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38
939화
안색이 안 좋은 서성식을 보던 강진은 그의 뒤로 가는 말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마 공원…….’
공원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곳은 경마를 하는 곳이고 즉 도박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서성식은 도박 중독자로서 생을 마감했고 말이다.
그러니 서성식이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죽었다고 해서 도박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죽어서도 끊지 못하는 도박을 서성식은 안간힘을 내서 참고 있었다.
강진의 시선에 이충만이 서성식을 보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도박 때문에 죽었는데도 여기에 오니 마음이 심란한 모양입니다.”
이충만의 말에 서성식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입맛을 다신 서성식이 한숨을 쉬었다.
“그냥 여기 오니…… 기분이 묘하네요.”
“그러시겠죠. 그래서 중독이라고 하잖아요.”
강진의 말에 서성식이 쓰게 웃었다.
“죽으면 도박에서 벗어날까 했는데…… 죽어서도 못 벗어나네요.”
서성식이 자신의 손을 보며 작게 고개를 젓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한 번 가서 구경하세요.”
강진의 말에 서성식이 멍하니 경마장이 있는 곳을 보았다.
‘싫다고 하세요. 싫다고.’
강진은 서성식한테 정말 경마장을 가라는 의미에서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본인의 입으로 자기가 가기 싫다는 말을 해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참을 수 있을 것이었다. 사람은 자기 입으로 한 말을 지키고 싶어 하니 말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닙니다. 가면…… 계속 거기에 멍하니 있을 것 같습니다.”
서성식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냈다.
“아이 가까이서 보신 적 없으시죠?”
“네.”
이충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둘에게 향수를 뿌렸다. 전에 한 번 뿌려 본 적이 있기에 이충만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가까이 가서 봐도 되겠군요.”
“그럼요.”
이충만은 김성수가 안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다가 서성식이 멍하니 있는 것에 그를 툭 쳤다.
“정신 차려.”
“아…… 응.”
고개를 휙휙 저은 서성식이 웃으며 김성수에게 다가가자, 이충만이 고개를 저으며 강진을 보았다.
“중독이라는 것이 참 무섭습니다.”
“그런 것 같네요.”
이충만이 김성수의 옆에 가서 투희를 보는 것에 강진도 그 옆에 다가갔다.
방금 전까지 경마를 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던 서성식도 투희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구구! 아구!”
재밌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내는 서성식의 모습에 이충만도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아기의 시선을 유도했다.
“애 봐라. 나를 이렇게 보네.”
“애들은 귀신을 본다는 말이 정말인가 봅니다.”
“그러게 말이야.”
이충만이 황소희를 보며 말했다.
“살아 있으면 우리 아가씨, 도련님한테 용돈도 주고 재밌는 놀이도 많이 알려 주고 할 텐데. 빨리 죽어서 그걸 못 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살아 있으면 용돈도 주고 할 텐데…… 아쉽네요.”
두 귀신이 살아 있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며 황소희와 황희를 보았다. 강진도 두 아이를 보며 볼을 손으로 살짝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팽팽한 느낌의 살결에 기분이 좋아진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애기 볼 만지니 찹쌀떡이 생각나네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웃으며 말했다.
“떡집에서 갓 만든 찹쌀떡은 겉이 부드럽고 속은 아주 쫄깃하지.”
“그러게요.”
“찹쌀떡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하나 먹고 싶군.”
김성수가 주위를 보다가 어딘가에 눈짓을 하자, 한쪽에 서 있던 비서가 급히 다가왔다.
“찹쌀떡 좀 알아보게. 갑자기 먹고 싶군.”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비서가 한쪽으로 걸음을 옮겨서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서 찹쌀떡을 어떻게 구해요?”
“구할 수 있으면 구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 구하는 것이겠지.”
김성수가 황소희를 안아 어르며 말을 이었다.
“돈 안 주면서 일을 시키는 것이 문제지, 돈 주면서 일시키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는군.”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네요. 일하라고 월급 주는 것이니 일하는 것이 당연하죠.”
게다가 비서의 일은 상사를 살피고 필요한 것을 챙겨 주는 것이니, 찹쌀떡을 사 오라고 한 것도 개인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김성수는 자신이 불편하지 않으려고 월급을 주고 비서를 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비서도 직접 가서 사 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알아보는 것 같고 말이다.
통화를 한 비서가 다가왔다.
“삼십 분 후 배달됩니다.”
비서의 말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소희를 쓰다듬으며 말에게 다가갔다.
“우리 소희 말 가까이서 보고 싶어?”
김성수가 사육사가 잡고 있는 말에 다가가자, 문지나와 김이슬도 말에 다가갔다.
말의 곁에 다가간 김성수가 황소희의 손을 잡아 말을 향해 내미는 시늉을 했다.
“소희야 말이야 말. 만져 볼까?”
김성수의 말에 황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김이슬이 다가왔다.
“아빠.”
말을 만지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에 김성수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옛날에는 이것보다 더러운 것도 만지면서 다 컸어.”
“민성 씨가 싫어해.”
김이슬의 말에 김성수가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말을 타고 있었다.
“애 아빠 존중해 줘야 하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란다. 그리고 민성이 여기 없잖니.”
김성수가 웃으며 황소희를 보았다.
“살아 있는 생명을 만져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경험인데 아빠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렇지 소희야?”
김성수의 말에 김이슬이 피식 웃었다.
“갓난애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기억을 못 한다고 경험한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닌데…… 엄마는 그런 것도 모르는구나.”
김성수가 황소희를 슬며시 말에게 내밀자, 황소희의 손이 말의 등에 닿았다. 황소희는 손을 스윽! 스윽! 움직이며 말의 등을 쓰다듬었다.
“꺄하.”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황소희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애들 웃음소리처럼 기분 좋은 소리는 정말 없는 것 같았다.
황소희를 보던 강진은 문득 아이를 지그시 보았다.
‘아가씨의 가호를 받아서 그런가? 아이들이 빨리 크는 것 같네.’
두 아기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보육원에서 봤던 언니오빠뻘 아이들과 비슷한 체격인 것이다.
강진이 아기들을 보며 감탄할 때, 옆에서 김소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억을 못 한다 해도 경험한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말이군.”
흠칫!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강진이 옆을 보니 어느새 김소희가 와서 김성수를 보고 있었다.
“언제 오셨어요?”
강진이 작게 묻자, 김소희가 김성수와 황소희를 보며 말했다.
“우리 작은 소희가 사람이 아닌 생명을 만지는 순간을 놓칠 수는 없지.”
“그런데 괜찮으세요?”
“뭐가 말인가?”
“소독제를 안 뿌리고 말을 만지잖아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의 등을 만지려고 하는 황소희를 보았다.
“할아버지의 손녀 사랑은 내가 막을 수 없지. 그리고…… 이 자의 말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오늘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네.”
김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쓰다듬는 황소희를 보았다.
“오늘 느껴 본 살아 있는 생명의 박동을 작은 소희는 기억할 것이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런데 투희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크는 것 같습니다.”
“내 조카들이니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네. 우리 김 씨 집안 사람들은 건강하고 총명하다네.”
“아가씨를 보면 알 것 같습니다.”
“그럴 테지.”
김소희가 아이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평소 미소를 잘 짓지 않는 그녀인데, 아이들을 볼 때면 늘 이렇게 미소를 지었다.
평소 보기 힘든 김소희의 미소에 강진도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곧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면 바로 표정을 굳힐 테니 말이다.
시선을 돌린 강진이 문득 주위를 보았다.
‘민성 형은?’
김소희는 왔는데 같이 말을 타고 있던 황민성이 안 보이니 말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강진은 말을 천천히 몰며 이쪽으로 오고 있는 황민성을 발견했다. 한 손으로 말고삐를 쥐고 한 손으로는 귀검을 쥐고 말이다.
“민성 형 말 못 타는데 혼자 두고 오시면 어떡해요.”
“귀검을 쥐고 있으니 말에서 떨어져도 다칠 일은 없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확실히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귀검이니 떨어질 것 같으면 그걸 잡고 몸을 지탱하면 될 것이다.
말 등에서 잡을 곳이 없어서 떨어지지, 잡을 곳이 있으면 사람이 떨어질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말에게 위에 탄 사람 떨어뜨리지 말라고 부탁도 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이슬을 보았다.
“작은 소희도 좋은 경험 했으니 우리 황희도 좋은 경험을 시켜 주죠.”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황희의 손을 잡아 말의 등에 가져다 댔다.
“희야, 이게 살아 있는 생명이야. 어때? 따뜻하지?”
김이슬이 황희의 자그마한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렸다.
두근! 두근!
작지만 말의 심박이 느껴지는 듯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에 김이슬이 미소를 지었다.
‘투희가 오늘 정말 좋은 경험을 하는구나.’
황희가 신기한 듯 말을 쳐다보고 있을 때, 김성수가 입을 열었다.
“살까 생각해.”
김성수가 황소희의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하는 말에 김이슬이 그를 보았다.
“뭘요?”
김이슬의 물음에 김성수가 미소를 지으며 황소희의 손으로 말의 등을 툭툭 쳤다.
“말을요?”
“희도, 소희도 말을 좋아하잖아. 봐, 이렇게 웃는다.”
김성수의 말에 김이슬이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정말 해맑게 웃으며 말의 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런 투희를 보고 김성수가 웃으며 말했다.
“들어보니 말이 이십오 년에서 삼십 년은 산다고 하더구나. 올해 태어난 새끼 말 두 마리 사면 애들과 같이 클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말을 어디에서 기르시게요?”
“너희 집 앞마당에서 기르면 되지 않겠니. 아니면…….”
김성수가 미소를 지었다.
“애들이 우리 집에 오고 싶게 내 집 마당에서 키우면 되겠지. 우리 집 정원이 꽤 넓으니 말을 키우기 부족하지 않을 테고.”
김성수의 말에 김이슬이 말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중에 애들이 크면 생각을 해요.”
김이슬의 말에 김성수가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말 사는 것을 반대하는 거니?”
김성수의 물음에 김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지?”
“말은 생명이잖아요. 생명을 들인다는 건 가족이 된다는 건데…… 혹시라도 애들이 말을 안 좋아하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말들이 가엽잖아요.”
김이슬은 한쪽에서 뛰고 있는 말을 보았다.
“그리고 말은 달려야 행복한데 마당에서 키우는 건 너무 불쌍하죠.”
김이슬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황희를 보았다.
“희나 소희나 자신들의 친구가 작은 마당에 갇혀 사는 건 원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희는 친구 자유롭게 사는 것이 좋죠?”
“꺄하!”
김이슬의 말에 황희가 맞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엄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