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42
943화
버려져 있는 마권들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서성식을 보았다. 옆에 있던 그는 어느새 귀신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 있었다.
“이 자식 이번에도 안 되겠어.”
“그러게 말이야. 기수가 문제야, 기수가.”
“기수가 무슨 문제입니까?”
“말이 엄청 잘하는데 저 기수 놈은 달릴 줄을 몰라.”
경마를 좋아하는 도박 귀신들이 나누는 대화에 서성식도 끼어들었다.
“말만 좋다고 되나. 기수도 좋아야지.”
“그러게 말이야.”
그런 귀신들의 대화를 들으며 강진이 쓰게 웃었다.
‘생기가 넘치시네.’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서성식은 정말 생기가 넘쳤다. 그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데리고 온 건가?’
서성식이 너무 좋아하니 괜히 데려왔나 싶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말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와!”
“나이스!”
“제기랄!”
욕을 하며 마권을 찢어 바닥에 던져 버린 남자가 담배를 꺼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보던 귀신들이 혀를 찼다.
“쯔! 저 친구 또 오늘 죽 쑤는구먼.”
“저 친구는 이제 그만 와야 할 텐데.”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처지인가.”
“그나저나 저 녀석…… 눈에 핏발 선 것을 보니 위험해.”
귀신들의 말에 서성식이 담배를 피우러 가는 남자를 보았다.
“자주 오나 봅니다?”
“경마 하는 날은 거의 오지.”
“한심해.”
한 귀신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것에 서성식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그리고 다른 귀신들도 한숨을 쉬며 그 귀신을 보았다.
자신들도 저런 삶을 살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저 친구는 살아서 이러고 있지만, 자신들은 귀신이 되어서도 이러고 있으니 그 남자에게 뭐라 할 처지가 못 되었다.
“응? 왜?”
하지만 말을 한 귀신은 그것을 모르는 듯 자신을 보는 귀신들을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그에 귀신들이 한숨을 쉬고는 하나둘씩 흩어졌다.
“다 어디 가?”
뒤에서 들리는 귀신의 목소리에 서성식이 한숨을 쉬었다.
“눈치 더럽게 없네. 하긴, 그러니 지금도 여기에…….”
말을 하던 서성식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저 귀신과 다를 바가 없으니 누워서 침 뱉는 격이었다.
고개를 저으며 강진 쪽으로 가던 서성식은 핸드폰을 보는 한 남자를 보았다.
“바쁜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린 남자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 모습에 서성식이 발걸음을 멈췄다. 어쩐지 시선이 갔다.
그리고…….
우우웅! 우웅!
다시 진동이 울리자 남자가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그에 슬며시 다가간 서성식이 남자의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그 순간, 서성식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전화가 오는 곳은 집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집에서 오는 전화를 안 받고 있었다.
우웅! 우웅!
연신 진동을 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는 남자를 서성식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카지노에서 게임을 할 때, 집에서 전화가 오면 받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버리던 자신이 말이다.
***
경마장에는 흥겨운 음악 소리와 함께 나온 치어리더들이 춤을 추며 짧게 공연을 벌였다. 그래서 지켜보는 맛도 있고 지루하지 않았다.
“경마장이 꽤 재밌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마만 주구장창 하면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보러 오겠어? 저런 쇼를 하니 많이들 오는 거지.”
강상식은 주위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경마에 미친 사람 많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로 나뉘어 있었다. 혼자 왔든, 여럿이 왔든 경마를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과 경마에 미쳐서 소리를 지르고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는 사람들…….
강진이 그들을 볼 때, 임정숙이 말했다.
“어떻게 몇 개 따셨어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머니에서 마권을 꺼냈다.
“세 게임 꽝에 하나는 두 배 정도 됐네요.”
두 배라고 해도 천 원 단위라 고작 몇 천 원이었다.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입맛을 다시며 강상식을 보았다.
“저희는…….”
임정숙이 민망한 듯 보자 강상식이 웃었다.
“괜찮아요. 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해도 다 꽝일 수는 없는데. 안 그래요, 전문가님?”
강상식이 웃으며 하는 말에 임정숙이 시무룩한 얼굴을 한 채 머리를 긁었다. 강진과는 달리 임정숙이 선택한 건 다 꽝이었던 것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들고 있던 핫도그를 내밀었다.
“한 입 하세요.”
강상식의 말에 임정숙이 입을 벌려서는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먹었다.
강진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매점에서 산 핫도그라 특출나게 맛있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장소가 장소인지라 맛이 있었다.
먹는 모습을 보던 강진은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첫 번째 게임을 할 때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서성식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던 강진의 눈에 한 남자의 옆에 물끄러미 서 있는 서성식이 보였다.
‘저기서 뭐하시는 거지?’
서성식은 한 남자를 보고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경마 책자를 펼치고 컴퓨터 펜으로 밑줄까지 그으며 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남자를 물끄러미 보았다.
우우웅! 우우웅!
그러다 핸드폰이 울리자, 남자가 그것을 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던 그는 입맛을 다시고는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이따 갈 거야. 애? 애가 아프면 병원을 데려가야지, 나한테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해. 알았어. 알았다니까. 좀 있다 갈 테니까 병원에 가.”
집에서 애가 아프다고 온 듯한 전화를 끊은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자신의 마권과 경매 책자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를 보는 서성식의 얼굴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자기 자식이 아픈데 이러고 있어?”
작게 중얼거린 서성식은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그가 보는 사람들은 모두 경마에 중독이 된 사람들이었다.
나이대도 다양했다. 이십 대 청년부터 백발의 노인들까지 있었고 남녀 불문이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경마에 빠져 경마 책자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서성식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자신이 이들처럼 한심하게 살았을까 하고 말이다.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아내가 하는 전화를 받고 웃으며 집에 들어가고, 자식들과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터였다.
“뭐하세요?”
멍하니 사람들을 보던 서성식은 자신의 옆에 다가와서 묻는 강진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기 오니 살 것 같더군요. 아니, 살아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쓰게 웃은 서성식이 한숨을 쉬며 사람들을 보았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서성식은 방금 통화를 한 남자를 보았다.
“집에서 전화가 오는데 안 받아요. 나도 카지노에 있을 때 아내나 자식한테 전화가 오면 안 받았거든요.”
입맛을 다신 서성식이 한숨을 쉬었다.
“저 친구는 뭘 위해서 경마를 하는 걸까요? 집에 애가 아프다고 전화가 왔는데도…… 여기에 죽치고 있는 저 친구는요.”
“글쎄요.”
“도박을 해서 돈을 따도 딱히 뭐 없는데. 도박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서성식은 고개를 돌려 강진을 보았다.
“우리 한 게임 맞았죠?”
“네.”
“마권 좀 꺼내 보실래요?”
강진이 마권을 꺼내자, 서성식이 마권과 남자를 번갈아보다가 말했다.
“찢어 주세요.”
“찢어요? 아직 경기 남아 있는데요?”
서성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를 보니…… 제가 얼마나 못났고 바보 같은 놈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찢어 주세요.”
서성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권 가운데 부분을 양손으로 잡았다.
“제 손에 손 올리세요. 같이 찢으시죠.”
“제가 찢지도 못하는 걸요.”
“그래도 저를 만지실 수는 있죠. 제 손을 잡고 직접 하세요.”
강진의 말에 서성식이 그를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스윽!
강진의 양손에 자신의 손을 올린 서성식이 그의 손에 쥐어진 마권을 보았다. 잠시간 마권을 보던 그는 강진의 양손을 자신의 손으로 잡은 뒤 힘을 주었다.
치이익!
작은 소리와 함께 마권이 천천히 좌우로 찢겨 나갔다.
치이익!
이윽고 완전히 두 갈래로 찢어진 마권의 모습에 서성식이 씁쓸하게 웃었다.
“이렇게…… 진작 찢어 버렸어야 했는데. 이게 뭐라고 그리 붙잡고 있었는지.”
고개를 저으며 찢어진 마권을 보던 서성식이 피식 웃었다.
“그냥 중간에 똥 밟았다 생각하고 털고 일어났으면 이러지도 않았을 텐데. 그게 뭐라고 그리 미련을 못 버리고.”
“지금이라도 아셨으니 대단하신 겁니다.”
강진은 반 토막 난 마권을 보며 말했다.
“이게 얼마 안 되지만, 당첨 발표도 안 한 복권 찢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로또를 사서 토요일 6시에 찢어 버리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서성식의 행동은 큰 의미를 가졌다. 특히 도박에 중독된 사람에게는 더더욱 의미가 컸다.
강진의 말에 서성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도…… 마권 찢어지는 소리가 너무 좋네요.”
마권을 보던 서성식은 이충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충만아!”
서성식의 부름에 이충만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서성식이 손을 크게 흔들었다.
“어르신 잘 모시게.”
그리고…….
화아악!
서성식이 빛과 함께 사라지자 이충만이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래. 잘 가시게나. 그리고…… 고생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을 흔드는 이충만의 모습이 조금은 쓸쓸하다 생각을 하던 강진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그의 눈에 쪽지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붙잡은 강진이 내용을 보았다.
쪽지 내용을 본 강진이 이충만을 보았다.
‘두 분 다 죄인이구나.’
서성식은 도박을 했다. 직접적으로는 도박으로 자기를 망가뜨리고 가족을 힘들게 했다.
게다가 도박을 하기 위해 회사 돈을 가져다 쓰면서 회사 직원들의 생계까지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죄가 엮이고 엮인 것이다.
그리고 이충만은 자신을 믿고 있던 김성수를 배신하고 돈을 빼돌렸다. 그러니 김성수도 죄인이다.
두 사람 다 저승에 가면 그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현대 이승을 많이 따라가는 저승이지만, 형벌만은 고전을 지향하는 저승의 법도에 따라 말이다.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이충만에게 쪽지를 주었다. 그것을 받아 들고는 내용을 읽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서성식이 보던 남자를 잠시 보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서는 ‘애 아프다는데 집에 들어가시죠. 도박 많이 하면 안 좋아요.’라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한다고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가 몸에 안 좋은 것을 몰라서 피우겠는가? 백해무익한 것을 알면서도 피우는 것이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이 간섭을 하다니, 싸대기가 안 날아오면 다행일 것이다.
강진이 자신을 보는 걸 느꼈는지 남자 또한 강진을 보았다. 뭐냐는 듯 보는 것에 강진이 입을 열었다.
“보고 싶은 사람을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러고는 강진이 몸을 돌리자, 남자가 미친 사람 보듯이 그의 등을 보았다.
“뭐래는 거야?”
강진을 잠시 보던 남자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경마 책자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를 본 강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는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형, 이제 그만 가죠.”
“왜? 아직 게임 남았는데?”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찢어진 마권을 보여 주었다.
“찢었어요.”
“왜?”
“재미가 있어서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이게 또 너무 재밌으면 안 되지.”
너무 재밌으면 중독이 되니 말이다. 그에 강상식이 임정숙을 보았다.
“아쉽지만 저희도 여기까지 보고 갈까요?”
강상식이 말에 임정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결과는 이따가 알려 주세요.”
자신이 고른 말들이 이겼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래요. 자, 그럼 갑시다.”
강상식이 들고 있던 마권을 주머니에 넣고는 걸음을 옮기자 강진과 귀신들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적당히 즐겼으니 이제 가족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었다.
‘이렇게 적당히 즐기고 일어나면 가장 좋은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몸을 살짝 돌려 경마에 빠진 사람들과 귀신들을 보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도박은 할 것이 못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