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23
924화
아이가 왜 반찬을 안 먹나 싶어서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그런데 오 학년 과정을 지금 하고 있다고요?”
배용수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었다.
“오 학년 책을 학교 언니들한테 받아서 그거 공부도 하고, 교회 오빠들한테 영어 책이나 그런 거 받아서 영어하고 수학은 중학교 거 가지고 혼자 하고 있어요.”
“혼자서요? 수학하고 영어는 누가 안 가르쳐주면 어려울 텐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왜 없어. 책이 가르쳐 주잖아.”
“책하고 사람이 가르쳐 주는 게 같냐? 그럴 거면 왜 학교를 가냐? 책 가지고 혼자 하지.”
“누가 가르쳐 주면 가장 좋기는 하지. 그런데 없으면 책 보고 해야지. 괜히 수능 만점자들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하겠냐?”
이야기를 나누는 둘을 보며 이혜미가 말했다.
“일단 아주머니 식사부터 좀 챙겨 드리고 이야기하시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아차 하고는 음식들을 차려서 놓았다.
“식사부터 좀 하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홀을 보았다. 박혜원은 국에 만 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있었다.
그것을 잠시 보던 아주머니가 밥을 국에 말아서는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어머…… 너무 맛있어요.”
“제 손이 맛의 비결이죠.”
강진이 웃으며 자신의 손을 들어 보이자, 아주머니가 다시 밥을 먹고는 제육볶음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손이 맛있으신가 봐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을 보았다.
‘서울 인근인 줄 알았더니 인천이라…….’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직원들을 보았다.
“인천에 애 데려다주러 갈 때 같이 가시죠.”
“인천에요?”
“시간 부족해서 멀리는 못 가겠지만, 소래포구 시장 가서 싱싱한 해물이라도 좀 사서 해물탕이라도 끓여 보게요.”
“소래포구 갔다 올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다.”
“그런가?”
“아마…… 차 안 막히면 여기서 가는 데만 한 시간 반 정도 걸릴걸.”
“그래?”
“막히면 답 없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애 데려다주고 시간 봐서 세 시 전이면 가고 아니면 돌아오자.”
“그렇게 하든가.”
이야기를 마친 강진은 홀을 보다가 아주머니를 보았다.
아주머니는 국에 만 밥 위에 고등어를 올려 먹고 있었다. 그러다 쳐다보는 걸 눈치챘는지 민망한 듯 입을 닦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생선은 국이나 물에 만 밥에 올려 먹으면 더 맛이 좋죠.”
“맞아요. 물에 만 밥에 구운 생선이나 조림을 올려서 먹으면 밥 두 그릇도 먹죠.”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홀을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왜 혜원이 반찬을 안 먹죠?”
“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의아한 듯 홀을 보았다. 그러다 반찬이 그대로인 것을 발견했다.
“어?”
아주머니도 이상한 듯 테이블 위를 보다가 수저를 내려놓고는 딸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에 강진도 홀로 나가서는 박혜원에게 다가갔다.
“혜원이 왜 반찬을 안 먹어? 입에 안 맞아?”
“아뇨. 아주 맛있어요.”
웃으며 강진을 보던 박혜원이 문득 그를 보았다.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아…….”
강진은 얼굴에 드러난 당황을 빠르게 지우며 웃었다.
“아까 시험지에서 봤어.”
“아! 그렇구나.”
박혜원이 순순히 수긍을 하자, 강진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이거 조심해야지. 큰일 날 뻔했네.’
아까 박혜원이 시험지를 꺼내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이상한 사람이 될 뻔한 것이다.
“반찬을 하나도 안 먹었네? 고등어도 손도 안 대고?”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웃으며 말했다.
“국이 너무 맛있어요.”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옆에 놓인 반찬통을 보았다.
“혹시 음식 싸 가고 싶어서 반찬 안 먹는 거야?”
“그러면 안 돼요?”
아까와 같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박혜원의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될 건 없지. 여기 있는 음식은 다 네 거니까. 그런데…… 혹시 집에 동생 있어?”
혹시 황태수처럼 집에 있는 동생 가져다주려고 반찬을 안 먹나 싶어서 물은 것이다.
“아니요. 저 동생 없어요.”
“그럼 집에 가서 먹으려고?”
강진의 물음에 박혜원이 눈을 찡그렸다.
“저 그냥 먹으면 안 돼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선을 긋는 박혜원의 모습에 강진이 아차 싶었다.
‘이런. 내가 너무 깊게 들어갔나?’
오랜만에 심리학적인…… 것보다는 눈치를 챈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미안. 손님 식사하는데 내가 실수했네. 모자란 거 있으면 말해. 아, 그리고 계란말이도 식기 전에 먹어 봐. 만든 지 얼마 안 돼서 정말 맛이 좋아.”
웃으며 강진이 몸을 돌리자, 박혜원이 그를 보다가 서둘러 국에 말아 놓은 밥을 먹었다. 빨리 먹고 가려는 모습이었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에 들어가자, 배용수가 계란말이 두 접시와 고등어구이를 내밀었다.
“아까까지는 붙임성 있는 꼬마 아가씨더니 지금은 자존심 강한 아가씨가 되어 버렸네.”
“그러게 말이다.”
“이건 서비스라고 저기 테이블하고 자존심 강한 아가씨 테이블에 가져다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어깨를 쳤다. 꼬마 아가씨가 반찬을 싸 가려고 안 먹으니 배용수가 계란말이를 따로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조금 식은 고등어구이는 아주머니가 먹던 거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계란말이만 새로 만든 것 같았다. 귀신이 손을 대기는 했지만 당장 먹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계란말이야 바로 만들 수 있지만, 고등어구이는 굽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강진은 접시를 쟁반에 담고는 홀로 나갔다.
“이건 서비스입니다.”
강진이 계란말이와 고등어구이 반을 아가씨 테이블에 놓자, 아가씨들이 쟁반에 있는 계란말이와 고등어를 보고는 힐끗 박혜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강진에게 웃으며 작게 말했다.
“저희가 저 아이 때문에 서비스를 받네요.”
“그럴 리가요. 반찬 떨어진 것 같아서 드리는 겁니다.”
“사장님 정말 착하세요.”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걸음을 옮긴 강진은 쟁반에 담긴 계란말이와 고등어구이를 박혜원 앞에 내려놓았다.
“이건 서비스.”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앞에 놓인 계란말이를 보았다. 고등어구이는 살짝 식은 듯했지만, 계란말이는 김이 나는 것이 방금 만든 것 같았다.
“말 안 걸을 테니까 천천히 먹어.”
반찬을 두고 뒤로 물러난 강진은 다시 아가씨들에게 다가갔다.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 주세요.”
“네.”
아가씨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아주머니가 안절부절못해하다가 급히 주방으로 들어왔다.
“저기, 죄송해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말실수를 한 거예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가 저희 아버지하고 둘이 살아요.”
“아버지요?”
“그게…….”
아주머니가 입맛을 다셨다.
“제가 이혼하고 혼자 애 키우다가 죽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아버지가 혜원이를 키웠어요.”
아주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입을 열었다.
“애 아…….”
그 순간 강진이 그를 툭 쳤다. 그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입을 다물었다.
‘애 아빠가 왔었다면 외할아버지가 안 키웠겠지.’
물어보나 마나 한 일이었다. 그래서 물어보지 말라고 신호를 준 것이다. 그런 강진의 행동에 아주머니가 쓰게 웃었다.
“그럼 할아버지 가져다드리려고 그러는 건가요?”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애가 할아버지 식사 챙겨드리거든요.”
“어린애인데…….”
“어려도 속이 깊어요. 할아버지가 일하고 오면 식사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먹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런데도 시험은 백 점이네요.”
배용수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혜원이 꿈이 성공하는 거예요.”
“성공요?”
“돈 많이 벌어서 잘 살겠다고요.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하는 거예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요즘 세상은 공부를 잘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성공의 기준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돈 많이 벌고 싶다는 꿈은 공부를 잘하는 것만으론 이룰 수가 없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아주머니가 작게 탄성을 토했다.
“아!”
뭔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친 아주머니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홀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보았다. 그러더니 작게 한숨을 토했다.
“애가 왜 이러는지 알았네요.”
“오늘 무슨 날인가요?”
강진이 묻자 아주머니가 쓰게 웃었다.
“오늘 아버지 생일이에요. 딸은 기억을 못 했는데…… 손녀가 기억을 하고 있었네요. 너무 죄송하네.”
아주머니가 작게 한숨을 토하는 것에 이혜미가 홀을 보았다.
“그럼 할아버지 생일상 차려 주려고 이렇게 왔다는 거네요.”
“그런 모양이에요. 하아!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해도 할아버지는 좋아하시는데.”
“애나 어른이나 받는 것이 많으면 자기도 뭐라도 하나 주고 싶어 하는 법이죠. 받는 기쁨도 있지만 주는 기쁨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맞아. 애가 할아버지 맛있는 저녁을 해 드리고 싶은 모양이야.”
고개를 끄덕이던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애 밥 얼마나 먹었어?”
“조금 남았어.”
말을 하며 홀을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서비스 반찬은 먹네.”
“먹어?”
배용수가 고개를 내밀어 박혜원을 보고는 말했다.
“미역국 끓여 주게 시간 좀 끌어라.”
“오케이.”
강진이 홀로 나가려 하자, 아주머니가 그를 잡았다.
“미역국은 괜찮아요.”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생일이면 미역국이 있어야죠.”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우리 혜원이 미역국 잘 해요.”
“미역국을 할 줄 알아요?”
“미역국뿐인가요. 어지간한 음식들은 다 해요. 재료만 있으면 김치도 하는걸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어제 혜원이가 집에 갈 때 미역을 사서 갔는데…… 할아버지 저녁에 이렇게 차려 주려고 했나 봐요.”
아주머니의 말에 이혜미가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럼 왜 여기에 음식을 싸러 왔어요? 집에서 직접 해서 할아버지 해 드리면 될 텐데?”
이혜미의 말에 아주머니가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있는 딸을 지그시 보다가 피식 웃었다.
“우리 딸은 똑 소리 나는 똑순이니까요.”
“네?”
의아해하는 이혜미와 강진을 보며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둘만 먹는데 반찬을 저렇게 하려고 하면 재료값이 더 들어요. 재료를 한 줌만 파는 것이 아니니까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입을 벌렸다.
“아!”
“하긴, 저렇게 먹으려고 하면 재료값으로 이만 원은 들겠다. 여기서 먹으면 육천 원인데 말이야.”
배용수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혜원을 보았다.
“완전…… 애어른이네.”
“아니. 어른보다 낫다. 어른도 저렇게는 못 해.”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과 귀신들이 홀을 볼 때, 아이가 이쪽을 보았다. 그러다 자신을 보는 강진을 보고는 빙긋 웃으며 계란말이를 집어 입에 넣더니 엄지를 척 세웠다.
그 해맑은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