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39
940화
황희를 안고 웃는 김이슬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수님 말이 참 맞네요. 말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곳에 살아야죠. 좁은 마당에서 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김이슬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실수를 할 뻔했구나.”
김성수는 황소희를 어르며 웃었다.
“할아버지가 소희 친구 만들어 주려다가 친구를 힘들게 할 뻔했구나.”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미 작은 소희하고 희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 준 녀석이 집에 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미소를 지었다.
“카스를 말하는군.”
일전에 죽을 병에 걸린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가 기르던 카스를 만났다.
죽기 전에 좋은 주인을 만나게 해 주려고 카스를 데리고 공원 산책을 하던 할아버지…… 그리고 남겨진 카스.
그 후 카스는 황민성의 집에서 가족처럼 살고 있었다.
카스를 떠올린 김성수가 웃으며 말했다.
“카스가 정말 똑똑하기는 하더군.”
“그렇죠?”
“가끔은 이 녀석이 사람인가 싶을 때가 있어.”
“녀석이 무척 똑똑하기는 하죠.”
“정말 똑똑해요.”
강진이 보자 김이슬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집에 카스 들여놓고 있으면 가끔 기저귀를 입에 물고 와서 제 발을 칠 때가 있어요.”
“기저귀를요?”
“그럼 가서 애들 기저귀 보면 소변이든 똥이든 쌌더라고요.”
“아…… 냄새 맡고 갈아 주라고 하는군요.”
“그렇죠. 어떤 개가 그렇게 하겠어요.”
기특하다는 듯 웃는 김이슬을 보며 김성수가 웃었다.
“전에는 내가 리모컨을 찾으니 물고 오더구나.”
“리모컨을요?”
리모컨을 물고 오던 카스를 떠올리며 웃는 김성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는 저승 사료를 먹어서 돼랑이처럼 영물이 된 것도 있었지만, 할아버지와 같이 살 때도 이미 똑똑한 녀석이었다.
그러니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이다.
“정말 똑똑해. 나도 강아지를 기를까?”
“아버지가요?”
“카스 보니 나도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카스 똑똑한 거 아시죠?”
“잘 알지.”
“애들 데려오는 건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해요. 똥 치우고 밥 주고 하는 게 소희나 희 키우는 것처럼 손이 가거든요. 그렇게 키우다가 키우기 힘들다고 원래 있던 곳에 데려다주면 애들 상처받아요. 애들이 우리한테 가족으로 오는 것처럼, 애들도 우리가 가족이니까요.”
“생명이 귀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아네. 그리고 나도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야.”
“그러세요?”
강진이 보자 김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도 살아 숨 쉬는 생명이 아닌가. 그런 생명을 데려오면서 고민을 하지 않았겠나.”
김성수는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말의 심장 박동을 느끼며 말했다.
“이렇게 살려고 애들도 심장을 움직이지 않나. 심장이 뛰는 생명은 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지. 살려고 이렇게 힘을 쓰고 있으니 말이야.”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한 생각이 아니시군요.”
“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지.”
김성수가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기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한 것 같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동적으로 갑자기 강아지를 입양하겠다고 정한 것이 아니라면, 김성수는 개를 키우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애들이 뛰어놀기 좋은 마당 넓은 집이 있고 가까운 곳에 친구가 되어 줄 카스와 황민성 식구가 있었다.
게다가 김성수는 출근을 하지 않으니 개를 키우기에 더욱 좋았다.
“그럼 강아지는 어디서 데려오실 생각이세요?”
“그 보니 유기견 센터가 있더군.”
“그것도 알아보셨어요?”
“오늘 갑자기 든 생각이 아니니까. 그래서 유기견 센터도 이미 몇 곳 다녀와 봤네.”
“벌써 다녀오기도 하셨어요?”
김이슬이 놀란 눈으로 보자, 김성수가 웃으며 말했다.
“이 아버지가 아무 계획 없이 말을 하는 것을 봤니?”
김성수는 피식 웃으며 말의 등을 토닥였다.
“물론 말을 키우는 건 애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좀 충동적으로 생각했지만 말이다.”
김성수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강아지 들이는 것도 결정하신 거네요.”
“마음에 드는 아이를 찾으면 입양을 할 생각이다.”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유기견이라면…… 제가 아는 녀석들이 몇 있는데 혹시 만나보시겠어요?”
“공원에서 유기견 밥 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자네가 돌보는 아이들인가?”
“카스처럼 똑똑한 아이들입니다.”
“호오!”
카스처럼 똑똑하다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김성수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하지만 애들한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허락? 유기견이면 주인이 따로 없지 않나?”
누구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냐는 듯 묻는 김성수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 애들한테 허락을 받아야죠. 설마 어르신이 데려가려고 하면 애들이 좋다고 그냥 따라올 줄 아셨어요?”
“그건…… 아닌가?”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연애도 상호 허락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 애들하고도 같이 살려면 그 애들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내 평생 개한테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길 줄 몰랐군.”
“개가 아니라 같은 집에서 사는 가족이라 생각하시면 구애하기 편하실 거예요.”
“구애?”
“같이 살자고 해야 하니…… 구애죠.”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작게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자네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얼마나 사랑스러운 애들인지 어서 빨리 보고 싶군. 이따 자네 동네 가서 한 번 보세.”
“오늘요?”
“저녁에 약속이 있나?”
“없습니다.”
“그럼 저녁에 강아지들 보고 자네 집에서 식사하도록 하지.”
김성수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도 오늘 쉬는 날인데 저녁은 밖에서 사 먹어요. 강진 씨도 쉬어야죠.”
“아니에요. 저는 음식 하는 거 즐거워요. 오랜만에 저희 가게에서 같이 식사들 하시죠.”
“괜찮겠어요?”
“그럼요. 그리고 저희 가게에서 먹으면 상식 형하고 형수님은 드시고 바로 집에 가시면 되니 편하고 좋겠네요.”
웃으며 이야기를 한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황민성이 탄 말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황민성이 승마에 서투르다 보니 말이 아주 천천히 걸어서 이제야 근처에 도착한 것이다.
이건 황민성이 말을 탄 것이 아니라, 말이 황민성을 조심히 태우고 온 격이었다.
다그닥!
말 위에서 한 손에 귀검을 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강진아.”
강진이 다가오자, 황민성이 조심히 고삐를 주고는 말했다.
“잘 잡고 있어.”
“귀검이 있으니 그거 잡고 내리시면 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귀검을 잡고 몸을 비틀었다.
허공에 뜬 귀검을 손잡이처럼 잡은 황민성이 천천히 몸을 내리자, 귀검이 알아서 움직이며 그가 내려가기 쉽게 해 주었다.
탓!
가볍게 땅에 내려선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어떻게, 타실 만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뭐라고 말을 하려 할 때…….
우우웅!
황민성의 손에 쥐어져 있던 귀검이 작게 떨고는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김소희의 근처로 날아가더니 두둥실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귀검을 보던 황민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검 덕에 탈 만했어.”
“그래요?”
“검을 잡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그리고 허공에 떡하니 고정이 되어 있어서 잡을 곳도 단단하고 말이야.”
황민성이 웃으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어쩐지 듬직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귀검을 보았다.
‘전생에 자신이 사용하던 검이라 그런가?’
김소희가 들고 있는 귀검은 전생에 황민성의 검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검이 아닌 왜검이었다.
그리고…… 주인의 목숨을 끊은 검이기도 했다.
김소희가 오빠인 황민성을 그의 검으로 죽이고 그 후 계속 검을 사용했으니 말이다. 김소희처럼 귀검도 사연이 있는 물건이었다.
강진이 귀검을 볼 때, 황민성이 말을 보았다.
“이 녀석도 나를 배려해 주는 느낌도 들고.”
황민성은 말의 목을 손으로 쓸어주고는 강진을 보았다.
“너도 타 볼래?”
“저는 괜찮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아이들을 보았다.
“애들 말 만지고 있어요.”
“그래?”
아이들을 본 황민성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이런 것이 있으면 진즉에 나를 불렀어야지. 그리고 찍어야지.”
황민성은 말을 쓰다듬는 아이들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다가갔다.
“투희가 말을 쓰다듬네. 좋아요?”
애들 영상을 찍는 황민성의 모습에 김성수가 웃었다.
“이런, 내가 영상을 찍는 것을 잊어 먹고 있었군.”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부터 찍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아쉽다는 듯 웃으며 대답한 황민성이 문득 말했다.
“애들 말 위에 올려봐.”
“위험해요.”
김이슬의 말에 김성수가 웃으며 황소희를 말 안장에 올렸다.
“이렇게 잡고 있는데 위험할 것이 뭐가 있겠니.”
“꺄하!”
김성수의 말에 황소희가 답을 하듯 꺄르르 웃으며 말 안장에 올라 몸을 위아래로 들썩였다.
하지만 아직 너무 어려서 몸을 살짝살짝 흔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모와 할아버지, 그리고 김소희의 눈에는 예쁘고 귀엽게 보였다.
“좋아한다.”
“으샤! 으샤! 잘한다, 잘한다.”
김성수와 김소희가 웃으며 ‘잘한다, 잘한다.’를 외치는 것을 보며 강진이 피식 웃었다. 외할아버지와 친고모가 연신 좋아하는 것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애가 있어서 웃는다는 말이 이런 말인가?’
투희를 중심으로 어른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주위를 보았다.
가게 직원들도 투희를 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행복해하는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이충만을 보았다. 이충만 옆에 늘 같이 있던 서성식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셨지?’
방금 전까지 이충만의 옆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보이지 않자, 강진이 그의 곁에 가서는 속삭였다.
“서성식 씨는요?”
“성식이?”
강진의 물음에 이충만이 주위를 한 번 보다가 눈을 찡그리며 경마장이 있는 곳을 보았다.
“설마?”
“아무래도 경마장에 간 모양입니다. 제가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가서 모셔 올게요.”
“말을 안 들을 겁니다. 제가 가서…….”
이충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강제로 끌고 온다고 마음이 오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충만이 입맛을 다셨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강진은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저 경마장에 갔다 올게요.”
“경마하려고?”
도박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진 황민성이 눈을 찡그리며 보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구경 삼아서요. 그리고 저 도박을 할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 아니에요.”
“도박은…….”
황민성이 뭐라고 하려 하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경마 공원까지 와서 경마 한 번 안 보고 오는 것도 이상해요. 그리고 강진 씨가 어디 도박에 빠질 사람인가요?”
김이슬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이걸로 하세요.”
만 원을 주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경마하라고 돈을 주는 것도 이상했지만 금액도…… 너무 적으니 말이다.
“저도 돈 있어요.”
“설마하니 강진 씨 만 원 없을까 봐 이걸 주겠어요?”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 지갑에서 돈 꺼내지 말고 딱 이것만 하라고 주는 거예요.”
“아…….”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김이슬이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한 판 안 해 보는 것도 아쉽죠. 그러니까 딱 이걸로만 하세요. 강진 씨 지갑에서는 돈 꺼내시면 안 돼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큰형수님 되게 현명하시네.’
형수가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 어떻게 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 경마를 하겠는가. 따든 잃든 김이슬이 준 만 원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