현은 여자 귀신 눈치를 보며 슬며시 말을 이었다.
“호철 형한테 말해서 가택 침입으로 신고할까? 와서 끌고 나가라고?”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지박령은 힘으로 쫓아낼 수 없어요.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거든요.”
“그럼 나 어떡해. 나 계속 저 애하고 살아야 해?”
말을 하며 최광현이 자신의 다크서클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몸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아가씨가 안 나가도 귀기로 몸이 상하지 않게 해 줄 수는 있으니까요.”
여자 귀신이 정 거리를 두지 않으려 하면 향수라도 가져다줄 생각이었다.
그녀도 최광현에게 딱히 해를 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어디 가기 싫어 이곳에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향수만 가져다주면 몸은 더 이상 상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건 아가씨 귀신이 집 밖에 나가 있는 것이었다. 최광현의 건강과 사생활을 위해서 말이다.
집에 여자 귀신이 있으면 사생활을 즐기기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처럼 좋은 동생은 없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재료들을 꺼내 놓았다. 라면과 참치, 그리고 고추장과 진미채, 참기름이었다.
“비빔면 정도는 만들 수 있겠네요.”
“비빔면? 이걸로 돼?”
“이 정도면 훌륭하죠.”
강진은 냄비에 물을 담아 올리고는 양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추장에 진미채와 김치를 작게 가위로 잘라서 넣고, 매실액을 넣었다. 그걸 골고루 섞던 강진은 물이 끓자 거기에 라면을 넣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여자 귀신을 보았다.
“매운 거 좋아하세요?”
“좋아해. 근데 나도 주려고?”
“그럼요. 같은 집에 있는데 우리만 먹을 수 있나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입맛을 다셨다.
“저승식당 사장이라고?”
“네.”
“그…… 저승식당 사장이 한 음식이 귀신한테는 정말 맛있다고 하던데.”
“정말 맛있죠. 그러니 드셔 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저희 사정 좀 봐 주세요.”
강진은 찬장을 열었다. 찬장 안에는 라면이 종류별로 있었다.
“무슨 라면을 이렇게 많이 사 놨어요?”
“어느 날 내가 뭘 먹고 싶을지 어떻게 아냐? 그래서 골고루 사다 놓는 거지.”
“이렇게 사다 놓으면 유통기한 넘을 수도 있어요.”
라면은 유통기한 지나기 전에 다 먹을 것 같지만, 보통 사람들은 라면을 주로 한 종류만 먹는다.
그래서 주로 먹는 라면이 아닌 건 유통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라면 유통기한 넘으면 기름 냄새가 나서 맛이 없어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유통기한 넘은 거라도 학교 가져가면 환장하고 물 끓일 애들이 한둘이냐.”
“하긴, 형은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니네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핵닭면 봉투를 뜯은 후 소스를 꺼내 양념에 섞었다.
잘 익은 면발을 찬물에 씻고 물기를 짠 강진은 소스에 그것을 버무리고는 마지막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시 한 번 비볐다.
참기름은 가장 마지막에 넣어야 고소함과 향이 사는 법이니 말이다. 그렇게 완성한 비빔 라면을 네 그릇에 나눠 담았다.
“자, 다 됐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상을 가져다 펼쳤다. 그에 강진이 음식을 놓고는 아가씨 귀신을 보았다.
“여기 앉으세요.”
강진이 젓가락을 놓자, 아가씨 귀신이 라면을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그냥 제삿밥 아닌가?”
말을 하며 아가씨 귀신이 젓가락을 들었다.
화아악!
불투명한 젓가락을 손에 든 아가씨 귀신은 라면을 집어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라면을 먹는 아가씨를 보던 강진은 참치캔을 까서는 식탁 가운데에 놓았다.
“형도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겠다.”
“다 먹고 모자라면 용수나 아가씨 먹던 거 드세요. 귀신이 먹은 거라 양이 줄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고는 강진도 젓가락을 들어서는 라면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면을 씹음과 동시에 김치가 씹혔다. 마트에서 산 김치라 맛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아삭한 식감이 제법 괜찮았다.
거기에 자잘하게 썰어 넣은 진미채도 달짝지근하니 맛있었다.
후루룩!
면을 흡입하던 강진은 살짝 매워지자 참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참치 기름이 입에 퍼지며 매운맛이 좀 사라졌다.
“형 어때요?”
“맛있네. 나도 다음에 이렇게 한 번 만들어 먹어야겠다.”
후루룩!
“매우면 참치하고 같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최광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참치를 집어먹었다. 그때, 참치캔에 아가씨 귀신의 젓가락이 들어왔다.
스르륵!
참치를 가져가는 아가씨 귀신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입에 맞으세요?”
아가씨 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말했다.
“너무 맛있어.”
“그러세요?”
“정말 너무 맛있어. 혀가 녹아서 사라지는 것 같아.”
“그럼 많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 귀신이 입맛을 다시며 그릇을 보았다. 그녀의 그릇에는 여전히 비빔 라면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양 좀 많이 주지.”
“벌써 다 먹었어요?”
강진의 눈에는 라면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귀신이 아무리 먹어도 음식은 줄어들지 않으니 말이다.
“다 먹었어. 양 얼마나 된다고.”
“그럼 이거라도 더 드실래요?”
강진은 자기 그릇에 남은 라면을 가리켰다. 반 정도 남아 있었다.
“줘.”
아가씨 귀신의 말에 강진은 자신의 그릇과 그녀의 그릇을 바꿨다. 그에 아가씨 귀신이 강진이 먹던 라면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그녀가 먹은 라면을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거래하는 거 어때요?”
“거래?”
“형이 집에 있을 때 밖에 계셔 주시면, 제가 가끔 음식 해서 보내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 귀신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음식 자주 보내 줄 거야?”
“자주는 어렵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형이 우리 가게에 와서 음식 받아 가면 될 것 같은데…… 형 어때?”
강진의 말에 최광현은 아가씨 귀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보았다.
“맛있게 드셔?”
“맛있게 드시고 계세요.”
강진의 대답에 최광현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내 몸 안 상하게 할 수 있는 거 맞지?”
최광현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에 최광현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가씨 귀신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냥 같이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