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69
970화
김인아가 자신도 정우성에게 좋은 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TV는 사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김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좋은 걸로 샀어요.”
“그래요?”
“집에 기본은 TV죠.”
“집의 기본이 TV예요?”
강진의 물음에 김인아가 웃으며 말했다.
“TV 앞에 가족이 모이잖아요.”
“아…….”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근처엔 늘 TV가 있어요. TV 앞에 모여서 과일을 먹거나 이야기를 하는 그런 모습을 떠올려요.”
김인아가 웃으며 촬영이 진행되는 곳을 보았다.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 하나둘씩 흩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곧 식사 때라 촬영을 접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TV를 큰 걸로 샀어요. 지금은 우성이하고 둘이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뒷말을 흐리며 김인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김인아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잘 하셨네요.”
“어쨌든 사장님 덕이에요. 고마워요.”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덕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결국 김인아도 마음이 있으니 다시 합쳤을 것이었다. 강진은 그저 정우성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들어줬을 뿐이었다.
물론 정우성이 이미 쪽지에 주소를 적어 왔던 것을 보면 어떻게든 말을 했을 것 같지만 말이다.
“어쨌든 두 분 잘 되셔서 기분이 좋네요.”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스태프들이 하나둘씩 다가왔다.
“오셨어요?”
“네. 수고들 하시네요.”
스태프들은 김인아와 인사를 나누고는 식판을 집으며 말했다.
“지금 식사해도 되나요?”
“그럼요. 식사하세요.”
강진의 말에 스태프들이 식판에 음식들을 덜기 시작했다. 그 사이 주위를 둘러보던 강진은 천막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배우들과 감독을 발견했다.
“저분들은 식사 안 하세요?”
“안 하기는요. 첫 번째로 드시죠.”
김인아가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리키자, 강진이 그곳을 보았다.
식사를 받아 간 스태프들이 감독과 배우의 앞에 음식을 놓고 있었다.
“아…….”
“어디든 높은 사람은 직접 움직이는 일이 없죠.”
김인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황민성이 급히 다가왔다.
“아, 배고프다.”
입맛을 다시며 오 실장과 함께 음식을 보던 황민성이 웃었다.
“맛있겠다.”
황민성은 김인아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너는 밥 언제 먹어?”
“저야 배식하고 나서 먹죠.”
“그래? 그냥 두면 안 돼? 음식 다 깔아 놨잖아.”
“그래도 주인이 손님 음식 드시는 거 챙겨야죠. 그리고 음식 떨어지면 채우기도 해야 하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그럼 형도 배식 끝나면 먹어야겠다.”
“배고프시다면서요. 먼저 드세요.”
“아니야. 같이 먹자. 같이 먹어야 맛있지.”
황민성은 주위를 슥 둘러보고는 말을 덧붙였다.
“여기 경치가 좋아서 저기 바위 위에서 먹으면 경치가 반찬이 되겠어.”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았다.
“오 실장님은 먼저 드세요.”
“아닙니다. 저도 같이…….”
“아니에요. 먼저…….”
말을 하던 황민성이 멈칫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배고프셔도 조금 참았다가 같이 드세요. 배식 오래 안 걸릴 테니까요.”
원래는 먼저 드시라고 하려 했는데, 생각해 보니 여기 촬영장에 오 실장이 아는 사람은 자신과 강진뿐이었다.
그럼 밥을 혼자 먹어야 하는데……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 아무리 강진이가 만든 음식이라고 해도 말이다.
황민성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 바위에 가서 앉자, 오 실장이 그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 민성 형은 줄을 서서 먹을 것 같네요.”
“그러실 것 같네요.”
김인아가 웃으며 줄을 보았다.
“그럼 저도 밥 먹을 준비 해야겠네요.”
“사장님은 대신 받아다 줄 직원 없나 보네요?”
“저희는 코딱지처럼 작은 회사니까요.”
웃으며 답한 김인아가 줄을 서자 강진이 웃으며 식사를 받아 가는 스태프들을 보았다. 그들은 배가 고픈 듯 밥을 많이 푸고 반찬들도 많이 받아가고 있었다.
‘음식들을 넉넉히 가져오기를 잘 했네.’
조금 가져왔으면 부족할 뻔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갈치속젓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없었다.
‘갈치속젓 맛있는데…….’
선택을 받지 못하는 갈치속젓을 보니 괜히 미안했다. 정말 맛있는데 사람들이 선택을 안 해 주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스태프 한 명이 갈치속젓 앞에 서서는 수저를 들으려다가 내용물을 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슬며시 말했다.
“갈치속젓 맛있어요.”
“네?”
“생긴 건 조금 묘한데…… 정말 맛있어요. 제주도 가면 유명한 흑돼지구이 가게에서 나오잖아요. 한 번 저 믿고 떠서 쌈에 넣어 드셔 보세요.”
“아…… 알겠습니다.”
스태프는 갈치속젓을 한 숟가락 떠서 식판 한쪽에 덜었다. 물론 그걸 떠간다고 먹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흠…… 내 입에는 맛있던데. 하긴, 음식은 호불호가 확실하니까.’
늘 느끼는 거지만, 내 입에 맛있다고 남의 입에도 맛있을 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물론 강진 입장에서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나 하는 의아함이 들지만 말이다.
스태프들이 음식을 덜어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은 마지막으로 줄을 선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왜구 복장을 한 연기자들이었다.
그들이 마지막인 듯 더 이상 줄 서는 사람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왜구 복장을 한 연기자가 웃으며 인사를 하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한끼식당 사장님이시죠?”
“어? 저를 아세요?”
강진의 말에 연기자가 웃으며 차체를 가리켰다.
“여기 떡하니 쓰여 있잖습니까.”
“아…….”
푸드 트럭 옆에 한끼식당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에게요?”
강진이 의아해하며 연기자를 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저 신예 씨하고 같은 무술 학교 배우입니다.”
“아…….”
“신예 씨가 무술 학교에서 운동하면서 저희도 같이 먹으라고 도시락을 주문해 줘서 같이 먹었습니다.”
“저를 어떻게 아시나 했더니 그렇게 아시는군요.”
“그동안 사장님이 보내 주신 도시락 정말 잘 먹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라도 드리려고 이렇게 기다렸습니다.”
“아! 그래서 마지막에 배식 받으러 오신 거예요?”
“인사드린다고 줄 막고 있으면 사람들 불편하니까요.”
연기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저희가 더 고맙죠.”
“그럼 고맙다는 말은 신예 씨한테 해야겠네요. 저는 돈 받고 보내드린 거니까요.”
“하하하! 그건 그렇죠. 그래서 저희 밥 먹을 때마다 신예 씨한테 늘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연기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식사하세요. 이따가 또 몸 움직이시려면 소화되게 빨리 드셔야죠.”
“그래야죠.”
연기자가 식판을 들고는 음식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늘 도시락으로만 먹다가 이렇게 직접 음식을 보니 좋네요.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연기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것에 강진이 민망한 듯 코를 쓰다듬었다.
도시락은 박신예가 돈을 냈고, 푸드 트럭 음식은 황민성이 돈을 냈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해 오기는 했지만, 무료로 가져온 것은 아닌 것이다.
연기자들이 음식들을 식판에 담는 것을 보던 강진은 힐끗 연기자들 뒤를 보았다.
‘귀신 없는 곳은 진짜 없구나.’
왜구 무술 연기자들 뒤에는 귀신 한 명이 서 있었다.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귀신은 멍하니 사람들의 뒤에 서 있었다.
복장은 검은 정장 차림이었는데, 흔히 영화에서 보는 조폭 스타일이었다.
‘이분도 액션 연기자이신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귀신을 볼 때, 연기자들이 웃으며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연기자들이 한쪽 나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천막보다는 사방이 열리고 바람 부는 나무 밑이 밥 먹기는 좋을 것 같으니 그곳으로 가는 모양이었다.
강진이 그들을 볼 때, 황민성이 다가왔다.
“이제 먹어도 되는 거지?”
“배고프시죠?”
“많이.”
웃으며 답한 황민성이 식판을 집어서는 밥과 반찬을 뜨자, 강진도 푸드 트럭에서 내려왔다.
식사할 사람들은 다 음식을 퍼갔고, 양이 부족한 사람들은 와서 더 먹어도 될 정도로 음식은 충분하니 자신이 없어도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밥은 먹어야 하고 말이다.
강진도 식판에 음식을 담다가 슬쩍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갈치속젓을 듬뿍 식판에 담고 있었다.
“형 그거 좋아해요?”
“뭐? 갈치속젓?”
“네.”
“맛있잖아.”
황민성은 고추를 하나 집어서는 속젓에 찍어 입에 넣었다.
“고추 찍어 먹으면 맛있다.”
“고추를요?”
“왜, 안 찍어 먹어 봤어?”
“쌈에는 넣어 봤는데 고추는 안 찍어 봤네요.”
“맛있어.”
그러고는 황민성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도 고추와 채소들을 식판에 올리고는 그를 따라갔다. 그런 두 사람의 뒤를 오 실장이 따라올 때, 황민성이 살짝 강진에게 말했다.
“용수는?”
“저쪽 물가에 있어요.”
“같이 먹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배용수와 같이 먹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오 실장이 혼자 먹어야 했다.
“이해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은 한쪽에 있는 바위 그늘로 걸음을 옮겼다.
동그란 돌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황민성이 강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와서 고기나 구워 먹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황민성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생각을 해 보니 너 저승…… 아니, 한끼식당 분점 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옆에 오 실장이 있으니 말을 바꾼 것이다.
“했죠.”
“여기 어때?”
황민성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저쪽에 평평한 땅 있던데 거기다 하나 지을래?”
“왜요?”
“여기 좋잖아. 저기다 하나 지으면 별장처럼 쓸 수도 있을 것 같고. 상식이하고 돈 보태서 같이 지을까? 휴일에 모여서 고기도 먹고, 여름에는 물놀이도 하고 딱 좋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여기다 뭐 하나 지을까 했는데 용수가 싫대요.”
“용수가?”
“이런 곳은 이런 곳으로 두자네요. 사람이 오면 길이 생긴다나.”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황민성은 슬쩍 자신이 별장을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장소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수 말이 맞네. 이런 곳은 이런 곳으로 두는 것이 맞겠다. 저기에 별장 있다고 생각해 보니…… 이 절경 느낌이 사라지네.”
“그렇죠.”
“용수가 참 마음이 깊어.”
“좋은 사람이고, 좋은 친구죠.”
“좋은 동생이기도 하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오 실장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용수 씨가 여기를 온 적이 있나?’
강진과 황민성도 처음인 곳을 배용수가 어떻게 아나 싶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용수 씨 이제 나도 한 번 봐도 되지 않나?’
한끼식당에 다닌 지 삼 년인데 배용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