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81
882화
택시가 가는 것을 가만히 보던 강아지의 꼬리와 귀가 밑으로 추욱 쳐졌다. 풀이 죽은 강아지는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강아지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아까 같이 왔던 강아지 두 마리가 가만히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강아지가 강진을 향해 작게 짖고는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이쪽을 보던 강아지 둘이 공원 한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친구들이라도 있으니 덜 외롭겠다.”
이미 어딘가로 숨어들어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강진이 걸음을 옮겼다.
“산책 잘 했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늘을 보았다.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더워지겠다. 올해 여름은 또 얼마 만에 더위라고 나오려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하긴, 작년에도 몇 십 년 만의 더위였으니…….”
“대체 몇 십 년 만의 더위는 왜 매년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그러게 말이다. 해마다 반복되니 큰일이다.”
고개를 저은 강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은 그렇게 덥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며칠일 것이다. 여름은 갑자기 뜨겁게 다가오니 말이다.
작년 여름을 떠올리던 강진은 배용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여름이 덥다 해도 난 걱정 없다.”
“왜?”
“너와 함께라면 난…….”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여름…….”
“됐어, 새끼야.”
어깨를 털어 자신의 손을 쳐내는 배용수의 행동에 강진이 웃었다.
“어쨌든 말을 다 하자면…… 여름 따위는 두렵지 않아.”
실제로 귀신들과 함께 있으면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가 그리 덥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여름엔 귀신들과 함께 차에 탈 때 굳이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오히려 창문을 열면 뜨거운 공기가 들어와서 더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로 향하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장대방, 장대방, 장대방.”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장대방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여기는?”
“저희 동네 공원이에요.”
그러고는 강진이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
“제가 부르면 몇 시간이나 여기 머물러요?”
“한 네 시간 정도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보다는 짧다?”
“나야 대방 씨보다는 오래됐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장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네 시간이면 할 건 다 할 수 있어요.”
“네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죠. 참, 가족들은 만나셨어요?”
강진의 말에 장대방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무시는 모습만 보기는 했지만 나름 인사도 하고 동생 자는 것도 보고 다 했습니다.”
“좋으셨겠네요.”
장대방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이렇게 자주 안 불러 주셔도 돼요.”
장대방이 미안하다는 듯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제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모셨어요.”
“부탁요? 말씀하세요.”
뭐든 들어 주겠다는 듯 말하는 장대방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어제 저희 가는 길에 본 광현 형 집 있잖아요.”
“귀신 사는 집요?”
장대방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근처에 계시는 귀신분들 대상으로 아가씨에 대한 탐문 좀 해 주시겠어요?”
“탐문?”
장대방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제가 의경이기는 해도…… 형사는 아니라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경찰 귀신들하고 다니면서 보고 배운 것 있지 않아요? 형사님들이 하던 것처럼만 해 보세요.”
“그야……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장대방이 말을 이었다.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와 친했는지 알아보면 되겠죠? 그리고 왜 본가가 아닌 자취방 지박령이 됐는지.”
자신의 생각을 읽고 말을 하는 장대방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알아보고 올 테니 한 여섯 시쯤 다시 불러 주세요.”
말을 마치자마자 장대방이 어딘가로 뛰어가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어디 가세요?”
“지하철 타려고요.”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이 시간에는 지하철이 더 빨라요. 그럼 갈게요!”
장대방이 손을 흔들며 뛰어가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일요일에는 대방 씨 집에 가서 핸드폰 확인해야겠다.”
“대방 씨 아는 형이라 하고?”
“그렇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나중에 강진이 혀에서 음식 장사를 해야겠다.”
“내 혀에서?”
“거짓말을 실실 해 대니 네 혀가 얼마나 기름지겠어. 거기서 나는 쌀로 밥을 지으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백반집을 만들 수 있을 거야.”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내가 거짓말을 좀 하기는 했지.”
농담 삼아 한 말인데 의외로 강진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농으로 한 말인데 뭐 그리 심각하냐? 그 왜, 백색 거짓말이라고도 하잖아. 네가 하는 거짓말이 누구한테 해 끼치는 것도 아니고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니 JS에서도 이해해 줄 거다.”
“그런가?”
“그럼 당연하지. 그리고 너 돈 많은데 무슨 상관이냐. 네 혀가 기름지니 거기에 벼를 심어야겠다고 하면 신수호 씨 쓰고 다른 최고급 변호사들로 방청석을 꽉 채워 버려. 전에 어떤 영화에서 주인공 변호하겠다고 방청석에 주욱 앉아있던 변호사들이 이름 대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더라. 너도 그렇게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해야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동안 귀신들 한이나 소원 풀어 주느라 사람들에게 꽤 많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
거짓말을 하면 죽어서 혀에 농사를 짓게 되니…… 아무래도 신경 쓰이긴 했다. 하지만 배용수 말을 들으니 딱히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도 충분히 저승에서 행세할 수 있는 VIP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벌 테니 이승에서는 몰라도 저승에서는 재벌처럼 살 터였다.
과장 좀 보태서 돈으로 염라대왕 따귀를 때려도 해결이 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후! 돈으로 염라대왕 따귀라…… 그래. 나중에 벽에 똥칠하다가 저승 가면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
배용수와 마저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로 돌아온 강진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신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말씀하십시오.]“그…… 문지혁 씨는 잘 가셨나요?”
[잘 가셨습니다. 그리고 대본 속에 사진이 끼어 있더군요.]신수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하자 강진도 의아한 듯 말했다.
“그래요? 저도 몰랐는데.”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대본 보다가 그 안에 사진 들어 있는 것 보고 저도 놀라고 지혁 씨도 놀랐습니다.]“그렇군요. 아, 그때 제가 가방에 사진을 넣었는데 그게 대본에 들어간 모양이네요.”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가방 속에 든 물건이 섞이는 일은 흔하니까요.]“역시 아주 흔한 일이었군요.”
[지혁 씨는 재판들 다 통과하고 저승에 잘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작은 극단에 들어갔습니다.]“극단요?”
[저승에도 연극하시는 분들 있으니까요. 그곳에서 ‘꽃 피어나다’로 연극 올린다고 합니다.]“정말요?”
강진이 놀라 묻자, 신수호가 말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복실 씨가 저승 출입처 앞에서 장사하시는 거 아십니까?]“두치 씨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삼 층짜리 건물 지어서 매점 하신다고 하던데.”
[전에는 매점이었지만 지금은 규모가 커져서…… 이승으로 따지면 다있소 같은 것을 하시지요. 소설 속에서 지혁 씨가 복실 씨 상대 역이기도 해서 제가 그곳에 데려가서 만나게 해 드렸습니다.]“복실 씨를요?”
[지혁 씨도 저승에 아는 사람 없을 테고, 복실 씨도 아가씨 소식 궁금해할 것 같아 만나게 해 드렸습니다. 그래서 두 분이 이야기하다가 지혁 씨가 저승에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니 복실 씨가 극단을 소개해 줬습니다.]“복실 씨가 발이 넓으신가 보네요?”
[복실 씨가 저승 출입처 앞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많이 알고 있습니다.]“잘 됐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네?”
“죄송합니다. 가끔 연락드려야 했는데.”
[그래서 일은 무엇입니까?]신수호가 용건을 묻자 강진이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저희가 나누는 이야기는 저승에서 못 듣겠죠?”
[법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입니까?]“조금은요.”
강진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신수호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제가 계좌 하나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곳으로 만 원 입금해 주십시오.]“만 원요?”
[비밀을 요하는 것이면 저와 계약을 하셔야 합니다. 제가 이강진 씨 변호사 계약을 하면 저와 나누는 이야기는 저승에서도 듣지 못합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대화는 저승도 감지를 못하니까요.]“그런데 만 원이면 되는 건가요?”
[금액은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라면 저를 고용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들겠지만요.]“알겠습니다.”
[계좌 보내 드리죠.]말과 함께 핸드폰에서 알람음이 울리고 계좌가 하나 문자로 들어왔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은행 앱에 들어가 그곳에 만 원을 입금했다.
[입금 확인했습니다. 그럼 말씀하세요.]“다른 건 아니고 저와 친한 형이 있습니다. 최호철이라고.”
[최호철 씨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 계실 때부터 오시던 손님이니까요.]“아시는군요.”
[최호철 씨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그건 아니고…… 호철 형이 다른 경찰 귀신들과 함께 이승 범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 일이라면 알고 있습니다.]“그것도 아세요?”
[지금은 제가 한끼식당을 보지 않지만, 제가 한끼식당을 볼 때도 최호철 씨가 수사를 해서 임상옥 교수와 최광현 씨에게 전하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그럼 말하기 편하겠네요. 제 걱정은 귀신이 이승에 영향력을 끼치면 돈을 써야 하잖아요. 그럼 수사를 하고 그것을 이승 경찰에 넘기는 호철 형과 다른 경찰 귀신들 잔고가 줄어드나 싶어서요. 강두치 씨한테 물어볼까 했지만…… 혹시라도 저승에서 이걸 모르고 있는데 괜히 말해서 긁어 부스럼 생길까 봐 신수호 씨에게 여쭤보는 겁니다.”
[일단 저승에서 모를 거라 생각하는 건 틀렸습니다. 천라지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승에서 생기는 일은 저승에서 다 알고 있습니다.]“역시…… 그렇겠죠? 그럼 이 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혹시 나중에 다 청구가 되는 겁니까?”
[일단 청구가 되기는 할 겁니다.]신수호의 말에 강진의 눈이 반짝였다.
‘청구가 되기는 하는데…… 일단?’
일단이라는 말에서 좋은 신호를 읽은 것이다.
“저기 일단이라고 하시면?”
[생각하시는 것처럼 청구가 되지만, 그 대상은 최호철 씨와 다른 경찰 귀신들이 아닌 사람입니다.]“사람요?”
[임상옥 교수와 최광현 두 사람에게 청구가 됩니다. 귀신에게 일을 시키는 건 그 두 사람이니까요. 저승의 법은 일을 시킨 사람이 돈을 내는 겁니다. 일을 하는 사람이 돈을 내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