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08
107화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난 뒤,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그렇군. 피를 구하기 힘들어서 용병 일을 시작했다는 건 알겠네만, 어째서 이곳에서 용병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척준신의 말투가 사나웠던 처음과는 다르게, 그녀의 사정을 듣고 조금은 온화해졌다.
“처음 여기 온 건 일을 도와주면 피를 제공해준다는 계약 때문이었어요.”
카밀라의 이야기를 들은 강신은 순간 거대한 공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설마…. 일하다 쓰러진 이들의 피를?”
강신의 시선이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뱀파이어가 살기 위해서 사람의 피를 마시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을 때까지 흡혈하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강신이 기억하기로 뱀파이어들이 흡혈할 때, 조절하면 대상이 죽지 않고도 충분히 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적대적인 강신의 시선을 깨달아서일까, 카밀라는 황급하게 변명을 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척준신도 강신의 적대감을 느꼈는지, 잠시 강신을 말렸다.
“강선임, 기분은 이해하네만,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결정하지.”
척준신의 만류에 자신이 살짝 흥분했다는 걸 인정한 강신은 카밀라에게 경고했다.
“지금부터는 단어를 잘 골라서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그럼 방금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설명해 보시죠.”
카밀라는 마른침을 삼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처음 용병으로 일을 시작한 계기는 방금 말한 것처럼 돈보다는 생존, 피를 얻기 위해서였어요.”
* * *
자신의 성을 유지할 돈을 벌면서, 피를 구할 루트를 구하기 위해서 카밀라는 흔히 뒷세계의 용병 일을 시작했다.
일 자체는 수월했고, 임무를 수행한 대가로 피를 지급받기도 했다.
맛은 대부분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역했지만, 살기 위해선 참고 마시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광신도들이 카밀라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저에게 제가 원하는 만큼 ‘직접’ 흡혈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며 다가왔죠. 대신, 자기들의 일을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원래 사람이 죽을 때까지 피를 빨지 않았어요….”
여타 뱀파이어들과는 다르게 카밀라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한 끼의 식사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생명을 나누어 주는 인간에게 고마운 감정을 갖고, 긴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유독 피를 나눠주는 사람들의 건강과 고통에 민감했고, 다른 뱀파이어들보다 피 맛에 민감했다.
“그런데 계약서를 제대로 보지 않은 탓에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카밀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곳으로 온 과거의 자신을 진심으로 원망하고 있었다.
광신도들과 계약하자마자, 그들이 카밀라를 데리고 온 곳은 여기와 비슷한 공동이었다.
광신도들이 신의 노예라고 자칭하는 이들을 카밀라에게 공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카밀라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광신도들이 계약을 지킨다는 사실과 직접 피를 흡혈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노예라고 불린 이들은 건강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직접 흡혈함으로써 상대에게 쾌감을 주어 피의 맛 자체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저에게 맡긴 일은 저기 보이는 생명력이 모두 빠진 죽은 피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액체 자체를 만드는 건 카밀라에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흡혈했던 피에서 생명력만 흡수하고 뱉어내기만 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날이 갈수록 광신도들이 더 많은 액체를 요구했다.
더 많은 양을 요구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피를 공급해주는 인원이 처음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양의 죽은 피를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이 흡혈해야하는데, 인원이 적다 보니 나오는 양에 한계가 있었다.
그때부터 카밀라는 점점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에서 피를 만들어 내는 기능도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건강이 좋지 않은 인간들이라면 더 적은 양의 피밖에 만들지 못한다.
카밀라는 이 이상 흡혈을 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죽은 피를 만드는 일을 중단했다.
“전 분명 거부했어요. 저는 인간이 죽는 걸 원하지 않고, 죽이고 싶지도 않았으니까요….”
글썽이던 눈에서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제가 죽은 피를 만드는 걸 거부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려는 계획을 세우는 동안, 광신도들은 저를 다른 방법으로 압박하기 시작했어요.”
카밀라의 탈출 계획을 눈치챈 광신도는 카밀라의 수발을 들어준다는 명목하에 그녀를 두 명의 사제를 붙여두었다.
그녀를 감시할 목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과 보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는 노예들을 카밀라 앞으로 데리고 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인간들은 하나같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런 일이 며칠이나 반복됐을까.
그때, 대사제라고 불리는 사람이 카밀라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 대사제는 마치 악마가 속삭이듯이 그녀를 유혹했다.
“당신은 인간을 죽이는 게 아니야, 어차피 죽을 인간을 그저 고통으로부터 해방해 주는 거지.“
“…….”
“자, 저 표정을 봐. 저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저대로 죽을 때까지 고통을 느끼게 할 거야?”
“나, 나는….”
대사제는 카밀라가 마음이 약한 걸 알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카밀라는 흔들리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계속해서 거부했다.
대사제는 그녀의 의지를 꺾기 위해서 최악의 수를 준비했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이제 막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그 아이는 어디가 아픈 것인지, 세상이 떠나가라 울부짖으며 자신의 부모를 찾았다.
“으아아앙!!!”
카밀라는 주저앉아, 대사제의 사제복의 끝단을 붙잡으며 애원했다.
“안돼! 제발…. 아이는 죽이지 마.”
“이미 늦었어. 저 아이의 죽음은 확정되었고,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통을 덜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아, 아….”
“왜? 저 아이도 다른 어른들처럼 고통 속에서 죽는 걸 보기만 할 거야?”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들도 이렇게까지 가혹하진 못했다.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에게 조차도 아이의 목숨은 소중한데, 어찌 같은 인간이 이리 잔혹할 수 있을까.
카밀라는 결국 울면서 아이의 목덜미에 자신의 송곳니를 박아 넣어야 했다.
빠르게 생기를 잃어가는 아이는 이제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지, 아이의 눈에 환희가 차올라 있었다.
그 아이는 작은 손으로 울고 있는 카밀라의 눈물을 닦아주곤 생을 마감했다.
그때, 카밀라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깨져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고통받던 이들을 편하게 보내주는 일을 반복했고, 카밀라는 점점 몸도 마음도 망가져갔다.
* * *
“나, 난 여기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어요…. 이곳에서 노예로 일하며 고통 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어요….”
카밀라는 자신의 죄를 신부에게 고해성사하는 것처럼 괴로워했다.
그녀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때의 생각이 떠올랐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조용히 흐느끼고 있는 카밀라를 향해 강신이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결국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소리군요. 우리가 이 빌어먹을 곳에서 당신이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울고 있던 카밀라가 강신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는 당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호해드리죠.”
그러나 그녀는 강신의 손을 선뜻 잡지 못했다.
“…이미 늦었어요. 지정된 시간까지 정기 연락을 하지 않으면, 외부에 있는 병력들이 여기로 몰려오게 되어 있어요.
“굳이 일일이 산속을 찾지 않아도 이곳으로 온다니, 오히려 잘 됐네요.”
강신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울고 있던 카밀라의 표정이 황당한 얼굴로 바뀌었고, 척준신이 그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해주었다.
“아가씨는 모르겠지만, 우린 애초에 이 녀석들을 잡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네.”
“그, 그렇다면 정말 제가 이 지옥에서 나갈 수 있는 건가요?”
그제야 카밀라는 이들이 우연히 이곳으로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신이 원한다면요.”
강신이 마지막 말을 내뱉고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카밀라도 거부하지 않고, 강신의 손을 붙잡았다.
분위기를 잡으며 강신이 멋지게 말했지만, 사실 강신 일행은 이곳에서 당장 나갈 수가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출구가 막혔으니, 고립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곳에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밖에 있는 다른 팀원들을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구속됐던 사제들이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헥사곤 바인더를 보고 발광하는 사내를 다시 기절시켰을 때쯤.
막혀 있던 갱도를 뚫고 온 사람들이 강신 일행이 있는 공동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다행히도 그들은 모두 성신 그룹의 현장 요원들이었다.
“강선임님! 무사하십니까!?”
가장 앞장서서 강신의 안위를 물은 건 2팀의 최승회 부장과 중앙 공동에서 헤어진 김대리였다.
“최승회 부장님이 여기까지 어떻게….”
“지원 요청이 들어와서 차단선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인원을 남기고 지원 나왔습니다.”
2팀 팀장인 최승회 부장은 강신이 이곳에서 고립된 동안 밖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강신과 척준신이 이 작은 공동에 갇혀있는 동안 1팀 요원들은 막힌 갱도를 뚫기 위해서 바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밖에서 경계 중인 1팀 요원들이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처음에는 적은 인원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들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가 점점 불어났다.
1팀 요원들은 다른 팀에 도움을 요청하고, 각자 작은 입구를 막아서 시간을 벌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이곳으로 온 광신도들을 모두 제압했고, 현재는 전용 수감시설에 이송 중입니다.”
“고생하셨네요.”
“아닙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카밀라는 이제 강신을 완전히 믿을 수 있게 됐다.
“정말로 이곳에서 나갈 수가 있게 되다니….”
카밀라는 감격에 찬 얼굴이었다.
이국적인 외모와 이곳에 맞지 않는 복장의 카밀라를 본 김대리가 강신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음,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U.M.A이기도 하죠.”
“U.M.A라고요?”
“네, 일단 회사로 가서 보호할 겁니다만, 큐브가 아닌 따로 쉴 수 있는 개인실을 마련해 주세요. 자세한 건 이곳의 일이 끝나고 결정하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신은 김대리를 공동에 있는 검은 액체쪽으로 데리고 갔다.
“저기 있는 액체들을 모두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사람들의 시체들이 다수 있을 텐데, 신원확인 부탁드립니다.”
“……시체라고요?”
“네, 나중에 회사에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수습을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표정이 굳어졌지만, 일단 김대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능숙하게 이곳의 상황을 수습했다.
다른 팀 요원들과 함께 헥사곤 바인더로 구속된 사제 둘을 이송하며, 요원들의 보호 속에서 카밀라를 회사로 보냈다.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지원과를 불러 액체를 운반할 수단을 요청했다.
그사이, 강신은 최승회 부장에게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소은이는요?”
“그게…….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최승회의 대답을 들은 강신은 아직 작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