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2
11화
강신이 요원들을 관찰하는 동안 현장 요원들은 혹여나, 작은 단서라도 놓칠세라 꼼꼼하게 주변을 수색했다.
지급된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뿐만 아니라 오감을 이용해서 몇 번이고 주변을 수색했지만, U.M.A.는커녕 조금의 단서들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지만 현장 요원들은 베테랑답게 전혀 초조해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지원팀 본부에 연락해서 감지기 다시 한번 요청해.] [알겠습니다.]척준신이 몇 번이고 본부에 감지를 요청했지만, U.M.A.는 이곳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더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도 모두 지쳐 갈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강신은 그동안 모았던 정보를 토대로 이곳에 있는 U.M.A.를 추리하기 시작했다.
“눈으로도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도 보이지 않는다라……. 특별한 조건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개체인가?”
딸칵. 딸칵…….
강신은 머릿속 가상의 공간에서 정보라는 퍼즐 조각을 하나둘 맞추었다.
따로 놓고 보면 전혀 맞지 않을 것 같던 퍼즐이 조금씩 맞추어지고 어느새 반 이상이 채워졌을 때, 그 퍼즐이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그림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가지.
강신은 서둘러 척준신을 찾았다.
“척 부장님!”
[잠시만 기다리게. 그쪽으로 가지.]사람들을 지휘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척준신을 강신이 다급히 부르자, 그는 강신에게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곳에 있는 U.M.A.가 어떤 개체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음, 어떤 개체인지 알겠다고?”
“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통합해 보면 이곳에 있는 U.M.A.는 ‘겨울 나비’일 가능성이 큽니다.”
“겨울 나비?”
개체명을 처음 들어 보는 척준신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추운 계절에만 출몰하는 종입니다. 일반 구조는 나비들과 비슷하지만 외형은 다른 나비들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가……. 그럼 이곳에 있는 개체가 ‘겨울 나비’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 개체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추운 계절에만 나타난다는 것?”
강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로 척준신을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그것뿐만 아니에요. 밤에만 활동한다는 것과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단체로 행동하는 습성, 개별로 보면 회사 감지기에 걸린 것처럼 위험 등급이 높지 않습니다.
여러 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겨울 나비’가 확실합니다.”
“그래, 어떤 U.M.A.인지 특정이 됐군.”
척준신이 강신이 전하는 정보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습을 보려면 특별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했던가? 그럼 그 조건이 뭔지도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방법이지만……. 지금 당장은 겨울 나비를 눈으로 보긴 조금 힘들겠네요.”
“음? 어째서지?”
강신은 손가락으로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월광이 있어야 모습을 볼 수가 있거든요. 그것도 직접 월광을 받지 않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구름이 없는 날이라도 겨울 나비가 월광을 피해 숨으면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그동안 요원들이 이 개체를 잡기 위해 출동하면서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었다.
“꼭 월광이어야 하는 건가? 태양광은? 어차피 월광이라고 해 봐야 단지 달이 태양의 빛을 반사한 것에 불과하지 않나?”
“엄연히 다른 겁니다. 달이 태양 빛을 100% 반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달에 반사된 빛에 다른 힘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요.”
“그것도 자네가 글로 다뤘던 이야기인가?”
“네. 정확히는 월광을 다룬 이야기는 아니었죠. 전설 속에 나오는 드라큘라, 뱀파이어를 다룬 이야기였어요. 만약 월광이 단지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것뿐이라면, 태양이 약점인 뱀파이어는 밤에도 돌아다닐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긴 하겠군. 그렇지만 곤란하게 됐네. 태양광이라면 모를까 월광을 구현해 내는 장비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구름이 개길 바라는 수밖에요.”
어둑한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우중충한 구름을 보며 강신이 걱정했지만, 척준신은 상관없다는 듯 대꾸했다.
“괜찮네. 기다리는 것은 익숙하니까. 그것보단 걱정은 겨울 나비가 달빛을 피해 그림자에 숨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인데.”
“아, 그 부분은 조금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럼 이제 무리해서 수색할 필요 없겠군.”
척준신이 귀밑에 붙은 통신 패치를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들기고,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들 구름이 갤 때까지 현 지점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지원팀은 본부에 겨울 나비라는 개체의 정보를 요청하고 날씨 정보를 좀 알아 오게.”
[알겠습니다.]“강 선임은 혹시 그 외에도 생각나는 정보나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주저 없이 이야기해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미소 짓는 강신은 자신이 현장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기뻤다.
지원팀은 바로 본부에 요청했던 겨울 나비의 정보를 척준신에게 알려 왔다.
[척 부장님, 본부에서 알려 온 추가적인 정보는 이 개체의 식량이 동물의 피라는 것입니다.]“사람의 피를 먹는다고?”
“아, 그걸 깜빡하고 이야기를 드리지 못했네요. 제가 겨울 나비에 대해 영감을 받았던 것이…. 겨울에도 사람들이 종종 모기에 물리는 경우가 있어서 그것을 모티브로 작성한 이야기였죠.
물론 모기가 알을 낳기 위해서 피를 마시는 것과는 다르게 겨울 나비들은 순수 생존을 위해서 피를 마십니다. 그 외에는 피를 섭취하는 양이라든가 물린 곳의 증상까지 모기와 똑같아요.”
“생김새를 빼면 모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네,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위험도 자체는 높지 않은 개체라서요. 그리고 추가로 겨울 나비의 위장은 살아 있든 죽어 있든 월광이 사라지면 바로 발동됩니다. 포획하실 목적이라면 속이 보이는 밀폐된 용기를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해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려 준 강신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인 척준신은 지원팀에 추가적인 일을 지시했다.
“좋은 생각이군, 지원팀 혹시 이번 작전에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를 챙겨 왔나?”
[그건 항상 챙기는 물건입니다.]“잘됐군, 바로 쓸 수 있도록 준비하게.”
[알겠습니다.]지원팀 인원들이 외각으로 주차되어 있는 차량에서 2인 1조로 큰 상자들을 들고 작전 지역으로 들어왔다.
상자를 내려놓자,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쿵!
그리고, 그 상자 외관에 지원팀장이 자신의 사원증을 갖다 대었다.
띠릭. 치이익……. 철컹!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며 자동으로 상자가 열렸고, 그 안에는 차갑게 냉각된 큰 유리병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지원팀 인원들은 서둘러 상자 안에 있던 유리병들을 작전 요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다행히도 서서히 구름이 걷히려는 기미가 보였다.
“곧 구름이 걷히겠군. 작전 요원들 모두 준비해라!”
겨울 나비가 아무리 위험도가 낮다고 해도 엄연한 U.M.A.였다.
미지의 생물을 대하는 척준신의 목소리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구름이 완전히 걷히고 은은한 달빛이 하늘에서 지상을 비추었지만, 작전 지역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쯧, 역시 그림자에 숨어 있는 건가….”
척준신이 우려했던 일이 생기자, 요원들 모두 곤란한 표정으로 작전 지역을 바라봤다.
그때, 강신이 불현듯 무언가가 떠오른 듯 척준신에게 말했다.
“혹시 반사판으로 월광을 반사할 수 있나요?”
“으음…. 평범한 반사판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지원팀에 한번 물어보지.”
강신은 시민들을 속이기 위해 가지고 온 장비 중 촬영에 쓰는 반사판을 떠올렸다.
이곳에 있는 것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반사판이라면 월광을 반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온 반사판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반사판과는 달랐다.
[강 선임 의견은 들었습니다. 저희가 쓰는 반사판은 모든 빛을 응집시키는 기능이 있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지원팀들이 반사판을 조작하자, 빛이 반사되어 건물들에 가려 월광이 닿지 않는 곳을 비추었다.
천천히 달빛이 작전 지역을 모두 비추자, 의문에 싸여 있던 U.M.A.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은하게 푸른빛으로 빛나는 수십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들.
그 나비들이 뿌리는 날개 가루는 빛을 받고 산란시켰다.
몽환적인 신비함이 느껴지는 나비들의 모습에 현장을 많이 겪었던 요원들조차 눈을 돌리지 못했다.
[아…….] [와…….]강신은 스스로 적어 내렸던 글에서 겨울 나비가 아름답다고 묘사를 하긴 했지만 글로 표현한 형용사보다 실제로 본 아름다움은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이런 걸 원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회사의 입사를 결정했던 상상 속 생물들의 실제 모습.
푸른색의 날개를 가진 겨울 나비의 모습은 아메리카나 멕시코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모르포 나비와 닮아 있었다.
현장의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나비들의 모습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현장의 지휘자인 척준신이었다.
“모두 정신 차려라!, 강 선임 혹시 겨울 나비가 환각을 유발하나?”
척준신의 강한 질책이 통신 패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귀를 강하게 때리자, 현장 요원들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아니요, 저 나비들은 환각을 다루는 힘은 없습니다. 저건 환각이 아니라 그냥 아름다운 겁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군. 다들 정신 차리고 바로 포획 작전을 시작한다.”
[알겠습니다.]언제 얼빠진 모습을 보였냐는 듯 현장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을 보며 강신은 꼭 무엇인가를 빼먹은 것 같은 불길함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겨울 나비에 대해 다룬 글을 적었을 때가 스무 살 때쯤이었어. 그때 소설에는 적지 않았던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였지…….’
강신이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척준신과 요원들은 신속하게 포획 작전에 들어갔다.
“각자 가지고 있는 밀폐 용기를 사용해서 한 마리씩 조심해서 나눠서 담아라.”
[알겠습니다.]현장 요원들은 척준신의 지시대로 지원팀이 나누어 주었던 밀폐 용기의 입구를 열고 조심스럽게 겨울 나비들에게 접근했다.
스윽.
날렵한 몸놀림으로 척준신이 가장 먼저 겨울 나비 한 마리를 밀폐 용기에 넣는 것에 성공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요원들도 겨울 나비들을 포획하고 있었다.
위험 등급이 낮은 겨울 나비를 포획하는 일에는 어떤 위험도 없어 보였다.
[으악!]그런데 갑작스러운 비명이 통신 장비를 통해 전해졌다.
겨울 나비의 또 다른 특징이 떠오른 강신이 소리쳤다.
“잠깐! 겨울 나비에게 위해를 가해선 안 돼요!”