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61
962화
홀에서 김인아와 직원들이 회식을 할 때, 강진은 할머니 귀신이 밥 먹는 것을 챙겨주고 있었다.
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를 배용수가 모셔 온 것이다.
“어때요?”
“아주 맛이 좋아요.”
웃으며 답한 할머니 귀신이 소갈비에 파김치를 올려서 입에 넣었다. 맛있게 먹는 할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파김치와 그렇게 먹어도 참 맛있어 보이네요.”
“파김치가 몸에 얼마나 좋은데요.”
“그렇기는 하죠. 파를 먹으면 감기도 잘 안 걸리잖아요.”
“맞아요.”
할머니 귀신이 웃으며 파를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파김치가 정말 맛있어요.”
“직접 담그신 것과 비교하면 어때요?”
“제가 담근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내가 만든 것보다 남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죠.”
“맞는 말이네요.”
두 귀신의 대화에 강진이 홀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김 사장님껜 제가 만든 것보다 어머니가 만든 것이 더 맛있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웃으며 홀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장이라…….”
사장이라는 단어를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젓는 할머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사장님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하셔서 걱정이 많으시죠?”
“애도 나이가 있는데…… 너무 일을 많이 해서요.”
“사십 대면 한창 일 많이 할 나이죠.”
“그거야 남자들 이야기죠.”
할머니 세대에선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기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은 일하는 데 남자 여자 차이가 있나요. 일할 수 있으면 다 열심히 하는 거죠. 여성분들도 기회가 주어지고 여건만 된다면 남자들보다 더 열심히, 잘할 분들 많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입맛을 다시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맞는 말이지만…… 확실히 세대 차이라는 것이 있었다.
할머니 세대에서는 가정을 잘 꾸리는 것이 최고였으니 말이다.
살짝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할머니에게 강진이 살며시 말했다.
“소주 한 잔 드릴까요?”
“술요?”
“어머니도 술이 당기는 날이 있으실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 가게 술맛도 좋아요.”
강진은 소주를 꺼내 따다가 슬며시 말했다.
“정말 술을 맛있게 마시려면 한 가지 팁이 있어야 하거든요.”
“팁요?”
강진은 한쪽에서 양은 주전자를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 소주를 따르자, 할머니가 웃었다.
“양은 주전자에는 막걸리인데 소주를 따르세요?”
“그렇기는 한데 그건 사람들 입이고요.”
강진은 할머니를 보며 살며시 말했다.
“귀신한테는 제 손이 조미료라서요.”
“손이 조미료라고요?”
“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손가락을 좀 담가서 휘저을 건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저 손 깨끗해요.”
주전자에 손가락을 담근다는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사장님이 저한테 안 좋은 걸 해 주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전에 할아버지 한 분한테 이렇게 해 주니 막걸리가 너무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강진은 손가락을 주전자 안에 담그려다가 멈칫하고는 손을 한 번 더 씻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소주를 휘저었다.
“한번 드셔 보세요.”
강진이 잔에 소주를 따라주자 할머니가 잠시 그걸 보다가 웃으며 천천히 마셨다.
꿀꺽!
그러고는 할머니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정말 맛이 좋네요.”
“그렇죠?”
“술이 달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잔에 남은 술을 그릇에 덜고는 새로 잔을 채워주었다.
“사장님이 일을 참 많이 하시나 봐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쓰게 웃으며 잔을 보다가 말했다.
“황 사장님한테 이야기 들으셨나 보네요.”
“조금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혼한 이야기도요?”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은 할머니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형이 남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사정을 알아야 말실수하지 않고, 대접하는 데에 불편하지 않는 만큼 살짝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없는 일도 아닌 걸요. 그리고 주위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은 할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황 사장님도 좋은 의도로 말씀하신 것을 알아요. 저는 괜찮아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혼하기는 했지만 사위하고 우리 딸 아직도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지낸다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 한 줄기 근심이 어린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이혼하셨어도 잘 지내시면 좋은 일 아니에요?”
“좋은 일이죠.”
“그런데 표정은 안 좋으신데요?”
할머니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걱정이 있으신가 보네. 하긴, 걱정이 없으면 승천을 하셨겠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할머니가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우성이가…… 아, 우성이는 제 사위예요. 정우성.”
“유명 배우 이름하고 같네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었다.
“우성이도 처음 만났을 때 그걸로 자기소개를 하더라고요. 얼굴은 다르지만 이름은 유명한 정우성입니다, 하고요.”
“말 재밌게 하시네요.”
“우성이가 참 유쾌한 애예요.”
그러고는 할머니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애들 이혼하고 이 년인가 있다가 내가 변을 당했는데…… 그때 우성이가 장례식장에 와서 일을 다 해 줬어요.”
“다른 자제분은 안 계세요?”
“인아 한 명만 있고 남편은 인아 결혼할 때 하늘나라 먼저 갔거든요.”
멍하니 허공을 보던 할머니가 소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자, 강진이 잔에 찬 소주를 다른 그릇에 붓고는 새로 따라 주었다.
“이혼을 해서…… 제가 장모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휴가를 내서 급히 왔더라고요.”
호적상 장모님이면 회사에서 휴가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따로 휴가를 받아서 온 것이다.
“그렇군요.”
“이틀 정신없이 있다가…… 손님 없는 새벽에 우성이가 울었어요.”
강진이 보자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제 사진 앞에서 그렇게 울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우리 딸이 자다 깨서 가만히 보고 있고……. 그때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잠시 멍하니 있던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인아가 이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우성이가 죄송하다면서 인아가 자기랑 같이 있을 때 죄책감 느끼면서 너무 힘들어해서 쉬게 해 줘야 할 것 같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랬어요?”
“인아와 둘이 있으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지금 인아가 너무 힘들어한다고. 어머니 죄송하다고.”
한숨을 크게 쉬는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사위를 정말 잘 두셨네요.”
“사위가 아니라 아들 같았어요. 우성이도 어릴 적에 어머니를 먼저 보내서……. 우성이가 늘 그랬어요. 자기는 아내를 얻고 엄마도 얻어서 정말 행복한 사위라고요.”
미소를 지은 할머니가 홀을 보았다.
“그런데…… 이제 오지 말라네요.”
“누구를요? 할머니요?”
주어가 없어서 누구를 오지 말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 기일이면 추모원에서 둘이 만나요. 딱히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열한 시에 늘 추모원 앞에서 만나요. 그리고 저한테 절하고 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요.”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추모원 근처에 황토 오리구이가 유명한 곳이 있거든요. 거기서 점심을 먹고 헤어져요.”
강진이 보자 할머니가 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작년에 저 못난이가 우성이한테 그러더라고요. 이혼한 사이인데 우리 엄마 기일에 이렇게 만나는 거 좀 아닌 것 같다고.”
-이제 이런 거 그만하자.
-뭘?
-명절에 엄마한테 인사하러 가는 것처럼, 엄마한테 같이 인사하러 여기 오는 거 말이야.
-…….
-이제 당신도 다른 사람 만나야지. 이혼한 전처 장모님 추모원에 가서 인사하고 전처하고 밥 먹고 온다는 거 알려지면 여자 안 다가와.
-상관없어.
-그럼 평생 혼자 살 거야?
-내가 좋아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던 어머님 보러 가는 거야. 그거 싫다는 여자는 나도 싫어.
-당신 엄마 아니고 내 엄마거든.
-내 엄마기도 했어. 어머니가…… 나를 미워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어.
-……어쨌든, 내년부터는 오지 마.
-올 거야.
-그럼 시간이라도 바꿔.
-그건 당신이 바꿔.
-내가 왜? 나는 우리 엄마 보러 오는 건데 내가 좋은 시간대에 오는 게 당연하지.
-그럼 앞으로도 이 시간대에 와서 이렇게 보든가.
-당신 정말 이럴 거야?
-어쩔 수 없어…….
그날 사위와 딸이 나눴던 대화를 말해 주던 할머니가 웃었다.
“왜요? 기분 좋은 일이 생각나셨어요?”
“우성이가 장난기가 좀 있어요. 농도 잘 하고.”
강진이 보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딸이 왜 이 시간대를 고집하느냐고 하니까…….”
-일찍 오면 여기 문을 안 열어서 기다려야 하고, 늦게 오면 줄이 길어서 먹기 힘들어.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 오리구이 너무 맛있잖아. 사실 어머니 보러 오는 것도 있지만, 여기 오리 먹으러 오는 것도 있거든.
-…….
“후!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일 인분은 양이 너무 적고 이 인분은 양이 너무 많다는 거였어요.”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그냥 앞으로도 같이 와서 어머니 보고, 어머니가 해 주신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오리구이도 같이 먹고 헤어지자고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같이 오는 거에 의미 두지 말고 그냥 가볍게 오자는 말을 하고 싶었나 보네요.”
“맞아요. 서울에도 오리고기 잘 하는 집 많은데, 설마하니 오리고기가 먹고 싶어서 경기도까지 갔다 오겠어요? 그것도 휴가까지 내면서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성이라는 분이 오리고기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그거 먹으러 거기까지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것도 어쩌면 그에게는 할머니에 대한 추모의 의미일 것이다.
사위가 오면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잘라 놓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놓던 장모님 생각에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이다.
아마 오리가 아니라 근처에 다른 맛집이 있었으면 거기를 갔을 것이다. 그냥 장모님 생각에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고 오는 것이다.
할머니가 잠시 홀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 이야기 한 게 작년인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왜요?”
“저 애가 고집이 있어서…… 우성이 추모원에서 보면 안 좋은 소리 할 것 같아서요.”
할머니는 재차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우리 딸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여자가 이혼한 전처 장모님 기일을 챙기는 남자를 좋아하겠어요. 게다가 가서 전처도 만나고 밥도 같이 먹는데. 나 같아도 내 딸이 그런 남자를 만난다고 하면 싫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안 오셨으면 좋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홀을 보았다.
“나야 우성이가 자주 오고 보면 좋죠. 다만…… 나 좋자고 우성이한테 몹쓸 짓 할 수는 없으니…….”
할머니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 사람이 같이 손잡고 오면 가장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