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79
880화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오지민의 옆에 강진이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괜히 저 때문에 답답하시죠?”
오지민이 미안한 듯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꼭 빠르게 걸을 필요는 없지 않아요?”
“네?”
“가끔은 천천히 걸어도 되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다 빠르게 걷는 것 같아요. 약속도 없고, 할 일도 없으면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햇살도 받고 주위를 한 번 더 봐도 좋을 텐데 말이에요. 그게 여유라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길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햇살 따스한 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겠어요. 곧 있으면 더워서 걷지도 못할 텐데…… 햇살 좋고 날씨 그리 뜨겁지 않은 날 천천히 걷는 것도 복이죠.”
“그러게요. 곧 있으면 엄청 더워질 텐데.”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도시에 있으면 그게 바로 지옥이죠.”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에 들어선 강진이 오지민을 보았다.
“여기부터 공원이에요.”
“그런 것 같아요. 나무 냄새도 나고 풀 향도 나고.”
오지민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좋네요.”
그러고는 지순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순이도 오니 좋지?”
멍.
작게 짖는 지순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공원이니까 크게 짖어도 돼.”
“그래, 순이야. 크게 짖어.”
오지민의 말에 지순이 크게 짖었다.
멍! 멍!
그런 지순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애가 말을 참 잘 들어요. 어떻게 이렇게 말을 잘 듣죠?”
“가끔 보면 사람 같아요.”
오지민이 웃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여기가 제가 애들 밥 주는 공원 정자예요.”
말을 하며 강진이 정자 바닥을 손으로 짚게 해주자, 오지민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옆에 지순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자,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지순이는 마킹 안 하나요?”
“오줌요?”
“네.”
강진이 본 애완견들은 산책을 나가면 여기저기 마킹을 했었던 것이다.
“잘 안 해요.”
“그래요?”
“다른 애들은 한다고도 하는데 우리 지순이는 안 하더라고요. 볼일 보고 싶으면 저한테 신호를 주거나 참았다가 집에 가서 볼일을 봐요.”
“그렇군요.”
이해가 되었다. 시각 장애인들과 함께 사람들이 있는 실내를 오가야 하는데 그 안에서 마킹을 하면 안 되니 말이다.
그에 따른 교육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기는 마킹해도 되는데.”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또 지순이가 잘 알아서 해요.”
“알아서요?”
“공원 같은 곳 오면 사람 없으면 알아서 마킹하고 그러더라고요.”
“이거 물어봐도 되나 싶은데…….”
“물어보세요.”
“애가 마킹하는지 어떻게 아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지민이 웃으며 말했다.
“순이가 멈췄는데 쉬하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아.” 하고는 웃었다.
“소리가 우렁찬가 보네요.”
“참았다가 하는 거라서 그런지 많이 하더라고요.”
“그 TV에서 보니까 개들은 마킹하고 냄새 맡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하던데.”
“사장님도 동물 방송 보시나 보네요?”
“찾아서 보지는 않지만 TV에서 나오면 보기는 하죠. 멍하니 보기에 좋잖아요.”
동물 나오는 방송은 별다른 내용이 없어도 그냥 보게 되니 말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어디선가 강아지 몇 마리가 뛰어왔다.
후다닥! 후다닥!
빠르게 뛰어온 강아지 세 마리가 강진의 발밑에 와서는 몸을 비볐다. 그 강아지들을 지순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지순이가 보든 말든 강아지들은 강진에게 몸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아이들을 보았다.
이 아이들은 유기견이었다. 그중에서도 강진이 준 JS 사료를 먹은 아이들이었는데, 먹고 난 후로 더 강진에게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썹에 은색의 털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강진이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영물의 징조가 은색 눈썹인가?’
돼랑이 가족들의 은색 눈썹을 떠올린 강진은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여기 누나하고 인사해.”
강진은 강아지 한 마리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는 지순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자신의 얼굴 앞에 들이밀어진 강아지에 지순이가 코를 들이밀고는 냄새를 맡았다.
그 행동에 강아지도 코를 벌렁거리며 지순이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서로 냄새를 맡는 강아지들을 보던 강진이 아이를 내려놓았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 보면 인사도 하고.”
멍!
강진의 말에 답을 하는 것처럼 강아지 중 하나가 크게 짖었다. 그것을 강진이 볼 때, 오지민이 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강아지들 왔어요?”
“저한테 밥 먹는 애들이 놀러 왔네요. 순이하고 인사 시켰어요.”
“그럼 지금 애들 뭐해요?”
“서로 냄새 맡네요. 근데 순이는 의젓하게 앉아 있고 다른 애들이 붙어서 냄새 맡고 그래요.”
“그렇구나.”
오지민은 손을 뻗어 지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을 본 강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데 순이 머리를 잘 찾으시네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말을 하려다가 문득 자신의 손에 잡힌 지순이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게요. 몰랐어요.”
“네?”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묻는 강진을 향해 오지민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손을 내밀면…… 늘 제 손이 닿는 곳에 순이가 있었거든요.”
오지민은 두 손으로 지순이의 머리를 잡고는 볼을 위로 밀었다.
주우욱!
그에 볼살이 두툼하게 올라온 지순이의 얼굴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댄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순이 내 손 닿는 곳에 늘 있어 주었구나.”
멍.
오지민의 말에 지순이가 작게 울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지순이를 보았다.
‘지민 씨 손 닿는 곳에 늘 있었구나.’
그래서 눈이 보이지 않는 오지민이 바로 지순이의 머리에 손을 댈 수가 있는 것이다. 순이는 늘 오지민의 손이 향하는 곳에 머리를 두고 있으니 말이다.
‘진짜 너는 사람보다 낫구나.’
눈이 안 보이는 주인을 위해서 늘 같은 곳에 같은 자리로 있었던 것이다.
순이를 보던 강진은 오종철을 보았다. 그도 감동한 얼굴로 지순을 보고 있었다.
“늘 그렇게 언니의 옆에 있었던 거구나. 너무 고맙고 또 고맙구나.”
오종철이 손으로 쓰다듬자, 오지민과 머리를 맞대고 있던 지순이 고개를 살짝 틀고는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슬쩍 삐져나온 지순이의 혀가 오종철의 손을 핥았다.
자신의 혀가 오종철의 손을 핥는 것에 지순이가 놀란 듯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고는…….
멍! 멍! 멍!
오종철을 향해 크게 짖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오종철도 놀란 듯 지순이를 보았다.
“이게 어떻게? 지금 지순이가 나를 핥았어.”
오종철의 놀람에 찬 목소리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이럴 생각으로 JS 사료를 먹인 것은 아닌데…… 지순이가 JS 사료를 먹어서 귀신을 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순이는 원래 오종철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쓰다듬을 받더라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었는데, JS 사료를 먹어서 이제는 그걸 느끼게 된 것뿐만 아니라 핥을 수 있기까지 한 것이다.
멍! 멍! 멍!
오종철의 손맛을 본 지순이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몸을 푸르르 떨었다.
“순이야 왜 그래?”
멍! 멍! 멍!
오지민의 목소리에 지순이가 오종철을 향해 크게 짖으며 그녀를 보았다. 마치 아빠 여기 있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멍! 멍! 멍!
크게 짖은 지순이 오종철을 향해 뛰었다.
“아이쿠! 그래, 지순아. 아빠다. 아빠야.”
자신을 향해 뛰어든 지순이의 몸에 밀려 오종철이 쓰러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순이는 정신없이 그의 곁을 맴돌며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을 때, 오지민이 의아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순아, 순아 왜 그래?”
갑자기 지순이가 흥분을 해서 짖으니 당황한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순이가 기분이 좋은가 보네요.”
“그래요?”
“애들하고 뛰어노네요.”
물론 뛰어노는 애들은 없고 대신 드러누운 오종철이 있을 뿐이었다.
“순이가 그런 애가 아닌데…… 그런데 정말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는지 얼굴 핥고 바닥을 뒹굴고 서로 그러고 있네요.”
말을 하며 강진은 지순이와 오종철을 보았다. 오종철은 자신의 얼굴을 연신 핥으며 꼬리를 흔드는 지순이의 몸을 껴안고 있었고, 지순이는 그런 아빠의 몸에다 머리를 마구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지순이의 꼬리는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꼬리 힘으로 하늘을 날 것 같은 기세였다.
‘아빠를 만지고 핥을 수 있으니 정말 좋은 모양이구나. 하긴…… 순이 너한테도 아빠니까. 아빠와 오랜만에 노니 정말 좋겠지.’
오종철에게 오지민과 지순 둘 다 딸이라면, 지순이에게도 오종철은 아빠인 것이다.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있지만 만질 수도, 핥을 수도 없었던 아빠 말이다.
그런 아빠가 이제 만질 수 있으니 지순이는 너무 좋았다.
멍! 멍! 하악! 하악!
짖고 핥고 두 개를 동시에 하느라 정신이 없는 지순이를 보며 강진이 웃을 때, 오지민이 미소를 지었다.
“순이가 정말 기분이 좋은가 봐요.”
“정말…… 행복해 보여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미소를 짓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앞으로 하고는 뭔가를 눌렀다.
“촬영하시는 거면 제가 찍어 드릴까요?”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촬영을 하는 건지 강진이 생각할 때, 오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녹음하는 거예요.”
“녹음요?”
“동영상은 제가 못 보잖아요.”
오지민은 지순이 짖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았다.
“저렇게 기분 좋게 짖는 순이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그래서 녹음해 놓으려고요.”
웃으며 오지민이 핸드폰을 든 채 지순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순이가 행복해 보여서 정말 좋아요.”
“보고 싶을 텐데…… 아쉽네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지금 보고 있어요.”
“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보고 있다는 말에 강진이 되묻자, 오지민이 말했다.
“눈이 안 보인다고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눈으로는 보지 않지만…… 보여요. 지금 지순이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놀고 있을지요.”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눈이 안 보여도 보이는 것이 있죠. 추억이나 기억처럼요.”
“맞아요.”
강진의 말에 미소를 지은 오지민이 지순이가 있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강진 씨 덕에 오늘 지순이 행복하게 웃는 소리도 듣고 좋네요. 고마워요.”
“앞으로 자주 오세요. 공원에서 좋은 바람도 쐬고, 순이 애들하고 놀면서 힐링도 하게요.”
“그래야겠어요.”
강진이 오지민과 이야기를 나눌 때 오종철이 강진을 보았다.
“우리 순이 목마른가 보네.”
오종철의 말에 강진이 오지민에게 말했다.
“순이 목마른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등에 메고 있는 가방을 벗어 옆에 놓고는 그 안에서 물통을 꺼냈다. 그러고는 뚜껑을 열며 말했다.
“순이야 물 먹자.”
오지민의 말에 지순이 다가와서는 물을 마셨다.
혀를 빠르게 움직이며 물을 핥아먹는 소리에 오지민이 웃었다.
“얼마나 재밌게 놀았으면 이렇게 목이 말라.”
멍! 멍!
지순이는 크게 짖으며 오종철을 보았다. 마치 ‘언니, 저기 아빠 있어. 아빠가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지순을 보던 강진이 오종철을 보았다.
오종철도 기분이 좋은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후우! 오랜만에 순이하고 놀아주니 나도 힘이 드는군.”
오종철은 물을 먹는 지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