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66
967화
저승식당 시간에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구운 간고등어를 앞에 두고 있었다.
수저로 간고등어 뼈 부분을 마사지하듯이 스스슥 문지른 배용수가 젓가락으로 뼈를 잡고 올리자, 뼈가 그대로 발라졌다.
“와.”
간고등어 뼈가 벗겨지고 그 안에 하얀 살이 드러나며 김이 피어오르자 강진이 감탄을 하며 말했다.
“뼈 잘 바르네.”
“이렇게 하면 잘 발라져. 먹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물에 밥을 말자, 강진도 물에 밥을 말았다. 낮에 이야기한 것처럼 물 만 밥에 간고등어를 먹으려는 것이다.
고등어에 젓가락을 넣고 스윽 한 점을 떼어낸 강진이 그것을 물 만 밥 위에 올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무슨 맛인지 다 아는데도 그 맛이 기대가 되었다.
강진은 수저를 입에 넣었다. 물 만 밥의 단맛과 고등어의 짠맛이 어울리며 단짠단짠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껍질에서 나는 살짝 바삭한 식감과 기름진 맛까지…….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마침 배용수도 웃으며 그를 보고 있었다.
“맛있다.”
“그러게. 점심부터 이렇게 먹어야지, 하고 있던 거 먹으니까 정말 맛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점심에 배용수가 이렇게 먹고 싶다고 해서 준비해 먹은 건데 정말 맛있었다.
“확실히 사람은 먹고 싶은 걸 먹으면서 살아야 해.”
“그게 정답이야. 가끔 정말 먹고 싶은 거 있는데 참고 못 먹으면 병이 나기도 해.”
“먹고 싶은 거 안 먹는다고 아프다고?”
“그럼. 못 먹으면 아프기도 해.”
고개를 끄덕이며 고등어 껍질과 갈색의 살을 집어 밥 위에 올린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있어. 갑자기 먹고 싶은 게 생기는 건 그 음식에 담긴 영양분이 몸이 필요해서 그런 거라고.”
“일리 있네. 몸이 참 오묘하니까.”
“맞아.”
고개를 끄덕이던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 손님 중에 한 분이 직장 생활 중 유일한 낙이 먹고 싶은 거 가격 신경 안 쓰는 거라고 했었는데.”
“그것도 좋네. 가격표 안 보고 주문하는 삶, 얼마나 폼 나냐.”
“그러게. 가격 표 안 보고 사는 삶이라. 어떤 삶일까?”
“우리는 알 수 없는 삶이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되지 못할 삶 이야기하지 마시고 지금 이 앞에 놓인 음식에 감사하시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네요. 가격표 안 보는 삶은 저 멀리 있지만, 우리에게는 고등어구이와 물 만 밥이 있죠.”
강진이 밥 위에 고등어를 올려 먹고는 웃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게 더 행복하네요.”
“맞다. 멀리 있는 행복 찾다가 지금 눈앞에 있는 행복을 못 느끼지.”
두 사람이 맛있게 고등어를 밥에 올려 먹을 때, 이혜미가 말했다.
“강진 씨.”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들다가 허공에서 떨어지는 쪽지를 보았다. 그것을 배용수가 급히 낚아챘다.
탁!
잘못했으면 음식에 종이가 떨어질 뻔한 것이다.
종이를 낚아챈 배용수가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급히 잡느라 사레가 걸린 것이다. 그런 배용수의 등을 두들겨 주며 강진이 종이를 받았다.
“누구야?”
누가 승천을 했는지 묻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봐야지.”
종이를 펼쳐 보는 강진은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자신이 아는 귀신 중 누군가가 승천을 했고 감사 쪽지를 보냈다.
그게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아쉬운 건 앞으로는 그분을 다시 못 보는 것 때문이었고, 기쁜 것은…… 당연히 그분이 승천을 해서였다.
사람이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귀신은 이승보다 저승이 좋으니 말이다.
비록 저승에서 지은 죗값에 따라 지옥에 갈지도 모르지만…….
종이를 잡은 강진이 그것을 읽었다.
글을 읽은 강진이 배용수와 직원들을 보았다.
“할머니시네요.”
“김 사장님 어머니?”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가셨구나.”
“잘 가신 거지.”
강진은 다시 쪽지를 보았다.
쪽지 뒷면에는 김인아와 정우성이 좋아하는 음식들과 레시피가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며 미소를 지은 강진이 쪽지를 조심히 접어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배용수를 보고는 그에게 내밀었다.
“새로운 어머니의 손맛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쪽지를 받아 읽었다. 이혜미와 다른 여직원들도 와서 종이를 같이 보는 것을 보던 강진이 수표를 보았다.
수표에는 이십만 원이 찍혀 있었다. 액수를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드시지. 굳이 안 보내셔도 되는데…….”
웃으며 수표를 보던 강진이 그것을 잘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두 분 오시면 맛있는 음식으로 저도 보답하겠습니다.”
***
강진과 배용수는 귀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
“으!”
같이 소주를 마시던 귀신 손님들이 뭔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는 가게 문을 보았다.
“처녀귀신들 오나 보다.”
“‘들’이면 많이들 오시는 거야?”
“그런가 보네. 찌릿찌릿하다. 그리고 소희 아가씨하고 이지선 씨도 오나 본데?”
다른 처녀귀신들보다 강한 김소희와 이지선의 기운을 구분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로 가서는 향수를 챙겨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강진이 나가자, 귀신들은 기다렸다. 언제나처럼 강진이 처녀귀신에게 향수를 뿌리고 들어오기를 말이다.
그런데…….
띠링!
화아악! 화아악!
가게 안으로 들어온 처녀귀신들은 여전히 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귀신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배용수의 말대로 김소희도 있었고, 처녀귀신 서열 2위인 이지선도 있었다.
우르르!
단체로 들어오는 처녀귀신들의 모습에 귀신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원래라면 처녀귀신들이 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가게를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향수를 강진이 들여온 후, 처녀귀신들이 오면 강진이 향수를 뿌려 주었다.
같은 손님이니 처녀귀신 왔다고 나가지 말고 같이 잘 지내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 후에는 기다렸다가 향수를 뿌리면 같이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처녀귀신들이 향수를 뿌리지 않고 있어서 그 기운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배용수는 겁에 질린 눈으로 처녀귀신들 뒤를 따라 들어오는 강진을 보았다.
‘왜?’
입도 떨어지지 않아 말도 못 하고 눈빛으로 묻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말했다.
“오늘은 손님들께서 향수를 뿌리지 않겠다 하십니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향수를 뿌리지 않은 처녀귀신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니…….
지금 버티고 있는 것도 향수를 뿌릴 줄 알고 버틴 거지, 아니었으면 이미 저 멀리 도망쳤을 것이다.
그에 귀신들이 천천히 일어나서는 처녀귀신들을 피해 멀찍이 돌아 가게를 나가기 시작하자, 강진이 배용수와 직원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그들도 일어나서는 가게를 나섰다.
‘무슨 일이지?’
‘소희 아가씨도 그렇고.’
처녀귀신들을 피해 가게를 나간 귀신들은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귀신들을 따라 흩어지던 배용수가 그녀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고개를 돌려 한끼식당을 보았다.
꽤 멀리에 있는 가게를 보며 배용수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 있어 보이죠?”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평소하고는 분위기가 다르네요.”
“무슨 일이 있나?”
귀신들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나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요.”
귀신들이 가게를 빠져나가자, 강진이 김소희와 이지선에게 고개를 숙였다.
“곧 정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서둘러 그릇들을 정리했다. 처녀귀신들이 먹으려면 자리를 정리해야 하니 말이다.
그 모습에 이지선이 다른 귀신들을 보았다.
“주인 혼자 하기 힘드니 자네들이 돕게나.”
“네.”
김소희가 나설 것도 없이 이지선이 지시를 내리자 처녀귀신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며 그릇들을 정리해 주방으로 옮기고, 탁자를 닦았다.
“아가씨, 여기 앉으시지요.”
이지선이 가장 먼저 정리된 자리를 가리키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에 앉았다.
뒤이어 이지선이 옆 테이블에 앉자, 다른 처녀귀신이 그 자리를 정리했다.
처녀귀신들의 도움을 받아 홀을 빠르게 정리한 강진은 음식들을 가져다 놓았다.
“자네들도 가서 마저 돕게.”
이지선의 말에 처녀귀신들이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알아서 가져다 놓고, 그릇들을 세팅했다.
거기에 술들도 각 테이블에 세팅을 하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한쪽 테이블을 보았다.
다른 처녀귀신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술을 놓을 동안 두 명의 처녀귀신은 시무룩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두 명은 강한나와 조명희였다. 그런 두 처녀귀신을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단짝이 갔으니…….’
늘 같이 다니던 세 귀신 중 가장 언니인 이혜선이 승천한 것이다.
-오빠가 여기 새로운 사장?
-그렇습니다.
-젊은 오빠가 장사를 하니 좋네.
이혜선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혜선이 승천을 해서 좋기는 한데…… 역시 아쉬웠다. 이혜선은 자신이 한끼식당 맡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난 귀신이니 정말 오래 본 귀신인 것이다.
‘간다고 말이나 좀 하고 가시지.’
그래도 친한데…… 말없이 가서 조금은 아쉬웠다.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천장을 보던 강진에게 이지선이 말했다.
“아쉽겠지만…… 좋은 일이네. 그러니 웃으며 보내주게.”
이지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처녀귀신들을 보았다. 오늘 이 귀신들이 모인 것은 같이 고생하던 동료가 떠난 것을 축하하고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귀신들과 달리 총각과 처녀귀신들은 사이가 더 끈끈하다.
일반 귀신들은 서로 갈 길 가고 서로에게 터치를 안 한다. 하지만 처녀와 총각들은 다른 귀신들과 어울릴 수 없기에…….
처녀와 총각귀신이 나타나면 주변에 있던 귀신들이 데리고 다니면서 언니 형처럼 살피고 같이 지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한나와 조명희에게 이혜선은 친한 언니이기 전에 귀신 세상에 대한 스승이었고, 보호자였다.
귀신이 된 자신들을 살펴주고 위로해 주고 보호를 해 주던……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