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00
99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처음 보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강신을 한번에 알아본 듯했다.
“누구세요?”
“이런 급하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군…. 나는 백소은의 할아버지인 백운학일세.”
강신이 운동하는 훈련층으로 찾아온 걸 보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백소은의 할아버지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은이의 할아버지시면…. 회사 1대 관상가라고 들었는데, 맞으시죠?”
“맞네. 내가 그 관상가일세.”
백운학은 성신 그룹의 회장 옆에서 사람의 관상을 보던 유명한 관상가였다.
“그런데 왜 저를…. 아니, 혹시 소은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아무런 접점이 없는 유명한 사람이 자신을 찾아올 일은 없었으니, 그가 도움을 요청할 건 백소은과 관련된 일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강신의 생각이 맞는지, 백운학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소은과 김만복은 비밀 연구소 내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동생 같은 아이들이었고, 강신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이야기하긴 그렇고, 우선 제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하시죠.”
“그렇게 하지.”
강신은 하던 운동을 멈추고 백운학을 자신의 사무실이자, 연구실인 개인 큐브로 안내했다.
백운학은 강신이 30층으로 자신을 데리고 가자,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강신의 개인 큐브 내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회사에서 개인에게 큐브를 지급하다니…….”
백운학의 반응은 강신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보였다.
강신은 손님 맞이용으로 준비해둔 둥굴레차를 끓여, 백운학을 대접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이제 이야기를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강신이 묻자, 백운학은 다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군. 나는 소은이의 할아버지이자, 이곳에서는 관상가로 불리는 백운학이라고 하네.”
백운학은 H들이 모인 곳에서 자주 거론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동경과 존경을 받는데 이유가 있겠지만, 강신은 이상하게도 처음 백소은을 봤을 때만큼 백운학에게서 특별함을 느끼진 못했다.
백운학은 백소은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고, 성신에서 제공한 작은 산에서 살고 있었다.
수련이라는 명목이었지만, 거의 은퇴나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련을 명목으로 했기에 백소은도 백운학이 살고 있는 집으로 수련을 가장한 휴가를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소은이 ‘웃으며’ 심각한 말을 꺼냈다고 한다.
“할아버지. 요기 산에 있는 용맥(龍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강신이 갑자기 백운학의 말을 끊고 질문을 던졌다.
“잠깐만요…. 소은이가 어느 날 갑자기 용맥에 이상이 있다는 걸 파악했다는 거죠?”
“그렇네.”
“그럼, 어째서 관상가님은 모르시고 계셨던 거죠?”
오라를 보는 백소은이 용맥에 이상을 느낀 건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계속 지냈을 백운학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백운학은 오히려 강신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응?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네? 소은이가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 관상가님이 모르시는 거죠?”
서로의 대화가 살짝 엇나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든 건 강신뿐만 아니었나 보다.
“자네 설마 소은이가 오라라고 불리는 기운을 볼 수 있는 게 내가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었습니까?”
“소은이가 이야기하지 않은 건가…. 원래라면 본인이 직접 이야기해야 하는 게 맞지만,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 우선 자네의 착각부터 수정해주어야겠군.”
백운학은 강신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말을 이어갔다.
“나는 관상가로서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을 읽는 법을 공부한 사람일세. 소은이처럼 남들이 풍기는 기운 같은 건 보지 못하네.“
“네? 그럼 소은이는…….”
“뭐, 그 아이가 사람들에게 나한테 배웠다는 소리를 하지만, 그건 소은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선천적인 재능일세.”
어째서 소은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배웠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강신은 자신의 착각을 인정해야 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 아마 다른 것도 모르겠군.”
“뭐가 또 있나요?”
“소은이가 관상을 봐준다고 하면서 하는 말들은 믿지 말게나. 내가 관상학을 알려주긴 했지만, 소은이는 사람의 관상을 보는 것에 재능이 끔찍하게도 없네.”
“그게 무슨…. 그럼 어째서 소은이는 관상가라고 불리는 거죠?”
“별다른 의미는 없네. 그냥 내가 쓰던 이름을 잇고 싶다는 이유였지.”
할아버지를 끔찍이도 좋아하는 백소은의 입장에서 할아버지의 흔적이 남은 관상가라는 명칭은 애착의 증거였다.
사실 회사에서 다른 이름을 정해주려고 했지만, 백소은은 관상가가 아니면 싫다는 아이 같은 투정을 부렸다.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관상가라고 불러야 했다.
“그랬군요. 그럼 용맥이 문제가 생겨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그게 아닐세. 사실 용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네.”
백소은은 용맥의 이상함을 느끼고 백운학에게 알렸다.
허나 사람의 관상만 보고 살아온 그는 용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고, 크게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서 백운학은 한동안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했다.
정확히 용맥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자신이 뭔가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용맥의 기운을 보는 백소은은 달랐다.
그 아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용맥이 이상해진 이유를 찾기 위해 산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틀 전에 소은이가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사라졌네. 편지에서 자네를 찾아가라고 해서 초면에 염치 불구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왔네.”
“그러셨군요. 그럼 제가 소은이가 남긴 편지를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여기 있네.”
백운학은 품속에서 곱게 접어 간직한 A4 용지 크기의 편지를 꺼내 강신에게 보여주었다.
-할아버지! 용맥이 어째서 이상해졌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어요.
증거를 찾기 위해서 움직이려고 해요.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 편지를 남겨요.
만약 제가 편지를 남기고 이틀이 지나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편지를 들고 회사로 가서 강신이라는 아저씨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편지의 내용은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A4 용지의 5분의 1 정도밖에 채우지 않을 정도로 짧고 간결했다.
“흐음….”
강신은 짧은 편지를 읽고 이상함을 느꼈다.
굳이 이렇게 종이가 큰데, 위쪽에만 작은 글씨로 편지를 적었다는 점과 편지를 들고 가라는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강신은 편지지를 들어 자세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공백으로 남겨진 공간에 눌린 자국이 얼핏 보였다.
“특별한 용액을 써서, 추가로 내용을 남긴 건가.”
강신이 단번에 백소은이 남긴 글을 찾아내자, 백운학이 화들짝 놀랐다.
“정말인가? 어서 확인해보지!”
백운학은 강신을 재촉했지만, 오히려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액체를 썼는지 먼저 확인해야 해서요. 제가 최대한 빠르게 확인해보고 알려드릴 테니, 이곳에서 잠시만 쉬고 계시겠습니까?”
특수 용액은 종류가 많았다.
그중에 열을 가하거나 물에 적시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나, 적외선으로만 확인 가능한 용액들은 이미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그렇겠군. 그럼 자네 말대로 나는 방해하지 않도록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백운학은 하나뿐인 손녀가 크게 걱정되는지 계속 불안해 보였다.
강신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최대한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마세요. 똑똑한 아이니까, 크게 위험할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네.”
백운학이 강신의 말을 듣고, 조금 안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신은 그에게 받은 편지를 들고, 회의실 하나를 예약해 울프팀을 소집했다.
갑작스러운 소집이었지만, 울프팀은 언제나 그랬듯이 금방 회의실로 모여주었다.
“갑자기 소집이라니 무슨 일이 생겼나?”
요즘 들어 강신의 걱정이 많은 권영식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소은이에게 문제가 생겨 소집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백소은을 친동생처럼 대하고 있었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자세히 설명해 보게.”
강신은 그들에게 백운학이 들었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이게 소은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입니다.”
“음…. 이거 감춰진 내용이 있군.”
“특수한 용액을 썼나 보네요.”
“아무래도, 강선임님에게 따로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나 봅니다.”
강신이 편지를 꺼내 일행들 앞에 내려놓자, 거기에 모인 모든 울프팀은 편지의 이상함을 바로 깨달았다.
“팰로우님, 이거 바로 분석 가능하겠죠?”
“물론이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강신에게 사실 여기에 발린 특수한 용액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은 최첨단 기술이 즐비한 성신 그룹의 비밀 연구소였다.
가열하거나, 물에 넣거나, 자외선을 투과해보는 건 밖에서나 하는 행동이다.
“종이가 눌린 부분만 분석해도 용액에 상관없이 편지의 숨겨진 내용이 바로 나올 테지.”
권영식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수진 선임이 회의실로 작은 스캐너 형태의 장비를 들고 왔다.
백소은의 편지를 그곳에 집어넣자, 백소은이 숨기려 했던 내용이 바로 드러났다.
이렇게 간단한 일임에도 강신이 백운학에게는 시간이 걸릴 것처럼 이야기한 이유가 있었다.
백소은이 이어질 편지의 내용을 자신의 할아버지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 한번 보죠.”
강신은 바로 드러난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아저씨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찾아낼 것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편지에는 할아버지가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적어놨지만 상당히 큰 문제가 생겼어요.
용맥의 기운을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용맥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보려고 해요.
사실 당장 위험한 건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이렇게 편지를 남겨요.
편지를 보셨으면 알겠지만, 할아버지에게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틀 뒤에 아저씨를 찾아가라고 이야기를 해놓았어요.
아마 이틀 뒤까지 제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니까요.
제 상황을 회사에 알려달라는 부탁을 드리려고 이 편지를 남긴 것도 있지만, 할아버지를 대피시키기 위한 게 더 컸어요.
만약 이 편지를 보시면 제가 어떻게 되어도 할아버지를 회사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잡아주세요.
ps. 혹시 여유가 된다면 저를 구해주시면 더 좋겠어요.
백소은의 편지는 여기까지였다.
편지의 내용은 역시나 강신이 예상한 대로 백운학에 대한 걱정이 잔뜩 묻어있었다.
만약 감춰진 내용까지 백운학이 알게 됐다면, 소은이의 할아버지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회사에 연락을 넣고, 바로 손녀를 찾기 위해 움직였을 확률이 높다.
“이런 소은이가 위험하겠는데요….”
강신은 용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단체가 평범한 곳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H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정보는 U.M.A와 관련된 단체들에 퍼져 있었다.
특출나면 당연히 알려지기 마련이었으니까.
강신 또한 자세하게까지는 아니어도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게 분명했다.
갑자기 강신이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U.M.A뿐만 아니라, H들 또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진 재능이 특별하다면 그 위험이 더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이 없는 백소은 같은 사람들은 아주 노리기 좋은 상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