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93
894화
공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콜택시에 두 여자와 개들이 타는 것을 보며 강진이 손을 흔들려다가 웃으며 손을 내렸다.
어차피 흔들어도 보지 못할 테니 말이다.
택시 창문이 열리는 것에 강진이 몸을 숙여 안을 보았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네. 오늘 잘 먹고 산책 잘 하고 가요.”
“다음에는 같이 식사하고 싶으신 분하고 같이 오시고요.”
강진의 말에 최향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볼게요.”
그러고는 최향미가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출발해 주세요.”
택시가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은 고개를 들어 택시 위를 보았다. 택시 지붕에는 아주머니 귀신 한 분이 타고 있었다.
“총각 또 봐요.”
아주머니 귀신이 손을 흔드는 것에 강진도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또 봐요.”
아주머니 귀신은 택시기사의 수호령이었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택시들…… 그중에 한 번 탄 택시를 또 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오지민이 부르는 택시는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봉사하는 분들의 택시라 자주 같은 차가 오곤 했다.
오지민이 택시를 부를 때 가끔 이 아주머니 귀신이 있는 택시가 왔던 터라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는 것이다.
물론 금방 떠나서 긴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강진이 저승식당 사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손을 흔들며 택시가 사라지는 것을 보던 강진은 배용수와 직원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좀 사 가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아이스크림 드시고 싶은데 제가 JS 아이스크림 사 올게요.”
“아니에요. 오랜만에 32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요.”
귀신의 입에는 저승의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을 텐데, 이승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가끔은 길거리 컵볶이가 먹고 싶기도 하죠. 그럼 32 가서 아이스크림 사서 들어가죠.”
강진은 직원들과 함께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피식 웃었다.
“왜 웃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부자가 된 것 같아서.”
“부자?”
“32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잖아.”
“그거 하러 간다고 부자 된 것 같다고?”
강진이 힘들게 아르바이트하며 산 건 알지만, 아이스크림 하나 못 사 먹을 정도로 힘들었나 싶었던 것이다.
배용수의 시선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전에 더운 여름에 일 끝나고 집에 가는데 32가 있었거든. 유리창 너머로 그 아이스크림 통들 보는데…… 너무 먹고 싶더라.”
“그때 그렇게 힘들었어? 아이스크림 못 사 먹을 만큼?”
“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사 먹었어.”
“그래?”
“덥고 힘든데 달달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 먹으니 너무 맛있더라.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사 먹자고 생각을 했지.”
“일주일에 한 번?”
“거기서 아이스크림 한 번 사 먹을 돈이면 이틀은 밥 먹을 수 있는데…… 맛있는 간식으로 이틀 밥값을 날릴 수 있나.”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우리 식구들하고 같이 32 가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맛으로 골고루 사도 부담이 없잖아.”
강진은 웃으며 배용수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나 엄청 부자 된 것 같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 앞으로는 더 큰 부자 돼라. 내가 열심히 음식 해서 네 꽃길을 만들어 주마.”
“좋지! 네가 만든 꽃길 내가 사뿐히 즈려밟으며 걸어 주마.”
기분 좋게 웃으며 강진은 가게 인근에 있는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향했다.
***
택시 안에서 최향미와 오지민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정말 재밌었어.”
“다음에 나 없어도 혼자서라도 와.”
“혼자서?”
“나 혼자서도 자주 왔는데 올 때마다 늘 음식이 맛있어. 그리고 집에서 먹는 것처럼 아주 편하게 해 주셔. 그게 가장 좋아.”
오지민의 말에 최향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발아래에 앉아 있는 태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편하게 해 주시는구나.”
“그래. 너희 가족하고도 한 번 가 봐. 나도 나중에 엄마 모시고 한 번 다녀올 거야.”
“그래. 그래야겠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운전을 하던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어디 맛있는 가게가 있나 봐요?”
그에 오지민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 저희와 있던 분이 음식점 사장님이세요.”
“그래요? 몇 번 같이 있는 거 보고 남자친구인가 했는데?”
남자친구라는 말에 오지민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오지민의 말에 기사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는 거 남자분이 보면 상처받겠어요.”
“상처요?”
“자신이 싫어서 이렇게 반응하나 싶어서요.”
“그건…… 아니에요.”
오지민의 말에 기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남자분 인상이 참 좋아 보이더군요.”
“그래요?”
“눈이 참 맑아 보이더라고요.”
기사는 백미러로 뒤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아까 보니까 우리 차 가는데도 손을 계속 흔들더라고요.”
“손을요?”
“한참 흔들더군요.”
기사의 말에 오지민과 최향미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이 눈이 안 보이는 것을 아는데도……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물론 강진은 택시 위에 타고 있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고 손을 흔든 것이었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차를 탄 사람들에게 흔드는 걸로 보였을 것이었다.
두 여자를 백미러로 보며 기사가 웃었다.
“두 분이 그렇게 기분 좋은 얼굴을 하시는 것을 보니 사장님이 정말 좋으신가 보네요.”
“네. 정말 좋은 분이세요.”
“가게 이 근처에 있는 건가요?”
“위치 알려 드릴까요?”
“그래 주세요. 저도 밥은 먹어야 하니 강남에서 가까우면 식사하고 싶네요.”
“가까워요.”
오지민이 위치를 이야기해 주자,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게가 거기군요.”
“아세요?”
“오가다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점심때 사람들 길게 줄을 서 있던데요?”
“맛집을 아는 거죠. 그래도 조금 늦게 가면 줄 안 서고 가셔도 돼요.”
“직장인들 상대하는 집이라 빠르게 먹고 다들 가시나 봅니다.”
기사가 웃으며 하는 말에 오지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뜬금없지만 기사님 차에서는 달콤하면서 맛있는 바닐라 향이 나요.”
“바닐라 향 싫어하세요?”
“아뇨. 아주 좋아해요. 바닐라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요.”
“제 아내가 바닐라 향을 좋아했습니다.”
“어머! 아내분 위해서 바닐라 방향제를 쓰시는 거예요?”
“그런 셈이죠.”
기사가 말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제가 택시를 오래 했는데…… 아! 혹시 이야기하기 싫으시면 그냥 계속 운전만 하겠습니다.”
기사의 말에 최향미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듣고 싶어요.”
“그…… 아가씨들한테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차에 사람이 오래 타고 있으면 냄새가 나요.”
“냄새요?”
“한두 시간은 상관없지만, 저희처럼 하루 종일 차에 있으면 냄새가 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계속 앉아 있고 하니까요.”
최향미의 말에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차에서 담배 피우는 기사님들 많이 없지만, 예전에는 택시에서 담배도 피우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오래 타면 차 안에서 냄새가 나죠. 그리고 그중에는 좀 심한 분들도 있고요.”
“저희는 그런 차 못 봤는데.”
오지민의 말에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들 타는 저희 같은 택시들은 최대한 손님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방향제도 넣고 티셔츠라도 자주 갈아입습니다. 그래야 땀 냄새라도 덜하니까요.”
“아! 그러셨구나.”
기사의 말에 오지민과 최향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 탈 일이 있으면 봉사 택시를 불러서 타다 보니 일반 택시를 탈 일이 없어 잘 몰랐던 것이다.
안내견을 데리고 있는 자신들을 태워 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런 배려까지 해 주니 더 감사했다.
보통 안내견처럼 큰 개와 함께 있으면 택시를 안 태워 주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 자기 냄새는 자기가 못 맡는다고 하잖아요.”
“그렇죠.”
“저는 몰랐는데 제 차에서도 그런 냄새가 났었나 봐요. 그래서 아내가 차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기사가 피식 웃으며 백미러에 걸려 있는 방향제를 손으로 두들겼다.
“차에다 바닐라 향 방향제를 걸어 놨더라고요.”
“사모님 센스가 좋으시네요.”
“그렇죠?”
쓰게 웃으며 기사가 앞을 보았다. 기사가 말을 멈추는 것에 의아한 듯 허공을 보던 오지민이 말했다.
“식당에 사모님 한 번 모시고 가세요. 거기 음식이 맛있어요. 게다가 아주 싸요.”
오지민의 말에 최향미가 살짝 그녀의 몸을 툭 쳤다. 그에 오지민이 의아한 듯 그녀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이야기 하지 말라는 건가?’
오지민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볼 때,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강남에 싼 식당이 있나요?”
“보통 메뉴가 오천 원이면 돼요.”
“오천 원요?”
“점심에는 직장 손님들 많아서 정해진 메뉴로 하는데, 저녁에 가면 손님이 드시고 싶어 하는 음식도 따로 준비해서 드시게 해 주세요.”
“그래요?”
“아! 물론 준비되어 있는 재료 내에서 해 주신다고 하는데 특이한 식재만 아니면 거의 다 된다고 해요.”
“운영 특이하게 하네요. 그렇게 하면 손이 더 들 텐데.”
정해진 식재로 정해진 음식을 해야 식재 낭비가 줄어드니 말이다.
“그래서 아는 분들은 정말 좋아하는 식당이에요. 단톡방에 보면 추억의 음식들도 사장님이 만들어 주신다고 하니 한 번 꼭 가 보세요. 아! 먹고 싶은 음식을 따로 주문해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없어요. 그냥 재료값하고 수고비만 받으니 안 비싸대요.”
오지민의 말에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아가씨가 그렇게 칭찬을 하니 가 봐야겠네요.”
“꼭 가 보세요.”
오지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만 알고 싶은 식당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식당이에요.”
오지민의 말에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네요.”
기사는 차를 한 아파트 앞에 세우며 말했다.
“팔천오백 원입니다.”
그에 오지민이 핸드폰을 내밀자 기사가 결제 기기에 핸드폰을 가져다댔다. 잠시 후 기기에서 영수증이 나오자, 기사가 그것을 오지민에게 내밀었다.
“여기 카드하고 영수증입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기사가 차에서 내려서는 차 문을 열어주었다.
“얘들아 먼저 내리자.”
지순이가 먼저 내리자, 기사는 오지민이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차에서 내릴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오토바이가 달려들 수도 있으니까요. 내리세요.”
오지민이 허공을 더듬거리자, 기사가 자신의 팔꿈치를 그녀의 손에 가져다 댔다. 그 팔꿈치를 잡은 오지민이 내리자, 태호와 최향미도 택시에서 내렸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오늘도 감사합니다.”
두 아가씨가 고개를 숙이자, 택시 지붕에 타고 있던 오종철이 내렸다.
“다음에 또 봅시다.”
오종철이 택시 위에 있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며 손을 들자, 그녀도 웃으며 손을 들었다.
“잘 가세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미소로 답한 오종철은 아파트 단지로 걸어가는 딸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