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05
104화
감시자들을 제압하는 일이 끝나고, 강신과 팀원들은 그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포박했다.
강신을 공격했던 일꾼들을 제외한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는 일꾼들 또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감시자와 떨어진 곳에 포박시켜놓았다.
“모두 끝났습니다.”
지하 공동의 상황은 대부분 정리되었지만, 강신에겐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강신은 포박된 감시자 한 명을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 심문을 시작했다.
“저 검은 액체는 도대체 뭡니까?”
용맥에 직접 닿기 전까지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검은 액체.
그 검은 액체가 강신의 보호 장비에 조금 튀었을 때, 장비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성질과 특성은 물론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출처는 어디인지까지 궁금했다.
하지만 감시자는 순순히 강신의 질문에 대답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낄낄, 인분으로 만든 비료지.”
“……대답할 생각이 없나 보네요.”
성질과 특성은 어차피 샘플을 연구소로 보내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다.
“조금 강압적으로 심문하는 건 어떤가?”
옆에서 감시자의 개소리를 듣고 있던 척준신이 그를 위협하기 위해, 허리춤에 달린 검집에서 검을 살짝 꺼냈다.
스릉~
듣기만 해도 살벌한 소리가 울리자, 감시자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어댔다.
하지만 강신이 그런 척준신을 말렸다.
“됐습니다. 어차피 대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저걸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봤으니 직접 확인하면 될 일이죠.”
“그것도 그렇군.”
그 이후로도 강신은 몇 명의 감시자들을 따로 끌고 와, 심문을 진행했다.
질문은 대부분 검은 액체에 관한 것이었지만, 강신의 태도는 그들이 어떤 대답을 해도 상관없어 보였다.
다섯 번째 감시자를 돌려보내자, 척준신이 강신에게 물었다.
“굳이 번거롭게 저들을 이곳까지 데리고 와서 심문하는 이유가 있나?”
“반응을 보고 싶었거든요.”
“반응?”
“네.”
강신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한다면 좋겠지만,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걸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신이 감시자를 심문한 이유는 백소은 때문이었다.
검은 액체와 관련된 내용을 물었지만, 그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강신을 도발하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도발 중에 백소은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고, 백소은이 이곳에서 없을 확률이 높았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더 이상의 심문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건지, 강신은 흩어져서 각 통로를 경계 중인 요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공동을 지킬 인원을 추리고, 검은 액체를 운반했던 통로로 이동할 요원들을 구분했다.
그때, 갑자기 검은 액체를 운반했던 통로 쪽에서 감시자들과 복장은 비슷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이 나타났다.
키는 170cm 초반에 샤기컷, 오른쪽 귀에는 작은 피어싱이 있는 말끔하게 잘생긴 미청년이었다.
그는 현재 공동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욕설부터 내뱉었다.
“아이씨! 너희 통신 대기 제대로 안 할래? 노예들이 안 내려오잖아!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뭐야? 이거 무슨 상황이야?”
자신이 화를 내도 아무런 대꾸가 없자, 사내는 공동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제서야 포박된 자신의 부하들과 정장을 입은 강신과 현장 요원들을 발견했다.
“……씨X”
일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한 그 사내는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돌려 도망쳤다.
“잡아!!”
척준신이 다급하게 외치자, 강신과 요원들이 달아난 사내를 잡기 위해 커다란 통로로 일제히 뛰어갔다.
도망친 사내는 재빨랐다.
강신과 척준신, 그리고 세 명의 요원들이 그 뒤를 바로 쫓았다.
허나 도망치고 있는 사내는 점점 멀어지기만 할 뿐 붙잡을 수가 없었다.
지형이 험했으면 지형 탓이라도 하겠지만, 리어카가 이동하기 쉽도록 길이 잘 닦여 있었다.
“초코야, 잡아!”
-멍!
강신이 초코를 부르자, 강신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 사내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초코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때,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야! 도와줘!!”
“쯧쯧…. 한심하긴 재능이 하찮으면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지.”
사내가 구조 요청을 하자, 어디선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신과 일행들은 살짝 동요한 눈치였다.
통로에서 목소리가 울려 어디서 들리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신과 일행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강신은 사내를 놓칠 생각이 없었고, 계속 그를 뒤쫓았다.
척준신은 그런 강신이 걱정돼 그대로 강신을 따라갔다.
하지만 다른 요원들은 목소리의 주인을 경계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과연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옳았을까.
전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낯선 목소리를 듣고 바로 경계태세를 갖춘 요원들의 행동이 옳았다.
강신도 충분히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초코의 공격을 피하는 사내의 모습을 보고, 왠지 이곳에서 저 사내를 놓치면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을 강하게 받았다.
“초코야, 다시!”
-그르르…. 월!
사내가 얄밉게 자신의 공격을 피해서 화가 난 것일까.
초코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사내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것도 가볍게 피해 버린 사내는 초코를 약 올리는 것처럼 약한 소리를 내뱉었다.
“으아악! 빨리!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줘! 이러다가 정말 잡힌다고!”
“하아…. 정말이지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영감님만 아니었으면 잡히든 말든 신경도 안 썼을 텐데….”
여자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강신과 척준신, 그리고 멈춰 섰던 다른 요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직. 우지직….
척준신이 가장 먼저 소리의 출처를 확인하고, 다른 일행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통로가 무너진다!! 모두 피해!!”
통로를 지탱하고 있던 기둥들이 불길한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있었다.
멈춰 선 요원들은 피하기 쉬웠지만, 강신과 척준신은 꽤나 아슬아슬한 범위에 걸쳐 있었다.
콰직!
첫 번째 기둥이 부서지자, 연쇄 반응이 일어난 것처럼 강신과 현장 요원들 사이의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성신 그룹에서 지급한 보호 장비의 차단력이 아무리 좋아도, 저 토사에 깔리는 건 위험했다.
‘위험해, 위험해.’
강신의 머리에 경고의 경종이 계속 울려댔다.
그리고 강신은 자신의 앞에서 뛰어가는 사내와의 거리를 가늠하고 외쳤다.
“초코야!”
그림자를 길게 늘려 사내를 공격하려던 초코가 강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뒤쪽에서 강신과 척준신을 양발로 강하게 밀었다.
방금까지 강신과 척준신이 있었던 자리에 토사가 덮쳐왔다.
콰르르릉!
전체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통로가 이상하게 도망치던 사내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붕괴의 여파로 먼지가 자욱하게 깔리며 시야를 가렸다.
“쿨럭, 쿨럭…. 아오!!! 먼지!!”
사내는 자신을 쫓던 사람들이 흙더미에 묻혔다고 생각한 건지, 자신의 몸에 붙은 먼지를 병적으로 털어내며 기침을 했다.
살짝 먼지가 가라앉자, 사내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토사에 휩쓸렸다고 생각했던 추격자들이 먼지 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남았지…?”
사내는 당황해 서둘러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본 강신과 척준신의 표정은 악에 차서 험악하게 일그러져있었고, 그들은 사내를 다시 쫓았다.
하지만 추격전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들어온 통로의 끝에 또 다른 공동이 나타났고, 사내가 도망갈 곳이 없어졌다.
통로 끝의 공동은 일꾼들과 감시자들이 있었던 공동보다는 작았지만,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작은 호수가 있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으나, 사내의 표정은 의기양양해 보였다.
“흐흐…. 고작 둘이서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각오는 했겠지?”
방금까지 도망다니던 사람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뻔뻔한 말이었다.
무엇을 믿고 저렇게 행동하는지 몰랐기에, 강신과 척준신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때, 천장에서 갑자기 한 여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방금까지 도망 다니던 사내의 옆에 서서 사내를 타박했다.
“아, 도와줬더니만 또 혹을 붙이고 왔네. 언니가 쉬고 계신데, 방해되게….”
남자에게 독설을 내뱉은 여성은 키는 160cm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고, 검은색 생머리를 한 미인이었다.
“니가 제대로 처리 못한 사람들인데?”
“애초에 니가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둘은 서로 원수라도 되는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강신은 여자의 목소리가 방금 통로가 무너지기 전에 들렸던 목소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작 적이 하나 늘었을 뿐이지만, 강신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 여성이 모종의 방법으로 통로를 무너트린 듯했다.
‘그리고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거지?’
천장에서 떨어지기 전까지, 여성의 모습은커녕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척부장님 아무래도 저 둘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밀 종교집단의 사제.
성신의 H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응? 너희 뭐야? 우리에 대해서 꽤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둘은 다투는 와중에 강신이 한 말을 들었는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강신과 척준신을 바라봤다.
“보통 놈들이 아니야…. 중앙 공동에 있던 평계급과 노예들이 모두 10명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제압됐어.”
“그래서 그쪽이랑 연락이 안 된 거구나.
“으음…. 여길 도대체 어떻게 알고 왔을까?”
“아! 혹시 그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꼬마 아가씨랑 아는 사이인가?”
정신이 이상하다는 말에 조금 갸웃했지만, 꼬마 아가씨가 백소은을 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둘은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음, 맞나 보네. 그 꼬맹이도 잡았어야 했는데…. 일이 한번 꼬이기 시작하니까 계속 꼬이네.”
다행히 백소은이 이들에게 잡힌 건 아닌 듯했다.
“아…. 저 녀석들 때문에 일정을 못 맞추면 대사제님과 사부님이 엄청 화낼 텐데.”
여성의 말을 듣고 방금까지 의기양양했던 사내가 갑자기 주눅이 잔뜩 들어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여자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사내를 구박했다.
“범인이 앞에 있는데, 이 녀석들 잡아다가 대령하면 이해해 주겠지. 하여튼 넌 정말로 쫄보라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성이 갑자기 지면 속으로 쑥하고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강신과 척준신이 깜짝 놀랐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면으로 사라졌던 여성이 척준신의 등 뒤쪽에서 튀어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흙으로 만든 창이 들려 있었다.
“척부장님!”
강신이 여성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차장!
척준신은 이미 여자의 기척을 느꼈는지, 자신의 검으로 가볍게 창을 흘려냈다.
“이걸 막아?”
여성은 불의의 일격을 막아낸 척준신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척준신이 창을 흘린 검을 바로잡으며, 대각선으로 벴다.
서걱!
후드득….
여성을 베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척준신이 벤 건 여성이 만든 흙인형이었다.
“쯧….”
강신이 그런 척준신을 원호하려 했는데, 갑자기 지금까지 계속 도망만 치던 사내가 강신과 척준신의 사이를 막아섰다.
“비켜주시죠.”
“미안하지만…. 남녀가 사이좋게 놀고 있는데, 눈치 없이 끼는 건 조금 그렇지 않아?”
“초코야!”
-멍!
그림자에서 초코가 튀어나와 사내를 물려고 했지만, 그 남성은 아무렇지 않게 초코의 공격을 피했다.
“이미 그 공격은 많이 봐서 안 통해!”
그러면서 사내는 강신에게 빠르게 접근해 강신의 옷깃을 잡으려고 했다.
그때, 여자와 대치 중인 척준신이 검집을 던져 사내의 공격을 방해했다.
그리고 강신에게 경고했다.
“강선임,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집중하게! 그 친구도 보통내기가 아니야!”
“큭….”
강신은 뒤로 크게 물러섰다.
다급했던 마음을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사내를 바라봤다.
“아쉽군. 한 번에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언행이 가벼워 보이던 사내가 연기를 끝내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