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1
110화
파스스….
요원을 제압하면서 살짝 흙먼지가 날렸지만, 이미 어두워서 시야를 크게 가리진 않았다.
강신에 의해 지면으로 내리꽂힌 요원의 보호 장비에서 머리를 보호하는 소모형 보호 장치가 튀어나왔다.
덕분에 요원은 큰 타격이 없어 보였지만, 그는 놀란 눈으로 강신을 보았다.
“어째서…?”
“장비는 우리 회사 것이 맞네. 그렇다면……. 초코야!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고 있어 줘.”
-멍!
강신은 요원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고 초코를 불렀다.
그림자 속에서 초코의 거대한 앞발이 튀어나와, 강신이 잡고있는 요원의 신체를 짓눌렀다.
“흐익…. 도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 겁니까!?”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을 누르자, 깜짝 놀란 요원이 강신에게 말했다.
그것을 들은 강신이 자신의 몸을 낮췄다.
그리고 요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텐데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강신의 말투를 듣자, 방금까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요원의 표정이 확 바꿨다.
그리고 조금 전과는 다른 말투로 강신에게만 들릴 정도의 크기로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그것까지 제가 알려줄 이유는 없습니다.”
“…….”
강신이 설명을 거부하자, 바닥에 구속된 요원은 강신을 무섭게 노려보기만 했다.
강신은 품속에서 헥사곤 바인더를 찾았다.
초코에게 발을 치워달라 했고, 그 타이밍에 맞추어 요원에게 헥사곤 바인더를 던져 완벽하게 구속시켰다.
상황이 정리되자, 강신의 일행들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스무 명이 넘는 인원들의 시선이 모두 자기에게 쏠리자, 강신은 손으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혹시……. 이번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 뭔지 잊으신 건 아니죠?”
그제야 사람들은 강신으로 향했던 시선을 백소은에게 돌렸다.
백소은은 강신이 요원을 구속하는 걸 보자마자, 백운학에게 뛰어가서 안겼다.
“헤헿, 할아버지.”
백소은을 꼬옥 안아준 백운학이 떨리는 손으로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런다고 해서 혼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다면 오산이야. 집에 가면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다.”
“헤헤헿.”
표정과 너무 다른 내용의 말이었지만, 백운학이 손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는 걸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때 긴장이 풀려서일까, 방금까지 멀쩡해 보이던 백소은이 갑자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녀의 모습을 본 백운학이 깜짝 놀라, 백소은을 부축했다.
“소은아!”
“헤헿……. 할아버지 걱정마세요. 다리에 힘이 풀린 것뿐이에요.”
“어서 철수 준비하죠!”
백소은의 모습을 본 요원들은 빠르게 철수 준비를 했다.
구속된 요원은 척준신이 어깨로 짊어졌고, 다리의 힘이 풀린 백소은은 강민수가 업었다.
속도가 느린 백운학과 지효원은 힘이 좋은 요원들이 챙겨서 어두운 산속을 빠르게 내려갔다.
통신 장비로 백소은을 찾았다고 알린 강신과 일행들이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차단선을 치고 있던 요원들과 산을 수색했던 인원들이 모여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강신의 언질을 들은 척준신이 자신이 들고 있던 요원을 내려놓았다.
그들의 시선이 구속된 요원에게 쏠렸고, 서로 속닥였다.
“저거 권용이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저놈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뭔가 실수했나?”
“아무리 실수해도 저런 꼴로 데리고 온다고?”
구속된 요원의 얼굴을 아는 현장 요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작전의 지휘를 맡았던 최승회가 씩씩대며, 강신과 일행들을 찾아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척준신이 인상을 찌푸리고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강신이 척준신을 만류했다.
강신이 화가 난 최승회에게 다가가자, 그가 강신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자꾸 왜 이러십니까? 저 친구가 뭔가 실수를 했어도, 저에게 이야기를 하셔야죠. 저런 처사는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저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강신이 차분하게 최승회의 말에 대꾸하자, 최승회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 친구는 제 팀에 소속된 이권용 사원입니다.”
최승회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했다.
자신의 팀원이 잘못을 했어도, 자신이 아닌 다른 팀이나 부서에서 징계를 내리는 건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었다.
현재 상황은 서로의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강신은 진실을 알게 되면 최승회가 화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 친구가 정말 이권용 사원이 맞습니까?”
“제가 지금 제 팀원도 몰라볼 것 같습니까?”
“그런 말이 아닙니다. 제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보여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강신은 화가 난 최승회를 잠시 진정시키고, 일행들과 구속된 요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제가 무슨 큰 실수를 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팀장님 전 억울합니다!”
구속된 요원이 갑자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와 함께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2팀 요원들이 적개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강신과 그의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쯧, 어디서 헛수작을……. 제가 그 두꺼운 얼굴을 벗기는 법을 모를 것 같습니까?”
강신이 혀를 차며, 옆에 있던 김대리에게 귓속말을 하자, 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구해오겠습니다.”
김대리가 어디론가 이동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 구속된 요원은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면서 2팀을 자극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2팀 요원들은 강신이 한 행동이 심한 처사라고 생각했고, 점점 강신과 일행들을 둘러쌌다.
강신의 행동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1팀과 3팀 요원들은 강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과 대치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언제까지 저 상태로 둘 겁니까!”
최승회가 폭발하기 직전, 김대리가 강신에게 부탁받았던 물건들을 들고 돌아왔다.
“잠시만 지나갈게요.”
그는 둘러싸고 있는 2팀을 뚫고, 강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강신에게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횃대를 건네주었다.
강신은 함께 건네받은 가스라이터로 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
갑작스러운 강신의 행동에 다른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강신은 불이 붙은 횃불을 구속된 요원의 얼굴로 가져갔다.
“어, 어….”
“멈추세요! 강선임!”
강신의 돌발 행동을 말리기 위해서 2팀 요원들이 강신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1팀과 3팀의 인원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횃불이 얼굴에 닿으려고 하자, 구속된 요원이 비명을 질렀다.
“흐아악!”
그때, 그가 입고 있는 보호 장비에서 또다시 소모형 보호 장치가 그의 얼굴을 지켰다.
파직…….
강신은 소모형 보호 장치를 손으로 잡아 뜯어냈고, 그의 모습을 본 2팀의 행동은 점점 격해졌다.
“강선임! 도대체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강신을 말리려는 2팀 인원과 1, 3팀 인원들의 몸싸움도 격렬해졌다.
외야가 시끄러웠지만, 그렇다고 강신은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강신이 횃불을 요원의 얼굴에 가져다 대자, 구속된 요원이 고개를 격렬하게 움직였다.
“안돼! 하지 마!!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멈춰줘!”
“이제 와서 그만둘 것 같습니까?”
“너…. 도대체!!”
요원이 애원하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지만, 강신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횃불을 그대로 요원의 얼굴에 갖다 댔다.
치이익~
“끄아아악!!”
살이 불에 타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몇몇 사람들이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돌렸다.
최승회는 팀장이라는 직위를 허투루 단건 아닌지, 자신을 막고 있던 이순자를 밀쳐내고 들어왔다.
그리고 강신에게 접근해 횃불을 낚아챘다.
“지금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아무리 이 친구가 작전에서 실수했다고 해도 이건 정말로 선을 세게 넘으신 겁니다!”
최승회가 강신을 다그치고, 들고 있던 횃불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아직도 저 사람이 2팀 소속의 이권용 사원으로 보입니까?”
그제서야 최승회 부장은 횃불에 얼굴이 지져진 자신의 부하 직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예상외의 모습에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자신이 이권용 사원이라고 주장했던 자의 얼굴은 마치 밀랍이 불에 녹은 것처럼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밀랍과 비슷한 액체가 모두 흘러내리자, 오래된 화상으로 망가진 흉측한 얼굴이 드러났다.
자신의 추악한 본모습을 들켰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요원으로 위장하고 있던 사람이 소리쳤다.
“으, 으……. 보지마! 내 얼굴을 보지마!!!!”
“헉, 저게 뭐야…….”
“그럼, 진짜 권용이가 아니었던 거야?”
1,3팀 요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던 2팀 요원들이 뒤늦게 녹아내린 얼굴을 확인하고, 심하게 동요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최승회가 강신에게 묻자, 강신은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다.
“우선 이곳을 정리하고, 상황실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정체를 숨기고 있던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강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 * *
강신은 상황실에 준비된 침대에서 백소은이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사람들이 모이길 기다렸다.
사람들이 하나둘 상황실로 들어왔고, 그들은 강신이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의 궁금증들을 해소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대리가 상황실에 도착하자, 강신의 입이 열렸다.
“방금 제가 구속한 사람은 2팀 이권용 사원으로 위장한 위장자라는 재능을 가진 사람입니다.”
위장자.
의태 능력을 갖춘 틈새 동거자와 비슷해 보였지만, 둘은 근본부터 하는 행동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위장자는 U.M.A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들은 피를 통해 재능이 이어지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의 능력자였다.
위장자는 핏줄을 통해 뛰어난 재능을 받는 동시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끔찍한 얼굴을 갖고 태어난다.
대부분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해 본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의 능력은 틈새 동거자와는 다르게 오직 외형만을 바꿀 수 있었다.
위장자들은 장점이 뚜렷한 만큼 단점도 확연했다.
그건 바로 그들이 위장할 때 사용하는 액체가 밀랍과 비슷한 성질이라, 불에 노출되면 아주 쉽게 형태를 잃는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위장자라니…….”
“눈으로 보지 못했으면 믿지 못했을 거야.”
강신의 말을 들은 요원들의 대화가 들렸다.
“그럼……. 권용이는 어디로 간 거지?”
최승회는 사라진 팀원이 걱정되어 강신에게 물었다.
“그건 위장자를 심문해서 알아내면 됩니다.”
그들은 본 모습을 보이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을 열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으음, 그렇군. 위장자라…. 그럼 내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강신의 이야기를 들은 백운학이 이제서야 강신의 행동이 납득이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걸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이권용이라는 요원이 위장자라는 것을 알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