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67
968화
다른 처녀귀신들이 자리에 앉자, 이지선이 김소희를 보았다.
“아가씨.”
이지선의 부름에 김소희가 처녀귀신들을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와 함께 하던 혜선이가 승천을 하였네.”
잠시 말이 없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보고 싶을 게야.”
김소희의 말에 조명희와 강한나가 작게 울기 시작했다.
“흑!”
“흑흑흑!”
그런 두 귀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던 김소희가 한숨을 쉬었다.
김소희는 여러 귀신과 사람을 먼저 보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경험이었다. 그저 아는 귀신이나 사람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 뿐이었다.
그렇기에 사람이나 귀신에게 정을 주지 않기도 했었다.
그래서 조명희와 강한나가 안쓰러웠다. 처녀귀신들에게 큰언니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니…… 지금 그 둘은 어머니와 같은 언니를 보낸 것이다.
죽음은 아니지만,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은 죽음과 같으니 말이다.
울고 있는 두 귀신을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 자네들도 어서 승천들 하시게. 저 위에 있는 혜선이 그 아이도 자네들을 보고 싶어 할 테니.”
“흑흑!”
자신의 말에 우는 두 귀신을 보며 김소희가 말없이 잔을 들었다. 그에 강진이 소주를 따서는 그녀의 잔에 따라주었다.
쪼르륵!
잔이 차자 김소희가 말했다.
“드시게나.”
김소희가 소주를 마시자, 다른 처녀귀신들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김소희의 잔에 다시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어떻게 가신 거예요?”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갈 날이 됐으니 간 것이 아니겠는가.”
김소희가 소주잔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쓰다듬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오늘은 날이 좋아서 가기는 편했을 것이야.”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한나와 조명희를 보았다. 두 귀신은 말없이 소주를 마시고 잔을 채우길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보면…… 남겨진 분들에게는 오늘이 또 다른 의미로의 장례식이겠구나.’
사람이 죽으면 사람들이 와서 조문을 하고, 귀신이 승천을 하면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서 추모를 하는 것이다.
이것도 장례식이라 한다면, 강한나와 조명희는 상주였다.
잠시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소주병을 들고는 그 둘에게 다가갔다. 강진이 다가오자, 두 귀신이 그를 보았다.
“처음에 세 분이 들어왔던 날이 생각이 나네요.”
강진이 웃으며 소주병을 들어 보이자, 강한나와 조명희가 잔을 들었다. 그에 강진이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기억나세요? 그때 혜선 씨가 로또 번호를 불러 주셨잖아요.”
강진의 말에 강한나가 피식 웃었다.
“기억나네요. 그때 오 등 당첨되셨잖아요.”
“맞아. 그때 큰언니도 놀라고 우리도 놀랐잖아.”
“그거 보고 우리는 큰언니가 정말 그런 신통력을 깨달았나 싶었다니까.”
두 여자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는 것을 보며 강진도 작게 웃고는 말했다.
“저도 혜선 씨가 무척 보고 싶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두 여자가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두 여자를 보며 강진이 뒤로 물러났다.
이혜선이 승천을 해서 좋지만…… 승천을 하면 다시 못 보니 그들은 기쁘면서 슬픈 것이다.
‘이렇게 말없이 가신 분들이 더 있겠지.’
이혜선이 승천했다는 것도 처녀귀신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처녀귀신들은 오면 오고, 가면 가는 것이니…… 안 오면 안 오는구나, 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가게 오던 분 중에도 안 보이는 분들이 꽤 있으시네.’
강진은 저승식당을 열었을 때부터 오던 손님 중 안 보이는 이들이 몇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분들도 승천을 하셔서 안 오시는 거면 좋겠네.’
저승식당보다 더 좋고 행복한 곳이 있어서 오지 않는 것이길 바라며 강진은 가게를 둘러보았다.
‘삼 년이라…….’
이제 곧 팔월이니 강진이 이 가게를 맡은 지 만으로 삼 년이 되고 있었다.
‘후……. 오 년만 버티자고 했는데 벌써 삼 년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하루하루 버티기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새로운 시간의 흐름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오 년이라는 시간이 끝나도 강진은 여전히 한끼식당을 운영할 것이었다. 이제는 이 직업이 좋아졌으니 말이다.
***
강진은 강원도의 경치 좋은 강가를 따라 푸드 트럭을 몰고 있었다.
“이야. 그림 같네.”
강가를 타고 펼쳐진 절벽, 그리고 물에 비친 절벽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토한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마치 무슨 그림 같다. 강진아, 저 물에 비친 절벽 좀 봐라. 장난 아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강원도 한두 번 오냐.”
“한두 번 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절경은 처음이지.”
배용수가 웃으며 수면에 비친 절벽을 보다가 말했다.
“우리가 강원도 갈 때는 말 그대로 심산유곡으로 가잖아.”
“할머니 마을?”
“그렇지. 거기는 산세가 너무 깊어서 산 빼고는 볼 것이 없는데 여기는…….”
배용수가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서는 절벽과 강가를 담았다.
“한 폭의 그림이다.”
정말 기분이 좋은 듯 자신이 만든 손가락 액자를 통해 풍경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드라마가 대단하기는 하다.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서 촬영을 하지?”
지금 강진과 배용수는 ‘꽃 피어나다’ 첫 촬영을 하는 곳에서 밥차를 하기 위해 가고 있었다. 첫 촬영지에 와서 맛있는 음식 좀 해 주라고 황민성에게 부탁을 받은 것이다.
“드라마 출연하고 찍는 분들만 드라마를 만드시는 것이 아니지. 사전에 촬영지 먼저 답사를 하고, 촬영장 소품들 준비하고…… 그런 사람들까지 모여서 드라마를 만드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우리처럼 음식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어야지. 안 먹고 드라마를 찍을 수 있나.”
“당연하지! 안 먹고 일을 할 수 있나.”
창밖을 보며 웃는 배용수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요즘 일이 많은 데다 서울에 귀신들을 만나러 갈 일이 많아서 야외로 자주 못 나왔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렇게 야외에 나오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주변을 보다가 말했다.
“이런 곳은 땅값이 비싸려나?”
“땅값?”
“전에 이야기했잖아. 그동안 모은 돈으로 땅 좀 사서 우리끼리 지낼 수 있는 저승식당 분점을 내고 싶다고 말이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절벽을 보다가 말했다.
“이런 곳에서 장사하면 일할 맛 나겠다.”
“그렇지?”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풍경을 보던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근데…… 여기는 말고 여기보다는 조금 덜 좋은 곳으로 하자.”
“왜? 이왕이면 경치 좋은 곳에 하는 것이 좋지 않아?”
저승식당 분점 느낌이라 사람 손님은 받지 않겠지만, 귀신 손님들도 좋은 경치를 보며 음식을 먹으면서 한잔하면 좋을 테니 말이다.
“여기는 너무 좋다.”
“그래서 좋잖아.”
“이런 풍경에 술집이 있다고 생각을 해 봐. 느낌 안 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절벽과 주위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환경 생각하는 거야?”
“우리가 장사하면서 쓰레기 버리거나 자연 훼손하지는 않겠지.”
“당연하지. 우리는 장사하면서 쓰레기를 주워서 올 사람들이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사람이 있으면 자연은 변하기 마련이야. 그 어떤 책에서 봤는데 동물은 숲에 들어가면 숲이 되고, 사람이 숲에 들어가면 길을 만든대.”
배용수는 절벽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곳은 그냥 이렇게 두고, 우리는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인적 없는 곳으로 하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이 그러면 그렇게 하자. 적당히 멋지고 예쁜 곳에서 우리만의 식당을 하자.”
배용수가 원하면 거절을 할 강진이 아니었다.
“저기인가 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차량들이 모여 있고 한쪽 강가에서는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왜군 복장을 한 배우들이 검은 무복을 입은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처음이 마지막이라…….”
“그리고 마지막이 시작이지.”
차들이 모여 있는 곳에 주차를 한 강진과 배용수가 차에서 내렸다.
“밥차시죠?”
스태프가 다가와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식사 지원 온 이강진입니다.”
“푸드 트럭은 저쪽 천막 있는 곳에 세우시면 됩니다. 저기서 식사할 거거든요.”
“잠깐 구경하고 이동해도 될까요?”
강진의 말에 스태프가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점심은 12시부터 시작할 거니 그에 늦지 않게 준비해 주세요.”
스태프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지금 10시니 조금 구경하다가 시작해도 넉넉했다.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스태프가 걸음을 옮기자 푸드 트럭 지붕에서 한끼식당 직원들이 하나둘 내려왔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은 촬영장 외곽으로 다가갔다.
챙챙챙!
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검은 무복을 입은 박신예가 빠르게 움직였다.
“화려하네.”
박신예의 액션 신에 강진이 중얼거리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멋지네.”
이야기를 나눌 때, 박혜원이 뛰어왔다.
“오빠!”
박혜원이 뛰어오는 것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박혜원은 박신예와 똑같은 복장을 한 상태였다.
그것도 몇 곳에 칼을 맞은 것처럼 찢어지고 피 묻은 옷을 말이다.
“혜원아.”
강진의 부름에 박혜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오늘 반찬 뭐예요?”
“고기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제육볶음하고 이런저런 밑반찬에 순대.”
“음! 맛있겠다.”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옷 멋지네.”
“의외로 한복도 선이 예쁘더라고요.”
박혜원이 웃으며 한 바퀴 돌아보더니 입맛을 다시며 옷을 보았다.
“근데 피 묻어서 좀 흉하죠?”
“신예 씨 입은 옷하고 똑같은 것 같은데?”
강진의 물음에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인 김소희가 적들과 마지막까지 싸우는 장면에서 저로 바뀌거든요. 어릴 때의 모습하고 겹쳐 보이는 연출 때문에 신예 언니 옷하고 똑같은 부위에 검상이 있고 피가 묻어 있어요.”
말을 하던 박혜원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래도 보송보송한데 이따가 촬영할 때에는 물도 좀 뿌려야 한대요.”
“물?”
“피하고 땀으로 옷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표현해야 하니까요.”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꽃 피어나다’ 첫 장면은 마지막과 시작이 섞여 있었다.
왜구와 최후의 결전을 펼치던 박신예가 자세를 잡으면 카메라가 그녀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데, 등에서 앞으로 화면이 돌아갈 때 박신예에서 박혜원으로 바뀐다.
그리고 박혜원이 기합을 지르는 것으로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 몰래 무술을 연습하던 말괄량이 아가씨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처럼 ‘꽃 피어나다’ 드라마는 원작의 마지막 장면이 첫 화에서 등장했다.
김소희의 꽃이 피어나고 지는 순간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는 황민성의 마음이 담긴 넣은 연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