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80
881화
물을 마시는 지순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오종철이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지순이가 어떻게 나를 핥고 만질 수 있는 건가?”
오종철의 물음에 강진은 정자에 드러누워 햇볕을 쬐고 있는 배용수를 툭 쳤다. 그에 배용수가 다리를 틀어 튕기듯이 뻗었다가 그 반동으로 일어나며 말했다.
“아까 강진이가 저승 사료를 먹어서 그래요.”
“그래?”
“그리고 저승 사료 먹어서 건강이 더 좋아질 거예요.”
“정말?”
“그럼요. 저희하고 친한 멧돼지 가족 있는데 그 녀석들은 저승 사료 먹고 거의 영물 됐어요. 사람 말도 다 알아듣고.”
“멧돼지 가족?”
“강원도에 돼랑이라고 친한 멧돼지 아빠 있어요.”
배용수의 말에 오종철이 신기하다는 듯 그와 강진을 보다가 말했다.
“하긴…….”
“하긴? 뭐가요?”
“귀신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멧돼지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도 이상할 것 없다는 거지.”
오종철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볼 때, 어느새 물을 다 마신 지순이가 오종철 다리에 달라붙은 채 머리를 흔들었다.
멍! 멍!
어서 놀자는 듯 짖는 지순이를 보며 오종철이 웃었다.
“그래, 순이야. 아빠하고 놀자.”
오종철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한쪽으로 뛰어가자, 지순이가 그 뒤를 따라 뛰어갔다.
방금 전까지 지순이는 안내견으로서의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 지순이는 일반 애완견의 모습이었다. 주인과 신나게 노는 애완견 말이다.
오종철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지순이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오지민의 옆에서 멀리 떨어지지 못하지만, 오종철은 그 거리 이내에서 충분히 지순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흰둥이 같네.’
흰둥이가 승천하기 전 주인 아이와 놀던 것을 떠올리던 강진은 잠시 허공을 보았다.
‘흰둥이 보고 싶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발밑에는 유기견 두 마리가 멍하니 오종철과 놀고 있는 지순이를 보고 있었다.
마치 부럽다는 듯…… 아니면 자신들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듯 말이다.
두 아이도 애완견 시절이 있었으니 지순이와 같은 때가 있었을 것이다. 주인과 뛰어놀고 짖으며 놀던 그런 시절 말이다.
강진은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다가 옆을 보았다. 옆에는 어느새 다가온 유기견 한 마리가 오지민의 무릎에 발을 올린 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아지 머리를 오지민이 쓰다듬고 있었다.
강진이 그것을 볼 때, 오지민이 말했다.
“사장님.”
“네?”
“제 다리에 머리 올리고 있는 애 어떤 애예요?”
오지민의 물음에 강진이 강아지를 보았다.
“제가 애들 사료는 줘도 종은 잘 몰라서요.”
“그냥 어떻게 생겼어요?”
“생긴 건 살짝 진돗개처럼 생겼어요. 가슴이 떡 벌어져서 근육이 있고 털은 짧아요. 그리고 색은 살짝 노란빛이 도는데 발은 하얀색이네요. 그리고 눈썹이 은색이에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손을 더듬어 머리를 쓰다듬다가 얼굴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좌우로 얼굴을 쓰다듬은 오지민이 웃으며 말했다.
“동네 똥개처럼 생겼다는 말이네요.”
“그렇게 보면 그렇게도 보일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웃으며 아이 얼굴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애가 참 순하네요. 모르는 사람이 만지면 으르렁거릴 법도 한데요.”
‘으르렁’이라는 소리에 강아지의 귀가 쫑긋거렸다. 그 움직임을 손으로 느낀 오지민이 웃었다.
“으르렁이라고 하니 놀랐어?”
오지민의 말에 강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지금 누나 말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 거야?”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슬쩍 고개를 숙여 강아지 아래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누나가 아니라 언니네요.”
“아! 미안해. 언니가 우리 동생 성별을 바꿔 버렸네.”
헥헥헥!
오지민의 말에 강아지는 작게 숨 쉬는 소리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지민이 말했다.
“이 애들은 다 유기된 건가요?”
“그럴 거예요.”
“이 귀여운 애들을…… 어떻게 하면 좋아.”
오지민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자신의 발밑에 있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저보다 오래 여기 아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분이 계세요. 아! 지민 씨가 쓰시는 점자폰 만드는 L전자 분이세요.”
“좋은 제품 만드는 분이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그런 셈이죠.”
웃으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논현에 원룸도 많고 오피스텔도 많잖아요. 가족보다는 1인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시니까요.”
“그런가요.”
잘 모르는 듯한 오지민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분이 그러는데 혼자 살면서 외로운 사람들이 고양이나 강아지들을 많이 키운다고 해요. 그러다가 직장이 옮겨지거나, 집으로 가게 되면…….”
강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발아래 있는 아이들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많이들 두고 가신다고 해요.”
“아…….”
오지민이 탄식을 토하자, 강진이 말했다.
“혼자 키울 때는 어떻게든 키워도 본가에 들어가게 될 때나 이사를 갈 때, 그곳에서 애들을 데려오는 것을 싫어하면 두고 가는 거죠.”
“남에게 맡기기라도 하지.”
오지민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도 어디 쉽나요. 자기가 어릴 때부터 키운 애들이라면 어떻게든 키워도 모르는 애들을 데려다 키우는 건 쉽지 않죠. 그리고 데려다 키울 생각을 하는 분들은 이미 보살피고 같이 사는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아이들의 머리를 마저 쓰다듬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알아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침울한 얼굴로 배를 바닥에 깔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
앞발에 머리를 대고 누운 아이들을 안쓰럽게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논현 이사 차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보면…… 어디 또 안쓰러운 애들이 이곳으로 오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나와 보게 돼요.”
“새로운 애들이 왔나 해서요?”
“그렇죠. 여기 애들 중에 하나는 이삿짐 차량만 보면 사납게 짖으면서 쫓아가기도 해요.”
“왜요?”
“이삿짐 차 오고 가족하고 헤어졌으니까요. 그래서 이삿짐 트럭이 자기 가족을 뺏어갔다 생각을 하나 봐요.”
“아…….”
강진은 오지민의 다리에 발을 올리고 있는 강아지를 보았다.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녀석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지금 무릎에 발 대고 있는 녀석이 그 녀석이에요.”
“이 애가요?”
강진은 강아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도 이삿짐 트럭 보면 그렇게 뛰어가요. 그래서 걱정이 돼요. 그러다가 사고라도 날까 봐서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한숨을 쉬며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가족이 보고 싶은가 보구나.”
오지민의 말에 강아지가 그녀를 보다가 무릎에 올려놓았던 발을 물리고는 바닥에 엎드렸다.
JS 사료를 먹어 영수처럼 되어가는 강아지라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야기에 슬프고…….
끼이잉!
강아지가 작게 울음을 토하자 오지민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떠올랐다.
“그런데 사장님은 이런 이야기를 다 어떻게 아세요? 직접 보셨어요?”
“애들 사료 주다 보니 애들 반응 보면 사연이 어떠한지 감이 와요.”
강진은 공원을 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애들은 자기 주인이 타고 다니던 차와 같은 차종이 보이면 그걸 그리 쫓아가요.”
“자기 주인 차인 줄 알고요?”
“넘버까지는 못 알아봐도 차는 알아보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차가 가면 그걸 또 쫓아가요. 나 여기 있다고, 나 찾으러 왔냐고 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차가 사라지면 멍하니 그 차가 간 곳을 보다가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요.”
“아…….”
“그리고 어떤 애들은…….”
강진이 정자 밑을 보았다.
“주인이 버린 곳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있어요. 주인이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잠시 어디 간 거라고…… 다시 돌아왔을 때 자기 없으면 못 찾는다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요.”
흰둥이가 주인을 기다리던 자리를 강진이 볼 때, 오지민이 한숨을 쉬었다.
“너무 슬퍼요.”
“슬프고 안쓰럽고…… 그래서 저는 애들 키우기 힘들다고 두고 가는 사람들이 싫어요. 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한숨을 쉬는 오지민을 보던 강진이 정자 주위를 보며 중얼거렸다.
“애들 밥 주다 보면 여기도 참 치열하단 걸 알게 돼요.”
“그러시겠어요.”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지순이가 정자 옆에 있는 나무에 소변을 보는 걸 보았다.
촤아악!
소변 소리가 들리는 것에 오지민이 웃었다.
“제 말대로 소리가 크죠?”
“저렇게 많이 나올 때까지 참고 대단하네요.”
강진의 말에 오지민이 쓰게 웃으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이가 나를 위해서 많은 것을 참아요. 그래서 너무 미안하네요.”
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오지민이 몸을 일으켰다.
“순이야, 이제 가자. 집에 가야지.”
오지민의 부름에 오종철을 향해 뛰려던 지순이가 달려왔다.
멍!
정말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한 지순이는 오종철을 보았다. 어서 오라는 듯 말이다. 그에 오종철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아빠도 간다. 가.”
오종철의 말에 지순이 오지민의 옆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늘 그렇듯이 오지민이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그 자리였다.
지순이가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오지민의 다리를 발로 툭툭 치며 신호를 하자, 그녀가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고는 목줄을 손으로 잡았다.
“오늘 정말 재밌고 감사했습니다.”
오지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집에는 어떻게 가세요?”
“택시 타고 가요.”
“택시요?”
“저희처럼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택시기사님들이 있거든요. 전화 드리면 근처에 계신 기사님들이 데려다주세요.”
물론 무료로 데려다주는 건 아니다. 택시 요금을 받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택시 덕분에 일반 택시에서 겪는 아픔을 덜 수 있었다.
일례로, 지체 장애인들은 차를 타고 내릴 때 다른 손님들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그러다 보니 아예 그냥 지나쳐 가는 택시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 택시 봉사를 하는 기사들은 차에 타고 내리는 것부터 짐 싣는 것까지 모두 도와준다.
“제가 아는 분 중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그런 서비스 이용하시던데…… 그런 분들 보면 세상이 아직은 살 만한 것 같아요.”
“정말 고마운 분들이시네요.”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 밖으로 나가던 강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만 가.”
끼이잉!
강진의 말에 오지민의 무릎에 발을 대고 있던 강아지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다른 애들은 갔는데 그 아이만 계속 오지민의 뒤를 졸졸 따라온 것이다.
“아이가 따라와요?”
“그러네요.”
“어떻게 해.”
오지민이 안쓰러운 듯 허공을 보다가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강아지가 그 손을 핥았다.
그런 강아지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은 오지민이 말했다.
“언니가 다음에 또 올게.”
끼이잉!
작은 울음을 토하며 손을 핥는 강아지의 머리를 오지민이 쓰다듬을 때, 지순이가 강아지의 몸 냄새를 맡았다.
킁킁! 킁!
그러자 강아지도 지순이의 몸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두 강아지가 서로의 냄새를 맡을 때, 공원 앞에 택시 한 대가 와서 섰다.
덜컥!
차에서 기사가 내리더니 오지민에게 다가왔다.
“예약하셨죠?”
“네.”
“이쪽입니다. 여기요.”
기사가 팔꿈치를 내밀자, 오지민이 허공을 더듬거리다가 그것을 잡았다. 그러고는 강아지가 있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일 또 올게. 미안해.”
오지민이 택시에 타는 것을 강아지가 보았다.
멍! 멍!
크게 짖는 강아지의 울음에 오지민이 택시 창문을 열었다.
“또 올게!”
멍!
강아지가 대답하듯 크게 짖는 것과 동시에 택시가 출발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