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5
114화
일행들은 시간에 맞춰 중국 대련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작전에서는 보호 장비 외에 다른 장비 반출을 허가해 주지 않았다.
물론 강신은 예외로 다용도 렌즈와 그것을 조절하는 웨어러블 장치를 가져갈 수 있었다.
비행시간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항공사에서 기내식을 제공해 줬다.
일행들은 급하게 이동하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굶주린 상태였다.
“쩝, 울프팀 전체가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김대리가 기내식을 먹으며 함께 오지 못한 권영식과 임상무를 떠올렸다.
“우리야 상관없지만 팰로우님은 노리고 있는 국가가 많아서 안 되네. 중국은 특히 더 위험하지.”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U.M.A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는 집단에서 권영식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중국은 그를 얻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벌일 수 있는 나라였다.
“임상무님은 수감소의 일을 처리하시느라 오지 못하셨으니, 결국 이번에도 저희 셋뿐이네요.”
“김대리, 여행 기분을 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니, 긴장을 너무 늦추지 말게.”
“네, 명심하겠습니다.”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김대리에게 척준신이 주의를 주자, 그는 대답과 함께 기내식에 집중했다.
짧은 비행시간을 마치고 강신이 대련에 도착한 건 오후 11시였다.
대련에도 성신 그룹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그러나 도착 시간이 너무 늦어 성신그룹 중국 지부 사람들은 다음 날 만나기로 이야기해놓은 상태였다.
입국 심사를 끝내고 공항을 나오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아서 호텔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일행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강신이 현지인처럼 중국어를 구사하며, 길을 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택시를 타는 곳이 저기로 나가면 바로 보인다는 겁니까?”
“네.”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강신이 묻는 말에 아주 친절하게 대답했다.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동포끼리 도우면서 살아야죠.”
길을 알려준 중국인은 유창하게 중국어를 하는 강신을 같은 중국인으로 착각한 듯했다.
“중국어를 처음 써보는 사람으로 보긴 어렵네요…. 그 지식전이제의 효과가 진짜 대단합니다.”
김대리가 말하자, 그의 옆에 있던 척준신이 등을 툭 치면서 말했다.
“우리가 발을 담그고 있는 곳이 비이상적인 곳이라는 건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상식을 따지면 자네 머리만 아파질 거야.”
“알고 있습니다….”
푸념하는 김대리도 척준신을 따라 강신 곁으로 이동했다.
게이트로 나가, 택시를 탄 그들은 예약한 호텔로 움직였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보이는 야경은 강신이 생각해왔던 중국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중국보다는 유럽 같은 느낌이 강하네요.”
“그래서, 대련이 중국인들에게도 관광하고 싶은 도시라고 불리는 거죠.”
강신의 말을 들은 김대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대련에 대한 정보를 한참 동안 늘어놓았다.
“거리도 생각보다 깨끗하네요.”
강신의 상상 속 중국은 탁한 공기와 더러운 길거리,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었다.
대련은 그런 강신의 고정관념을 무너트렸다.
“관광도시니까, 청결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 같더라구요. 크게 발달한 몇몇 도시를 빼면 강선임님이 생각하시던 그대로의 이미지일 겁니다.”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호텔에 도착한 일행들은 호텔의 라운지 바에서 간단히 칵테일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회사에서 잡아준 호화스러운 방으로 돌아가,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설야와 초코가 강신을 깨운 탓에, 강신은 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어제 호텔로 들어오기 전, 근처 공원을 봤기 때문일까.
둘이 강신에게 산책을 하러 가자며 칭얼거렸다.
-탁! 탁!
-와우아우웅!
설야가 더듬이로 테이블을 내려치는 소리에 맞춰,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초코가 어울리지 않게 하울링을 해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강신이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알았다. 알았어. 가자, 가.”
강신의 의도를 알아차린 설야와 초코는 방에서 신나서 돌아다녔다.
강신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보호장비를 입었다.
그리고 다용도 렌즈와 웨어러블 장치를 착용하고, 일행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호텔 방을 나섰다.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기에 강신은 따로 연락을 남기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인데도, 공원엔 꽤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편한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강신은 자신이 입은 보호장비가 눈에 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캐주얼한 복장으로 보호장비를 의태시키고, 설야, 초코와 함께 공원을 돌아다녔다.
요즘 들어 산책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탓일까, 설야는 공원에 조성해 놓은 꽃밭을 거닐며 좋아했다.
강신은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함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초코는 그림자 속에서 강신과 공원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공원을 걸었을까.
해가 뜨고 아침을 먹을 시간이 됐다.
강신은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꽃들 사이를 누비고 있는 설야를 불렀다.
“설야야, 이제 그만 돌아가자.”
설야는 강신의 부름을 듣고는 아쉬워하는 듯했다.
공원을 돌아다닐 때보다 현저히 느려진 속도로 날갯짓하며 강신에게 돌아왔다.
“일이 끝나면 또 올 테니까, 너무 그렇게 아쉬워하지 마.”
방금까지 축 늘어진 것처럼 보였던 설야가 강신의 약속을 듣고는 다시 힘차게 날갯짓했다.
그리고 강신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며 한참을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머물렀던 호텔로 이동했다.
해가 뜨고 사람들이 움직이기 좋은 시간대여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호텔 앞에 특이한 형태의 차들이 줄줄이 서 있는 것이 강신의 눈에 들어왔다.
그 차량들 앞에는 폴리스라는 영어 단어와 경찰을 의미하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국 공안부?’
중국의 경찰 역할을 하는 공안부가 자신이 머물렀던 호텔에 무슨 이유로 온건 지, 강신은 궁금해졌다.
근처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경찰차들을 보고 있던 체격이 좋아 보이는 중국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래요?”
유창한 강신의 중국어가 여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강신의 질문을 받은 중국인 남성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강신에게 귓속말로 공안부가 호텔로 들어가기 전에 했던 말들을 전해주었다.
“제가 이곳에서 봤는데, 한국에서 온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이 호텔에 있답디다.”
“허…. 한국에서 테러리스트요?”
“네네, 세상 참 무섭네요. 조심하시구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신에게 공안에게서 들은 정보를 알려준 중국인 남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한국? 테러리스트? 너무 절묘한데.’
많은 한국 사람들도 대련으로 관광을 왔지만, 공안부가 호텔로 들이닥친 시기가 의심이 갔다.
‘우연인가? 아닌가? 일단 들어가기 전에 일행들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네.’
강신은 해외 로밍으로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을 꺼내, 회사 전용 메신저를 실행시켰다.
메신저에는 김대리가 보낸 수많은 메시지가 도착한 상태였다.
“이런…. 알람을 꺼둔 상태였나.”
그제야 지난번 작전 때, 꺼두었던 알람을 다시 켜두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강신은 얼른 김대리가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강선임님~ 식사하셔야죠? 아직 안 일어나셨나요?
-저희 먼저 내려가서 먹고 있겠습니다~
처음 보내온 메시지는 느긋한 느낌의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내용이 크게 달라졌다.
-강선임님, 호텔에 중국 공안부 사람들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괜히 트집 잡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강선임님, 어딥니까? 혹시 호텔 밖으로 나가셨습니까?
-늦기 전에 돌아오셔야 합니다.
김대리의 메시지는 점점 다급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낸 메시지는 지금까지의 메세지와는 정반대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강선임님, 호텔 바깥에 계신다면 호텔로 절대 들어오지 마십시오.
마지막 메시지를 본 강신은 호텔 내부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김대리가 전화를 하지 않은 것 또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안부에서 김대리님을 감시하고 있나?’
강신은 김대리의 말대로 호텔로 들어가지 않았다.
가만히 호텔 밖에서 서 있는 것보다, 멀리 떨어진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 * *
카페는 호텔과 거리가 꽤 떨어진 곳에 있었고, 호텔 앞 상황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강신은 간단한 음료를 주문하고, 창가 쪽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손목에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조작해, 다용도 렌즈의 확대기능으로 호텔을 관찰했다.
김대리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재 호텔 외부에 있는 카페에서 대기 중입니다. 우선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강신이 메시지를 보내기가 무섭게 김대리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어디 계셨길래 이렇게 연락이 안 됩니까? 그나마 다행이군요. 보는 눈이 많아서 전화는 힘들 것 같습니다. 상황이 조금 정리되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강신은 김대리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계속 기다렸다.
시곗바늘이 10시를 가리키자, 경찰 복장을 한 공안들이 호텔에서 물건을 나르는 모습이 강신의 눈에 포착됐다.
그들이 나르고 있는 물건 중에는 강신이 어디선가 많이 봤던 물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저거…. 내 여행용 캐리어 같은데….’
그들은 타고 온 경찰차에 물건을 싣고, 곧바로 호텔에서 빠져나갔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강신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안도한 김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강선임님 이제 호텔로 돌아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공안이 빠져나가는 건 봤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후….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네, 금방 가겠습니다.”
강신은 전화를 끊고, 자신과 일행들이 묵었던 호텔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산책하러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깨끗했던 방이 마치 도둑이 든 것처럼 어지럽혀져 있었다.
난장판이 된 호텔 방에서 척준신과 김대리가 강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대리는 진이 빠져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아, 오셨네요…. 보시는 것과 같습니다. 공안에서 한번은 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침부터 이 X랄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갑자기 들이닥친 공안 때문에 화가 많이 났는지, 김대리의 입에서 드물게 욕설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