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48
949화
김소희 아역으로 좋은 아이를 찾았다는 말에 박신예가 그를 보았다.
“오디션 한다고 들었는데요?”
“당연히 오디션은 할 겁니다.”
“그럼 그 아이를 내정하고 오디션을 보는 건가요?”
박신예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오디션은 제대로 볼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보다 더 잘하는 애가 있으면 그 애를 뽑을 거고요.”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슬며시 물었다.
“혹시 아는 집 애예요?”
“하!”
박신예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여기 드라마에 돈 많이 투자했습니다. 아는 집 애라고 꽂았다가 망하면 저 손해 큽니다.”
반은 진심이고 반은 농담처럼 말을 하는 황민성의 모습에 박신예가 말했다.
“그럼 정말 아역에 어울린다 생각하시나 보네요.”
“아직 얼굴은 안 봤는데 강진이 말이 딱 소희 아가씨 어릴 때라고 하더군요. 내일 그 아이 보러 갈 생각인데 한 번 보시겠어요? 전에 아역이 어떤 애인지 알아야 성인 연기할 때 흐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오디션 때 볼게요.”
미리 아이를 보게 되면 마음이 가게 될 테고 그럼 공정하게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박신예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혹시 오디션 보기 전에 저에게 소개해 주려고 하지 마세요. 얼굴 모르는 상태로 오디션 관람하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말을 하던 황민성이 웃으며 주방을 보았다.
“냄새가 고소하게 나는 것이 음식이 거의 다 돼 가는 모양이네요.”
황민성의 말에 박신예가 입맛을 다시며 주방을 보았다.
“냄새가 좋네요.”
“기름 냄새와 매운 냄새는 참기 힘들죠.”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박신예가 고개를 끄덕이며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에 매니저가 맞은편에 슬며시 앉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황민성이 김이슬 옆에 앉았다.
“진짜 예쁘네요.”
김이슬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연예인이잖아.”
황민성은 슬쩍 박신예를 보았다. 그녀는 대본을 읽고 있었다.
‘부지런히 읽고 좋은 연기 부탁합니다.’
속으로 중얼거린 황민성이 가족들을 보았다.
“자! 저희는 이만 일어나죠.”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시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나. 아이들 오늘 밖에 오래 있어서 피곤할 테니 그만 일어나자꾸나.”
김성수의 말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방에 있던 강진이 급히 홀로 나왔다.
“가시게요?”
“들어가 봐야지. 아버님 말씀대로 애들도 피곤하고.”
그러고는 황민성이 박신예를 보았다.
“여기 음식 맛있으니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들어가세요.”
박신예의 인사에 황민성이 손을 들어 보이고는 가족들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 강진이 따라나서며 배웅하려 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주방에 라면 올려놓고 왔잖아. 들어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용수가 라면을 보고 있지만, 그래도 밖에 낼 때는 자신이 가야 한다.
배웅한다고 늦으면 라면이 퍼질 수 있었다.
“그럼 조심히들 가세요.”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자 사람들이 가게를 나섰다. 강진은 그들을 배웅하고는 서둘러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온 강진은 그릇에 담겨 있는 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용수는 남은 국물에 계란을 넣어 터지지 않게 수란을 만들고 있었다.
강진이 들어오자 배용수가 계란을 국자로 떠서 라면 위에 올리고는 국물을 부었다.
하얀 수란에 몽글몽글한 노른자가 보기만 해도 부드러워 보이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예쁘게 잘 만들었네.”
“내가 만들었는데 당연하지.”
강진은 라면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쟁반에 있는 음식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 보여요.”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맛도 있습니다.”
강진은 라면을 박신예와 매니저 앞에 놓으며 말했다.
“매니저님도 식사를 못 하셨을 것 같아서 이 인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매니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식탁에 김밥전을 올렸다.
“김밥전입니다.”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김밥전을 보았다.
“인터넷에서 사진은 봤는데 정말 동그랑땡하고 비슷하게 생겼어요.”
“동그랑땡하고 내용물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맛은 비슷할 겁니다. 따뜻할 때 드세요.”
음식을 다 놓아준 강진이 뒤로 물러나자 박신예가 김밥전을 집어 입에 넣었다.
따뜻하고 기름진 탄수화물이 입에 들어가자 박신예가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당근과 단무지의 식감이 좋았고, 햄의 짠맛이 좋았다.
“맛있네요.”
“맛있게 드세요.”
박신예는 김밥전을 하나 더 먹고는 라면을 한 젓가락 집어 먹었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으며 라면을 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아주 맛있게 먹는 박신예를 보고 웃은 강진은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라면과 김밥전을 다 먹은 박신예가 입을 닦고는 강진에게 물었다.
“점심에는 정해진 메뉴만 하시는 거죠?”
“점심시간에는 주변 회사 직원 손님들이 많아서요. 일일이 음식을 다 하기는 어려워서요.”
“그럼 먹고 싶은 건 저녁에만 되는 건가요?”
“그렇기는 한데, 직장인 손님들 타임 끝나고 한 시쯤에는 한가해서 드시고 싶은 메뉴 있으면 그것도 해 드릴 수 있어요.”
“한 시 이후…….”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한 시 이후에는 손님이 적나요?”
“직장인들 점심시간에만 북적거립니다. 그래서 보통 한 시면 저희도 영업 끝내죠.”
“그럼 한 시에는 영업을 안 하는 건가요?”
“손님이 계시면 하죠.”
“그럼 저 내일부터 한 시마다 올게요.”
“한 시마다요?”
“제가 먹방이나 맛집 블로그 보면서 먹고 싶은 거 대리 만족하는데 여기 음식들 정말 맛있어 보이는 것들 많더라고요. 그래서…….”
박신예가 김밥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 이걸 시작으로 쭈욱 달려 보려고요.”
박신예는 다시 강진을 보았다.
“내일 점심 메뉴 혹시 예약해도 될까요?”
“그러시면 저야 좋죠. 설마 신예 씨가 노쇼를 하지는 않으실 테고요.”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웃으며 말했다.
“김밥 쌈 먹을게요.”
김밥 쌈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박신예를 보았다.
‘정말 우리 가게 메뉴들을 많이 보신 모양이네.’
김밥 쌈은 아는 사람들만 주문하는 음식이니 말이다.
“고추장 삼겹살로 해 드릴까요? 오징어볶음으로 해 드릴까요? 아니면 오삼불고기?”
정통은 고추장 삼겹살이지만 오징어볶음을 올려서 먹어도 맛이 좋았다.
“고추장 삼겹살요.”
주문을 한 박신예가 웃으며 빈 그릇을 보았다.
“사장님 덕에 무술 훈련 즐겁게 할 수 있겠어요.”
“그래요?”
“그럼요.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면서 하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죠.”
그러고는 박신예가 손을 내밀었다.
“핸드폰 주세요.”
“네?”
“제 번호 찍어 드릴게요.”
박신예의 말에 강진이 슬며시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박신예는 자신의 번호를 찍었다.
“다른 사람한테 주고 그러면 안 돼요.”
“물론이죠.”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통화를 눌렀다.
우우웅! 우웅!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들리자 박신예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럼 먹고 싶은 거 예약할 때 전화드릴게요.”
“그러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박신혜는 몸을 돌려 나가다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아역으로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다고요?”
“네.”
“아시는 아이예요?”
“저희 가게에 한 번 왔더라고요.”
“사장님이 마음에 들어도 연기 못 하면 저는 반대할 거예요.”
“열심히 하라고 할게요.”
강진의 말에 박신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문을 열고 나섰다. 그런 그녀를 따라나서며 매니저가 살며시 속삭였다.
“혹시 고단백 저지방 음식도 가능하세요?”
강진이 보자, 매니저가 다시 속삭였다.
“이왕이면 맛있게 먹는데 살 안 찌면 좋잖아요.”
매니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 낼 때 다이어트 메뉴도 몇 개 같이 스윽 내 놓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매니저가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아크릴 통에 만 원짜리 두 장을 넣었다.
“잘 먹고 갑니다.”
만 원이면 될 식대를 이만 원이나 내는 것에 강진이 말릴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 돈으로 애들 통닭이라도 한 마리 더 튀겨 주면 되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박신예와 매니저를 배웅하고는 문을 닫았다.
“이야! 그럼 이제 우리 매일 박신예 보는 건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러게. 우리 가게에 연예인 단골손님이 생겨 버렸네.”
“신예 씨가 스타인에 사진 찍어서 올리면 우리 가게 대박 나는 거 아니에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멈칫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신예 씨한테는 스타인에 사진 올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왜요?”
“가끔 오시는 새 손님 몇 분은 괜찮은데 신예 씨 스타인 보고 한 번에 손님들 우르르 몰려오시면 저희 기존 단골들 힘들잖아요.”
“손님 많으면 좋은 거 아니에요?”
“물론 손님 많으면 좋지만, 제가 그 손님들을 다 감당할 수가 없잖아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감당할 수 없는 수가 오면 손님이나 너나 다 힘들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렇다고 사람 알바를 쓸 수도 없는 거고 말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자 이모 있을 때는 좀 편했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장사 잘 하고 계시는 분 다시 모실 수는 없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충북 서문시장에 있는 차달자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충북이 멀기는 하지만 JS를 통해 가면 금방 도착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손두부도 받아오고 인사도 하고 오고 있었다.
“그래도 그쪽 분들 모두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하시죠. 가족들하고 저녁에 서문식당에서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하니까요.”
“하긴, 전에는 옆에 있는 걸 알면서도 대화도 못 하고 보지도 못했는데…….”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저승식당 직원들이 식구인 것처럼, 차달자에게도 귀신 식구들이 있었다.
저승식당을 더 이상 할 용기가 없어 떠난 그녀를 오랜 기간 지켜봐 준 귀신 가족들이…….
차달자를 생각하던 강진은 자신을 묘한 눈으로 보는 배용수를 보았다.
“왜 그렇게 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이야기? 무슨?”
“전에 이야기했잖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고.”
“근데?”
“그리고 자연스러운 만남에서 가장 좋은 만남은 손님과의 만남이라고 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설마…… 신예 씨하고 나하고? 말이 되냐?”
“말이 안 될 건 뭐가 있어? 그리고 매일 온다잖아. 여자들 음식 잘하는 남자 좋아한다.”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여자들이 맛있는 음식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맛있는 음식은 남자도 좋아해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잘 해 봐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들 마시고 저녁 장사 준비나 하죠.”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배용수와 이혜미가 웃었다.
그들도 사실 강진이 박신예와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여자를 너무 멀리하지 말라는 뜻에서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