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0
9화
마네킹에 걸쳐진 코트의 자태는 평소 패션에 관심도 없는 강신조차 넋을 잃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무릎까지 내려오고 조금 얇아 보이는 롱코트의 형태였지만, 코트를 이루고 있는 검은 섬유가 주변의 빛을 모조리 삼키는 듯한 짙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바쁨을 핑계로 다른 인원들에게 장비 제작의 노하우를 알려 준 이후, 권영식은 장비 제작에서 손을 뗐다.
그가 만드는 장비는 품질이 좋아 인기가 많았고, 모두 그가 손수 만든 장비를 갖고 싶어 했다.
권영식은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장비를 제작해 줄 뿐, 그 외의 요청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럴수록 그가 만든 장비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런 그가 장비 개발 부서가 아닌 소재 개발 부서에서 현장 장비를 만드는 모습은 다른 연구원들이 보기에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연구실 안으로 들어온 강신이 온통 코트에 시선이 빼앗겨 있는데, 어느샌가 권영식이 어깨를 토닥이며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들려고 하니, 힘들어 죽겠군. 때마침 장비가 완성된 참인데, 잘 왔네.”
권영식이 쓰고 있는 고글을 당겨서 이마에 고정하자,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드러났다.
“저 코트가 현장에서 입는 장비라는 건가요?”
현장에서 쓰는 장비라고 했기에 두꺼운 방탄복, 혹은 방검복을 생각했던 강신이었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엔 너무나 얇아 보이는 코트뿐이었다.
저 코트가 과연 현장에서 제대로 자신의 몸을 보호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게 현장에서 입는 장비라는 걸 믿지 못하는 표정이군.”
“아, 그게……. 코트가 조금 얇아 보여서요.”
“자네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첩보 영화에서 나오는 스파이들이 입는 방탄 옷 같은 것보다 훨씬 튼튼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자네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코트의 디자인이 자네 마음에 드냐는 것이지.”
“옷을 잘 입는 편은 아니라서 남들이 봤을 때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거면 충분하네. 그럼, 마지막으로 사이즈를 확인해 봐야 하니 한번 입어 보겠나?”
권영식이 마네킹에 입혀 있는 코트를 벗기고 강신에게 넘겨주자, 강신은 귀신에게 홀린 사람처럼 코트를 걸치기 시작했다.
코트로 손을 밀어 넣자, 손끝에 느껴지는 코트의 감촉은 실크와 촉감이 비슷했지만, 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맞춤 제작된 코트는 강신의 몸에 착 달라붙었다.
강신은 두 명의 연구원들이 가져온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옷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인상까지 달라 보였다.
“옷이 날개군. 아주 잘 어울려.”
“저도 마음에 꼭 드네요. 감사합니다.”
“착용 소감은 어떤가? 움직이는 데 불편한 곳은 없고?”
“네, 움직이는 것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장비를 입으면 노출된 손과 발, 머리 부분은 어떻게 보호하나요?”
“그건, 코트 내부에 숨겨진 기능이 따로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이렇게 얇은데 또 다른 기능이 숨겨져 있다고요?”
“급하게 만들어서 영구적으로 작용하는 기능을 넣지는 못했지만, 그걸로 충분할걸세. 지금 적용된 보호 기능이면 척 부장이 자네를 돕기 위해 오는 시간까지 버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테니.”
장비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났다.
강신의 표정은 만족스러웠고 그 모습을 본 권영식 또한 흡족해 보였다.
권영식이 밤새 장비를 만들면서 굳어 있었던 몸을 스트레칭하자, 굳어 있던 뼈들이 비명을 질렀다.
우드득.
온몸이 시원해지는 소리가 강신의 귀에 들렸다.
“으하…. 이제 좀 살겠군. 이번에 출동하게 될 현장은 위험도가 낮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항상 신경 쓰게나.”
“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나는 이만 좀 쉬어야겠군. 오랜만에 장비를 만들어서인지 조금 힘들구먼……. 자네도 출동 전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을 테니. 그 장비를 가지고 개인 큐브에서 가서 좀 더 쉬게나. 현장에 나갈 시간이 되면 정신이 없을 거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들어 주신 장비는 소중하게 다루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강신의 감사 인사에 괜히 무안해진 권영식은 연구실에 구비된 소파에 그대로 드러누운 뒤, 강신에게 빨리 가라는 듯 손을 휙휙 하고 내저었다.
강신은 소파에 누운 권영식에게 고개를 숙인 후, 건네받은 코트를 소중히 품고 기분 좋게 자신의 큐브로 돌아갔다.
소재 개발 연구실에 있던 다른 연구원들도 자신들이 맡은 일들을 끝내고 하나둘 연구실을 떠났다.
어느새 연구실에는 소파에서 선잠을 자고 있는 권영식만이 남게 되었다.
철컥.
권영식 혼자 남아 있는 연구실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자, 선잠을 자고 있던 권영식이 자신의 꿀잠을 방해한 불청객을 실눈을 뜨고 바라봤다.
160cm 키의 단발머리, 둥그런 테 안경을 끼고 있는 귀엽게 생긴 여성이었다.
그녀가 입은 연구복이 그녀가 이곳 소속의 연구원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이수진 선임도 일이 끝났으면 오늘은 일찍 퇴근하게나.”
“……강 선임에게는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 않을 건가요?”
“무엇을 말인가?”
“오늘 만들어 주신 장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서요.”
“굳이 받는 데 부담스러울 이야기는 할 필요 없지.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만든 장비밖에 주지 못했는데, 생색낼 생각도 없네.
나중에 더 좋은 장비로 바꿔 줘야지.”
“흐음, 팰로우님 생각이 그러시다면야……. 잘 알겠습니다.”
U.M.A.를 상대하는 현장팀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는 어떤 소재가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갖추고 있었고, 그에 따라 등급을 나누었다.
장비를 만드는 사람이 과학자이기 때문일까? 이들은 장비의 성능을 수치화시켰다.
외부의 위험 요인을 차단해 주는 힘이라고 하여 차단력으로 불리는 수치가 있었다.
성신 그룹의 현장 요원들이 입는 기본적인 현장 장비들은 평균적으로 50의 차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치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차단력 50인 장비는 5.56mm의 탄을 막을 정도로 튼튼했고, 소방관들이 불길에 뛰어들 때 입는 방호복 정도의 차단 능력까지 겸비되어 있었다.
아라미드로 만드는 방탄복의 약 1.5배 정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권영식이 장비 개발 부서가 아닌 이곳, 소재 개발 부서에서 장비를 만든 이유가 있었다.
일반적인 소재로는 50 이상의 차단력을 가진 장비를 만들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권영식은 소재 개발 연구실에서 연구 중인 특별한 소재로 장비를 제작했다.
강신이 진정시킨 청동 돼지가 배설한 물질 중, 특성에 대한 분석은 끝났지만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금속이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사용하지 못하는 금속이었지만, 연구를 총괄하는 권영식이었기에 사용이 가능한 소재였다.
부피에 비해 가벼우며 모든 내성을 가진 금속으로 보호 장비를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제작에 꽤 애로 사항이 있었으니.
소재의 내성이 좋다는 것은 가공하는 일에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었다.
높은 온도를 가해, 가장 온도가 높다는 하얀 불꽃을 만들어도 금속은 잘 녹지 않았다.
오랜 시간 가열 끝에 아주 조금씩 조심해서 만들어 낸 금속 실에 특별한 처리를 해서 코트를 만들었다.
강신은 잘 모르겠지만 보호 장비를 만드는 것을 도왔던 이수진 선임은 그 일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새액, 새액….”
권영식은 밤새 장비를 만드느라 피곤했는지,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진 듯 보였다.
이수진은 그런 그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준비한 담요를 그에게 조심스럽게 덮어 주었고, 전등을 모두 끈 뒤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손에는 권영식이 부탁했었던 실험의 결과가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그 종이에는 강신이 가지고 간 코트에 대한 여러 수치가 적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붉은색으로 강조된 부분이 있었다.
「차단력 수치 150.」
‘강 선임은 알까? 자신이 들고 간 장비가 이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장비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차단력이 높다는 걸…….’
그녀가 연구실을 나가자, 혼자 남은 연구실에는 권영식의 규칙적인 숨소리만 들려왔다.
‘편히 주무세요. 팰로우님.’
* * *
지급받은 장비가 마음에 들었던 강신은 큐브 내부의 벽면을 거울 기능으로 바꾸고 몸을 돌리며 코트를 살펴봤다.
다행히 오늘 출근할 때, 입고 온 옷이 코트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옷이라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부드러운 감촉, 정말 좋네. 비단처럼 매끈매끈한 게 정말로 신기해. 보이는 것은 거칠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런 감촉이 날 수가 있는 거지.”
“조금 특수한 금속을 사용해서 그런 겁니다.”
강신은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임 상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화들짝 놀랐다.
“어, 언제부터 계셨습니까?”
“조금 전에 들어왔습니다. 그건 그렇고 장비가 정말 이쁘게 잘 만들어졌군요. 코트라……. 흔하지 않은데 차단력은 팰로우님이 만드셨다면 믿을 만할 테니……. 모처럼 제대로 된 장비가 하나 나온 것 같군요.”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강 선임도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요. 그럼 장비도 지급받았겠다. 출동하기 전, 현장에서 함께할 요원들과 안면을 익히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런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가야죠.”
“그럼, 출동 전까지 그쪽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하죠. 이쪽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그쪽에서 출발하는 편이 훨씬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미 만나 본 사람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을 겁니다만.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긴 해도 좋은 사람들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바로 가 볼까요?”
따로 준비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강신은 코트만 챙겼다.
임 상무를 따라 보안 요원들과 현장 요원들이 대기하는 대기실이자, 그들의 휴식 공간인 24층으로 이동했다.
24층에 도착하자 강신을 덮친 것은 차가운 한기였다.
“으…….”
겨울임에도 따뜻했던 다른 층들과는 기온이 달랐다.
추위에 몸을 떠는 강신과는 다르게 임 상무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에 도착해서 알 수 있었다.
“후욱, 후욱…….”
“한 개, 한 개만 더!!”
“흐아아아압!!”
26층에 훈련실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신은 이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요원들의 모습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지, 층을 잘못 온 건가?’
남녀 구분할 것 없이 편한 복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꿈틀대는 근육들은 강신을 주눅 들게 했다.
“아니, 도대체 훈련뿐만 아니라 운동도 필요하다고 해서 26층에 헬스장까지 새로 만들어 줬는데, 어째서 대기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겁니까?!”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닌지, 그간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적 없었던 임 상무가 일그러진 얼굴로 운동을 하고 있는 근육 돼지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화를 내는 임 상무가 익숙한 것인지, 임 상무의 모습을 보고 오히려 웃으면서 살갑게 대했다.
“오, 임 상무님 오셨네요!”
“안녕하십니까! 임 상무님!”
그들 중 어깨에 무거운 바벨을 얹어 스쿼트를 하고 있던 사람이 바벨을 바닥에 내려놓고,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임 상무에게 다가왔다.
“상무님 오셨습니까?”
“태연하게 인사하지 마시죠. 제가 대기실에서 이 꼴로 운동하는 것이 보기 싫어서 26층에 따로 운동할 공간까지 만들어 드렸는데. 왜! 어째서! 매번 이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겁니까? 여긴 대기실입니다. 30층이나 되는 이 비밀 연구소에서 특수한 개체가 있는 큐브를 제외하곤, 이 한겨울에 에어컨을 켜는 곳은 이곳밖에 없습니다!”
24층에 들어올 때는 한기가 들었지만, 사람들이 운동하는 대기실에는 사람들의 열기 때문인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허허, 상무님 일단 진정하시죠. 간단하게 마실 거라도 가지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운동을 하지 않는 분이시니, 프로틴은 조금 그렇고……. 몸에 좋은 아미노산을 타서 가지고 오지요.”
선심을 쓰는 듯 말했지만, 프로틴이 아까워 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 건 강신만의 착각은 아닌 듯했다.
그 남자의 말을 들은 임 상무의 이마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핏줄이 섰다.
“아미노산도 필요 없습니다. 아니, 이곳에서 운동할 거면 왜 헬스장을 따로 만들어 달라고 한 겁니까?”
“흠흠, 아미노산이 참 몸에 좋은 건데…….”
남성은 임 상무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아미노산을 거절한 것이 섭섭한 것인지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었다.
“딴소리 그만하고 대답하세요. 이용진 과장!”
“아니, 그야 만들어 주신 헬스장도 아주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운동하는 애들은 출동 대기 중이라서 헬스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고요…. 대기하는 동안 생기는 근 손실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볍게 워밍업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몸을 풀어 주어야 현장에 나가서도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단지 근 손실을 막고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한 운동치고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운동들은 상당히 강도가 높아 보였다.
이용진 과장의 핑계를 듣고, 임 상무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는 것은 당연했다.
강신은 둘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임 상무님이 저런 표정도 짓는구나. 저 사람과 연관되면 굉장히 피곤할 것 같은데……. 엮이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그걸 말이라고…….”
“아이고, 상무님 좀 진정하세요. 같이 오신 분이 있으신 것 같은데, 먼저 소개부터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용진이 임 상무의 잔소리가 쏟아지기 전 옆에 있는 강신을 걸고넘어지자, 결국 임 상무는 화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강신은 임 상무가 다시 폭발하기 전에 서둘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강신이라고 합니다.”
“아! 그 유명한 분?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보다……. 으음.”
이미 회사 내부에 강신의 이야기가 퍼질 대로 퍼진 터라 그를 알아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용진은 코트를 들고 서 있는 강신의 몸을 품평하듯 훑어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아무래도 운동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네, 기본적으로 몸 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몸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라……. 그렇지만 앞으로 계속 저희와 현장에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네. 그렇죠.”
“안 되겠군요. 내일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26층으로 오십시오.”
이용진의 갑작스러운 말에 강신이 되물었다.
“24층이 아니라 26층이요?”
“네, 제대로 된 운동 기구들이 있는 곳이 26층이니까요.”
“전 현장팀도, 보안팀도 아닌데 26층을 이용할 수 있나요?”
“부서는 상관없습니다. 이런 몸으로 현장으로 향한다니……. 현장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저희와 함께 몸도 만들고, 팀워크도 맞추기 위해서는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아, 알겠습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이용진 과장으로 불린 남성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꿈틀대며 자신을 압박하는 근육들 때문에 강신은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현장에 나갈 때 혼자 겉도는 것보다 함께 운동을 같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신은 몸이 조금 힘들겠지만, 이 정도는 감내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대답을 후회하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분이군요. 연구원분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오늘 현장 출동 전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었죠?”
“그렇긴 합니다만, 갑자기 그건 왜…….”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으셨다니, 내일부터 갑작스럽게 운동하는 것보다 오늘 간단하게 몸을 푼다는 개념으로 이곳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이라도 하시죠.”
“네?”
“척 부장님! 잠시 이쪽으로 와 보세요!”
당황한 강신이 되묻는 말에도 전혀 대답하지 않고, 이용진은 이곳에서 조금 동떨어진 곳에서 혼자 운동을 하고 있는 거구, 척준신을 호출했다.
덩치가 큰 현장 요원들이 있는 이곳에서도 척준신의 덩치는 거대했다.
평소의 정장과 다르게 언더아X 사의 운동복을 입은 척준신이 강신에게 다가왔다.
“잠시만요. 지금부터요?”
“자자, 걱정하지 말고 간단한 스트레칭이니까. 척 부장님도 그리 힘들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과장님, 그럼 이리로 오시죠. 강 선임.”
뒷걸음질 치던 강신을 도망가지 못하게 솥뚜껑 같은 손으로 잡은 척준신이 그대로 강신을 끌고, 운동하던 곳으로 데리고 갔다.
“잠깐만요! 임 상무님?”
점점 멀어지는 임 상무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임 상무는 고개를 흔들 뿐, 강신을 도와주지 않았다.
초심자의 등장에 운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마저, 눈을 빛내며 강신에게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