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87
988화
저승식당 사장이란 외로운 직업이라 생각을 할 때, 가게 문이 열렸다.
정복립이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흠칫해서는 급히 홀을 보았다.
다행히 홀에 있던 직원들은 다 주방에 들어가 있었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쉰 강진이 웃으며 정복립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웃으며 들어왔다.
“이렇게 부산에서 보니 더 반갑습니다.”
“저도 그러네요.”
인사를 나눈 강진은 윤복환을 소개했다.
“여기는 바다식당 윤복환 사장님이세요. 저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이죠.”
강진의 소개에 윤복환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윤복환입니다.”
“정복립입니다.”
정복립의 인사에 윤복환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부산유통 정 사장님 아닙니까?”
윤복환이 자신을 알아보자 정복립이 그를 보다가 손뼉을 쳤다.
“아! 바다식당 윤 사장님?”
“맞군요.”
자신이 맞게 봤다는 사실에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전에 은퇴하시고 서울 가시고 난 후에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사람 바쁘다 보니 잘 못 오게 되더군요. 근데 전에 장사하던 곳이 여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십 년 전쯤에 여기로 옮겼습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도시에서 장사하는 것이 버겁더군요.”
“이런, 이런…… 제가 장소가 바뀌어서 알아보지를 못했습니다. 허! 가게 이름도 그대로고 사장님도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그대로이기는요. 많이 늙었지요.”
“늙기는 저도 같이 늙었지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것 같아 강진이 물었다.
“두 분이서 어떻게 아세요?”
“예전에 우리 가게에 식자재를 대 주시던 분이 바로 정 사장님이셔.”
“아…….”
“제가 젊었을 땐 돈 되는 일은 안 해 본 것이 없습니다.”
젊었을 때 알고 지내던 윤복환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반가운 듯 웃던 정복립이 재차 입을 열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나이를 먹으니 아는 사람을 보면 건강부터 묻게 되는군요.”
“아주 좋습니다.”
윤복환이 웃으며 슬쩍 그의 뒤에 있는 정복남을 보았다. 그러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자, 정복남이 웃으며 고개를 마주 숙였다.
‘아…… 두 분도 아시겠구나.’
윤복환이 정복립을 안다면 그와 늘 함께 다니는 정복남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정복남의 옆에 익숙한 얼굴의 남자 귀신이 서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소윤의 인사에 강진이 웃으며 작게 눈짓으로 인사를 했다.
‘가족을 못 찾아서 많이 힘드시겠다.’
강진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소윤이 쓰게 웃었다.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아니, 꼭 찾을 겁니다.”
그러고는 소윤이 정복립을 보았다.
“복립이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립이를 믿습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복립에게 말했다.
“식사 시간이 늦어서 배고프시죠?”
“조금 고프기는 하군요.”
정복립의 말에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식사부터 하시지요. 이쪽으로 오세요.”
윤복환이 창가에 있는 자리를 가리키자, 정복립이 그곳에 가서 앉았다. 그런 정복립을 보던 윤복환이 두 귀신을 보고는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그에 두 귀신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에 앉자, 윤복환이 도마가 놓인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럼 식사 시작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윤복환이 따뜻한 물수건을 두 개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정복립이 강진에게 하나를 내밀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두 개씩 주더라고요.”
“두 개씩요?”
정복립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나는 손 닦고, 하나는 얼굴 닦으라고요.”
“얼굴 닦는 것도 따로 주십니까?”
정복립이 하는 말에 윤복환이 미소를 지었다.
“여성분들은 얼굴을 거의 안 닦지만 남성 손님들은 얼굴 많이 닦으니까요. 그리고 여름에는 얼굴에 기름도 많이 돌지 않습니까.”
윤복환의 말에 정복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얼굴에 살짝 기름기가 돌았다.
물수건으로 손을 닦은 정복립은 다른 물수건으로 얼굴도 마저 닦았다.
“아…… 좋네요.”
기분 좋은 얼굴로 따뜻한 물수건을 떼어내는 정복립에게 윤복환이 작은 쟁반을 내밀었다. 그에 정복립이 자신이 쓴 물수건을 그 위에 올렸다.
쟁반을 뒤로 뺀 윤복환이 도마 위에 작은 도자기 컵을 내려놓았다.
탓탓탓!
네 개의 잔을 차례대로 놓은 윤복환이 말했다.
“날씨가 더운 만큼 첫 음식은 시원한 오이냉국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음식을 네 개나?”
정복립의 말에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손님들을 네 명씩 받다 보니 음식을 이렇게 하는 것이 버릇이 돼서요. 더 드시고 싶으면 더 드세요.”
“그래도 안 먹으면…….”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먹지요. 아! 그리고 돈은 일 인분만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윤복환은 정복립 옆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드세요.’
윤복환의 입 모양을 읽은 귀신들이 냉국을 먹기 시작할 무렵, 정복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 사장님이 해 주시던 음식이 생각나네요. 그때 어묵 국수를 참 맛있게 먹었는데.”
“그러셨습니까?”
“그때 제가 유통 사장이라고 하지만 현장 일꾼과 다를 바가 있었겠습니까. 추운 날 사장님이 어묵탕에 국수 말아 주면…… 참 따뜻했습니다.”
정복립의 말에 정복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어묵 국수가 정말 맛이 있었지.”
정복남도 어묵 국수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지 미소를 짓는 것에 강진이 둘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처음에 복남 어르신이…….’
-저승식당입니까?
그는 강진의 가게에 왔을 때도 놀라지 않고 먼저 말을 걸었었다. 부산에서 저승식당에서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다면서 말이다.
그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보니 그 부산 식당이 이곳인 모양이었다.
하긴, 당연한 것이었다. 부산에 있는 저승식당은 여기 바다식당이 유일하니 말이다.
후루룩! 후루룩!
정복남이 오이냉국을 후루룩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도 그릇을 집었다.
찻잔보다는 조금 큰 도자기 그릇은 겉은 하얀색이고, 안은 시원한 파란색이었다. 그래서 들고 마시면 파란색이 눈에 들어와서 조금 더 시원한 느낌이었다.
시원한 오이냉국과 푸르른 색감을 함께 즐기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정복립이 강진을 보았다.
“부산에는 친구분 만나러 오신 겁니까?”
“네.”
“그렇군요.”
입맛을 다신 정복립은 그릇을 들어 냉국을 한 입 마시고는 도로 내려놓았다.
“단서를 찾기 힘드신가 보네요.”
“워낙 오래된 일이라…….”
정복립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소윤을 보았다. 그는 쓰게 웃으며 그릇을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 소윤의 모습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단서가 하나도 없는 건가요?”
말을 하는 강진의 시선은 정복립이 아니라 소윤을 향해 있었다. 그 시선에 정복남이 소윤을 보았다.
“대장님, 이 사장님이 질문을 한 건 대장님입니다.”
정복남의 말에 소윤이 강진을 보았다. 그러던 그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아! 나무가 하나 있습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나무?’
“저희 마을에 당산나무가 있었는데…… 제가 독립운동을 하던 당시에 집에 연락을 하거나 할 때 거기에 쪽지를 넣어 뒀습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정복립의 말에 강진이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리며 소윤을 보았다. 그 시선에 소윤이 다급히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소윤과 함께 화장실에 들어온 강진이 그를 보았다.
“당산나무 쪽지요?”
“순사들을 피해 도망을 치다가도 집이 생각이 나면 몰래 왔었습니다. 하지만 순사들이 집 주위를 감시할 수 있어서 차마 집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러셨겠죠.”
“그래서 약속을 한 것이 당산나무였습니다. 당산나무 밑동에 저와 아내만 아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두 분만 아셨던 것이 확실한가요?”
“그…….”
순간 당황한 듯 잠시 말이 없던 소윤이 말을 이었다.
“그때는 저와 아내만 알았습니다. 편지를 남겨서 한 번도 없어진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구멍에 흙을 덮어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소윤은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허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때 당산나무에 제가 파란 띠와 붉은 띠를 엮어서 묶어 두면 아내가 와서 종이를 꺼내 갔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소윤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제가 밤에 몰래 가서 아내가 남긴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만주를 가기 전까지요. 그러니…… 아내가 마을을 떠나기 전에 그곳에 편지를 남겼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히 남겼을 겁니다.”
소윤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아내분이 남긴 종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워낙 오래돼서 훼손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땅속에 묻어뒀다면 어지간하게 밀봉을 하지 않는 이상 썩어서 흙이 되어 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가야죠. 아마…… 아내는 저에게 남긴 것이 있을 겁니다.”
말을 하던 소윤이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꼭 돌아온다고 약속했으니까요.”
소윤은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돌아왔을 때 자기를 못 찾을까 봐…… 분명 남겨 놨을 겁니다.”
소윤은 돌연 자신의 뺨을 강하게 쳤다.
짝!
소리가 분명 나지 않았는데도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한 따귀였다.
“바보같이 몇 십 년이 지났다고 그걸 잊어 먹고 있었다니.”
그러고는 소윤이 강진을 보았다.
“저, 거기를 꼭 가야 합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셔야죠. 제가 가실 수 있게 해 드릴게요.”
그러고는 강진이 화장실 문을 보았다. 문제는…… 정복립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하느냐가 문제였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화장실을 나섰다.
강진이 돌아와 앉자, 윤복환이 웃으며 작은 접시에 회를 담아 올렸다.
“광어와 우럭, 그리고 참치입니다. 첫 점들은 소금을 톡톡 올려서 드셔 보시고, 그다음은 간장에 드셔 보십시오.”
정복립이 회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자, 윤복환이 소윤을 보았다.
“이야기 좀 해 보시죠.”
“딱히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윤복환은 소윤에게 말한 것이었지만, 대답한 것은 정복립이었다.
정복립의 말에 윤복환이 웃으며 소윤을 보았다. 그 시선에 소윤이 강진에게 한 이야기를 그대로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음식을 하던 윤복환이 입을 열었다.
“강진이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정복립이 보자, 윤복환이 말을 이었다.
“독립군이었다가 북한군이 된 한 남자의 유족을 찾으신다고요.”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도와주려고 하시는구나.’
어떻게 화제를 그쪽으로 가져가야 하나 싶었는데, 윤복환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다.
“제가 이야기 드렸습니다.”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복립의 말에 윤복환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 제가 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저희 가게에 오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손님이요?”
“그분도 월북을 한 남편이 있다고 하더군요.”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말을 이렇게 지어내신다고?’
자신도 거짓말을 잘하는 편이기는 한데…… 지금 윤복환은 목소리에 감정까지 실어서 정말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을 알고 있는 강진조차 지금 윤복환이 하는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내가 몰랐으면 정말 있었던 일을 말씀하시는 줄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