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06
105화
처음과는 다르게 사내에게서 거대한 압박마저 느껴졌다.
강신은 척준신의 말대로 척준신을 도울 생각보다, 앞에 있는 사내를 처리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먼저 움직인 것은 강신이었다.
강신은 사내에게 접근하며 초코를 불렀다.
“초코야!”
-멍!
강신은 자신의 그림자에서 초코가 튀어나오는 것을 확인했고, 사내의 하체에 로우킥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초코는 상대의 목덜미로 달려들었다.
아무리 노련한 사람이라고 해도 하체와 목을 동시에 막긴 힘들었다.
하지만 사내는 마치 둘의 공격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괴상한 움직임으로 둘의 공격을 극적으로 피해냈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해온 강신의 옆구리를 잡고, 그대로 다리를 걸어 강신을 넘어트렸다.
콰당!
“큭.”
강신이 바닥에 주저앉게 되자, 상대는 강신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상대의 발을 막기 위해 왼손을 들어 올렸는데, 발차기의 궤도가 갑자기 기이하게 변했다.
‘브라질리언 킥?’
몸통을 노렸던 발차기가 머리를 향해 궤도를 바꿨고, 놀란 강신은 그대로 상체를 뒤로 뺐다.
강시은 아슬아슬하게 발차기를 피하고, 상대의 발을 잡아채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사내는 강신의 손길을 피해,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이야…. 정말 보통이 아니네.”
탁~탁~
사내는 손을 털며 자신이 우세한 것처럼 건들거렸다.
허나 강신이 그런 허접한 도발에 넘어갈 사람은 아니었다.
강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의 빈틈을 노리며 생각했다.
‘설야의 가루를 흡입하는 편이 나으려나…. 아니, 아니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상대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설야의 가루를 사용해서 제압하면 쉬울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 설야의 가루를 쓰는 건 하책이었다.
척준신이 현재 대치중인 흙을 다루는 여사제를 제압할 거라고 믿지만, 무턱대고 가루를 쓰기에는 걸리는 게 많았다.
첫 번째로는 강신과 초코의 공격을 피하던 상대의 기이한 움직임이었다.
설야의 가루를 흡입하고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도, 만약 상대가 공격을 모두 회피한다면 시간만 버리게 될 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척준신과 싸우고 있는 여자가 처음 나타났을 때 했던 말이 계속 강신을 신경을 건드렸다.
‘언니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었지.’
강신은 눈앞의 사내를 상대하면서도 주변을 틈틈이 살펴봤지만, 검은 액체의 호수만 보일뿐 사람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언니’라는 인물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 몰랐기에, 그냥 넘길 수가 없는 말이었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상대가 강신을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았다.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할까?”
그는 강신에게 가볍게 질문을 던지며 달려들었다.
그렇게 강신은 사내와 몇 번의 공방을 나누었다.
겨울나비의 힘이 없어도 강신은 척준신이 알려준 호신술을 펼쳐, 상대와 호각을 이루었다.
그런데 공방이 이어질수록 점점 강신은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공방을 주고받는다고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강신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상대는 모든 공격을 회피하고 있었다.
‘재능이 회피하는 것인가?’
타당한 의심이었지만 확정짓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억!
아주 잠시 다른 생각을 했을 뿐인데, 그 대가로 강신은 상대의 공격을 허용해야 했다.
강신은 사내의 주먹을 맞고 뒤로 밀려났다.
소리는 꽤나 컸지만, 다행히도 보호 장비가 충격을 해소해 주어서 별다른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신은 아차 하는 마음으로 다음으로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방어 태세를 갖추고 상대를 바라봤지만, 그는 강신을 쫓아 추가로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격을 넣었음에도, 무엇이 불쾌한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
‘뭐지?’
그러다 강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손을 탁탁 털며 표정을 바꾸었다.
“거, 보아 하니까, 뭘 배운 것 같긴 한데 배운지 얼마 안 된 것 같아서 봐주는 거야. 고맙게 생각하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신과 방금까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강신은 상대가 허풍을 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왜? 갑자기 허풍을?’
그리고 다시 이어진 공방, 그때부터 강신은 상대를 관찰했다.
공격도 해보고 방어도 해봤으며, 심지어 일부러 허점을 만들어 상대의 공격까지 허용해봤다.
상대방이 자신을 관찰하는 걸 눈치챌까, 공격을 당할 때마다 고통스러운 연기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공방을 나누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상대의 표정은 점차 안 좋아졌다.
그리고, 허점을 만들어 공격을 당할 때에도 바로 연계해서 공격할 틈을 몇 번이나 만들어 보였지만, 상대는 추가로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설마…….’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내의 모습이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증세와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신은 자신의 예측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사내와 치열한 공방 중에 지면에서 흙을 한 움큼 쥐어 그대로 사내에게 뿌려버렸다.
자신을 향해 뿌려진 흙을 보며 사내는 기겁했다.
흙을 피하려고 했지만, 강신과 가까이 붙어 있었기에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후드득.
흙을 뒤집어쓴 사내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고정이 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하, 하아…. 이건 도대체 무슨 수작일까?”
웃음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사내는 억지로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그러나 몸에 묻은 흙을 급하게 털어내는 모습은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상대의 반응을 본 강신은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당신, 결벽증이군요?”
“윽…….”
결벽증, 위생과 청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종의 편집증이었다.
약한 증세로는 그냥 더러운 것을 보지 못하는 정도지만, 증상이 심한 사람은 사람과의 접촉까지 꺼렸다.
저 사내의 재능은 단순히 회피가 아니라, 결벽증이라는 불리는 증세를 이용한 본능적인 회피였다.
극도의 결벽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런 공간에 있다는 모순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결벽증의 증세는 본인의 노력을 통해서 어느 정도 참아낼 수 있는 증세였고, 이 정도는 이해가 되는 범주였다.
상대의 재능이자, 동시에 약점을 파악하게 된 강신이 상대를 뚫어질 듯이 바라보았다.
불길함을 감지한 것인지, 사내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음…. 니가 아직 저 덩치 큰 아저씨를 도와주고 싶다면 비켜줄게.”
그가 손가락으로 척준신과 흙을 다루는 여자가 싸우는 곳을 가리켰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저는 후환은 남기지 않는 게 제 신조라서요.”
“젠장.”
강신이 말을 끝내며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사내는 강신과 멀어지기 위해 도망가려고 했지만, 공동에서 도망은 불가능했다.
사내를 구석으로 몰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든 강신은 흙을 양손에 쥐어 사내에게 뿌려댔다.
“왜 자꾸 더럽게 흙을 뿌리는 거야!”
“흙이 뭐가 더럽습니까. 만물의 근본인데요.”
흙을 피하기 위해서 그는 안간힘을 썼고, 기이한 움직임으로 그것들을 회피했다.
그러나 강신이 흙을 피하는 사내의 움직임을 파악했고, 처음으로 사내의 소매를 잡을 수 있었다.
“으……. 이거 놔!”
남이 자신을 잡았다는 것이 그렇게도 불쾌할까.
사내는 진저리를 치며, 강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옷을 벗으려고까지 했다.
강신은 사내가 소매에서 손을 빼지 못하게 자신의 손을 비틀어 옷을 꼬았다.
“큭.”
여전히 상대방은 강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성인 남성이 작정하고 몸부림치자, 제압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강신은 예전에 싸웠던 최태원이 자신을 지면에 꽂았던 기술을 떠올렸다.
그때는 정확히 어떻게 자신을 지면에 꽂았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은 척준신에게 호신술을 배워 힘의 분배를 어떻게 하는 건지 파악했고, 자신도 실전에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바로 실행에 옮겼다.
강신이 잡고있는 소매를 강하게 쥐고, 지금까지 사내의 힘에 끌려가지 않도록 버티던 다른 쪽의 힘을 풀어버렸다.
그러자, 강신이 사내가 당기는 힘에 의해 끌려갔다.
갑자기 힘을 풀었기 때문일까.
자신이 당기는 힘과 강신의 무게가 더해지자, 사내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리고 강신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최태원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자신의 힘을 살짝 더해 상대의 오금을 반대 방향으로 밀었다.
“어?”
쾅!
사내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바로 비명소리로 바뀌었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사내의 몸이 공중에서 반바퀴 정도 돌더니, 그대로 지면에 처박혀버렸다.
“으아악!!”
하지만 최태원이 강신에게 썼던 것만큼의 충격은 없었는지, 사내는 고통스러워할 뿐 정신을 잃진 않았다.
‘그냥 흉내를 내는 정도인가.’
강신은 최태원이 했던 기술을 온전히 재현하지 못해 아쉬웠다.
일단 아쉬운 마음을 속으로 감추고, 지면을 뒹굴며 끙끙대는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의 눈빛에는 고통과 함께 놀라움이 담겨있었다.
“어떻게 사부님의 기술을….”
“그건 알 거 없고요.”
적에게 사실을 알려줄 의리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그가 최태원에게서 무예를 배운 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신은 동요하는 사내를 다시 도망가지 못하도록 소매를 붙잡은 채, 초코를 불렀다.
“초코야,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줘.”
-멍멍!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의 거대한 앞발이 나와, 강신의 말대로 사내를 움직이지 못하게 몸으로 짓눌렀다.
사내는 자신의 몸에 무엇인가 닿는다는 게 정말로 싫었는지, 미친 듯이 발버둥쳤다.
그러나 초코에게서 도망치지 못했고, 초코의 거대한 앞발에 깔려버렸다.
“으아악!! 이거 놔!!”
지면에 처박혔던 것보다 더 괴로워하며 발광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내.
강신은 그대로 사내의 머리를 발로 차서 기절시켰다.
“후…….”
강신이 숨을 깊게 내뱉었다.
그는 설야의 가루 없이 강적이라고 생각한 상대를 제압했다는 것에 크게 만족했다.
“좋아.”
강신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왠지 모를 성취감이 느꼈다.
그러다 아직 싸우고 있을 척준신을 도와주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강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미 척준신이 상황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척준신이 평소에 들고 다니던 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가 쓰기 꺼려하던 요도(妖刀)라고 불리는 무기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주변은 흙으로 난장판이 되어있었고, 흙을 조종하던 여자는 척준신의 발밑에서 숨을 헐떡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보호장비에 자상이 가득했다.
척준신도 강신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맡은 상대를 처리하고 강신을 도와주려던 참인듯했다.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본 척준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르친 보람이 있군.”
척준신이 뿌듯한 미소를 보이는 것도 잠시.
촤악~
갑자기 공동 안의 검은 액체로 만들어진 호수에서 무엇인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