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07
908화
일요일 점심 무렵, 강진은 푸드 트럭을 끌고 소방서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강진의 차가 들어오자 홍보팀 김강은이 웃으며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김강은이 맞이해 주자 강진이 차에서 내리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렇게 번거롭게 해 드리는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농에 김강은이 웃었다.
“번거롭기는요. 이런 번거로움은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김강은은 강진을 따라 차에서 내리는 최동해와 최창수를 보았다. 그러고는 웃으며 최동해에게 다가갔다.
“합격 축하해요.”
“네?”
“이번에 소방 시험 합격했던데요. 최동해…… 설마 동명이인이 합격한 건 아니죠? 그럼 나 엄청 미안할 것 같은데?”
김강은이 웃으며 하는 말에 최동해가 웃었다.
“다행히 이인이 아니라 동명일인이네요. 그런데 저 합격한 거 어떻게 아셨어요?”
“합격에 힘을 쓸 위치는 아니지만,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 확인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닌걸요. 어쨌든 소방관 되고 싶다고 했던 것 이룬 거 축하를…….”
말을 하던 김강은이 입맛을 다셨다.
“해 줘야 하나?”
경찰이나 소방관이나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 준비하는 유망 직종 중 하나지만 공무원이라는 것 하나 빼면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르는 직종이기도 했다.
자기 주변 사람이나 자식한텐 권유하고 싶지 않은 3D 직종 중 하나인 것이다.
김강은의 반응에 최동해가 웃었다.
“그때도 어지간하면 다른 일 알아보라고 하시기는 하셨죠. 그래도 축하는 해 주세요. 저 시험 본다고 정말 공부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이 정도 노력했으면 축하는 받아야죠.”
“알았어요. 그럼 정말 축하해요.”
김강은이 웃으며 다시 손을 들어 보이자, 최동해가 그 손을 강하게 쥐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이 말했다.
“일단 캡 열고 음식들 꺼내라.”
“네.”
최동해와 최창수가 푸드 트럭을 여는 것을 보던 강진이 김강은을 보았다.
“그런데 저 올 때마다 늘 계시는 것 같아요. 일요일에 안 쉬세요?”
“쉴 때 있고, 안 쉴 때도 있는데 오늘은 사장님 오신다고 해서 출근했어요. 봉사하러 여기 오시는 분도 있는데 저라도 있어야죠.”
“그럼 감사하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최창수를 보았다.
“저 녀석도 이번에 시험 합격했어요.”
“그런 것 같았어요.”
김강은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하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눈빛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눈빛이 다른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강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최창수를 보았다.
“신입 소방관의 눈빛이라고 할까요?”
말을 한 김강은이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쪽도 이번에 합격했어요?”
“네.”
씩씩하게 답하는 최창수를 보고 김강은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축하해요.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인 거 알죠?”
“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창수의 말에 김강은이 그를 보다가 아이스박스를 꺼내는 최동해를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최동해를 툭 쳤다.
“쉬어라. 나머지는 형이 할게.”
“제가 할게요.”
“아니야.”
강진이 김강은을 보자, 최동해도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김강은의 앞에 최창수와 함께 섰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김강은이 말했다.
“사실…… 저도 현장직이었어요. 지금은 홍보팀에 있지만. 현장직 선배로서 하나만 말을 해 드릴게요.”
잠시 뜸을 들이던 김강은이 두 사람을 보았다.
“소방서에는 여러 팀이 있어요. 그리고 그 팀들은 모두 자신의 손안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겪어요. 불 끄는 팀도, 구조대 팀도…….”
사람이 죽는다는 말에 두 사람이 침을 삼켰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김강은이 말을 이었다.
“처음 죽음을 대하면 힘들 거예요. 구하고 싶은데, 구할 수 있는데. 일 분, 아니 십 초면 될 것 같은데.”
김강은은 잠시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현장에서 일 분, 십 초가 정말 어렵거든요.”
표정이 굳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김강은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죽음에 발목이 잡히면 안 돼요. 죽음에 힘들고 괴로워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한 발 더 나아가야 해요. 그래야 다른 구조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어요.”
“…….”
“…….”
죽음이라는 단어에 두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하고 듣고만 있자, 김강은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게 안 됐지만요.”
작게 중얼거린 김강은이 두 사람을 보았다.
“앞으로 하다 보면 제가 한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거예요. 어쨌든 앞으로 파이팅 하세요.”
“네.”
최창수의 답에 김강은이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수레 보이죠? 가져와요. 이거 싣게.”
최창수가 수레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자, 김강은이 최동해를 툭 쳤다.
“소방관은 같이 들어가서 같이 나오는 거예요. 동료를 불속에 두고 혼자 나올 거예요?”
“아닙니다!”
최동해가 급히 최창수의 뒤를 따라 뛰어가자, 김강은이 팔짱을 끼고는 그 뒷모습을 보았다. 그런 김강은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
강진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자, 김강은이 쓰게 웃었다.
“맞아요. 저는 발목이 잡혔어요.”
김강은은 수레를 끌고 오는 두 청년을 보았다.
“저 둘은 발목이 안 잡혔으면 좋겠어요.”
“그…… 제가 심리학과 출신인데, 정신과 상담을 좀 받아 보시죠.”
“정신과 상담요?”
“옛날에는 정신과 상담이 미친 사람들이나 하는 걸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그저 분위기 좋은 찻집 같은 곳에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거예요.”
“말씀 고마워요. 생각해 볼게요.”
김강은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악몽도 꾸실 것 같은데.’
죽음에 발목이 잡혔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마음의 짐이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짐은 악몽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니…….
외면하고 싶은 그 순간을 악몽을 통해 계속해서 봐 왔을 것이었다.
강진이 안쓰러운 눈으로 김강은을 볼 때, 최창수와 최동해가 수레를 끌고 왔다.
“자, 실어.”
강진은 아이스박스를 수레에 실으며 김강은을 보았다.
“오늘은 몸에 특히 좋은 걸로 가져왔습니다.”
“뭔데요?”
“삼계탕입니다.”
“아직 초복도 아닌데요?”
“초복에는 저도 장사해야죠. 그래서 미리 삼계탕을 준비해 왔습니다. 그것도 산삼이 들어간 겁니다.”
강진이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오늘 만든 삼계탕에는 정말 산삼이 들어가 있었다. 어제 강원도에 가서 돼랑이한테 먹을 거 주고 몇 뿌리 캐 온 것이다.
허연욱이 보면 기겁을 할 일이었다. 전에 강원도에서 수육을 할 때 산삼을 넣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었으니 말이다.
“산삼요?”
최동해가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너도 한 그릇 해.”
“저는 다이어트…….”
“초복 대비한다 생각하고 먹어. 정말 산삼 들어간 삼계탕이다.”
강진의 말에 최동해가 그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몇 년짜리요?”
“왜, 오래됐으면 먹게?”
“오래됐으면…… 약이다 하고 먹어야죠.”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너도 남자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오래된 거다.”
“그럼 몇 뿌리나?”
“맞을래?”
“농담이에요.”
최동해가 웃으며 최창수 어깨를 툭 쳤다.
“몸보신하겠다.”
“너는?”
“보약 먹으면 살찐다.”
입맛을 다시는 최동해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몸에 좋은 거야. 이건 먹고 한 시간 뛸 만해.”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스박스를 수레에 올리던 최동해가 눈을 찡그렸다.
“근데 왜 이렇게 무거워요?”
“국물이라 그래.”
“그렇다고 해도 너무 무거운데요?”
최동해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김강은을 보았다.
“소방관 한다는 애들이 이렇게 힘이 없어서 어쩌죠?”
“그러게요.”
김강은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불이 난 현장에서 사람을 업고 뛰어야 할 때도 있는데 무겁다고 그냥 두고 올 거예요?”
“아닙니다!”
김강은의 말에 최동해가 급히 답을 하고는 아이스박스를 마저 수레에 실었다.
그런 최동해와 최창수를 보며 강진이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강진과 김강은이 걸음을 옮기자, 아이스박스를 모두 실은 최동해와 최창수가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아이스박스를 구내식당에 옮기던 강진에게 김강은이 말했다.
“식사 언제부터 돼요?”
“가게에서 다 끓여서 온 거라 그냥 드셔도 되기는 한데 뜨겁게 먹어야 맛있잖아요. 십 분 후쯤부터 식사하러 오시면 된다고 해 주세요.”
“네.”
김강은이 몸을 돌리려 하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산삼 들어갔다고 꼭 드시라고 하세요.”
“알았어요.”
김강은이 걸음을 옮기려 하자, 최동해가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
뭐라고 불러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던 최동해가 뒷말을 이었다.
“선배님.”
선배님이라는 말에 김강은이 피식 웃었다.
“왜요, 후배님.”
“저 소방학교 생활하고 앞으로 저희 진로에 대해서 가르침을 구하고 싶습니다.”
최동해의 말에 김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소방학교하고 그 후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겠어요. 이리 오세요. 이런 거 이야기하는 녀석 있으니 가면 소방학교에서 먹는 삼시세끼 반찬 스타일까지 알려 줄 거예요.”
김강은이 웃으며 최동해와 최창수를 데리고 가려다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이 두 분 안 도와줘도 되는 건가요?”
“있어 봐야 짐만 됩니다. 짐 좀 치워 주세요.”
강진의 농에 김강은이 웃으며 두 사람을 데리고 구내식당을 나섰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 옆에는 차종석이 웃으며 그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네가 안 오니까.”
그러고는 차종석이 주방에 들어갔다.
“삼계탕이 몸에 좋은 거지?”
“여름 되기 전에 몸보신으로 많이 먹는 거니 몸에 좋죠.”
“우리 은미 실한 걸로 줘야 해.”
“다 실한 걸로 삶아 왔어요.”
강진은 가게에서 미리 끓여 온 삼계탕들을 조심히 국통에 옮겨 담았다. 최대한 닭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히 담은 강진이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화르륵!
업소용처럼 강하게 피어오르는 불을 보던 강진이 내부를 둘러보았다. 몇 번 와 봐서 그런지 실내는 눈에 익었다.
저번과 다른 점이라면 배식구에 반찬이 없다는 건데, 오늘 음식 봉사를 갈 거라고 미리 전화를 해뒀던 터라 음식을 차려 놓지 않은 것 같았다.
강진은 배식구에 있는 반찬 통들에 자신이 가져온 음식들을 담았다.
반찬은 간단했다. 삼계탕과 어울리는 새콤한 깍두기와 겉절이, 그리고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육볶음이었다.
반찬을 모두 담은 강진이 조심히 유리통을 꺼냈다. 유리통 안에는 이끼가 들어 있었는데 그 안에 산삼 두 뿌리가 담겨 있었다.
‘마음 같아서야 한 분당 한 뿌리씩 드리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사실 삼계탕에 산삼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건 한 뿌리 정도였다. 물론 한 뿌리라고 해도 그 가격을 생각해 봤을 때 ‘고작 한 뿌리’가 아니지만 말이다.
가격을 떠올려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가격을 생각하면 감히 삼계탕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일부러 가장 큰 한 뿌리는 삼계탕에 넣고, 그보다 작은 두 뿌리는 따로 이렇게 챙겨 온 것이다. 소방관들에게 이런 산삼이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소방관들도 산삼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더 힘이 날 테니 말이다. 일종의 플라세보 효과를 기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만복 형이 아끼는 산삼 밭인데 그걸 다 캐어 올 수는 없지.’
강진을 좋아하는 만복이지만 그에게 산삼을 많이 주지는 않았다.
올 때 한 뿌리나 두 뿌리 정도 줄 뿐이었다. 그래야 다음에 왔을 때 또 가져갈 수 있다면서 말이다.
만복을 통하지 않더라도 돼랑이를 통해 얼마든지 산삼을 캐 올 수 있었지만, 강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복이 아끼던 산삼 밭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번엔 그도 강진이 산삼을 캐 간 걸 좋아할 것이다. 소방관들이 먹고 힘을 내서 사람들을 도울 테니 말이다.
유리통에 담긴 산삼을 꺼낸 강진이 그것을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